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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의 요리사-79화 (79/314)

환관의 요리사 79화

늘 그렇듯이 단단히 다짐하고 왔더라도 막상 소년이 할 일은 없었다.

애초에 머리 쓸 사람을 따로 데리고 왔는데 소년이 뭘 나서겠는가?

그가 할 일은 난화비와 태감을 방해하지 않도록 서난궁 안의 작은 내실로 가 차를 마시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한가하고 무료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소년에게 흔치 않은 평화롤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창밖으로 펼쳐진 서난궁의 정원은 우아하고 상냥했다. 키 작은 나무들은 시야를 가로막지 않아 탁 트인 느낌을 주었고 저 멀리 푸른 하늘, 그 모든 것들은 원형의 창틀이라는 이름의 액자 안에서 다정한 풍경화가 되어 소년의 시선을 장악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한순간의 관람객이 된 소년은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잠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서늘한 바람결을 이불 삼아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날의 더위를 한 김 식혀주는 듯한 서늘한 바람과 정성껏 우려낸차 한잔은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피로감을 한 꺼풀 벗겨낸 듯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지. 소년은 시선을 내려 자신의 창백한 팔과 굳은살과 상처로 가득한 손을 내려다보았다.

꽤 바깥 생황을 오래 했는데도 그의 팔뚝은 여전히 그을린 흔적 없이 석고처럼 회백색이었다.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군.”

그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단 한 번도 해를 보지 못한 것처럼 창백한 팔을 내려다보던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멀리서 그를 지켜 보던 시녀가 황급히 그에게 다가왔다.

“뭔가 필요하신가요?”

“좀 출출해서…….”

“식사를 올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여기 주방이 어느 쪽에 있습니까?”

시녀에게 주방의 위치를 물은 소년은 고개를 돌려 내실의 구석 천장을 향해 소리쳤다.

“출출한데 뭐 좀 먹고 합시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구석을 향해 소리치는 소년을 해괴하다는 듯이 보며 시녀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보통 사람이 해도 기이한 일을 소년이 하니 단숨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수상쩍은 사람이 되었다.

혹시, 미친 거 아닐까?

아직 꿈많을 어린 나이인 시녀는 소년에게 금치산자 판정을 내렸다.

저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자신의 공기 친구를 소개하는 것 아닐까?

그가 아무도 없는 허공을 가리키며 자신의 친구에게 인사하라고 강요하는 광경을 머릿속으로 상상하자 시녀는 소름이 등허리를 기어오르는듯해 당장에라도 내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도 난화비 님의 시녀답게 웃으면서 응대해야겠지?

선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시녀라면 손님이 불쾌하지 않도록 언제나 친절한 미소로 대해야 한다는 선배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시녀는 굳게 마음을 다잡았다.

어색한 미소를 띠고 혹시나 자신의 불편한 마음이 전해질까 봐 표정을 다잡으며 시녀가 소년에게 다가섰다.

활짝 웃으면서, 친절하게, 얼굴 찌푸리지 말고.

“친구분이 참 잘생기셨네요!”

“뭔 미친…… 아…… 아닙니다.”

이번엔 소년이 시녀에게 금치산자 판정을 내릴 차례였다. 살다 보니 별 이상한 꼴을 다 본다는 듯이 시녀를 본 소년은 이내 벽을 쿵쿵 두드리며 말했다.

“안 나오면 나 혼자 먹으러 갑니다?”

“예? 뭐 드실 건데요?”

내실의 천장 한구석이 뽈칵 열리며 이국적인 갈색 피부의 소년이 고개를 내밀었다. 소년의 호위를 맡은 이삼이었다.

“출출해서 전병이나 구워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가시죠. 호위하는 것도 피곤할 텐데.”

“에에, 위정 아저씨한테 이르시면 안돼요?”

“거 양반도 참,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융통성이 없어.”

폴짝 뛰어내려 소년의 옆으로 다가온 이삼은 벌건 얼굴로 서 있는 시녀를 보며 소년에게 속삭였다.

“저분은……?”

“……그냥 갑시다. 눈 마주치지 말고.”

내실 밖으로 나서기 전 아직도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 서 있는 시녀를 보며 소년은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그래도 약간 불편한 친구 같은데도 내치지 않는 걸 보니 난화비 님의 성품이 그리 모질지는 않은 모양이다.

완연한 여름이 찾아온 정원은 걷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기분을 환기시켜 주었다.

소년은 가지가 넓게 뻗은 호두나무의 성긴 그늘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빛나는 키 작은 꽃들을 보았다.

노란 돌양지꽃, 물과리아제비꽃, 오종종하게 모인 골등골나물에 하얀쑥부쟁이와 말발도리.

보라색이 산뜻한 자주평이밥과 기운찬 주황색으로 물든 원추리와 하늘말나리.

키 크고 화려하게 피어나 시선을 사로잡는 종류의 꽃들은 아니었다.

허리를 숙여관심을 주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갈 법한 그런 꽃들. 그런 꽃들이 모여나무 아래로 소박한 융단을 이루고 있었다.

그사이를 가로지르는 인공수로에 낀 물이끼와 수로에 사는 엄지손가락만 한 이름 모를 물고기들, 가재.

여름의 서난궁은 사람의 발걸음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요리한 다음에 여기 가져와서 먹을까요?”

“꼭 소풍 온 기분이겠네요.”

신나서 아기 새처럼 조잘조잘 떠드는 이삼은 여름이 잘 어울리는 소년이었다.

자신의 창백한 피부를 부끄럽게 하는 기운 넘치는 갈색 피부를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먼 곳의(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떠올랐다.

건강미 넘치는 아이구나. 앞장서서 씩씩하게 걷는 이삼에게 자연스레 궁녀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을 보며 소년은 다시금 4인조 아이돌 그룹에 대한 욕망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

하아, 분명 잘 벌릴 텐데.

잘생긴 건 언제 어디서나 써먹을 수 있는 무기지만, 그 무기를 가장잘 활용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았던 소년에겐 이 시대가 아쉬울 뿐이었다.

“시대가 아깝구나.”

“네?”

“휴, 시대만 잘 타고 났으면 이삼님도 분명 아역 배우나 아이돌 가수를……아니면 유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이라던가…….”

“네? 오운 님?”

걱정스러운 듯이 고개를 들이미는 이삼에게 손을 흔들고 소년은 발걸음을 바삐 놀려 한달음에 서난궁의 주방에 도착했다.

식사 시간이 아니어선지 재료를 손질하는 한두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궁녀가 쉬기 위해 자리를 비워 주방은 한가했다.

“어? 손님?”

“실례합니다.”

“손님, 혹시 무언가 필요하신 거라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달여오는 궁녀에게 소년은 간단한 심부름을 부탁했다.

“밀가루와 돼지고기, 달걀과 파랑…… 첨면장도 있으면 좀 가져다주시오.”

“네? 예…….”

저녁 식사를 위해 식재료를 다듬던 궁녀가 화급히 달려가는 동안 소년은 거만한 태도로 팔을 뻗었다.

그러자 이삼이 익숙한 태도로 소년의 소매를 걷고 넓은 흰 천을 말아 겨드랑이 쪽으로 소매를 고정해 흘러내리지 않게 했다. 요리하기 전에 거추장스러운 소매를 정리한 것이다.

멀리서 황급하게 달려온 난화비의 시녀가 그 모습을 보고선 놀라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대접이 부족하여 손님이 직접 칼을 들고 요리를 했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결례이자 난화비의 명성에 먹칠하는 일이니 시녀는 필사적인 태도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쪽의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선처해 주신다면……!”

“그만.”

난화비를 모시는 시녀들의 최고선임이자 시녀들을 총괄하는 장인 애화(愛華)는 소년을 알고 있었다.

오운이라는 환관 명을 받은 어린 환관. 다리가 불편하고 허리가 굽어 볼품없는 그 모습은 후궁에선 눈에 띄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례태감 양단이 난화비를 만나러 올 때면 항상 그 옆에서 시중을 들었으니 틀림없이 범상치 않은 인물일 것이다.

그것은 그 어린 나이임에도 상호라는 정오품의 관직이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그저, 배가 고플 뿐이오. 배려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그…… 그러시다면 저희가 만족스러우실 식사를 차리겠습니다. 내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신다면…….”

그렇다면 당신들은, 난화비 님에게 싸움을 걸기 위해 온 것입니까? 애화는 새어나오는 비명을 막으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애화는 설마 후궁의 상호씩이나 되는 이가 직접 요리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몇 번이나 태감이 신기한 서방의 과자를 가져와 다과회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기는 했으나 그것은 궁 밖에서 가져온 것으로 생각했지, 저 허리가 굽고 옹졸하게 생긴 소년이 만들었을 거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째서 난화비 님께?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둘은 사이가 좋으셨다, 그럼 어째서? 왜? 무엇 때문에?

경애하는 주인에게 정치판의 손익계산에 따른 독니가 들이밀어 진 것에 시녀는 필사적으로 소년에게 조아렸다.

자신을 향해 항상 다정하게 웃어주시는 그분에게 이렇게 누가 될 수는 없다는 마음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난화비 님…….

애화의 왼손이 그녀의 옷고름으로 향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은 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보고 있던 소년이 벼락처럼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섬광이 가열된 공기를 가르고 도마에 틀어박혔다. 그 예기에 겉을 감싸고 있던 천이 갈라지고 비에 젖은 까마귀의 날개와도 같은 요사스럽게 빛나는 검은 칼날이 드러났다.

“오…… 오철!”

까마귀의 깃털처럼 빛나는 검은 칼날은 틀림없이 오철이었다.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장수에게만 하사되는 명예와 힘의 상징.

그것이 무기의 날이 아닌 식칼로 삼은 남자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여인에게 소년이 그 권위를 증명했다.

“딱히, 배려가 부족한 것도. 난화비님에게 누를 끼치려는 것도 아니오. 아시겠소?”

“실…… 례했습니다…….”

무사의 권위가 칼에서 나오듯이 요리사도 마찬가지였다. 그 빛나는 검은 칼날 앞에서 요리하겠다 나설 궁녀는 없었다.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물러나는 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속으로 한숨지었다.

생각보다 난화비 님에게 충성심이 강하다. 거기에 패닉에 빠져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단순한 충성심을 넘어 강렬한 유대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것이 난화비의 인품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가 필요하면 쓰기 위해 말을 길러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는 건데…….

뛰어난 모략가라면 유사시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폭탄을 곁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옷고름에서 손을 떼질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애화를 보며 소년은 난화비의 성품이 선하다는 것을 믿고 싶다고 자신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동시에 판단은 자신이 아닌 태감이 할 몫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자신이 할 일은 태감이 판단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녀를 당황스럽게 한것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사죄하며 소년은 우선은 애화를 달래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그에게 필요한 재료들이 도착했다. 밀가루와 돼지고기, 파와 계란 등등.

소년은 오랜만에 중국 본토에서 공부하던 수년간 그의 아침을 즐겁게 해주었던 중국 천진의 명물, 지엔빙궈즈(煎饼课子)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을 밀가루를 물로 개어 크레이프 반죽과 비슷한 묽은 반죽을 만들어준다.

이 반죽은 밀가루뿐만 아니라 쌀가루나 심지어는 녹두로도 할 수 있으며 특히 녹두로 만들면 그 고소한 풍미가 코를 찌르지만……

“녹두는 물에 불려야 하니 지금은 어쩔 수 없지.”

개중에는 된 반죽을 해 즉석에서 마른 팬에 반죽을 눌어붙게 해 전병을 만드는 달인도 있지만, 소년은 물은 반죽을 넓게 펼쳐서 만드는 것을 선호했다.

반죽이 다 되었으면 소로는 간단하게 돼지고기를 가늘게 썰어 살짝 볶아주고 속 재료로 들어갈 궈어즈(课子)라고 부르는 튀긴 만두피도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소시지를 넣어주는 가게를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그 짭조름한 켄터키 소시지는 다시는 못 먹겠지.

싸구려틱하지만 오묘하게 잘 어울렸던 소시지를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고였다. 빨리 먹고 싶은 생각에 소년의 손은 점점 더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첨면장을 베이스로 한 짭짤한 소스까지 만들어지고 나면 본격적으로 전병을 만들 시간이었다.

전병을 만들 때 쓰는 등근 철판을 불에올리고 달궈지면 국자로 반죽을 한 국자 듬뿍 퍼 철판에 올린다.

반죽을 피는데는 프랑스의 크레이프 스프레더와 비슷한 나무주걱을 사용해야 하지만 굳이 그것을 찾기 귀찮았던 소년은 국자의 둥근 부분으로 반죽을 얇게 펴 완벽하게 얇고 바삭한 전병을 만들었다.

그 우아한 손목의 움직임과 얇고 바삭하게 구워지는 전병의 모습에 시녀들이 탄성을 질렀다.

“아! 국자 하나로 저렇게나 얇게!”

“찢어진 부분이 조금도 없어!”

보름달처럼 둥근 전병 위로 두 개의 태양이 떨어졌다. 소년은 두 개의 달걀을 양손에 각각 하나씩 쥐고 깨는 퍼포먼스로 시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달걀 역시 깨서 전병에 골고루 펼쳐주고 노릇하게 익도록 한번 뒤집어준다. 뒤집힌 면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돌았다.

다시 한번 뒤집은 다음 볶은 돼지 고기와 다진 파, 바삭하게 튀겨진 과자(课子)를 넣어준 다음 납작하게 말아준다. 겉면에 달콤짭짤한 소스를 발라주고 그것을 반으로 접으면.

“이것이 천진의 명물, 전병과자(煎饼课子)입니다.”

그것은 현대인이 아침식사에 요구하는 것을 모두 만족한 희대의 발명품이었다. 먹기 좋고, 빠르며, 무엇보다도 맛있다.

소년은 자신의 역작을 가장 먼저 맛볼 영광의 주인으로 난화비의 시녀장을 선택했다.

아직도 바들바들 떨고 있던 그녀에게 댓잎으로 감싼 전병을 쥐여준 소년은 그녀에게 한입 크게 베어 물라는 시늉을 했다.

손안의 뜨거운 온기와 고소한 향기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시녀가 지녀야 할 품위도 잊고 덥석 베어 물었다.

“……아!”

평화로운 날에 어울리는 따뜻한 간식은 긴장과 두려움에 얼어붙은 그녀의 심장을 녹여주었다.

쫄깃한 전병과 바삭하게 튀긴 만두피 사이를 채우는 돼지고기의 포만감, 그 달콤짭짤한 장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나 신기할 정도로 현재의 근심과 걱정이 사그라들었다.

이런 솜씨를 가졌다면 다른 사람의 요리가 성에 차지 않을 만도 하다.

오히려 어쭙잖은 실력으로 식사를 대접했다가 역정을 사느니 차라리 주방을 빌려드리는 것이 옳지 않을까?

어느새 합리화가 끝난 애화는 모든 근심과 불안에서 초탈한 듯한 표정으로 전병을 탐닉했다.

바삭바삭, 짭조름한 천국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손안이 텅 빈 허탈함에서 우주적 결핍의 공허를 느끼는 그녀에게 소년은 말없이 두 번째 전병을 내밀었다. 두 번째 전병의 주인이 되지 못한 이삼을 울상을 지었지만.

두 번째 전병을 볼이 미어지도록 무는 애화를 보며 소년은 주변의 궁녀들을 모아 전병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앞으로 한동안 궁녀들의 간식으로 전병이 유행할 것 같으니 미리 선심을 쓴 것이었다.

“반죽은 이 정도 되기로 하고, 반죽에 파를 조금 다져 넣어도 좋습니다. 소로는 물기 없는 것이면 뭐든지 넣어도 좋지만, 맛의 대비를 생각해서 어울리는 소를 찾는 것이 중요…….”

소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난궁의 주방 궁녀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후일 정기적으로 서난궁 주방에서 요리강의를 하게 된 후의 일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난궁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스스로의 교활함을 칭찬해야 할까?

아니면 얼떨결에 서난궁에서 정식으로 교편을 잡게 만든 궁녀들의 학구욕을 칭찬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서로에게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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