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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의 요리사-61화 (61/314)

환관의 요리사 61화

태감의 시선이 황제께서 거하실 방향으로 향했다. 그 기묘한 애증이 담긴 시선을 돌리며 달콤한 한숨을 내쉰 그는 소년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의 아들께서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가 뭐일 것 같으냐?”

“식재료 말입니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라면?

보통 사람이라면 대게 황실의 만찬에 어울릴 최고급 식재료들을 생각할 것이다.

만한전석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한 팔진(八珍)으로 알려진 식재료들.

열거하자면 끝도 없는데 시대마다 그 재료가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중 익숙한 것들을 꼽아보려면 들짐승 중에서는 낙타의 혹이며 곰 발바닥, 원숭이의 골에 표범의 태반, 사슴의 목 힘줄.

성성이의 입술에 코뿔소의 꼬리를 꼽는 것이 보통이고 바다라면 제비집에 상어 지느러미와 입술, 크고 좋은 검은 해삼과 전복과 생선의 부레, 큰 도롱뇽, 상어의 연골을 꼽는다.

하늘의 팔진을 꼽으라면 들꿩의 일종인 비통에 붉은 제비, 백조, 산닭과 메추라기, 자고새, 공작새, 산비둘기, 그리고 붉은머리 독수리 등전생엔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거나 하여 금지식품으로 취급받았지만, 소년은 몇몇 불법적인 루트로 그것들을 구한 갑부들의 요청에 따라 그것들을 조리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시대라면 딱히 불법도 아닐 것이고.

하지만 소년은 가장 먼저 떠올린 팔진의 재료들에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이 용황국이라는 나라는 대대로 무를 숭상하며 검소하고 소박한 기풍이 강한 편이었다.

큰 연회가 아닌 이상 그런 값비싼 재료가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않다.

그리고 황제쯤 되는 사람이 맛이 좋아서 즐기는 식재료가 아닌 먹었다는 사실을 기뻐할 수 있는 식재료를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로 꼽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정보가 너무 부족하군요.”

“그렇지, 네가 폐하께 요리를 올린것이 얼마나 된다고 벌써 폐하의 식성을 다 꿰찼을까. 정답은 가금류다.”

태감의 말에 소년의 눈이 가늘어졌다. 칠성제는 제를 올리기에 앞서 몸을 정갈히 하는 의미로 일주일에 걸쳐 음식 가짓수를 줄여나가는데 이를 칠보절식(七步切食)이라 한다.

첫날에는 연회를 베풀어 앞으로의 노고를 위로하고 둘째 날에는 가장 먼저 네발 달린 짐승을 뺀다. 셋째날에는 그중에서 두 발달린 것, 가금류를 빼고 넷째 날에는 비늘 달린 것, 해산물을 제외한다.

“다섯 번째 날에는 완전히 채식만을 하고 여섯 번째 날에는 채소도 제외하고 흰 미음만을 먹어 몸을 완전히 깨끗하게 한다. 그리고 일곱번째 날은 그마저도 먹지 않고 깨끗한 정화수와 꿀 등으로 허기를 달래며 몸의 탁기를 씻어낸다.”

“중요한 건 네가 담당하게 될 둘째날이지.”

태감의 말에 소년은 피로감이 느껴지는 숨을 토해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가금류가 메인이 되는 둘째날이야말로 이번 여정에 따라나선 외궁 총괄요리장의 제자들에겐 등용문이나 다름없으리라.

“그러니 다들 필사적으로 둘째 날의 순번을 기다렸을 텐데, 그것을 어디서 굴러먹던 건지 모를 고자 놈이 날를 집어먹었단 소리군요.”

“하하하 바로 그거다. 앞으로 궁생활이 퍽 팍팍해지겠구나.”

태감은 소년의 와락 일그러진 표정이 퍽이나 우스운지 음이 높은 홍소를 터뜨렸다.

태감이야 후궁의 정상급 권력자이니 이런 유치한 견제쯤이야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장난처럼 보이겠지만 당사자인 소년에게는 그 비루한 놈들이 깝죽대는 것이 여간 귀찮은것이 아니었다.

그도 명색의 호텔 출신 쉐프가 아닌가. 사내정치와 라인의 중요성 정도는 질리도록 경험해 봤다.

하지만 이 나이를 먹고 이제 와그 어린놈들과 드잡이질을 해야 한 다니, 생각한 해도 피로가 척수를 타고 밀려오는 듯했다.

“아니, 잠깐만. 저 그대로 나름 정오품 아닙니까?”

“나름이라니, 정오품이면 평범하게 입관한 관리가 평생 못 오를 수도 있는 자린데.”

“그러니까요, 그런 정오품씩이나 되는 정식 환관이 그런 어린놈들과 드잡이질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우아하게 아직 성한 오른다리를 척 꼬고, 턱을 괴며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부패관리 그 자체였다.

빼빼마른 주제에 눈초리는 스산하고 빛나는 매부리코 아래로 길게 찢어진 입술이 그리는 가느다란 미소는 아랫것들을 숫자로 대하고 그저 서류상의 먹물 한 방울로 다루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일순간 태감마저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였다.

“저도 이제 나이가 있고 자리가 자리인데 언제까지 아랫놈들과 실랑이를 할 수는 없지요.”

“후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금세 적응했구나.”

“태감님의 많은 지도편달 덕분 입지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미소를 짓자 대낮인데도 주변이 어두컴컴해 지는 듯했다.

더운 여름임에도 서늘한 한기가 감돌고 손에 쥔 평범한 찻잔의 따뜻한 용정차는 처녀의 피처럼 불길해 보였다.

불길하고, 잔혹하고. 하지만 구름에 가려진 그몸달처럼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다.

차를 홀짝거리는 태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모가 빛을 발했다. 소년은 옆에서 차를 따라주는 장소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물어보았다.

“어…… 지금 어떻게 보이시냐고요?”

“예, 가감 없이 말해주세요.”

때마침 창으로 깊은 그늘이 드리워 소년에게 어두운 장막을 뒤집어씌웠다.

눈알에 번들거리면 광기마저 감싸안는 어둠 속에서 소년은 귀신처럼 두려운 형상이었기에 장소는 도저히 소년에게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끙끙댔다.

“그…… 굉장히…… 비열해 보이세요.”

“그래요…….”

내가 괜한 것을 물어 괜히 선량한 그를 괴롭게 만들었구나.

소년이 자책하는 동안 태감은 소년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쥐여줘야 할지, 외궁 식방궁(食誌宮)과의 관계를 어찌 조율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식방궁주 그 꼬장꼬장한 총괄조리장을 어찌할 것인지, 한발 양보해줄 것인가? 아니면 밀어붙일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싸울 것인가.

그가 의자를 바싹 끌어 소년과 가까이 앉자 소년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워진 거리에 잠시 당황했다.

태감은 때때로 이렇게 불쑥 치고 들어와 사람을 당황하게 하고는 했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그윽한 시선을 소년에게 향한 채 태감은 중요한 이야기를 꺼낸다는 분위기를 잡았다.

자연스레 공간은 긴장감이 흘렀고 소년은 자신이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심장박동처럼 크게 들릴 만큼 태감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식방궁주 조리장은 안양비 파벌의 사람이다.”

“예?”

“작게는 안양비의 심복 중 한 명이고 크게는 안양비 파벌의 중추적인 인물인 옥린비(獄麟妃)의 외척이다. 그러니 우리와는 필연적으로 싸울수밖에 없는 인물이지.”

태감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뜬 소년이 입꼬리를 귀밑까지 찢으며 웃었다.

투쟁심이 끓는 아수라의 얼굴, 저 얼굴을 한 소년은 싸움을 피한 적이 없다는 것을 태감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이 좋은 명분이 되겠군요.”

“좋은 명분이다. 마다. 식방궁주인 총괄조리장조차 정오품에 불과한데 같은 품계인 너를 식방궁주의 제자들이 핍박한다면 이쪽으로 명분이 크게 기운다고 할 수 있지.”

늘 그렇듯이 고생이야 실무진인 소년이하게 되리라. 하지만 소년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태감조차 소름 끼칠 만한 흉악한 계획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제가 폭행을 당한다면 어떻습니까?”

“……뭐?”

“제가 그놈들에게 뒤지게 처맞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신 있게 구타유발자가 되겠다 선언하는 소년을 보며 태감은 마치 이렇게 사악하고 흉악한 모략은 태어나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심이냐?”

“아니. 그 뭣이냐, 이왕 하는 거 제가 좀 다치면 좀 더 극적인 요소가 첨가되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아무리 암중에서 음모와 모략을 꾸미는 후궁의 권력자들도 그 모략에 자신을 포함시켜 판을 짜지는 않는다.

태연하게 자신을 상하게 하는 쪽으로 판을 짠 소년의 판단력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고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그 가능성 때문에 태감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단순히 욕설이나 모욕 따위가 아닌 그야말로 안양비 파벌의 결속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그것은 안양비를 뒤흔든다면 날카로운 비수가 될 것이고 양보를 끌어내는 형태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대가를 끌어낼 수 있는 전가의 보도나 다름이 없다.

“이미 병신인데 좀 더 병신 된다고 뭐 달라지겠습니까?”

“죽는다면?”

“뭐, 죽는다면 제 명줄이 거기까지인 거지요.”

소년에게 죽음은 큰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태감은 침음을 삼켰다.

덤으로 사는 두 번째 삶을 사는 그에게 인생이란 더 이상 전처럼 소중하고 애틋한 것이 아녔다.

만약 큰 이득이 걸린 일이라면 소년은 주저 없이 죽음으로써 값을 치러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올 것이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마치 자신을 향해 순교하듯이.

그래서는 안 된다. 그는 오래 살아남아 끝까지 자신의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그의 솜씨, 그의 지식을 이렇게 단발적으로 날려버리기는 아깝다고 자신을 설득하며 태감은 소년의 손을 잡았다.

“넌 죽어선 안 된다.”

“아니, 제가 죽는다고 했습니까?”

“죽을 수도 있지 않으냐.”

“남자가 일하다 보면 또 죽을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는 거지요.”

소년은 그의 충성스러운 게 부하였지만, 결코 그의 뜻에 복종하는 이는 아니었다.

그는 그 오랜 연륜만큼이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태감의 명령을 어기면서도 자기 뜻을 관철할 만큼.

자신이 어떻게 설득하려 해도 소년은 결코 자기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안 순간 태감은 오랜만에 심장 지척까지 고개를 들이미는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꼈다.

“말린다 한들 신경 쓰지 않을 테지.”

“이 나이 먹었으면 슬슬 자존심 때문이라도 포기 못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다른 이들은 소년이 이제 슬슬 사춘기가 올 나이인지를 의심했지만, 태감만은 그 속뜻을 이해했다.

나이를 먹으면 때론 어린아이들보다도 더 유치해지는 법이다. 반백쯤되면 어린 사람의 주장에 뜻을 굽히 기도 어려워지는 법이다.

“어쩔 수 없지요. 타협할까요?”

“타협?”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소에게 손짓했다.

“주먹 좀 날려봐요. 적당히.”

“네?”

“괜찮으니까 한번 해 봐요.”

소년의 거듭된 요구에 장소는 머뭇대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세를 잡았다.

어정쩡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장소는 태감의 호위로 발탁될 만한 실력자답게 주먹을 거머쥐자 순간 소년을 긴장시킬 만한 기세를 뿜어냈다.

“저…… 때릴게요? 하나…….둘…… 셋!”

순간 장소의 표정이 변했다. 그러쥔 주먹에 자연스레 살기가 실리로 수천수만 번의 고령으로 단련된 몸은 무의식적으로 그러지 말아야 함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눈앞의 상대를 죽이기 위해 행동했다.

황궁 무술 중 박투술, 육벽권(六壁拳)의 투로를 따라 장소의 몸이 크게 앞으로 뛰었다.

한걸음에 제 무게가 모조리 실리고 두 걸음에는 제 몸무게를 웃도는 힘이 실린다.

숙련된 달인이라면 일 권에 소를 주저 앉힌다는 벽라형의붕권(壁拏形意崩拳)이 포악한 어금니를 들어냈다.

왼발에 무게중심을 싣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소의 오른발이 크게 진각을 밟았다.

충차가 성문을 때리는 것만 같은 압박감, 굳게 다물어진 주먹이 소년의 왼쪽 빗장뼈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 순간 태감은 앞으로 닥칠 소름끼치는 미래를 예견하고 고개를 돌렸다. 육중한 타격음과 함께 소년이 뒤로 크게 나동그라졌다.

온몸을 비틀며 생긴 회전력을 주먹에 싣는 전사경(纏絲勁)의 묘리가 그대로 살아 있는 붕권은 적을 향한 것이었다면 크게 칭찬했으리라. 하지만 주먹에 당한 것은 몸이 불편한 아군이었다.

의자가 밀려나고 집기류가 넘어지며 큰 소리가 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소년은 누가 보아도 중상자였기에 태감은 즉시 의원을 부르리 소리를 치려 했다.

하지만 그런 태감의 기대를 배반하고 소년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옷에 먼지가 조금 묻기는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먼저 입을 연 것은 장소였다.

“대단해요…… 때렸는데, 손에 감촉이 거의 없었어요.”

“아이고 아파라, 자해공갈은 오랜만이라 다 흘리지는 못했네요. 이거 멍들겠네…….”

자해공갈이라 농담을 하기는 했지만 소년은 전생에 꽤나 오래 합기도를 배우며 몸을 단련해 왔다.

다치지 않게 잘 맞는 것은 나름대로 특기였다.

공권력이 강한 현대에선 잘 때리는 것보다 잘 맞는 것이 중요하다. 잘때려봐야 쇠고랑밖에 더 차겠는가?

소년은 이 잘 맞는 호신술로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은 상대에게 합의 금을 두둑하게 뜯어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젊은 시절엔 나도 참 못말리는 녀석이었지.

하지만 그렇다 쳐도 이상하게 몸이 잘 움직였어. 오랜만에 하는 거라 몸이 굳어서 잘 될지 의심했는데…….

이 정도라면 장소보다 어리숙할 놈들을 상대로 실전에서 얻어맞아도 그럭저럭 괜찮으리라.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역시 불안하다. 한 명이라면 그렇다 쳐도 여러 명이 달려들면 어찌할 생각이냐?”

“그러니까 중간에 장소 님이나 이삼 님이라도 붙여 주셔야지요. 한 두어대 맞으면…….”

“중간에 장소나 이삼이 끼어들란 말이구나. 그럼 목격자로서 증언에도 힘이 실릴 테지.”

“가능하다면 연좌궁 사람이 아닌 제삼자를 끼워 넣으면 더 좋겠지요.”

“호오, 마침 시중을 들 궁녀들을 이용하면 단숨에 소문이 퍼지겠지.”

그들은 오랜 시간 합을 맞춘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살을 붙여넣었다.

보고 있던 위정 마저 그들의 음험한 계략에 식은 땀을 흘릴 지경이었다.

“자, 그럼 그 일은 이제 일단락 짓고. 그보다 중요한 일을 논의해 보자꾸나.”

“중요한 일이라 하시면?”

“뻔하지 않으냐. 폐하의 입을 사로 잡을 가금류 요리를 고르는 것이지.”

아, 어찌해야 용의 아들의 입을 사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제국은 넓고 방대하니 기라성 같은 요리사도 많을 것이고 그 중 고르고 고른 이만이 황궁에 들어와 폐하께서는 당연히 온갖 산해진미를 다 드셨을 것인데, 어찌해야 그분의 입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태감 이야기름지고 고기만 들어가면 다 좋다고 하니 식단을 짤 때 어려움이 없었지만 대제국 지배자의 상을 차리는 것을 그리 허술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고로 황궁의 요리란 어떤가? 담백하고 향긋해야하며 기름지지 않아야 한다.

맛은 그윽하고 신선하니 선계의 감로수와 같고 달고 산뜻하기는 서왕모의 복숭아에 견주어야 한다.

황궁의 요리는 정갈하고 깨끗해야하며 희어야 하는데 특히 기름지고, 간이 세며 자극적인 것을 멀리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황제 폐하의 입맛도 자연스레 담백한 음식에 길들여져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소년은 그 유명한 이태백의 오리찜, 태백압(太白鴨)을 만들기로 했다.

태백압은 구기자를 넣고 찐 오리요리인데 맛은 시원하고 순하니 부담이 없고 열성이 있는 식재료로 몸을 보하고 원기를 북돋는 요리이니 폐하께 진상하기에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었다.

소년은 자신 있게 태감에게 요리를 설명하자 태감은 소년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입에 침이 고이는 듯 목울대를 꿈틀거렸다.

“하지만 안 된다.”

“예?”

“폐하께 올릴 요리는 간이 세고, 맛이 진하고, 기름이 줄줄 흐르는 것으로 해라.”

태감의 단호만 말에 소년이 반기를 들었다.

“어찌 폐하의 상에 올릴 요리에 황궁 요리에 반하는 요리를 올릴 수 있겠습니까?”

소년의 말에 태감은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그 망할 놈의 황궁 요리, 너라면 일 년 사철 내내 슴슴하고 담백한 요리만 먹을 수 있겠냐? 폐하도 사람이야 사람! 폐하도 가끔은 짭조름한 것도 먹고 기름기 좔좔 흐르는 튀김도 먹어야지! 어떻게 사람이 일년 사철 내내 희멀겋고 밍밍한 것만 먹고 살겠냐!”

“좋아서 드시는 것 아닙니까?”

소년의 말에 태감은 천불이 끓는다는 듯이 한탄했다. 그 한탄이 가슴이 절절할 만큼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하는 것이라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울컥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게 다 허세지 허세, 고위 관료들이 자신은 범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허세. 그러니 황궁의 요리는 아랫것들이 먹는 것과는 달리 선계의 먹거리처럼 깨끗하고 희고 맑다고 자랑하고 싶어 그런 형태로 발전한 것이야. 당연히 사람인데 짜고 달고 기름진 게 맛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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