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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의 요리사-125화 (125/314)

환관의 요리사 125화

스승의 은혜는 부모의 은혜와 같으니, 스승을 모욕하는 것은 부모를 모욕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홍일문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 넌 애미 애비도 없느냐!”

“없다. 왜.”

거품을 물며 발광하던 홍일문은 그 담백하기 그지없는 반응에 순간 움찔하고야 말았다. 분노란 기세를 타고 터뜨려야 하는 것이었다. 분노의 맥이 끊기니 자연스레 그의 말에도 독기가 빠졌다.

“너…… 너! 너 그…… 어?!”

“왜, 스승님이 요리는 알려줘도 말하는 법은 안 알려줬나 보지?”

저열한 인신공격으로 전초전을 끝마친 소년은 거만하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언제까지 입으로 떠들 생각이야. 요리사답게 칼로 이야기하자고.”

“뭐라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지금 나와 솜씨를 겨루어보겠단 말이냐?!”

그가 누구인가. 경사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우아한 주루 하당월색(荷塘月色)의 점주이자 주방장이며 황실의 연회를 책임지는 식방각의 각주에게 사사한 몸 아니었던가.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은 위치에 올라선 그에게 여물지도 않은 어린 것이 솜씨 대결이라니.

그 오만방자한 발언에 홍일문은 분노를 넘어 황당함을 느꼈다. 지금 이런 몸도 성치 않은 어린것과 솜씨를 겨룬다고? 이 나이에? 내일모레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지금 이런 어린애 꼬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인가? 허탈함에 잠겨 생각해 보니 조금 전까지 게거품을 물며 역정을 냈던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아, 이 나이를 먹고도 난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철이 없었구나! 통렬한 자기반성 끝에 홍일문은 정신적으로 조금 더 성숙해졌다.

자애와 관용, 그리고 절제를 배우자 저 싹수없는 놈에게도 조금쯤은 동정심이 들었다.

어린 것이 부모를 여의고 홀로 자랐으니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거기에 몸도 성치 않으니 세상 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으리라.

그리 치열하게 살았으니 자연스레 성격이 독해진 것이겠지.

옛 성현께서 말씀하시길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하셨다.

그런데 저 아이를 보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지지 않으면 그것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내가 저 아이의 방자한 말은 피하는 것은 그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저 아이를 가엾고 딱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 일로 남들이 나에게 손가락질한다면 그자들이야말로 체면만을 중시하여 도의와 법도를 모르는 소인배들인 것이다.

자신의 사상에 감동한 홍일문의 눈에서 감동의 눈물이 떨어졌다. 난 어째서 칼을 쥔 것일까. 분명 붓을 쥐고 공부를 했다면 이름난 대학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이것이 다 어린 시절부터 넌 공부할 팔자가 아니라고 구박하신 아버지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홍일문의 표정을 보며 소년은 거나한 한숨을 토해냈다.

등받이에 한쪽 팔을 턱 걸치고 거만한 표정으로 상대를 꼬나보는 자세는 영락없는 시장 왈패두목이었다.

“왜 갑자기 혼자 질질 짜고 있어, 조울증인가?”

“허허 그래. 네 나이가 어려 아직 세상에 무지한 것이니 그럴 수 있다. 난 다 이해한다.”

“혹시 오기 전에 아편이라도 한 대 피우고 오셨소? 약빨이 이제 들기 시작한 건가?”

“허허허. 어허허허허허.”

실성한 것처럼 웃어대는 홍일문을 보며 소년은 관자놀이 쪽을 가리키며 검지를 돌리는 만국 공통 세계 공통 차원 공통의 손동작을 취했다.

저 양반, 혹시? 말없이 물만 마시던 태감은 홍일문의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미친 건 아닌 것 같구나.

태감의 판단에 소년은 헛기침하며 자세를 바르게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미친놈과 안 미친놈, 모두를 공평하게 도발할 수 있는 궁극의 한마디였다.

“왜, 쫄았나?”

성인군자라도 참을 수 없는 마법의 단어는 천상의 세계에서 성인들과 예와 덕을 논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홍일문을 단숨에 현실로 끌어내렸다.

나이를 넘어서, 남자라면 결코 참을 수 없는 한마디에 홍일문은 포효하는 호랑이처럼 사납게 외쳤다.

“어린놈이 가엽게 생각해 봐주었더니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구나! 좋다, 네 코를 꺾어주마!”

“그래, 진작에 그랬으면 좀 좋아? 이제야 좀 사나이답네.”

“방자한 놈. 종목은?”

“흐음, 솜씨를 겨루는 자리이니 조각으로 할까?”

그 말에 홍일문은 코웃음 쳤다. 조각이라니. 누울 자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발을 뻗는구나.

고급스러운 음식은 그 식재료만큼이나 장식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법이었다. 식방 각주 밑에서 수련하며 황실의 요리를 배운 홍일문은 식재료를 이용한 온갖 조각과 장식에 능통했다.

‘조각은 손에 익히기 어려운 기술이지, 숙달되려면 오랜 수련이 필요하다. 네놈이 재능이 뛰어나 사례 태감의 눈에 들 정도라 할지라도 식재료 조각은 날 이기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이길 거라는 계산이 서자 홍일문은 간사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은근슬쩍 승부를 내기로 끌고 가려 했다.

“이왕 겨루는 거 뭔갈 걸어야 흥이 살지 않겠나?”

“내기라. 제법 사나이 다운데. 뭘 걸 거지?”

“내 가게의 소유권. 땅문서와 가게문서를 모두 걸지!”

그 담대한 발언에 소년과 태감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생겼다. 가늘게 찢어진 초승달을 품은 어둠이었다. 그 순간 태감과 시선을 교환한 소년은 목소리를 착 깔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이쪽에서도 그에 상응한 물건을 걸어야겠군?”

“경사에서 이름난 하당월색(荷塘月色)의 건물에 부지까지 걸었다면……. 이쪽도 이만큼은 걸어야겠지?”

태감은 허리춤에서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돈을 보관하기 위한 비단 전낭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묵직하고 가치 있는 것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슴 가죽 주머니였다.

태감의 가늘고 섬세한 손가락이 천천히,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듯이 우아하게 주머니의 입구를 벌려 그 내용물을 꺼내었다.

“묘…… 묘안석…….”

“묘안석에 녹옥석과 목혈석. 그리고 향옥일세.”

“햐…… 향옥!”

태감이 마지막으로 꺼낸 것은 오묘한 색의 옥구슬이었다. 홍일문이 홀린 듯 다가서자 태감은 마치 당신의 것이라는 듯이 그의 코앞에 엄지손톱만 한 옥구슬을 들이밀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코끝에 집중한 홍일문은 애간장이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거센 숨을 몰아쉬었다.

“그…… 그윽한 향기가 나는군요. 향수에 절이거나 하는 속임수는 아니겠지요?”

“이래 보여도 공직에 있는 몸인데, 그런 천박한 짓을 할 리가 있겠는가?”

새끼손톱만 한 향옥으로도 경사에 으리으리한 장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향옥은 엄지손톱보다도 컸다.

“모두 자네 걸세.”

이긴다면 말이지. 그 사악하기 그지없는 마귀의 속삭임이 홍일문의 귀에선 선녀의 목소리처럼 황홀하게 들렸다.

갑작스럽게 품에 들어온 주체할 수 없는 부를 어찌 써야 할지, 벌써부터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홍일문은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면 평가해 주실 심사위원께서 필요하겠군요! 마침 저희 가게에 방문하신 분 중 목 진사 어르신께서 계시는데, 괜찮으시다면…….”

“목 진사라면 용림원의 학사를 지내신 고명하신 분 아닌가. 나 또한 이견 없네.”

태감의 허락에 홍일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목 진사는 성격이 대쪽같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가 대학사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은 오로지 그의 굽힘 없는 성격 탓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지식하고 바른 인물이니 사례 태감의 명성에 질려 편파 판정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목 진사 어르신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신다는 정의로운 분 아닌가. 사례 태감께서 내기에 승복하지 못하시고 권력을 쓰신다면 분명 도와주시겠지.’

순식간에 계산이 끝난 자신의 기가 막힌 두뇌 회전에 일말의 두려움마저 느끼며 홍일문은 거의 뛰어내리듯이 계단을 내려갔다. 호들갑을 떠는 그 등을 보며 소년은 차마 그의 앞에선 보여줄 수 없었던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 급전이 필요했는데, 잘됐습니다.”

“이 좋은 자리를 뭐하러 파느냐? 표자승 그 친구에게 맡겨서 다관으로 써먹어야지.”

“그것도 좋겠지요. 이런, 올라오는 모양입니다.”

소년은 재빨리 재기 넘치는 젊고 패기 있는 요리사의 표정을 만들어냈다.

잠시 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초로의 남성이 특실로 들어왔다. 척 보기에도 꼬장꼬장한 학사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인물이었다.

“사례 태감 어르신.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때 용림원에서 학사 자리를 지낸 목향읍이라 합니다.”

“반갑소, 목 진사. 공명정대하기로 유명한 목 진사께서 심사를 봐주신다니 다행이군.”

“옹이구멍보다 조금 나은 눈인지라, 변변치 않은 안목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정된 재료는 바로 무였다. 단단하니 조각하기에 좋고, 색이 희고 고우니 장식으로 쓰면 음식이 화사해 보여 즐겨 사용되는 재료. 조각 실력을 뽐내기에 적합한 식재료였다.

“자, 그럼 제한시간 일다경 안에 작품을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시작!”

목 진사가 탁자에 모래시계를 세우자마자 홍일문은 벼락같이 달려들어 조각을 시작했다.

조각하는 것은 웅장한 석탑과 희고 고운 목련. 하나라면 모를까 두 가지를 동시에 조각하기에는 아무리 그라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굳이 두 가지 조각을 시도하는 것은 소년과의 실력 차이를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섬세한 솜씨로 무의 표면을 깎아내던 홍일문의 시선이 소년에게 향했다. 시간이 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데도 소년은 멍하니 칼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 * *

명인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주방에서 내온 무딘 칼을 받은 소년은 홍일문의 얕은수를 비웃으며 칼을 쥐었다. 칼이 무디다 하여 솜씨까지 무뎌지는 것은 이류에 불과하다. 일류라면 무딘 칼로도 능히 봉황과 용을 조각할 수 있어야 하는 법.

하지만 소년은 칼을 쥐자마자 손을 멈추고야 말았다. 기이하게도 칼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칼이란 것이 이런 감촉이었나. 이런 무게였나. 평생을 다뤄온 도구가 낯설게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소년은 천천히 칼을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칼의 날은 이런 각으로 세워져 있었나. 칼등은 이렇게 생겼고, 손잡이는 이렇게 생겼구나. 소년은 그 익숙한 도구의 새로운 발견에서 칼이 가진 기능미의 극한을 맛보았다.

시간이 절반 남았다는 목 진사의 외침이 들릴 때까지, 소년은 찰나의 감동 속에서 칼과 호흡했다.

“시간이 절반 남았소!”

그 순간 칼이 손안에서 멋대로 뛰놀기 시작했다. 소년은 마치 칼을 쥔 자신의 손에 새로운 인격이 생겨 멋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칼끝이 무를 파고들었다. 손목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무 조각들이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고 무는 점차 순백색의 웅장한 자태를 띄기 시작했다.

“세상에, 백룡이야!”

“무로 백룡을 조각하고 있어!”

관객들의 감탄사는 소년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가 떨어지는 그 미세한 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자신과 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의 세계에선 점차 소리가 사라졌다. 무와 칼. 그리고 자기 자신만이 남은 세계에서 소년의 감각은 점차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기 시작했다.

빛과 소리가 사라지고, 그의 세상에는 오직 진동만이 남았다.

무의 조각이 떨어질 때의 진동.

칼날이 무를 파고들 때의 진동.

그의 심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칼끝을 떨리게 만드는 작은 진동.

그 진동을 소년은 손끝으로 더듬었다.

마지막. 용의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소년이 눈을 조각하는 순간 마지막 모래 알갱이가 떨어졌다. 소년이 손을 멈추고, 조금 늦게 홍일문 또한 손을 멈추었다.

“시…… 시합이 종료되었으니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무로 조각한 목련과 석탑. 홍일문의 작품은 훌륭한 것이었다. 보통 때였다면 모인 구경꾼들도 그의 섬세한 솜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의 기분을 띄워주어야 할 구경꾼들과 심사위원의 시선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무 백룡상에 멈춰있었다.

우아하게 뻗은 수염과 위엄이 살아있는 발톱. 잡티 하나 없는 비늘과 위엄이 깃든 용의 눈동자.

당장에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백룡 앞에서 사람들은 숨 쉬는 것마저 잊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어째서 이 작품은 무로 만들어졌단 말인가…….”

누군가가 흘린 뜨거운 한탄은 모든 사람의 지지를 얻었다. 이 작품을 후세에 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이 아름다움을 오직 자신들만이 두고 누려야 한다는 것에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꼈다.

“어떻게 해야 이 아름다움을 후세에 전할 수 있지?”

“당장 조각사와 화가를 불러와! 무의 생기가 살아 있을 때 어떻게 해서든 본을 떠야 해!”

오직 이 순간만 누릴 수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에 취한 그들에게 패배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의 요리를 칭찬하던 이들, 훌륭한 대접을 받았다고 혀가 마르도록 칭찬하던 이들 중 자신에게 심심한 위로 한마디를 건네는 이가 없다는 사실에 홍일문은 박탈감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꿈이었던 가게. 그 꿈의 지지자였던 손님들. 그리고 자신의 평생을 걸고 수련해 온 기술마저도.

모든 것을 잃은 그의 옆에, 소년이 다가왔다.

“나를 비웃기 위해 왔나?”

“글쎄. 조금은.”

“그럼 그렇게 해. 그게 승자의 권리니까.”

소년은 말없이 홍일문이 조각한 무꽃을 들어 올렸다. 그의 옹졸한 마음과 조잡한 실력을 비웃었으나 이 조각만큼은 진짜였다.

탐욕에 찌들었다고는 하나 조각에는 그의 열정이 담겨 있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그의 조각을 비웃지 않았다.

“왜 네 음식이 맛이 없다 했는지, 알겠나?”

“……그래. 알 것 같군.”

홍일문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칠거리며 태감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숟가락을 들어 자신이 우려낸 국물을 들이마셨다.

지독한 슬픔과 후회의 맛이었다.

“……이 요리는 이런 맛이 아니었다. 더 깊이 있고, 더 풍부한 맛이었어.”

자만심이 요리의 맛을 흐렸다. 명성에 취하고 돈에 취하면서 그의 혀는 둔해졌고 손은 나태해졌다.

언제부터 열정을 잃었을까. 어째서 값비싼 요리를 만드는 것이 일류 요리사라는 아집과 오만에 사로잡힌 걸까. 홍일문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한때 그도 열정과 의지에 불타는 요리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진정한 요리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 굳게 믿고, 비싼 재료가 아닌 좋은 재료가 좋은 요리를 만든다고 생각했던 시절. 그 젊음은 누군가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면서부터 혼탁하게 오염되었다.

“그분의 명성에 취해서,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았지. 오만에 취해 나날이 퇴보하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래? 식방각주의 요리는 어떻지?”

홍일문은 소년을 돌아보며 피식 코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사기 숟가락으로 탕을 퍼 올려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탕을 먹어봤으니 알 것 아닌가.”

딱 이 정도 맛. 이 정도 요리를 만드는 사람일 뿐이야.

한때는 부모보다도 더 존경했던 사람을 조롱하는 그의 입가에는 후련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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