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의 요리사 44화
연거푸 찬물을 들이마시고 간신히 헐떡이는 숨을 고르자 자신의 저녁시간을 고려하여 말을 간추려 정리한 태감이 설명을 시작했다.
“내 식사가 더는 늦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으니 짧게 끝내겠다. 장소가 말한 장 태감이라는 자는 내관감의 태감으로 나와는 정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다.”
내관감은 토목이나 건축 공사를 담당하며, 궁궐에서 사용하는 구리, 놋쇠, 철, 나무 등의 재료로 만든 기구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후궁에서의 위계가 가장 높은 곳이 사례감이라면 실질적인 힘이 가장 센 곳은 내관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한 곳이다.
크고 작은 공사는 물론 후궁에 드나드는 궁납품 일체를 관리하다 보니 상인들과의 긴밀한 연결고리로 재물을 가장 쉽게 만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재물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영향력이 생기고 세도 커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 태감은 안양비의 가장 큰 심복이지. 안양비의 영향력의 반은 그자에게서 나온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과연, 그러니 정적이란 말씀이시군요…….”
“정적이지만, 동시에 정치적 아군이기도 하다.”
태감의 복잡미묘한 웃음에 소년은 잠시 태감이 자신을 놀리는 것인지 의심했다.
적과의 동침이야 정치판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지만 실제로 웃으며 적과 이득을 논하는 것은 대단히 배알 꼴리는 이야기다.
“후궁 내에서는 각자 미는 비가 다른 정적이지만, 후궁 외적으로는 외부의 정치세력을 함께 견제하는 아군이지. 아무튼, 잘 되었다. 안면은 텄으니 앞으로 연계해야 할 때는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대립해야 할 때는 책잡히지 않을 만큼만 각을 세울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둬. 그리고.”
태감이 갑작스럽게 무게를 잡자 소년은 태감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았다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중요한 이야기를 한 후에 저렇게 무게를 잡는 것은 분명-
“내일 저녁은 마라향과다.”
“예이, 예이. 여부가 있겠습니까. 뭐로 해드릴까요.”
“해물. 꽃게랑 새우 잔뜩 넣어서. 말린 두부피와 메추리 알, 버섯이랑 채소도 듬뿍 넣고. 내장도 넉넉하게 넣어서.”
“예이.”
저녁 메뉴가 다 통일되니까 편하긴 편하네.
* * *
야식은 남은 재료로 달달 볶아낸 마라향과와 그 유명한 사천의 명물 회과육(回鍋肉).
사람 혼을 빼놓을 만큼 매운 요리가 많은 사천에서 회과육은 매콤한 가운데 담백한 중용의 도리를 지켜 매운 것을 즐기지 않는 타지방의 사람들에게 사천사람들이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요리였다.
사실은 나중에 태감에게 낼 비밀병기로 남겨둔 것이었지만 우울한 표정의 소소를 풀어주기 위해 특별히 먼저 선보이기로 했다.
회과육을 맛보지 못한 태감은 못내 아쉬워했지만, 내일 점심에 회과육으로 아주 푸짐한 한 상을 차려주기로 약속했다.
“오랜만에 만들어보는 회과육이군.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볼까?”
사천은 가정마다 회과육의 비법이 전해지며 모두 자신의 회과육이 최고라 자부한다.
염수에 발효시킨 채소를 넣어 상큼한 향기를 낸 의빈(宜嬪) 시의 명물 향랄회과육(香辣回鍋肉)처럼 각 지방의 특색이 살아 있는 회과육도 있고 현대에는 굴 소스나 XO 소스를 사용한 회과육도 판을 치니 온갖 레시피 중에서 무엇이 제일 뛰어나다 평가하는 것은 지난 한 일이었다.
고기는 전통적인 허벅다리 살이 아닌 껍질 붙은 삼겹살.
그리고 매운 마라향과에 곁들일 요리이니 매운맛일 최대한 억제하고 짭짤하고 고소한 양념으로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선택할 재료는 한국의 된장과 유사한 짭짤한 황장 아니면 단맛이 강한 첨면장.
그 사이에서 고민하던 소년은 텁텁하고 짭짤한 맛이 강한 황장을 선택했다.
양념을 황장을 쓰고 허벅지살이 아닌 삼겹살을 사용한 것만 빼면 소년이 아는 레시피 중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었다.
소년은 회과육을 만들기 위해 미리한번 쪄두었던 삼겹살을 꺼내 납작납작하게 썰었다.
본래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삶은 돼지고기를 사용하지만, 현대의 요리사들은 맛과 영양은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찌는 방식을 사용한다.
들어가는 채소는 오직 청산황(靑蒜黃, 마늘잎) 하나뿐.
전생의 한국에서 회과육을 시켜보면 꼭 두반장으로 양념한 제육 비스름한 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중국 사천에 가보면 전혀 다른 회과육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년이 그랬으니까.
한국의 중화요리점에서 회과육을 배우고 막상 중국 본토에서 만들어보니 오만 욕을 다 먹었던 기억도 이제는 미화되어 추억 삼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나였으면 쌍욕으로 안 끝났을 거야.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주방장님이 무척 온화한 분이셨군.
아직 전통적인 도제의 형식이 남아있는 중국의 주방에서 쌍욕 정도로 끝났으면 굉장히 유하게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노동강도가 높은 중화 요리사들의 폭급함은 요리사업계에서도 알아줄정도다.
소년은 이제는 추억이 된 일화를 되새기며 납작한 고기 한 점을 집어먹었다. 요리하기 딱 좋을 때군.
그렇게 욕을 먹었던 회과육도 이제는 가장 자신 있게 낼 수 있는 장기 중 하나가 되었다.
사천사람들이 잘 만든 회과육을 평가하는데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반드시 센 불에서 고기를 볶아야하며 고기가 쪽배처럼 둥글게 말아 올려야 한다는 점.
두 번째는 젓가락으로 고깃점을 집을 때 고기가 전혀 흔들리지 않도록 마른 정도여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만든 회과육은 양념이 너무 흥건했지.”
만드는 요리사마다 그 바삭한 정도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회과육은 양념이 마른듯하고 고기는 바삭하거나 부드럽더라도 축 처지면 안 된다.
상념이 끝남과 동시에 소년이 번개처럼 철과를 아궁이에 걸고 풍로를 잡아 바람을 불어넣었다.
풍로로 아궁이게 큰불을 피우고 철과엔 돼지기름을 넉넉하게 넣어 고기가 끝이 말릴 만큼 바삭하게 볶는다. 간은 설탕과 짭짤한 황장에 간장을 약간, 술을 조금 넣는다.
센 불에 공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불길을 휘감은 고기조각이 화려하게 비상하여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매끄럽게 철과 안으로 착지한다.
중화요리의 원점이자 모든 것이 바로 이 단순한 철과 돌리기가 손에 익는데 십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멀찍이서 장소들의 달음박질 소리가 들리자 소년은 철과를 돌리는 손에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우왓, 맛있는 향기!”
주방문을 연 순간 폭발적인 고소한 향기가 장소를 덮쳤다. 인간의 본능에 호소하는, 말라붙은 침샘에 감로 수가 솟게 하고 피로에 절어 쪼그라든 위장이 야생마처럼 날뛰게 하는 향기.
충혈된 세 쌍의 눈동자가 철과를 뚫을 기세로 쏟아지자 머쓱한 표정으로 마라향과를 준비하려 했던 소년이 말없이 회과육이 담긴 철과를 식탁 중앙에 올렸다.
“마라향과는…… 굳이 필요 없겠죠? 그냥 식사합시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회과육 한가지라는 단출하고 청빈한 식탁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닭 육수에 파라도 조금 뿌려 탕이라도 한가지 내고 포채라도 꺼내 썰어내야 제대로 차린 것 같을 텐데도 철과가 충혈된 눈으로 말없이 침만 삼키는 셋이 보기 안쓰러워 소년은 말없이 쌀밥만을 한가득 퍼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에 회과육이라는 반칙적이고 범죄적인 조합이 배고픈 소년 소녀의 이성의 끊을 바스러뜨렸다.
세상의 풍파에 지쳐 피로에 짓눌린 소소조차 사흘 굶은 들개처럼 회과육에 달려들었다.
짭짜름하고 텁텁한 황장의 맛은 돼지기름에 부드럽게 유화되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살아났다.
언뜻 딱딱하고 버석버석해 보이는 고기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의 화수분이라도 되는 양 영원히 씹고 있고 싶은 감칠맛을 뿜어내 혀를 흥건하게 적셨다.
달콤한 짭짤한 된장 풍미의 양념과 고소하고 기름진 삼겹살. 이 조합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다.
이것은 범죄행위다. 마치 강도가 목에 칼을 들이밀고 억지로 답을 짜내는 것과 같은 행위다.
거기에 그 기름과 짠맛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며 입안을 메마르게 하는 쌀밥!
먹으면 먹을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목구멍 안쪽의 심연 밑바닥의 굶주린 괴물이 회과육을 갈구하고 있었다.
한점이라도 더 입에 욱여넣기 위해 전투적으로 식사하는 장소들 틈바구니에 끼어 고기 한 첨을 집어먹은 소년은 말없이 다음 회과육을 만들기 위해 철과를 들었다.
사실 오늘은 축 처진 소소에게 당분간은 남양궁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하며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지려 한 것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철근도 씹어먹는 게 가능할 것 같은 소소를 보며 소년은 그래도 기운을 차렸으니 되었다 생각했다.
그래, 애들은 잘 먹을 때가 제일 보기 좋아.
* * *
어젯밤 장소들의 야식을 부러워했던 태감의 점심은 그가 그토록 원했던 회과육에 고슬고슬한 쌀밥이었다.
닭 육수에 파만 조금 넣은 국 한 가지를 빼면 다른 요리는 찜이나 구이는 커녕 절인 야채 한 접시가 없었다.
동첨회과육(冬尖回鍋肉).
동첨이란 사천 지방의 명물인 갓절임으로 봄가을 갓처럼 크진 않지만, 즙 많고 신선한 겨울 갓을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이다.
소년이 사용한 것은 그중에서도 삼년 이상 묵어 곰삭은 것으로 겉보기에는 악취에 가까울 만큼 냄새가 강렬한 것이었다. 태감도 처음 볶기 전의 동첨만을 가져다주었을 때는 난색을 표했으니까.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알 것이다.
소년이 얼마나 비열하고 추잡한 일을 한 것인지.
말이 좋아 겨울 갓 절임이지, 까놓고 말하면 묵은지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시큼한 묵은지에 볶은 돼지고기.
맛없으면 만든 놈 손모가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큼한 냄새는 돼지기름을 만나 기분 좋은 새콤함으로 변했다. 달콤한 돼지기름의 마법 같은 화학작용으로 진저리나는 악취는 질리지 않는 향기가 된다.
좋기만 한 향기는 쉽게 질린다. 일류 향수는 좋은 향기 사이에 미량의 악취를 섞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톡 쏘는 시큼한 갓과 고소한 돼지 고기, 쌀밥을 먹지 않으면 당장 죽을병에 걸릴 것만 같은 조합이다.
그것이 소년의 실책이었다. 전생의 현역시절 중에서도 만들기 쉽지 않을 명품을 만들어낸 것. 너무 맛이 좋았고, 지나치게 맛이 좋았다.
“밥 한 그릇 더. 아, 계란 프라이도 하나 올려다오. 반숙으로.”
“공직자라는 분이 외래어를 쓰면 안 되죠.”
“뭐 어때나 공적인 자리도 아닌데.”
말을 트다 보니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은 서로의 의중을 떠보며 경계심을 곤두세웠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소년은 말없이 밥그릇을 받아들었다. 벌써 일곱 번째 리필이었다.
이것은 올바른 일인가? 요리사로서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할 수 있는 일인가?
회과육을 세 접시, 밥을 일곱 그릇이나 흡입했는데도 태감의 얼굴에는 만족의 감정이 떠오르질 않았다.
먹으면 먹을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태감의 얼굴에 떠오르는 것은 거친 광야를 떠도는 이리와 같은 고독한 굶주림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 요리사로서, 그의 사람으로서.
소년에게는 그를 말려야 할 책임이 있었다.
“이제 슬슬 후식을 드셔야지요. 더 드시면 후식 못 드십니다.”
“왜 못 먹느냐. 밥은 밥이고 후식은 후식이지.”
“배 터지시겠습니다.”
“네 주인을 믿어라.”
“믿을 게 따로 있지 인품도 아니고 위장을 믿습니까. 그만드십시오.”
아직 모자라 다는 표정이 소년을 나무라며 밥공기를 빼앗으려 했지만 귀신같은 표정으로 태감의 팔목을 잡은 소년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만드십시오. 전 당신의 요리사입니다. 당신께 맛있는 음식을 올리는 것만큼 당신의 건강을 위하는 것 또한 제 일입니다. 아무리 요리를 맛있게 올렸다 한들 그 요리를 과식하여 건강을 해친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한 일이 아닙니까. 저녁도 맛있게 해올릴 테니 오늘 점심은 이쯤 하시지요.”
구구절절 진정성이 담긴 소년의 말은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정치판에서 오래 굴러먹은 태감이라도 진정성 있는 소년의 간곡한 부탁은 그냥 넘기기 껄끄러운지 유려한 변명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태감은 독사굴 같은 정치판을 휘어잡는 역전의 모략꾼이었다.
굳이 말이 아니어도, 그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활용할 줄 알았다.
오후의 태양이 환상적인 각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 슬픔에 젖은 탄식은 보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아내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다행이다. 더 이상 심장이 두근거리지 못할 만큼 녹이 잔뜩 슬어버린 재미없는 늙다리가 되어서. 소년은 잔혹하리만치 냉정하게 밥그릇을 뺏어 들었다.
“태감님도 건강을 생각하셔야지요. 지금이야 젊으시니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지만 이제 조금만 더 나이 드시면 드시는 족족 살로 가셔서 나중에는 굴러다니시게 될 겁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태감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년이 얌전히 밥그릇을 돌려주는 것은 아녔다.
한참의 신경전 끝에 결국 패배를 인정한 것은 태감이었다.
실제로 식사를 멈추고 잠깐 쉬다보니 배가 그득 찬 것이 그제야 뇌의 포만중추를 건드렸는지 슬슬 배가 부르기도 했다.
“그래, 알았다. 오늘은 내가 진 거로 하자.”
“대신 저녁은 태감님이 원하는 걸로 올리지요. 뭘 드시겠습니까?”
“음…… 역시 돼지고기, 이번에 시큼 짭짤한 요리였으니 저녁은 왕도로 달콤 짭짤한 걸로 가자.”
“달콤 짭짤한 돼지고기, 조리법은?”
“……찜으로 하고 뼈가 붙은 갈비로 하거라.”
가끔은 져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그리고 저녁과 간식을 하면 모자란 점심에 대한 슬픔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입안에선 아직 향긋한 갓 향기가 감돌았다. 그 향기에 또 다시 식욕이 동할까 무서워 따뜻한 백호은침으로 입을 달래며 태감은 배부른 고양이처럼 의자에 허리를 깊게 파묻고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잠들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포만감을 끌어안고 오수를 즐길 만큼 한가한 보직에 있었다면.
그런 배부른 생각을 하며 태감은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아, 여기 연회에 낼 요리목록입니다. 검토해 주십시오.”
“어디 보자.”
메추라기 알과 고기에 바삭하게 구운 닭 껍질을 곁들인 소맥(燒麥, 사오마이)에 말린 관자와 민어의 부레, 새우내장과 게살을 더한 소롱포(小籠包).
백화고와 양두균(羊肚菌, 곰보버섯) 등 일곱 가지 맛버섯 가루를 뿌린 연근경단과 돼지고기 소롱포(羊籠包)처럼 이름을 풀어 설명해줘도 맛을 상상하기 힘든 독특한 요리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건 먹어보기 전에는 어떨지 모르겠군.”
“맛은 보장하지요. 한데…….”
평소답지 않게 뒷말을 흐리는 소년의 모습에 태감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그가 아는 한 소년은 요리에 관한 것은 빈말이나 우는 소리를 하는 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소년이 저렇게 주저하는것은 틀림없이 요리 외적의 것일 것이고 그것은 틀림없이…….
“안양비에 대한 걱정이냐?”
“점집이나 내십쇼. 복채로 경사에 장원 한 채 마련하겠습니다 그려.”
“이미 있으니 관심 없다.”
후궁의 제일 권력자씩이나 되는 인간이 경사에 집 한 채가 없을까.
차를 입안에 머금으며 잠깐 생각을 정리한 태감은 안양비에 대한 정보가 기록된 종이를 꺼내었다.
묵향이 물씬 풍기는 종이에는 가는 세필로도 숨길 수 없는 용사비등한 필체에는 안양비의 모습을 그린 미인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시대의 미술은 소년으로서는 아무리 보아도 미인이라는 점을 느낄수 없었지만, 이 시대 기준으로는 미인도였다.
“안양비는 성정이 차갑고 암투를 가리지 않지. 아마 이번에도 분명히 손을 써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모를 태감이 아니었다. 이미 안양비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게 감시 인원을 배치해둔 태감은 소년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했다.
“대단하다 한들 결국 비일 뿐이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나와 비교할 수 없지.”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소년은 혹여나 연회 때 안양비가 보낸 암살자가 습격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훌훌 털어버렸다. 소년의 쓴웃음을 보며 태감 또한 마주 웃어주었다.
“그래서, 내 후식은 언제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