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백제에서 살아남기-151화 (151/154)

151. 고착된 중국의 분열

금릉.

수도 금릉에 연방의 화포와 식량이 도착했다.

남당에도 연방의 뛰어난 군사력은 이미 유명했다.

강력한 신무기와 보병, 초원의 군마로 무장한 강력한 기병대까지. 심지어 기이한 함대마저 보유했다.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군사력이다.

그 탓인지 연방이 동원 가능한 병력에 대해서도 궁금함이 많았다.

"연방의 장수가 따라온 것은 위험한 것이 아닌가?"

"포수들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보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황제의 명이 있을까 신하들은 상애에 대해 알아봤다.

"음. 우리 쪽에 회유할 수 있나?"

장수나 포수라면 화포에 대한 기술도 알고 있을 테니 회유만 하면 남당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불가능할 것입니다. 상애라는 장수는 부여금강의 최측근이라 합니다."

최측근이라 하면 아마 상당히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유는 불가능하겠군. 그럼 포수들은?"

"상애라는 자가 관리 감독하고 있고, 연방의 포수들은 제법 취급이 좋다고 합니다."

포수들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무기를 수입해야 한다는 뜻일까.

그래. 나쁘지 않다. 그나마 숙련도를 기르게 되면 언젠가 남당이 주도하여 무기를 개발해내면 될 뿐이다.

"그렇겠지. 연방을 지금에 이르게 한 자들이 아닌가."

그 정도는 아니라도 포수라 충분히 일리가 있다.

"약주에 있는 초군은?"

"놈들의 공세가 멈췄습니다만, 곧 다시 공세를 취할 모양입니다."

약주에서 밀려오는 초나라의 공세를 남당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초는 미리 전쟁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그래서 남당은 서쪽 전선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준비된 초나라의 군대의 침공을 받은 거다.

애써 군대를 돌리기는 했는데. 지금 회군한 군대마저 초군이 벅찼다.

원래 반군을 잡기 위해 보내졌던 군대다. 안 그래도 고전하여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초군을 상대로 제대로 싸울 리 없다.

"연방 놈들이 준 무기를 가지고 이길 수 있겠나?"

"그 수량이 적으나 적들에게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한번 해보지."

약주에서는 여전히 초군이 강세라고는 해도 화포를 배운 남당군이라면 초나라군도 힘들 것이다.

한편, 상애와 연방의 포수들은 남당에서 손재주가 좋은 병사들만 골라 화포 훈련을 시작했다.

남당의 장수들이 보는 앞에서 연방의 장수가 남당의 화포부대를 훈련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괴했다.

"이렇게 말입니까?"

"사거리는 그렇게 잡고…… 그래, 그렇게 날려라."

연방의 상애와 포수들은 새로 설립한 남당의 화포부대를 훈련시켰다.

물론 어디까지나 훈련이다. 전쟁에는 절대 개입할 생각이 없다.

퍼엉! 퍼벙!

화포를 처음 쓰는 거치고는 제법 손재주가 좋은 남당군들은 화포를 제대로 익히는 것 같다.

어차피 연방인에게는 안 되겠지만 다행한 일이다.

‘초군이 남당군을 몇 번이나 격퇴하였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이 정도라면 그래도 제값은 하겠군.’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만일에 남당이 화포 기술을 배워 화포들을 생산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연방의 도움은 받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그 힘으로 통일하고 연방을 적대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의 연방이 남당이 통일한다 해서 질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제법 잘 쓰는구나."

일단 형식적으로 훈련은 계속 시켜보았다.

거리 조절에 목표물을 맞히는 것까지 오차범위를 알려주면서 훈련을 하자 남당의 장수들이상애에게 다가갔다.

"저, 이제 슬슬 익숙해져 가는 듯한데."

"그렇소만? 무슨 일이시오?"

"군량과 무기는 어떻게 되어가는 것이오?"

목이 바짝 마른 건지 남당의 장수들은 상애에게 따졌다.

슬슬 뒤가 타는 모양이다.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이미 보내고 있으니 걱정 마시오. 설마하니 아국의 각하께서 이것만 보내셨겠습니까?"

지금쯤 각하는 아주 천천히 무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때쯤 되면 남당과 초군도 상당한 피해를 서로 입었겠지.

"허, 허, 하하……. 그렇겠지요. 음."

"그럼 지금 남은 거라도 약주로 보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이건 남당의 백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조금만 가지고 온 것입니다. 대량의 화포가 금릉에 도착하면 그때 갑시다."

한마디로 맛보기 용도였다.

장수들의 청에도 상애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황제 이경은 슬슬 불안했다.

"저래도 되는 것인가? 무기를 지원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저건 좀 너무 건방지지 않은가."

"그래도 저만한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일리는 있습니다."

"예. 조금만 기다려 보시지요."

아직 약주가 점령당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그렇지 어찌 장수가 되어 저리 나태하다는 말인가?

남당은 내어줄 것을 다 내주었다.

지금 점령지의 백성들이 원한다고 하니, 그래. 가지라고 초주를 주었다. 심지어 초당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완전히 불가침 약조까지 맺었다. 그럼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데 지금 이 연방 놈들은 무엇을 하는 건가.

"이거 한마디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황제 이경이 분기탱천하여 상애를 불렀다.

"대체 연방의 장수들은 왜 이리 굼뜬 것인가. 귀국이 바람 앞의 등불이라도 이렇게 느긋하겠는가?"

너무 심하게 여유를 부린 탓일까 기어이 황제가 진노했다.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아니지. 당장 약주에서 죽는 사람들 천지인데, 무기를 지원한다는 연방이 기껏해야 훈련에 약간의 무기만 대줬을 뿐이니까.

그것도 이제는 끝이다.

"음, 폐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오나."

"설마 이제 와 돕지 못한다는 소리는……."

그럴 리가 있나.

"지금 금릉 밖에 거의 당도했을 것입니다. 군마도 수천 필이나 보냈습니다."

군마를 수천 필이나? 그것이 정녕 사실인가? 황제 이경은 두 눈을 반짝였다.

군마를 보냈다는 것은 결국 그 군마로 기병을 편성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당근과 채찍은 고루 주는 법이다.

"그것이 참인가?"

"예, 폐하. 이제 안심하시옵소서."

상애의 말에 이경은 표정이 가라앉았다.

"커흠, 진작 그럴 일이지."

"이제 단숨에 약주로 가 적들을 격파하면 될 것입니다."

약주에서 초군과 전투를 치르는 남당군은 10만에 달한다.

이제 그 10만이 군량도 무기도 부족하여 위급하니 새롭게 신설한 화포부대로 초나라군을 쳐낼 때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뻔할 뻔 자였다.

초군은 남당군의 앞에 너무 보기 좋게 무너져 내렸다.

바람 앞의 등불이던 약주에 지원을 나간 화포부대는 초군을 향해 쇠 포탄을 흩뿌렸다.

콰앙! 퍼어엉!

이미 계속된 장기전에 초군은 많이 지쳐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단숨에 당군을 무찌르면 모르겠지만 반대로 지원군인 화포부대까지 참여해버린 탓에 전투는 오히려 초군에게 힘들어졌다.

"이, 이게 대체 뭔 일이야. 당나라 놈들이 어떻게 저런 무기를!"

초왕 마희광은 이를 갈았다.

연방의 무기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서 저 무기가 연방에서 온 것 정도야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세작들의 말로는 연방이 지금까지 점령한 영토를 그들의 땅으로 용인해주는 조건으로 남당이 화포를 넘겨받았다고 합니다."

남당에 보낸 세작들로 어느 정도 일의 전황은 알게 되었는데. 하필 연방이 엮여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약주에서 남당의 주력군만 격퇴하였다면 남당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실패했다. 심지어 남당은 연방의 무기까지 가지게 되었다.

"퇴각하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퇴각하는 것뿐이었다.

초군이 물러가자 당군은 기세 좋게 그들의 뒤를 추격하여 초나라의 영토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 이대로 놈들을 아예 집어삼킬 것이다! 마희광을 계속 추격한다!"

초나라 장사부까지 진출한 남당군은 겨우겨우 장사부를 점령했다. 그러나 마희광은 수도를 천도하고 도망친 지 오래였다.

"폐하, 아군의 피해가 너무 커서 전투가 힘든 처지입니다."

"지금 초나라 점령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남당의 이경은 초를 병합할 것을 천명하고 진격전을 펼쳤으나, 아쉽게도 초군이 지친 만큼 남당군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연방이 조금만 더 일찍 도와줬으면 모를까. 이건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무리한 전쟁을 계속하다가는 껍데기만 크지. 나라를 지킬 군대도 남지 않을 것이다.

즉, 초나라를 점령할 능력이 되지 못하였다.

"퇴각하라."

황제 이경은 어쩔 수 없이 퇴각을 결정해야만 했다.

남당은 영토를 넓히기는 하였으나 그만큼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 * *

초당 전쟁은 남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남당이 땅을 조금이라도 얻은 것이 조금 배 아프기는 하지만 어쩔 수 있는가.

남당은 약속대로 서로 불가침을 약조했다.

남당 조정은 우리에게 지원군을 요청하고 싶어 하는 듯했으나, 이경은 현실과 타협하는 인물이었다.

이경은 우리와 불가침을 맺고 아예 내치를 다스릴 셈인 것 같다.

이전 같았으면 내가 방해했겠으나, 지금 남당의 힘은 크게 약화되었다.

땅은 넓혔어도 인구가 많이 줄었다. 아마 이제 분열된 왕조로서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남한은 건드릴 필요가 없나."

남한은 스스로 무너지고 있으니 상관없다.

그렇다면 촉나라는 어떤가. 촉도 그다지 강한 편은 아니다. 애초에 자기들 지형을 믿고 그냥 나라 유지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후진이 반란에도 군사를 일으키지 않은 것이지.

내가 촉이라면 후진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있을 때, 뒤를 노릴 것이다.

우리가 비록 배후에 있다고는 하나 연방도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촉이 작정하고 연방의 신하국으로 남겠다면 촉의 오대를 인정해주겠다는 뜻이다.

스스로 저렇게 작은 나라로 명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뭐라 할 수 없지.

연방은 자유를 권장하는 나라다.

거기 처박혀서 교역만 잘한다면 뭐하러 쥐어패겠는가.

굳이 이종가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이제 괜찮을 것이다.

"대충 그럼 판은 마련되었나."

오대인 후진은 여전히 석경당이 쓰려져 있고 산둥반도는 우리가 점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판이 꽤 잘 짜였다.

십국에서 가장 큰 세를 자랑하는 남당은 지금 우리에게 제해권도 뜯긴 상황이고, 강력하게 키운 국력도 왜구의 발호와 민란, 초의 침공으로 많이 떨어졌다.

그나마 우리가 내어준 무기가 있으나 남당은 앞으로 그 때문에 우리에게 코가 꿰일 것이다.

"오월과 민도 상황을 보면 지금 이주를 어찌해볼 처지도 아니고."

초는 본래 십국 중에 군사력으로 강세라 보기에도 미묘하다. 이번에 남당을 상대로 위협적이기는 했으나, 결국 패배했다.

십국 중에는 어느 나라도 결코 중원을 통일할 역량 따위는 없다.

"그럼 이제 진정으로 우리의 시대가 열린 것인가. 역시 나야."

혼잣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겠는가.

한국사를 통틀어 그 어떤 인물이 나와 같을까?

"산둥반도를 비롯하여 중원에 연방의 영토를 마련하셨으니 예맥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 아니겠습니까?"

관흔이 그렇게 말하면서 호쾌하게 웃었다.

"그렇지. 그런데 반연방 세력은?"

후진에는 반연방 세력이 있다. 산둥반도에서 활동하는 자들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미 제압이 되었습니다."

"석경당은 여전히 좋지 못한 상황인가?"

놈이 깨어나지 않았으면 큰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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