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관의 요리사-33화 (33/314)

환관의 요리사 33화

물은 아래로 떨어지고 태어난 것은 한번은 죽듯이, 아침부터 고기 완자를 배부르게 먹은 태감은 그 필연적인 결과로 식곤증에 몸을 가누질 못해 늘어졌다.

나른하게 늘어진 표정은 꼭 고양이 같았다. 그것도 부잣집 애완고양이.

일하기 싫다고 업무 중 잠깐 눈을 붙이기 위해 설치된 간이침상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이 꼭 그러했다.

입이 쩍 벌어지도록 하품을 하며 눈꼬리에 눈물방울을 매달고 눈을 비비는 모습은 꼭 고양이가 세수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였으면 귀엽다 귀엽다 쓰다듬어 주었겠지만, 상대는 자신의 상관이었다. 소년은 다시금 엄숙한 표정으로 충언을 올렸다.

“태감님. 일하셔야죠.”

“배불러서 하기 싫구나. 그보다, 점심은 뭐가 좋을까?”

동창의 제독이라는 자리는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흘려보내며 할 수 있는 한직이 아녔다.

사람과 정보를 다루는 일이 으레 그렇듯이 업무 강도가 높고 급한 정보가 들어보면 자다가도 일어나야 하는 고된 자리였다.

생각해 보니 소년은 한 번도 태감이 성실하게 서류업무를 하는 일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일은 위정 나리에게 다 떠넘기고 본인은 탱자탱자 노는 걸까?

하지만 저 대쪽같은 인간이 그런 부정한 일을 두고 볼 것 같지는 않았다.

태감의 명령에도 자의적인 판단으로 자신의 목을 조를 만큼 확고한 신념을 지닌 이가 그런 소소한 일탈행위를 용납할까?

소년이 아는 한 그는 자신의 상관이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할만한 인물이었다.

혹시 장소나 이삼, 아니면 아직 이름을 모르는 안경 양반이 대신 하는걸까? 장소나 이삼이라면 몰라도 안경쟁이는 먹물 좀 먹어본 사람인 것 같던데.

쓸데없는 비약은 나쁜 버릇이다.

그리고 태감이 서류업무를 자신이 하든 남이 하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소년은 그의 요리사였다. 그것 하나로도 벅찼다.

“점심이요? 아침부터 고기 요리를 드셨으니 점심은 깔끔한 생선찜이 어떨까요?”

“아니, 점심도 고기가 좋겠다. 닭이나 오리…… 그래. 가금류가 좋겠어. 아침은 조림이었으니 점심은 튀김으로 하자.”

참으로 논리적으로 완벽하여 반박할 구석이 조금도 없었다. 아침이 돼지였으니 점심은 새, 저녁은 아마 소나 양 아닐까?

거기에 아침이 조림이었으니 점심을 튀김으로 하자는 발상은 어디서 굴러나온 걸까? 식탐이라는 분야에서 태감은 천재적이었다.

소년이 그저 고용살이하는 신분이었으면 태감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것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그의 신하였다.

신념을 바치진 않았으나 그를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를 위해 죽기로 맹세했다.

그러니 결단코 아침에 이어 점심까지 기름지고 더부룩한 음식을 올릴수는 없다.

그의 요리사로서 그의 입만이 아닌 그의 건강을 책임지기로 한 이상 더이상의 기름진 음식은 만들 수 없다.

‘아니, 만들지 않겠다.’

그의 혈압과 그의 혈관과 그의 신장과 그의 간을 위해서.

소년이 서서히 운을 띄웠다.

“가끔은 채식요리도 어떠십니까? 절간의 밥도 의외로 정갈하고 모양새가 좋아 먹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끔 먹으면 말이다. 가끔 먹는 채식은 왠지 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것 같아 평소의 질 나쁜 식사를 변명하게 해 주지만 자주하게 되면 채식주의자가 아니고서야 미친 듯이 고기를 갈구하게 되니까. 하지만 몸과 마음을 위해 서 가끔 정도야.

태감은 마치 혐오스러운 것을 눈앞에 둔 표정으로 소년에게 무언의 항의를 했다.

표정을 다듬고 헛기침을 해 목소리를 트게 한 다음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앉자 그것만으로도 신기할 정도로 수려한 그림이 된다.

소년은 직감적으로 태감이 개소리를 하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양반이라 그런지 개소리를 청산유수처럼 쏟아 내면 제법 또 그럴듯한 설득력이 느껴진다.

“자, 들어봐. 옛 성현들께선 이 세계가 끝없는 순환의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하셨다. 태양에 강과 바닷물을 끓어 오르게하여 비가 되고 떨어진 비는 다시 바다와 강으로 흘러 들어가듯이 짐승은 풀을 뜯어 먹으며 살다 주검이 되어 다시 식물들의 먹이가 된다.

그런 큰 순환의 고리 사이에는 작은 순환이 있지. 풀을 뜯어 먹는 초식동물과 초식동물을 먹고 사는 육식동물. 사자가 풀을 뜯지 않고 사슴이 고기를 탐하지 않듯이 군자 역시 그 순리를 벗어나려 하면 아니된다.”

그윽한 먹물 향기 나는 가르침에 삐딱하게 선 소년이 대꾸했다.

“그래서 본인은 육식동물이니 풀은 안 드시겠다?”

“바로 그거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화사하게 웃는 소년의 얼굴을 보며 태감은 시름을 풀었다. 너무 쉽게 안도 했기에 그는 웃음 속에 가려진 굳은 심지를 보지 못했다.

태감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홍금을 내비쳤던 위정에게도 숨겨온 것. 불에 타고 난도질 된다 한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람에게 남는것.

그것은 바로 신념이라 하는 것이다.

요리사에게 신념이란 무엇일까. 평생 뜨거운 불을 마주하며 고된 노동에 찌들어 사는 그들에게 직업윤리와 궁극적인 자아실현의 목적지는 무엇일까?

맛인가? 누구도 만들지 못한 새로운 요리인가?

세상 사람 중 같은 사람 찾을 수 없듯이 모든 요리사에겐 제각각 다른 꿈이 있을 것이다.

한때는 소년도 청운의 꿈을 품고 거침없이 질주하며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소년은 이제 나이를 먹었고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버렸다. 장대했던 꿈은 빛이 바랬고 사그라져 작고 소박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작게 퇴색해버린 꿈만큼은 포기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음식으로 모시는 분의 식사가 즐겁고 행복하게, 쓴 약을 입에 대지 않고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것.

소년의 눈에선 또 다시 검푸른 귀신불이 타올랐다. 타협할 수 없는 광기, 굽힐 수 없는 신념의 눈동자는 다시금 결의를 다졌다.

설득은 기세를 타야 한다. 소년이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묘한 위압감에 태감은 반걸음씩 물러섰다. 태감이 물러선 만큼 소년은 태감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입꼬리가 길게 찢어지자 소름 끼치는 미소가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태감의 눈동자에 비치는 그 미소에 내심 만족하며 소년은 태감을 기세 좋게 비웃었다.

“어설프시군요. 고작 그 정도 농지거리로 제가 채식을 포기하실 거로 생각하신 겁니까?”

소년은 거침없이 태감의 역린을 짓밟았다. 태감의 눈동자에서도 소년에게 지지 않는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또한 어떤 의미로는 신념이라 칭할 수 있으리라.

“요새 편히 지냈더니 상관의 말이 말 같지 않은 모양이구나. 굳이 명령해야 듣겠느냐?”

조각 같은 미모가 일그러지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렸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였다.

“불복하겠다 하시면 어쩌시겠습니까.”

기념비적인 첫 명령 불복종에 태감이 짐짓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왜 이런 꼬맹이와 점심 식단으로 불똥 튀는 언쟁을 벌이고 있는걸까?

당장 해야 할 일이 밀려 있었다.

사실은 점심이야 대충 맡겨두고 서류작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다.

소년은 허리를 숙여 아득바득 대들고 있는 소년을 굽어보았다.

거칠고 험난한 밑바닥을 전전하며 거칠어진 피부에 심술궂은 얼굴로 그리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소년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나이였다.

이 나이 때의 자신은 뭘 하고 있었나? 최소한 눈앞의 소년보다는 더 철없고 방약무인했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전에는 좀만 협박해도 화들짝 놀라 벌벌 기던 것이 이제는 오히려 제목에 칼을 들이밀며 쑤시라고 배짱을 부린다.

최소한 어린 시절의 자신보다 배짱하나는 알아줘야겠다고 태감은 새삼 소년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남은 인정하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의 허물 또한 다시금 보게 되는 법이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 내가 지금 이런 어린애랑 말다툼이나 할 때인가?

부끄러움이 목젖까지 올라오는 듯 해 태감은 고개를 돌려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래, 생각해 보면 가끔은 채식도 괜찮을지도 몰라. 건강에도 좋을 것이고. 그리고 가끔은 이 녀석에게 져주는 것도…….

남자에게는. 때때로 멍청한 짓임을 알면서도 해야만 하는 때가 있는 법이다.

최근 들어 소년에게 계속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본디 그는 먹물 한 방울로 수백 명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후궁 권력의 정점.

뱀처럼 교활한 혀로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것이다.

목소리를 착 깔고 고상한 호선을 그리는 눈은 음습한 뱀처럼 소년의 약점을 찾듯이 움직인다.

한 모금 물로 뱀은 사람을 죽일독을 만들어내듯이, 태감은 혀로 사람을 해칠 준비를 했다.

“네가 아직 어려 네가 한 말의 무게를 모르는구나. 그럴 수 있음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그러니 처음부터 좀 더 쉽게 말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 다시 말하마, 명령 불복종은 즉결참수란다.”

어린놈과 말싸움을 이기기 위해 즉결참수까지 들이미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마음속 빗장을 연 태감은 오히려 후련한 표정이었다.

부끄러움은 잠시나 그 후의 이득은 길고 달콤한 법. 결대로 찢어질 닭고기의 새하얀 살과 기름 향이 코끝으로 아른거리는 듯했다.

태감의 말에 소년이 웃었다. 궁지에 몰린 쥐의 마지막 발악 같은 것이었을까?

아니었다. 소년의 눈은 배수진을 치고 옥쇄를 각오한 장수와 같은 광기로 불타고 있었다.

“그럼 제 목으로 탕을 끓여내지요.”

살집이 없어 먹을 건 많지 않지만 좋은 국물이 나을 겁니다.

광기로는 도저히 비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 배짱으로 보아 더 이상의 협박은 무의미할 것 같으니 태감은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패배를 시인한다는 것이 진정으로 패배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정치에서 승리란 어떤 수단으로든 목적을 관철하는 것. 협박이 아니라면 이젠 협상이 기다릴 뿐이다.

가진 것이라곤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는 목숨 하나뿐인 소년이 경험한 적 없는 세계.

태감의 혀가 능수능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제 곧 황궁 최대의 제사인 칠성제(七星第)가 있을 거야. 그에 맞춰 칠보절식(七步絶食)을 해야 하니 결국 네가 원치 않더라도 하루는 채식해야 한다. 그러니 이번은 그냥 넘어가는 게 어떠냐?”

태감은 부드럽게 제안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주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칠성제 자체가 뭐냐는 질문에 태감은 소년이 황궁의 행사에 무지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칠성제란 여름에 있을 가뭄에 대비해 용의 아드님께서 직접 지내시는 기우제 중 하나로 한여름 남두칠성이 하늘의 중앙에 뜨는 날에 지내는 제사다. 이날 용의 아들께선 일곱 잔 술을 별에 바치고 칠성검을 뽑아 드시고 제사를 지내시지. 이날에 앞서 몸을 정갈하게 하는 식사가 바로 칠보절식이다.”

첫날은 음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술도 마음껏 베풀어 큰 연회로서 즐긴다.

둘째 날은 네발달린 짐승의 고기를 먹지 않고 술 또한 금지한다.

셋째 날은 가금류의 고기 또한 먹지 않고 생선과 채소만을 먹는다.

넷째 날은 채식만을 하며 다섯째날부터는 오직 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흰죽을 먹는다.

“그리고 여섯째 날은 완전히 금식해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마지막 일곱 번째 날에 제사를 지내곤 다시 연회를 지낸다. 이게 바로 칠성제의 제례다.”

“아아 어쩐지, 한여름에 하루 식사거리가 나오지 않는 날이 있었지요. 그래서였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겐 그저 하루를 굶어야 하는 힘든 날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날 하루 채식을 강제로라도 드셔야 한다면야 뭐, 오늘 하루 정도는 봐 드립죠. 대신 튀김은 안됩니다.”

“그럼 구이는 어떠냐?”

“탕. 아니면 찜. 이것만큼은 타협할 수 없습니다.”

탕이나 찜이라. 그리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태감의 젊은 육신은 조금더 짭조름하고 진한 음식을 원했다.

역시 튀김이 제일이겠지만 안 된다면 구이나 조림이어도 좋으리라.

하지만 소년의 완강한 태도를 보면 그의 소박한 소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애매한 구석에서 다루기 어려운 녀석이다. 쓰기 좋은 칼이니이 정도야 감수하고 넘어갈 수 있지 마는, 그럼에도 포기하기 어려운지 태감의 목울대는 방금 전 맛본 사자두의 기름진 달콤함을 상기하며 움찔거렸다.

어째서 인간의 위장은 한계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시간은 그토록 짧은 것인지. 그 찰나를 영원처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방금 맛본 즐거움인데도 태감은 마치 석별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연인처럼 애틋하게 사자두를 그리 워 했다.

하지만 지난 요리를 그리워해야 어찌하겠는가. 앞으로 살아갈 무수히 많은 날 즐길 미식 중 어느 한 날 다시 마주할 날이 있겠지.

‘그리고 이 녀석의 요리는 취향에서 조금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맛있으니까.’

간이 센 요리를 포기한 태감을 위해 소년은 기름기가 쏙 빠진 닭요리 중에서도 맛이 진한 요리를 골랐다.

“광주문창계(廣州文昌鷄)는 어떠십니까.”

“문창계라? 어떤 음식이냐?”

문창계라 하면 본디 해남의 명물로 전승에 의하면 황제가 해남의 관료가 가져다준 닭고기 요리를 맛보고 나서 “문화가 번성하니(文化昌盛) 닭고기 또한 맛 좋도다, 정말로 문창계로다”하며 크게 칭찬하였다 한다.

닭고기를 삶아 차갑게 해 먹는 것이 해남의 명물 문창계인데 이를 변형시킨 것이 광주문창계이다.

전승에 의하면 해남 출신의 관리가 해남의 명물 닭을 광주로 가져와 만들어진 음식으로 닭을 삶아 뼈를 발라내고 24조각으로 썰어 접시에 담고 여기에 삶은 닭간과 향장(香腸, 중국 소시지)을 넣어 시루에 쪄낸 음식이다.

닭 간과 소시지가 쫄깃한 고기와 부드럽게 어울려 광주에서도 명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들은 태감 또한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어느새 입가로 흐르는 군침을 주체하질 못했다.

“그…… 그래, 들어보니 꽤 괜찮구나. 그럼 오늘 점심은 그걸 올리도록 해라. 대신 저녁은 기름진 조림으로 하고.”

“예이 예이, 그리합지요.”

그 정도라면 소년에게도 태감에게도 완벽하진 않지만 납득은 할 수 있는 타협점일 것이다.

협상을 끝마친 소년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켰다. 익숙하지 않은 입씨름을 했더니 몸이 삐적지근했다.

그건 그렇고 기우제라니, 새삼 자신이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실감이 간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지 않았는가.

지난 생과는 달리 국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현시대에 비의 중요성은 다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일 것이다.

전생에서야 식물공장이라 하여 건물 내부에서 완전히 계획된 환경 내에서 식물을 생산해 병충해나 자연재해의 피해가 미비했다.

하지만 이 시대에 그런 걸 기대할 수는 없으니, 거기에 교육수준마저 떨어지니 아직도 시골의 어느 한구석에선 강의 신에게 산 제물을 바친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들려오고 있다.

그건 그렇고 만약 제를 지내도 비가 안오면 어떻게 합니까?”

“무슨 헛소리냐. 용의 아들께서 제를 지내는데 왜 비가 안 와.”

가벼운 농담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받아치는 태감을 보며 소년은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예?”

“용의 아들께서 제를 올리는데 비가 안 올리가 있느냐는 말이다.”

…… 아니, 황제가 기도하면 용이 나타나서 인공강우라도 뿌려준단 말이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