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의 요리사-96화 (96/314)
  • 환관의 요리사 96화

    유난히 아침이 힘든 날이 있다.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었다던가, 예비군 동원훈련을 다녀왔다던가, 그날이 월요일이었다던가.

    아침에 눈을 뜬 순간 소년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식방각의 요리사들에게 두들겨 맞았던 그 날처럼, 뼈 마디마디에서 통증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왼 다리는 마치 납덩이를 채워놓은것 같고 허리는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염병하겠네, 진짜.”

    뭐가 문제였을까? 어제 고기를 너무 빡세게 구워서 그런가? 별의별상상을 하며 소년은 벽을 기어오르듯이 몸을 지탱해 간신히 침대에 앉을 수 있었다.

    “슬슬 가을이라 그런가…… 왜케 발이 시리냐.”

    왼발이 마치 시체처럼 차가웠다.

    지독하게도 시려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소년은 젊은 날 지독한 폭우속에서 행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통풍도 안 되는 주제에 방수도 안되는 우의 시큼털털한 냄새와 빗물이 차 철퍽 거리던 군화.

    그 군화를 신었던 발이 꼭 이 모양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한쪽 발만 지랄이군.”

    차갑게 굳어버린 발을 주물러 부드러워지게 하며 소년은 문일인지 뭔지 하는 자신을 점혈한 이에게 욕설과 저주를 퍼부으며 조심스럽게 신발을 신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아침은 오고, 그는 태감의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진짜 이 거지 같은 일은 휴일도 없어. 휴일은 좀 나가서 처 먹던가하지.”

    투덜대면서도 소년은 정성을 들여식사를 준비했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흰쌀밥에 고소한 된장 풍미의 붕어찜 가상장어(家常醬魚). 그리고 가벼운 반찬 몇 가지.

    아침부터 붕어찜이라니, 너무 거나 한 것 아니냐고 사람들이 힐난할지도 모르지만, 세끼 모두 거나하게 먹는 태감에게 이 정도 요리는 올려줘야 아침 구색이 맞을 것이다.

    붕어를 기름에 노릇하게 한번 튀겨내고 건져낸 다음 붕어를 튀긴 기름을 따라내고 냄비에 새 기름을 넣는다.

    “산초와 다진 생강, 그리고 짭짤한 황장 네 큰술. 두반장을 조금 넣을까?”

    호남의 가상장어는 황장에 텁텁하고 매콤한 두반장을 넉넉하게 넣어매콤하고 알싸한 풍미가 실로 일품이다.

    “에이, 그래도 아침부터 매운 걸 먹을 필요는 없지.”

    더운 불 앞에서니 서리를 맞은것 같던 다리와 허리도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양념에 간장 한 큰술을 더하고 너무 되직하면 물을 몇 큰술 넣어가며 농도를 조절하다가 누런 설탕 약간으로 단맛을 내준 다음.

    “붕어를 넣고, 조금 조려주다 마지막에 녹말물을 풀어주면 완성.”

    향기 그윽한 붕어찜을 받는다면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아침부터 왠 호사냐며 입꼬리가 흐물흐물해질 것이다.

    하지만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상에 앉은 태감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붕어…… 가시가 많아서 싫은데…….”

    “……여태껏 들어본 편식 타령 중 최고입니다, 태감님. 도저히 다 큰성인이 말한 것이라곤 믿을 수가 없군요.”

    “나날이 진보하는 나의 모습에 감탄하였느냐?”

    “예, 너무 감동적이어서 붕어를 대신 발라드리고 싶을 정도군요.”

    그윽한 연 향기 물썬 풍기는 연좌궁의 아침은 주종 간의 대립으로 시작했다.

    툴툴대던 것 치고는 태감의 젓가락질 솜씨는 대단히 유려했다. 작은 잔가시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불필요하게 살을 뒤적거려 촉촉한 속살을 부스러뜨리지 않는 능숙함. 붕어의 구조를 완전히 꿰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 그러고 보니 너에게 온 서찰이 하나 있었지.”

    “또 어명입니까?”

    “이번엔 바깥에서 온 편지이니 걱정할 것 없다.”

    태감이 건넨 것은 보통의 두루마리가 아닌 서양식 편지봉투에 담긴 편지였다.

    정성스럽게 밀랍으로 봉해진 편지의 겉면에 찍힌 인장은 소년이 기다리던 소식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막심(漠沁).

    “표자승, 이 친구가 드디어 일을 냈구만.”

    건장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가는 세필로 엄숙하게 써 내려간 초청장은 소년으로 하여금 고통과 피로를 잊게 했다.

    “큰돈을 들인 사업이니 잘 풀렸으면 좋겠군.”

    “일단 사업 번창 기념 고사부터 지내야지요. 그런 의미로 오늘 외근좀 다녀오겠습니다.”

    소년의 말에 태감은 붕어찜의 붕어와 눈을 마주치며 고민에 빠졌다.

    점심에 대한 기대감과 사업의 성과를 저울질하던 태감은 한참을 살이 반쯤 발린 붕어와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결정을 미루었다.

    “그래, 다녀오너라. 어쩔 수 없지.”

    결국 태감의 이성이 승리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쓰디쓴 혀를 적시는 짭조름한 장의 구수함에 태감은 간신히 승리한 이성이 급속도로 휘발되는 것을 느꼈다.

    “역시 점심 이후에 가는 게 서로 좋지 않겠느냐?”

    “점심을 부실하게 먹고 저녁을 잘챙겨 먹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군.”

    점심을 거하게 먹으면 저녁이 부실하고, 점심에 인내심을 가진다면 성대한 저녁이 기다린다.

    군자라면 당연히 눈앞의 고통을 참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옳은 일이리라. 하지만 그러기에는 눈앞에서 고기가 아른거려 태감을 고통스럽게했다.

    전날 너무나 훌륭한 고기 요리를 즐겼건만 태감의 갈증은 해소되기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정신을 고기에 대한 갈망으로 매몰시켰다.

    고기, 종류는 뭐든지 좋았다. 소. 돼지, 양, 가금류도 좋으리라. 닭, 오리, 거위, 비둘기, 꿩.

    아니면 가끔은 사냥한 야생짐승의 고기는 어떨까. 마침 가을이니 산짐승이 살찌는 계절이 아닌가. 멧돼지나 사슴, 기러기, 그리고 곰.

    흔들리는 태감의 눈동자를 보며 소년은 자신이 던진 사탕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소년은 낮고 부드러운 어조로 태감을 유혹했다.

    “튀김도 좋겠지요.”

    “튀김.”

    “돼지고기는 어떨까요. 뼈가 붙은 부위를 바삭하게 튀겨서, 매콤한 간장을 끼얹는다면.”

    “……돼지고기.”

    소년의 말한 마디 한 마디에 빠져들 듯이 태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년의 푸석하고 메마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목소리는 그의 귓바퀴에서 천상의 선율로 재탄생되었으리라.

    긴 시간 그 한마디를 곱씹으며 여운을 즐기던 태감은 흔쾌히 허락을 내렸다.

    “때론 점심 식사보다 중요한 일도 있는 법이지. 사안이 중대하니 군자로서 어찌 개인의 욕심을 우선시할 수 있을까.”

    근엄한 상관의 명령에 공손히 읍한 소년은 호위로 뽑힌 이삼을 데리고 나오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거기서 저녁까지 먹고 놀다 옵시다.”

    * * *

    경사의 노른자위 땅은 돈이 많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사에서 가장 노른자위 땅에 세운 다관의 건물 앞에서 소년은 태감이 이번일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경사. 제국의 심장에서 노른자위란 곧 그 장소가 그만큼 황궁과 가깝다는 뜻이었다.

    그런 땅은 돈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법. 분명 이 땅을 내주기 위해 태감도 상당한 정치적 손해를 봤을 것이다.

    “……맛있는 저녁을 해드려야겠군.”

    주고객이 유생(이라는 이름의 한량)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황궁과 가깝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용의 아들께서 거하시는 황궁과 가까울수록 용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경사의 오랜 미신이었다.

    특히 공부에 관해선 그런 미신이 강했다.

    “과거를 앞둔 사람이면 황궁과 가까운 곳에 방을 빌려 공부를 하기도해요. 황궁과 가까운 곳일수록 비싸고 급제한 사람이 머문 방은 웃돈을 줘서라도 서로 빌리려고 한다네요.”

    이삼의 말에 소년은 속으로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아니, 유생이라는 자들이 그런 미신에 휘둘려서야 되겠는가?

    물론 그 미신으로 장사를 하는 처지니 소년은 굳이 입을 열어 스스로를 비참하게 하지는 않았다. 사실, 장사치에게 미신 만큼 팔아먹기 쉬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아한 필체의 간판이 달린 건물은 외견부터 훌륭했다. 정 가운데에 정원을 둔 ㅁ자 형태의 다관은 3층 규모였고 2층에 넓은 회랑이 있어 정원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가구는 모두 운남에서 공수한 목재로 만든 최고급품, 제복은 경사에서 가장 유명한 경선침방의 작품입니다.”

    “훌륭하다. 표자승.”

    짙은 감색의 단정한 제복을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을 이끌고 온 표자승은 소년에게 극도의 공경함을 표했다.

    “1층과 2층은 말씀대로 일반 손님들을 위한 공간을, 3층부터는 예약제로 운영할 내실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곳은 황궁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큰 서원도 밀집되어 있는 학문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당연히 주고객인 유생을 끌어들일 만한 상품이 있어야지.”

    “물론입니다, 스승님.”

    표자승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소년은 3층의 내실로 이끌었다.

    매. 난. 국. 죽의 사 단계 등급으로 나누어진 내실은 안락하게 꾸며져있었고 먹물과 고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듯했다.

    “내실의 등급의 차이는 방의 크기의 차이일 뿐, 제공하는 문방사우(文房四友)는 모두 동일한 품질의 물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고급품만을 엄선했지요. 그리고 이쪽으로 오시지요. 저희 가게에서 가장 돈을 많이 투자한 곳입니다.”

    표자승이 소년을 안내한 곳은 작은 서점을 방불케 하는 장소였다.

    “시중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값비싼 고서로만 준비해 두었습니다. 차 한 잔을 시키면 얼마든지 이곳에서 마음껏 독서를 즐길 수 있지요.”

    “큰맘 먹고 준비했구나.”

    “이 실패하면 뒤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준비했습니다.”

    건물 구경이 끝나자 표자승은 소년을 사등급으로 구성된 내실의 숨겨진 위층, 비밀스러운 특실로 안내했다.

    “깜찍한 생각이야. 겉으로는 만인에게 평등하게 제공하는 듯하지만, 뒤쪽으로는 부를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특실을 숨겨두다니.”

    “귀하신 분들은 그만큼 귀한 장소로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화이초에 귀한 다기들로 꾸며진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는 무려 그 귀하다는 자단목(紫檀木 )이었다. 그윽한 붉은빛 광택에 소년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진짜 큰맘 먹었구나. 자단목이라니.”

    “거의 기둥뿌리 빼고는 싹 털었지요.”

    덥수룩한 수염 안쪽으로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표자승이 두툼한 서찰뭉치를 가져왔다. 값싼 목간이나 죽간부터 제법 귀티가 나는 비단 두루마리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모두 저희 다관이 언제 개장하는지, 그리고 그 전에 가배를 따로 팔수 없는지 문의하는 서찰입니다.”

    스승님,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가게를 홍보하신 겁니까?

    표자승의 퉁방울 같은 눈은 희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소년의 상계에 그는 전율하고 있었다.

    우묵한 눈으로서찰들을 흘겨보던 소년의 입가에 그듬달처럼 가늘고 섬뜩한 미소가 걸렸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소문 또한 그러하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고, 스며들지.”

    소년이 부여비에게 흘려 넣은 가배의 이야기는 도찰원으로 퍼져 그 아래로 흘러내렸을 것이다.

    입소문으로 전해지는 신비한 음료.

    마시면 힘이 나고 잠이 오지 않게 된다는 서역의 보물.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돈 좀 있다 하는 호사가들에게 이보다 흥미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서론은 다 끝났겠지?”

    각오는 되었나? 소년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자 표자승의 눈에도 결연한 의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훌륭한 가게를 세우고 좋은 물건으로 채운다 한들, 결국 다관은 차를 파는 공간이었다.

    누군가는 카페를 시간을 파는 공간, 낭만과 여유를 파는 가게라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본질은 맛 좋은 차에 있었다.

    “예, 오늘 낼 차는 신선한 우유를 사용한 우내가배(牛奶咖啡)와 계절과일을 조려 얹은 세 종류의 소취파피(酥脆派皮) 입니다.”

    시험의 도마 위에 오른 표자승이 직접 쟁반을 들고 왔다. 손잡이가 달린 백자 다기와 설탕이 담긴 단지, 은으로 만든 집게.

    그리고 여섯 개의 각기 다른 모양의 페이스트리가 올라간 그릇. 페이 스트리에는 졸인 사과와 무화과, 단팥이 올라가 있었다.

    “호오…… 설탕은 몇 개나 넣어 먹는 것이 좋을까?”

    단지 안의 누런 각설탕을 은 집게로 집어 들며 소년이 질문은 던졌다. 자신이 파는 커피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를 묻는 질문이었다.

    “단맛을 즐기신다면 각설탕 두 개를, 하지만 즐기지 않으시면 그대로 드셔도 좋습니다.”

    “허어?”

    자신 있게 답한 표자승의 말에 소년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현지 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로스팅이 과하게 된 커피의 쓴맛은 은은한 차의 쓴맛에 익숙한 제국인들에게는 우유를 더한다 해도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소년이 정한 마지노선은 최소 커피 하나. 단맛을 즐긴다면 최대 세 개까지.

    그것이 소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커피. 이상적인 우내가배(牛奶咖啡)였다.

    “좋아. 그렇다면 설탕 없이 마셔볼까.”

    은근하고 유혹적인 갈색, 풍부한 향기. 코점막에 녹아드는 고혹적인 풍미는 행복의 예감이 되어 소년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한모금, 신중하게 입에 머금은 소년의 입술에 긴장과 두려움 섞인 시선이 모였다.

    “……콩을 바꿨군.”

    “예……! 거래처에 부탁해서 보다 부드러운 맛을 가진 콩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맛이 부드럽고 순하군. 향이 조금 연해지긴 했지만, 오히려 이게 부담스럽지 않아 좋을 수도 있겠어. 합격점이다.”

    표자승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거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소년의 평이 인상적이었는지 이삼은 설탕 없이 잔을 기울였다가 화들짝 놀라 황급히 설탕을 집어넣었다.

    “소취파피도 이 정도면 괜찮군. 팔아도 되겠어.”

    소년의 인정에 환호성을 지른 점원들은 서둘러 개업식을 준비했다. 유명한 명사들이 잇달아 들어와 인사를 나누고 경사의 큰 객잔에서 유명한 요리사들을 초청해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마침내, 개업이었다. 개업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소년도 오늘만큼은 기분 좋게 웃으며 축하할 수 있었다.

    으리으리한 상에 갖가지 음식이 오르고 사업번창을 축복하기 위해 큰절에서 이름있는 스님을 모셔와 축문을 부탁하는 등, 눈이 돌아갈 만큼 번잡하고 즐거운 일이 가득했다.

    고기에 술, 어린아이들을 위해 달콤한 떡과 간식거리들.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덕담과 함께 술잔을 받는 표자승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었다.

    “나도 처음엔 저랬지…….”

    “네?”

    “아…… 아니요. 그보다 꼬치 좀 먹어볼까요?”

    표자승을 지켜보는 소년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회한이 그늘져 있었다. 잃어버린 그의 시간, 손님 한번 받아보지 못한 그의 가게.

    어찌 아쉬움이 남지 않았을까. 그 가게에 들인 돈이 얼마인데. 들인 시간, 들인 노력, 열정.

    소년의, 아니, 중화 요리사 김승조의 모든 것을 걸고 시작했던 그의 가게.

    수많은 후배, 지인들. 그리고 몇 남지 않은 선배들과 함께 소년도 저런 시간을 보낸 적 있었다.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은 얼마나 즐겁고 유쾌했는가. 빛바랜 추억의 씁쓰름함에 소년은 혀를 빼물었다.

    “……오운 님?”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의 눈동자에 희미하게 깃든 감정. 그것은 시기와 질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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