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의 요리사-113화 (113/314)

환관의 요리사 113화

소리 없는 전쟁의 시대였다. 칼과 창을 꼬나쥐고 평야에서 말을 달리는 경쾌하고 직관적인 전쟁은 아니었다.

서류와 먹물, 혀와 술로 이루어진 전쟁. 문무관의 세대교체는 그토록 차갑고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금군의 좌별장 혁문수와 그 일파가 몰락하며 황제는 그 빈 자리를 새로 승급한 젊은 무관들로 채워 넣었다.

실력과 충성심을 모두 갖춘 인재들로 구성된 금군의 젊은 피로 지지력을 확보한 황제의 칼은 무관을 넘어 문관에게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젊은 황제와 복마전에서 살아남은 노괴들의 피가 흐르지 않는 전쟁.

제국의 주도권을 건 암투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가장 음습하고 치열한 정쟁이 벌어지는 후궁에서도 작은 평온은 꽃피고 있었다.

“날 좋네.”

“좋네요~”

“날도 선선한데 오늘은 정원에 불이나 피우고 고기나 구워 먹을까?”

“꼬치구이도요?”

“그래, 꼬치구이도 하고.”

정원의 연못가를 산책하던 소년은 선선한 날씨에 즉석에서 저녁 메뉴를 결정했다.

옆에서 새처럼 조잘거리는 이삼과 장소의 말에 하나둘 추가해가며, 이 따금 연못에서 튀어 오르는 잉어를 보다가, 흐드러지게 핀 연꽃잎이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소년의 시간은 여유롭고 느긋하게 흘러갔다.

전쟁의 서막을 연 장본인치고는 너무나 평화롭고 한가한 모습이었다.

보다 못한 태감이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밀고 한소리 할 정도로.

“상관은 일하느라 죽겠는데 팔자 좋구나.”

“대가리 굴릴 재주는 없으니 재주있는 사람이 열심히 해야지요.”

“뭐든 배우면 는다.”

“그럼 태감님이 요리하시렵니까?”

제가 서류 볼까요? 소년의 비웃음에 태감은 고개를 떨구었다. 절대 편하지 않은 관리직의 비애를 몸으로 느끼며, 태감은 가을 하늘의 서늘함과 그 사이로 스며든 햇볕의 따뜻한 온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으어어…… 뻣속에 햇볕이 스며드는구나…….”

“거 참 노인네처럼.”

소년의 핀잔에 태감은 늘어진 머리를 헤치고 눈가의 그늘을 들이대며 말했다.

“이 피로가 보이지 않느냐? 삼 일간 축적되어 응어리진 나의 슬픔이.”

물론 탕을 달이느라 일주일 밤을 꼬박 지새운 소년에겐 우스운 이야기였다. 젊은 놈이! 나 때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꼰대 특유의 일장연설로 경로사상을 주입해 볼까 고민하던 소년은 태감이 피로에 휘청거리자 잠시 입보다 손을 먼저 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밥 먹고 합시다.”

밥 먹고 하자는 그 말 한마디는 태감의 귓바퀴에서 천상의 울림으로 재탄생되었다.

피로에 지친 위장에 활기가 샘솟고 녹아내릴 것 같던 관절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지옥 밑바닥에서 깨달음을 얻은 중생과도 같은 빛나는 눈동자에 소년이 헛웃음을 지었다.

“고기인가?”

“뭐, 좋지요. 고기.”

“이왕이면 달콤짭짜름 하고 부드러운 찜이나 조림이 좋겠다. 하지만 기름기는 꽤 있고, 하얗고 고슬고슬한 쌀밥이랑 잘 어울리는 걸로.”

“하여간 바라는 것도 많아요. 가서 일 보십쇼. 요리 준비 되면 부르겠습니다.”

소년 역시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몸이었지만 모시는 주인이 배가 고프다는데 빈둥 댈 정도는 아니었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오철 칼을 뽑아들자 그 옆에서 있던 이삼과 장소가 재빠르게 그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지낸 시간이 길다 보니 이제는 둘도 익숙하게 그의 보조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불을 피울게요.”

“재료는 뭘 가져올까요?”

“삼겹살. 껍질 붙은 걸로.”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우며. 달콤짭짤하고. 하지만 기름기가 있는 찜요리. 소년이 생각하는 것은 호북의 명 요리 천장육(千張肉)이었는데 천장육은 그 이름 대로 얇게 썬 고기가 천장이 겹쳐졌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고기가 얇아 부드럽고 부위가 삼겹살이니 기름지며 그럼에도 찜을 하며 기름기가 적절하게 빠지니 소화하기 쉽고, 양념이야 간을 잘 맞추면 되는 일이니 태감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요리였다.

하물며, 이 요리는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당나라의 재상을 지낸 단문창(段文昌)이 아닌가.

시대도 다르고 세계도 다르지만, 재상의 기운을 받아서 하는 일이 잘될지 누가 알겠는가.

“때로는, 이런 위안도 필요한 거야. 살려면.”

맹목적으로 일에 몰두하다 보면 기력이 딸려 주저앉게 될 때가 있다.

그러니 때론 술 한잔, 혹은 달콤한 과자. 기분 좋으면 복권도 한 장.

위안거리가 있어야 팍팍한 세상 살기력이 나지 않겠는가.

찜에 끼얹을 양념을 만들며 소년은 힘들었던 지난날 자신을 위로해 준것들을 생각했다.

만드는 양념의 주재료는 간장과 술이었다. 본토에서는 여기에 맛 내기로 취두부를 으깬 소스를 넣기도 하지만 소년은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취두부는 생략했다.

장소가 큼직한 덩어리 삼겹살을 가져오자 본격적으로 소년의 요리가 시작되었다.

우선은 깨끗하게 씻어 불순물을 제거한 삼겹살을 물에 한 번 삶아내고, 식으면 껍질에 간장을 발라 색을 낸다.

“그다음엔 미지근한 온도로 데운 기름에 한 번 튀겨내는 거야. 이렇게 하면 삼겹살에 바른 간장 때문에 고기가 먹음직스러운 붉은색으로 튀겨진단다.”

튀겨진 고기가 식으면 얇게 썬 다음 자기 그릇에 산초와 파, 생강을 깔고 고기를 차곡차곡 올린 다음 양념을 올려 쪄낸다.

먹음직스러운 붉은 빛이 돌고 기름이 반지르르하게 돌면 완성. 소년은 찜이 쪄지는 즉시 시루째로 쌀밥과 함께 상에 올렸다.

“우선은 한 겹씩 조심스럽게 먹어볼까?”

고기나 얇아 태감은 물에 젖은 종이를 들어 올리듯이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놀려야 했다.

입김을 불면 낭창낭창 흔들린 만큼얇고 부드러운 고기 조각이 입안에 살포시 안착하는 순간.

“엇……!”

태감은 자신의 감각을 의심해야만 했다. 얇지만 중량감 있는 고기가 혀에 닿는 순간 녹아내려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오뉴월의 서리처럼 덧없이.

극도로 부드럽게 조리된 고기는 마치 액체와도 같구나. 혼란에 빠진 태감에게 소년이 조언했다.

“팍팍 드십쇼. 팍팍. 한 네다섯 점씩.”

“네다섯 점이라…….”

태감은 소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맵시있는 흑단 젓가락이 고기를 집어 들어 밥 위에 올리자 하얀 쌀밥 위로 육즙과 양념이 배어들었다. 달콤한 기름과 짭조름한 양념이 배어든 밥.

녹아내릴 만큼 부드러운 고기.

잇몸 안쪽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듯 한 관능적인 감촉. 영혼을 위로 하는 그 따스함에 태감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밥은 많이 준비되어 있나?”

“평소보다 두 되는 더 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많이 드십쇼.”

잠시 후면 또 일하실 텐데. 밥이라도 잘 드셔야지. 음식에 정신이 팔린 태감은 소년의 음침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척 한 것일지도 모른다.

* * *

경사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대로 앞에서 소년은 가을의 햇살을 받고 있었다. 오늘은 드물게도 장소와 이삼 둘을 모두 옆에 끼고 궁을 나온 소년은 이삼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우리까지 함께 가도 괜찮겠니? 오랜만에 만나는 걸 텐데.”

“에이, 괜찮아요!”

잠깐이나마 업무에서 벗어나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태감은 무한한 아량을 발휘하여 평소 쉴 시간이 없는 장소와 이삼에게 휴가를 내려주었다.

그 귀한 기회에, 이삼은 장소와 소년에게도 자신의 기쁨을 함께 나눠주고자 했다.

멀리 있어 찾지 못하는 슬픔도 무겁지만 가까이 있어도 일이 바빠 찾지 못하는 것은 애달프다.

왜 난 조금 더 삼이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이지 못했을까. 나돌아다닐 일이 있을 때 잠깐씩 삼이의 집에 들를 시간이 분명 있었을 텐데.

소년은 미안한 마음에 장터에서 온갖 고기며 생선을 잔뜩 구매했다.

“에? 요리도 해주시는 거예요?”

“오냐. 후궁 사례 태감의 전속 요리사가 오늘 솜씨 좀 부려보마.”

그늘 한 점 없이 해맑게 웃는 이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옆에서 부럽다는 듯이 보고 있는 장소의 귀에도 소년은 미래의 약속을 속삭였다.

“나중에 일이 끝나면 귀주지방에도 놀러 갈 테니, 그때 거한 잔치를 차려주마.”

“잔치는 오히려 저희 가문에서 차려드려야죠.”

“에이, 이렇게 신세를 졌는데 내가 잔치를 열어 드리는 게 맞지.”

좋은 날이었다. 활기 넘치는 시장에선 질 좋은 재료들을 값싸게 구할 수 있었고 오랜만에 가족을 볼 생각에 들뜬 이삼은 발걸음을 가볍게 할 만큼 발랄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모두가 기분 좋게 놀고 떠들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즐거운 날.

그렇기에 더더욱,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닥쳤을 때 소년은 손이 먼저 나가려는 것을 참아야 했다.

포목점의 입구를 막고 거들먹거리는 불량한 친구들을 보며 소년은 조용히 이삼을 말렸다.

“일단은 상황을 알아보자꾸나. 생긴 건 저래도 속은 멀쩡한 손님들일수도 있잖니?”

어쭙잖은 가죽옷을 입고 다니는 걸 보니 이참에 멀끔한 복장을 맞추고 싶어서 온 손님들인 것 같구나.

하지만 소년의 예상은 시원하게 세워둔 삼베 두루마리를 걷어차는 손님들의 호쾌한 주문방식에 박살 나고야 말았다.

이 삼배로 옷을 지어달라는 것인가? 사실 팔이 불편해서 발로 가리키려다 실수한 것인가? 머리가 논리를 찾기 전에 입은 이미 이삼을 부추기고 있었다.

“삼아.”

죽여.

소년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삼이 작은 폭풍이 되어 튀어나갔다. 소매 사이로 작은 강철의 뱀들이 비산. 발등과 허벅지, 손목으로 파고들며 선혈을 떨어뜨렸다.

작렬하는 강철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은 이들 사이에서 이삼은 두 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거기까지.”

소년이 중재한 것은 그때였다. 방금 전 급소를 향해 날렸던 얇고 가는 쇠침보다 조금 더 두껍고 무거운 비수를 준비하던 이삼의 손목을 잡아 내리고, 소년은 가게 안을 향해 눈짓했다.

“죽이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이 있지?”

“아…… 네!”

이삼은 그제야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가족들의 안위를 살피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삼을 등 떠밀기까지 소년의 얼굴은 어른스러운 배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불량배를 들을 돌아보았을 때, 소년의 얼굴은 밑바닥을 구르며 살아온 이들조차 시선을 피할 만큼 오싹했다.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한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여 겁박했다.

“이 자식! 우리가 누군 줄 아느냐!”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

소년의 발이 허벅지에 꽂힌 침을 밟았다. 느릿하게 살점을 파고드는 침이 근육을 헤집고 힘줄을 찌를 때 마다 사내는 도살장의 돼지처럼 울부짖었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사내의 모습은 추할 뿐이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소년의 눈동자에는 사람에게 보여야 할 온기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니들이 누구긴 누구야. 시장 상인등 처먹고 사는 기생충 새끼들이지. 어? 몸 멀쩡하면 일을 해서 먹고살 생각을 해야지 잡놈 새끼들아. 몸 불편한 나도 먹고살겠다고 뺑이 치면서 살고 있는데 사지 멀쩡한 새끼들이 말이야. 그렇게 일해서 먹고살기 싫으면 평생 구걸이나 해서 먹고 살게 해주마.”

소년이 몽둥이를 찾는다는 듯 두리번거리자 비명을 지르며 넘어진 사내들이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우리 뒤엔 경사의 포교(捕校) 어르신이 계시다!”

“뭐? 누가 있다고?”

포교(捕校).

포졸들을 관리 감독하는 관직의 이름이 나오자 소년의 눈동자가 섬뜩한 빛을 발했다.

비렁뱅이만도 못한 왈패들이 시장상인들 괴롭히는 거야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적당히 넘어가려 했지만, 관직을 받은 이의 이름이 나온다면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소년이 멈칫하자 사내들은 소년이 기가 죽은 줄을 알고 걸걸한 입담을 자랑하며 소년을 윽박질렀다.

“포교 말이다 이놈아! 선량한 시민을 겁박하다니! 끌려가 주리를 틀 줄 알아라!”

사내들의 깜찍한 협박에 소년이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박장대소를 하며 그 용감한 발언을 한 사내의 배를 걷어찬 소년은 혹여나 움직이는 사람이 있나 감시하고 있던 장소를 불러와 품에서 패를 꺼내 쥐여주었다.

태감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발급해준 신분패였다.

“들었니? 포교 나으리가 우릴 잡으러 온다는구나. 거 참…… 장소야.”

“네.”

“포교 나부랭이 새끼, 일다경 안에 튀어오라고 전해.”

소년의 얼굴에서 흘러넘친 살기에 질겁한 장소는 그야말로 나는 듯한 속도로 관할 포청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경사의 시민들은 위엄 넘치는 포교가 버선발로 뛰는 장면을 관람한다는 진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사…… 상호 어르신!”

“아이고 포교 어르신! 저 막두입니다요! 저번에 춘화루에서 대저-”

“닥쳐 개자식아!”

교활한 범죄자의 입을 향해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육모방망이가 불벼락처럼 휘둘러졌다.

성대하게 흰 옥수수를 뿜어내며 뒤로 넘어간 막두를 향해 포교는 열과 성을 다해 방망이를 내려찍었다.

“이노오오오오옴! 어딜 대제국의 정식 관리인 본관에게 모함하려 하느냐! 본관은 평생! 뇌물을 받아본 적도 없고! 네놈 같은 막돼먹은 후레자식들에게 접대를 받은 적은 더더욱 없는 청렴결백한 관리라는 것을 모르느냐아아아아아!”

그의 말은 마치 비명과도 같았다.

마치 광고를 하듯 떠드는 꼴이 우스워 잠시 지켜보던 소년은 이내 게거품을 무는 막두를 보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비썩 마른 창백한 손이 두툼한 포교의 손목을 쥐었다. 나뭇가지처럼 마르고 창백했지만, 소년의 손은 마치 올빼미의 발과도 같이 포교의 손목을 움켜쥐고 멈춰 세웠다.

‘무…… 무슨 힘이……?’

비록 현장에서 물러나 서류작업만을 하는 처지라고는 하나 명색이 정식 무관 출신인 자신의 손목이 마치 바위틈에 끼인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역시, 어린아이라 해도 후궁의 고관은 다르구나. 사시나무처럼 떠는 포교를 향해 소년이 상냥하게 말했다.

“적당히 하쇼. 그러다 애 잡겠소.”

“예? 아이고 아닙니다요! 이런 잡놈들은 이참에 단단히 쓴맛을 보여줘야!”

“적당히 합시다.”

소년의 말투에서 서릿발 같은 한기가 느껴지자 포교는 대번에 순한 양이 되어 팔을 바싹 붙이고 차려자세를 취했다.

“그럼요! 흉악하기 그지없는 천인공노할 범죄자 자식이라도 보듬어 안으시는 상호 어르신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제국의 법률에 따르면 죄를 지은 자를 적법한 판결없이 사형에 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사실은 포교께서 모르실 리는 없고. 아아. 포교 나리께서는 혹시 율법의 수호자이신 황제 폐하를 능멸하고자 일부러?”

소년이 말꼬투리를 잡고 혀의 검을 휘두르자 포교는 식은 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포교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보며 간이 잘 배었음을 확인한 소년은 나뒹구는 사내들을 흘겨보며 조용히 포교에게 손짓했다.

“일단은…… 우리 이야기를 좀 나눠야겠지요? 포교 나.으.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