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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의 요리사-29화 (29/314)

환관의 요리사 29화

고귀한 핏줄을 타고났음에도 그녀는 사람을 두려워할지언정 업신여기는 일은 없었다.

미천한 신분인 소년에게 감사를 표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었고 시녀들의 작은 실수 정도는 웃어넘길 정도의 관대함도 가지고 있었다.

좋은 부모에게 훌륭한 교육을 받은 것이겠지. 단순히 지식을 채우는 그것뿐만이 아니라 인격의 수양이 잘되어 있었다.

극도로 소심한 면만 없었다면, 조금만 더 대범한 면이 있었으면 더할나위 없을 테지만 세상 흠 없는 옥이 어디 있을까.

조금 더 형편없는 인간이어도 좋을텐데. 명색이 대장군의 딸 아닌가.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들고 일어나고 평생 가져보지 못한 것따윈 없을 그런 지위의 사람이 이래도 좋은 걸까.

조금 더 나쁘고. 조금 더 교만 하고. 조금 더 재수 없는 인간이었으면.

‘그럼 가책도 없을 텐데.’

몸을 회복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늘한 그늘서 오수를 즐기는 홍엽비를 멀찍이서 보며 소년은 이제 곧 닮아 없어질 양심을 느꼈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었다. 무심코 남이 잘해주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소년으로 하여금 무심코 차라리 홍엽비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이대로 지기엔 너무 아까운 꽃이었다.

점심으로 먹기 좋은 달콤한 죽을 준비해온 소년은 시녀들을 시켜 홍엽비를 깨우게 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그녀는 소년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직 잠이 깨지 못한 그녀를 위해 소년은 차게 우린 차 한잔을 내었다. 무심결에 그것을 받아든 홍엽비는 별생각 없이 그것을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달콤함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미는 감귤류의 산미와 식도를 타고 넘어간 후에 입안에 진하게 계화의 향기가 남는다.

그 산뜻한 맛에 홍엽비는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고개를 부르르 털고 찻잔 안을 들여다보았다.

“당계화(糖桂花)를 뜨거운 물에 풀어 차게 식힌 겁니다. 슬슬 무더워지는 계절에 괜찮지요?”

“네……. 아주 좋네요.”

계수나무꽃을 설탕에 절이는 당계화는 중국에서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는 훌륭한 조미료다.

이렇게 차를 타 먹기도 하지만 찹쌀을 채워 찐 연근에 올리기도 하고 탕에도 향을 내기 위해 넣기도 한다.

“당계화는 만들 때 유자를 조금 넣었습니다.”

“네, 생각보다 시지도 않고…… 달콤하네요.”

홍엽비의 볼에 발그레한 홍조가 피자 마치 작은 꽃봉오리가 살짝 벌어진 것 같은 감동이 피어났다.

아주 오랜 시간 가꿔온 꽃 한 송이가 마침내 그 아름다움을 자신에게만 허락해 준 것만 같은 감동.

하지만 양심과 타협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년은 표정을 숨긴 채 그녀에게 점심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알렸다.

소년은 사기그릇을 꺼내 왔다. 본래 있던 연꽃무늬가 아니고 거북이 와 사슴, 소나무가 그려진 것이었다.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열 가지 물상(物象). 이것들은 전부 홍엽비가 자리에 앓아눕자마자 용의 아들께서 친히 내리신 하사품이었다.

장수를 기원하고 복을 부른다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홍엽비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값비싸다 한들 결국 신외지물(身外之物)이 아닌가. 아픈 환자에게 금은보화가 무슨 소용인가.

황제는 홍엽비가 자리를 보전한 이래 단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온 적이 없었다. 그저 심심한 위로의 편지 한 장과 이 십장생 같은 환자의 쾌유를 비는 물건들을 보내왔을 뿐.

소년은 그 용사 비등한 필체로 쓰인 편지조차 황제가 직접 손으로 쓴 건지 의심스러웠다.

‘전염되는 병도 아닐 텐데.’

대제국을 경영하는 분이다 보니 바쁘시겠지. 공사다망하신 분 아니신가.

다양하게 세분된 문하성의 하부조직 중에는 오직 비들의 합방일만을 관리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조직을 경사방(敬事房) 이라 한다.

오직 황제의 침소를 관리하기 위해 일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인데.

숱한 여인들을 취할 시간을 조금만 아껴 얼굴 한번 비춰달라는 것은 분명 무례하고 분수를 모르는 일이겠지.

소년은 그런 심정을 내색하지 않고 사기그릇 안에 은으로 만든 국자로 죽을 퍼 올렸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고상한 검회색의 되직한 액체가 뜨거운 김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지마호(芝麻糊) 입니다.”

중국어로 발음하면 쯔마후. 검은깨로 만든 고소한 죽은 곡식을 곱게 간 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알갱이는 조금도 없으며 매끄럽고 고소하다.

때론 여기에 속이 들어간 떡을 넣어 먹기도 하지만 소화기관이 약한 홍엽비를 위해 넣지 않았다.

그저 최상품의 검은깨와 엄선한 오곡에 질 좋은 꿀로 맛을 내었을 뿐.

그런데도 맛은 저번 생에 먹어본 어떠한 쯔마후보다도 뛰어났다.

약으로나 쓰이는 귀한 목청을 사용해 단맛을 냈으니 그 맛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향과 색을 내기 위해 송홧가루를 약간을려 내면 비단 같은 검은 질감에 노란 가루가 올라가 보기 좋았다.

전생에 이 한 그릇을 만들려면 한 화로 얼마나 들어갈까? 송홧가루나 검은깨야 그렇다치더라도 귀하디귀한 목청을 아낌없이 사용했으니…….

재료비의 압박 없이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평소였다면 원가에 손이 떨렸을 귀한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으니 그 달착지근한 꿀맛과 고소한 깨의 풍미에 홍엽비의 입가가 사르르 녹아들었다.

혀끝에 녹아드는 달콤함과 곱게 갈린 곡식의 묵직함, 고소한 참깨의 향과 고소한 맛. 그것들이 잘 어우러져 무엇 하나 모난 점이 없었다.

소년이 알려준 대로 잘 갈린 곡식도 되새김질하듯이 천천히 씹으며 풍미를 즐기던 홍엽비는 금세 비어버린 작은 그릇 바닥을 아쉬운 듯 내려다보았다.

슬며시 올려다보는 홍엽비의 시선에도 소년은 완강했다. 아플 때는 조금 모자란 듯이 먹는 것이 좋다.

과식은 차라리 먹지 않으니만 못하다.

하지만, 저녁을 조금 일찍 먹는 것정도는 괜찮으리라. 어차피 저녁도 죽이었다.

아무리 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세끼 죽만 먹으면 비명을 지른다.

그리 죽을 좋아하지 않는 홍엽비는 앓는 소리를 냈다.

맛있다 맛있다 한들 맛있어도 죽은 죽. 한 끼 먹으면 물리고 두끼를 먹으면 헛헛해서 배가 고프다.

아무리 환자라고 해도 젊은 나이인 그녀가 죽을, 그것도 양껏 먹은 것도 아니고 새 모이보다 조금 많이 주는데 버틸 리가 없었다.

뭔가 씹을 것, 턱 근육을 움직일만한 음식이 필요하다. 요리사인 소년이 어찌 그것을 모를까. 하지만 이 또한 치료의 일환이기에 소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처연히 눈꼬리를 떠는 모습에 거세를 했다 해도 사내라면 애간장이 녹아내릴 텐데, 여인인 자신들도 저모습에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것 같은데 저놈은 사내도 아닌가 싶어 시녀들을 뒤에서 수군거렸다.

시녀들의 수군거림에 힘입어 홍엽비는 아주 작은 소망을 소년에게 토로했다.

“오늘 저녁부터는 밥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하하. 안됩니다.”

“이젠 정말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니 저도 기쁘군요. 하지만 안됩니다.”

세상 이런 독한 놈이 있나. 시녀들이 혀를 내둘렀다.

비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홍엽비를 보고 있노라면 제아무리 철담을 자랑하는 이라 한들 버틸 재간이 없을 터인데, 소년은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홍엽비의 청을 거절했다.

“그러지 않으셔도 삼 일차부터는 죽이 아닌 밥을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죽은 이제 물리는걸요.”

“약이라 생각하고 드시지요. 그럼 괜찮으실 겁니다.”

그 대신 저녁은 조금 넉넉히 끓이겠다고 말하며 소년은 홍엽비에게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

“……홍엽비 님. 저 무례한 환관대신 주방의 나인들에게 식사를 차리라 할까요?”

나름 홍엽비를 생각해서 말한다는 듯이 귓가에 속삭이는 시녀에게 홍엽비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요. 제 몸이 아직 밥을 소화할 능력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요.”

소년에게 투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홍엽비는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본래 태생부터 장이 약하고 입이 짧아 평생을 소식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일주일을 넘게 굶어 쪼그라든 위장에는 아직 재활훈련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이해는 하더라도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소박한 죽 한 그릇도 그리 맛이 좋은데 같은 재주를 부려 한 상을 차려내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얼마나 군침이 돌까?

자신이 몸만 건강했더라면 그를 시켜 온갖 맵고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텐데.

맵싸한 고추와 혀를 아리게 만드는 산초와 마늘을 실컷 즐길 수 있을텐데.

건강했더라면.

자신이 조금만 더 건강했다면. 조금만 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다면. 던져진 화두는 홍엽비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어느 누가 건강해지고 싶지 않을까. 타고난 육체, 타고난 천형인 것을.

홍엽비의 시선이 저 멀리 북쪽을 향했다.

후궁의 중앙에 있는 곳. 용의 아들께서 기거하시는 곳으로.

앓아누운 이래, 한 번도 자신을 찾지 않는 무정한 그분이 있는 곳을 향해서. 씁쓸한 홍엽비의 표정에선 이미 그리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런 님임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리 마음을 다독이면서도 못내 서운함을 이기진 못했는지 홍엽비는 품에 손을 넣어 곱게 접힌 편지지를 꺼내 들었다.

심심한 내용의 위로문. 용사비등한 필체는 몇 방울 인가 떨어진 물방울에 뭉개져 흐릿해져 있었다.

가만히 그 편지를 들여다보던 홍엽비는 다시 곱게 편지를 접어 품 안으로 넣었다.

* * *

“점심 죽은 뭔가 건더기를 더 넣어야겠군.”

해산물은 아침에 먹었으니 점심은 닭 육수를 진하게 우려 닭죽을 끓여도 좋겠다.

닭고기 살을 가늘게 찢어 넣으면 소화하기도 좋고 포만감도 조금은 더 생기겠지. 아니면 품을 조금 더들여서 닭고기도 경단을 만들어 넣어도 좋겠다.

‘사실 별 귀찮을 것도 없지.’

한 끼 먹을 때마다 최소 삼 인분을 넘게 차려야 하는 태감과는 다르게 죽 한 그릇 끓여내면 전부인 홍엽비의 식사는 간편함 그 자체였다.

남는 시간은 주방 한구석에서 빈둥거려도 좋으니 더없이 안온한 시간이다.

전날 태감의 식사를 챙기느라 누리지 못했던 휴가가 다시 찾아온 기분이다.

소년을 주시하는 시선이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해서 무슨 사회생활을 하겠는가?

오히려 소년은 당당하게 쏟아지는 시선을 즐겼다. 생각하면 이 얼굴로 언제 이렇게 여인들의 시선을 받아보겠는가.

그런 뻔뻔한 생각을 하며 아궁이 열기에 떡을 굽던 소년은 작게 혀를 차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보았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고 제 할 일 바쁜 척하는 나인들을 보며 소년은 속으로 그녀들을 비웃었다.

어차피 홍엽비의 병세가 회복되면 다시 복귀해 다시 보기 힘들 텐데 무엇이 그리도 아니꼬운지.

자기 밥그릇 챙기는 거야 사람의 본능이라지만 그 찝찝한 알력싸움만큼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도 또 없다.

귀찮기도 하고 또 나서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뒤에 숨어 노려보는 꼴을 보고 있자면 같잖기도 하지만 소년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어 그저 무시로 일관했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할 일이겠지.

소년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관심없는 척 했지만 실은 주방 나인들은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최근 남양궁의 파벌이 두 개로 갈라졌다는 것을. 그 두 개의 파벌 중어느 쪽이 소년의 명부에 오를지를 소년은 재고 있었다.

파벌이 갈라진 원인은 바로 소년에게 있었다. 아직 어리고 생각이 트인 젊은 나인들은 소년의 솜씨에 반하여 그 솜씨를 배우고자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권력을 누려온 품계가 높은 나인들은 소년을 배척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다.

소년을 방해하고 때때로 시비를 걸어오는 것은 바로 이 기득권층의 나인들이었다.

소년은 그들의 시비를 한 귀로 흘려 넘기면서도 그들의 이름, 생김새를 뇌리에 기억해 두었다.

이미 태감께 일러바친 명부에는 수 십 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소년이 가장 요주의 인물로 찍은, 첫날 자신에게 삿대질했던 그나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자신을 피하는 것처럼. 하지만 사내정치로 단련된 소년의 눈썰미는 피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 모든 일의 주모자라는것을. 교묘하게 자기 파벌의 나인들을 보내 소년을 방해하고 있었지만, 소년은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분노가 꾸며낸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시비를 거는 나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선배의 강압에 의해 억지로 매를 맞으러 나온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것 참, 얄팍한 수를 다 쓰는군.

그렇다면 이쪽 또한 어울려 줘야지. 소년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길게 찢어졌다.

무덤덤하고 게을러 보였던 표정이 순식간에 흉신악살의 마귀로 변했다.

자신을 욕하던 나인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도 소년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것 참, 큰일이군. 사달이 일겠어.”

그 목소리에 깊게 깔린 짙은 피비린내에 나인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소년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주방의 나인들을 훑어보았다. 마치 이중 누가 범인인지를 알고 있다는듯이.

“분명 누군가는 홍엽비 님이 쾌차하시는 것을 방해하고 싶을 텐데, 누가 그런 흉계를 꾸미고 있는 걸까?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지…….

터벅 터벅, 소년이 한 걸음 옮길때마다 그를 둘러싼 시녀들은 세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녀들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듯이 먼 곳을 흘겨보며 소년은 담담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 말은 유독 시녀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하긴, 누구인지 굳이 알 필요는 없지. 다 잡아다가 알아보면 될 인인데.”

동창의 나리들께 죄송한걸. 또 긴긴밤을 보내셔야겠어.

소년의 음산한 목소리에선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비정하고 교활한 말이 이어질수록 누군가의 살점이 그 목소리에 쌓이는 것처럼 무겁고 차가워진 소년의 혀는 교묘하게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으면서도 그 목에 밧줄을 걸었다.

“흠, 큰일이야. 이번엔 그 주모자뿐만 아니라 죄 없을 가족까지 모조리 잡혀갈 태세던데, 원체 사안이 막중하니 어쩔 수 없지.”

혐오스러운 촉수가 그들의 목덜미에 달라붙은 것처럼 나인들은 새파랗게 질린 채로 옴짝달싹 못했다.

소년은 애처로운 몰골의 나인들에게 쐐기를 박아 넣었다.

“저런, 왜 그러십니까? 이렇게 식은 땀을 흘리시고.”

뭔가, 찔리시는 것처럼.

그녀들은 어린 만큼 미숙했다. 오히려 당당하게 치고 나가야 할 때인데도 마치 날 의심해 달라고 광고하는 듯이 자리를 피하는 나인들의 모습에 소년은 코웃음 쳤다.

그래, 도망쳐라. 도망쳐서 너희들의 머리한테도 내 말을 전해야지.

도망쳐 봐야 소용없다고.

이렇게 겁을 주었으니 이제 남은 시간 소년에게 대드려 드는 간 큰나인은 없을 것이다. 그 사실에 만족해하며 소년은 까맣게 탄 떡을 아궁이에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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