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의 요리사-98화 (98/314)

환관의 요리사 98화

무거운 한숨이 흘러내렸다. 당혹스러음을 숨기지 못한 소년의 표정에 덩달아 시녀와 라하비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불안과 침묵이 침전된 접견실 안에는 가배를 홀짝거리는 소리만이 나지막하게 울렸다.

“제국식, 내림 가배의 제조법. 말씀이십니까?”

“예, 찬드라 왕국의 가배와는 다른 독특한 향과 깔끔한 맛에 라하비 깨서는 크게 감탄하셨습니다.”

“허어…….”

소년의 다시 한번 무겁고 짙은 한숨을 토해냈다.

제조법, 핸드 드립 커피의 래시피.

알려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시간이 지나 커피 문화가 경사에 뿌리내린 후에는 제조법을 널리 퍼트려 종주 자리를 쥐는 것이 둘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지키지 못할 레시피를 안고 끙끙 대느니 차라리 널리 알려 모두에게 공유되는 기술로 만드는 것이 더 큰이득이다. 그것은 태감과 표자승, 둘다 동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제국에서 현재 원두를 수입해 오는 것은 표자승의 상단이 유일했고, 추출 방법을 아는것 또한 극소수였다. 하지만 찬드라 왕국은 어떠한가?

제국과는 달리 민간에서도 널리 커피를 즐기고 있으며, 심지어 커피콩을 재배하고 있는 생산지이기도 하다. 그 파급력은 어찌할 것인가.

찬드라 왕국은 멀지만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서역으로 향하는 모든 상단이 처음으로 거쳐 가는 곳이며 서방과제국 중앙에 있는 교역의 중심지. 그런 곳에 기술이 전파된다면 어찌 되겠는가.

분명 내림식 가배의 기술을 역수입해오는 상단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들이야말로 원조라고 주장할테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해.’

아무리 최초라 한들 생산지라는 브랜드를 이길 수는 없다. 소년은 가라앉은 눈으로 라하비를 보았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으로 천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 소녀는 과연 무엇을 노리고 이런 제안을 하였을까.

제국의 가배 시장에 자신들이 진입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어떤 속내가 있을까?

태감님이 알지 못하는, 라하비를 지원하는 세력이 있나? 소년의 머릿속에서는 끝없이 음험한 생각이 싹트고 있었다.

후궁에서 살다 보니 어느새 소년의 머리도 자연스레 그런 형태로만 생각이 굴러갔다.

“라하비 님…….”

서서히 소년의 심중에선 독을 품은 추악한 송곳니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군인지, 적인지 판단할 수 없다면 적이다.

후궁이란 곳은 그런 곳이었다. 적이라면 당하기 전에 쳐야 한다. 정보를 캐내기 위해 소년의 혀끝에 달콤한 독이 스며 나오기 시작한 순간.

“네! 말슘하세여!”

라하비의 순박하고 어눌한 그 한마디와 반짝거리는 눈동자는 소년의 독니를 부러뜨렸다.

마음을 두드리는 순진무구한 선의.

대가 없는 호의를 믿을 수 없는 더러운 어른을 부끄럽게 하는 한마디에 소년은 고개를 떨구었다.

아아, 또 다시 난 지레짐작하고 말았구나. 몇 번이나 후회하고 다짐했던 사실을 또 다시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소년은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리 더러운 꼴을 보고, 아무리 흙탕물에 발을 담그게 되더라도.

사람의 순수한 부분을, 좋은 면을 믿어야 한다고 그렇게 다짐해 왔건만. 소년은 또 다시 과거를 되풀이했다.

그저 순진한 것이었다. 라하비는.

정치적인 대가, 그 일로 벌어질 손익계산 따위가 일절 고려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새로운 방식의 커피를 마시면 고향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아마 그정도 생각이있겠지. 소년은 그제야 라하비를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홍엽비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 아마 실제 나이는 옆에 앉은 이삼과 별다를 바 없으리라. 기껏해야 한두 살 더 많을까. 소년은 막힌 숨을 토해냈다.

어리구나. 정말로.

라하비가 자신을 속였을 가능성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 천진한 눈동자도, 어눌한 말투도 전부 꾸며낸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을 의심하는 것은 태감이 할 일이었다. 그는 더는 저 소녀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의심하는 것에 지쳤다.

“일단은…… 제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군요. 괜찮으시다면 우선 내부적으로 회의를 한 후에 결과를 알려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시녀가 소년의 말을 통역해 주자 라하비는 기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렇게 몇 마디 더 말을 나누고 궁밖으로 나설 땐 이미 석양마저 저물어가는 밤의 문턱이었다.

연좌궁으로 가는 길목에서, 소년은 아까 전부터 말이 없던 장소에게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조용하네요?”

“써서요…….”

“예?”

“아까 마신 가배가 너무 써서…….”

부루퉁한 얼굴로 볼을 부풀린 장소의 말에 소년은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평소 마시던 가배를 생각하고 설탕 넣은 것이리라.

“아이구, 써서 그랬구나. 우쭈쭈-귀여워라.”

“우엉, 하지마요오~”

장소의 볼을 콕콕 찌르며 마음의 위안을 찾은 소년은 돌아가면 달콤한 간식을 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괜찮을까요? 밤인데…….”

“가끔은 괜찮겠지요. 마침 검은깨소를 넣어서 경단을 만들어두었으니까 거기에 따뜻한 물을 부어서 탕원(湯圓)을 만들면 속도 든든할 거예요.”

소년의 말에 활짝 웃은 장소는 달빛 아래로 걸어 들어가며 서서히 웃음을 지웠다. 찰나의 순간 그의 가슴 속에선 격렬한 갈등이 일어났다.

오랜 시간 품어왔던 의문을 물어야 하는 장소의 얼굴 위로 창백한 달빛이 쏟아졌다.

각오를 다지듯이, 하고 싶지 않은, 하지만 해야만 하는 말을 꺼내는 장소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 그렇게 정중하게…….”

소년은 장난기를 잃어버렸다. 불안감에 떨리고 있는 장소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소년은 오랜만에 제 나이 다운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 자상한 눈동자로 소년은 장소의 말을 기다렸다.

“사실 오운 님은…… 저희보다 나이가 많으시죠?”

“……왜 그렇게 생각했죠?”

“이삼이랑 전부터 이야기했어요…… 태감님의 태도나…… 말투같은 걸로…….”

“알아차렸다?”

“네…….”

그동안 유지해 왓던 관계가 깨질것 같아 두려워하면서도 장소는 소년의 눈을 마주 보았다. 또 다시 소년을 시험에 들게 하는 눈이었다.

털어놓을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얼버무릴까. 소년이 갈등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 장소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 대신, 저희 추측이 맞았다면…… 앞으론 말을 편하게 해주시겠어요?”

그 상냥한 배려의 한마디가 소년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저 둘이서 얼마나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을지, 얼마나 어렵게 꺼낸 말이었을지를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었다.

소년은 조용히 손을 들어 장소를 불렀다. 가만히, 숙여 보라는 시늉.

허리가 굽어 왜소한 소년은 몸을 낮춘 장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지만 마디가 굵고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인 소년의 손은 꼭 평생 고된 일을 하며 산 노인과 같았다.

목에 메인 듯, 소년은 간신히 뜨거운 한마디를 말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러마.”

서툰 그 한마디.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장소는 충분했다.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 하는 그의 한마디는 투박했지만 분명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손을 늘어뜨린 소년이 앞장서서 걷자 장소가 그의 등 뒤를 따라 걸었다. 달빛이 넘실거리는 밤. 유난히 소년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 * *

그 후로 소년의 궁 생활에는 조금 변화가 생겼다. 장소와 이삼을 조금 더 편하게 대하게 되었다는 것.

“삼아, 와서 밥 먹어야지.”

“네~”

“장소는 어디 가고?”

“오늘 당직이에요.”

소년은 지금껏 존댓말을 들어 너무 불편했다는 이삼의 조잘거리는 수다를 들으며 고봉밥을 퍼 올렸다.

오늘 반찬은 그 유명한 사천의 명물 궁보계정(宮保鷄丁) 별다른 반찬없이 넓은 그릇에 밥을 푼 소년은 궁보계정을 밥에 올려 덮밥을 만들었다.

“저런, 마침 장소가 좋아하는 궁보계정을 만들었는데.”

접시를 받아든 이삼은 바로 숟가락을 뜨지 않고 소년의 얼굴을 빤히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근데 오운 님은, 저는 삼이라고 부르시는데 장소는 그냥 장소라고 부르시네요?”

“장소는 줄여 부르기에는 어감이…….”

“소아라고 부르시면 되잖아요?”

“글쎄다… 밥이나 먹자.”

매콤한 고추기름이 하얀 쌀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궁이 옆에 걸터앉은 둘은 상도 피지 않고 나란히 앉이 식사를 했다.

아작아작 씹히는 땅콩, 쫄깃한 닭고기와 아삭한 채소. 매콤한 궁보계정은 점심에 어울리는 요리였다.

소년이 첫 그릇을 다 비우고 밥을 반 공기 정도 더 폈을 때쯤 장소가 주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장소 왔구나. 점심 먹어야지.”

“아, 궁보계정! 맛있겠다…… 가 아니고! 오운 님! 손님이 오셨어요!”

“손님? 나한테?”

아니, 나한테 올 손님이 누가 있다고? 소년이 멍기적대며 일어나자 장소는 호들갑을 떨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소년을 보챘다.

“아니, 누가 왔길래 그렇게 호들갑…….”

“라하비 님이 보내신 손님이세요.”

“라하비 님이 보내신…… 그 시녀?”

얼마전 보았던 시녀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생각나자 소년은 뜨던 밥주격을 내려놓고 연좌궁의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정식으로 면회요청을 넣은 손님을 이런 남루한 요리사 복장으로 맞이 할 수야 있겠는가? 장소의 도움을 받아 서둘러 환관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정돈한 소년은 숨을 고르며 연좌궁의 접견실로 향했다.

그 시녀였다. 라하비의 통역사 노릇을 했던. 큰 키에 자세가 곧고 묵직한 분위기가 범상치 않았던 그녀.

시녀는 소년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서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연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혹시 폐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시녀가 선물로 내미는 찬드라 왕국의 원두를 받으며 소년은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시녀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어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인지, 호의를 품고 찾아온 것인지 적의를 품고 찾아온 것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시녀가 꺼낸 말은 지난날의 무례에 대한 사죄였다.

“라하비 님께서 지난날 경솔하게 하신 말씀에 대해 사죄를 드리고 싶습니다. 라하비 님께서 악의가 있어 그러한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저 라하비 님은……”

“예, 모르셨던 것이지요?”

소년의 말에 시녀는 씁쓰름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분명 천진난만한 그녀 덕분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으리라. 몇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사죄와 감사의 의미를 전한 시녀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주제를 넘겼다.

전과 같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퍽 다른 것이었다.

“제국에 속한 상단의 이름으로, 찬드라 왕국에 다관을 세워달란 말씀입니까?”

“예, 물론 그에 필요한 금액은 전액 저희 왕국 측에서 부담하겠습니다. 내림식 가배제조기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며 가배의 상표에는 반드시 제국식 이라는 이름을 붙여 논란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은 퍽 달콤하게 들리는 이야기였다. 막말로 공짜로 찬드라 왕국의 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이니 태감은 물론 표자승 또한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낸 것은 볼모로 시집 온 공주와, 그 공주의 시녀였다.

당신이 그정도 제안을 할 수 있을 신분인가? 소년의 시선에 시녀는 눈을 감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소년은 조용히 기다렸다.

“제 신분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디, 제 제안의 사실성은 믿어주십시오.”

“그저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죄송합니다.”

소년은 시녀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차를 홀짝였다. 무리한 부탁을 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시녀의 모습에 소년은 호감을 느끼면서도 그 호의적인 감정을 경계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을 여쭙고 싶군요. 저희 쪽에 지나치게 좋은 조건인데, 찬드라 왕국 쪽에서는 어떤 이득이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번엔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는지 시녀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현 제국에 들어오는 원두는 찬드라 산이 아닌 다른 나라지요?”

“예? 예. 아마 로돔 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로돔, 할라크, 비두라. 모두 좋은 원두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곳이지요. 서방에는 이미 세 나라의 원두가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상대적으로 저희 찬드라 산 원두는 저평가되기는 커녕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실정입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방식의 커피로 구매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보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 아닌가. 소년은 그점을 물었다.

“하지만 금세 따라잡힐 텐데요? 이 내림식 가배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닙니다. 눈으로도 두 번세 번 보면 대충은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지요. 물론 제맛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만…….”

당연한 걱정이었다. 새로운 기술, 그것도 시장에 영향을 끼칠 기술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소년은 표자승이 기술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석 달이면 경사의 다관에서 가배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경고했다. 그것은 아직 원두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낙관성을 더한 예측이었다.

하지만 생산지에서는 어떠할까. 시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그저 시장에 진입해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서는 것뿐입니다. 비록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찬드라 산 원두 또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중의 원두 중에서도 맛과 향은 상등품이라고 자부합니다.”

“기존 원두 생산국에서 견제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좋은 물건과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소비자는 현명한 선택을 하겠지요.”

딱딱하고 건조한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시녀에게선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 전날 마신 찬드라산 가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향이 무척 부드럽고 구수했다느니, 쌉싸름한데 뒷맛이 깔끔했다느니.

시녀의 반응을 떠보던 소년은 별다른 수확이 없자 결국 핑계를 대며 자리를 파하기로 했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만, 아쉽게도 제게 결정권이 있는 것은 아닌지라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제안을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시녀가 살포시 웃자 방안의 분위기는 한층 화목해졌다.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인지 시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년의 훌륭한 미각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소년이 평가하길 그것은 완전히 접대였다.

하지만 접대에 익숙한 것은 소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의례적인 말을 나누며 자리를 파하기 전, 자리에서 일어서는 시녀를 잡으며 소년은 날카로운 한마디를 던졌다.

“오늘 그 제안은, 라하비 께서 생각하신 것이겠지요.”

모욕이라며 화를 낼 것인가? 아니면 흔들릴 것인가. 하지만 시녀는 소년의 예상을 벗어난 답을 내놓았다.

“예. 틀림없이 라하비 님이십니다.”

흔들림 없는 차분한 목소리, 담대하기까지 한 시녀의 태도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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