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백제에서 살아남기-150화 (150/154)
  • 150. 남당과의 협상

    초군이 남당을 상대로 일진일퇴가 계속된다면 결국 필패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초주에 오기는 글렀군. 2만의 군대를 다시 편성해서 우리 땅이 된 이곳에 주둔시키지."

    "남당에서는 완전히 역적의 땅이 되었으니 본국에서 잘 지원을 해야 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이주에서도 지원 올 테고. 본격적으로 초주의 반군도 군사로 편입시켜 훈련시키면 된다.

    "천보총의 성능은 어떤가?"

    총기를 개발하면서 천보총을 만들었다.

    정말 막대한 예산을 계속 때려 부어서 만든 건데. 이제 생각해 보니 사람 시력이 엄청 좋지 않고서야 큰 의미가 있나 싶었다.

    "나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적들 수뇌부를 잡는 것은 어려움이 있으나, 그래도 충분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건 다행이로군."

    실제 저격 총 수준이면 모르겠는데, 이건 잘못 쓰는 순간 어깨도 나간다고 하더라. 그래도 그걸로 사격이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귀찮게 만들었으니 만족해야 할까.

    연방에 편입된 주현을 돌면서 새로운 연방인들을 위로하고 연방의 관청을 세웠다.

    "군사 규모도 최소 5만까지는 키워내야 하네."

    그래야 적들을 방어할 수 있다.

    여기 인구수를 무시 못 하니 5만 정도는 어떻게 될 것이다.

    심지어 이곳에 있는 본국의 군대만 3만인데 2만 명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겠지.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남당의 사신이 초주로 왔다.

    잔뜩 성이 난 얼굴인 것이 상당히 불만이 많아 보인다.

    "음, 남당의 사신은 어서 오시게."

    "각하. 어찌 남당의 땅을 연방의 땅으로 삼으십니까?"

    전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그저 반란을 일으킨 남당의 백성들이 땅을 바친다길래 받았을 뿐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반군이 일어난 아국의 땅을 연방의 땅으로 삼으셨다 들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야 백성들이 갖다 바쳤는걸.

    "이 지역의 백성들이 들고일어나 연방의 백성이 되기를 청했는데, 그럼 어쩌라는 말인가?"

    "아국에 반환하셔야지요!"

    "우리만 믿고 남당에 반기를 든 자들이네. 그런 자들을 버리고 어떻게 큰일을 논한다는 말인가?"

    백성들이 이 땅의 주인이다. 그 백성들이 피땀 흘린 땅을 우리에게 바치고, 연방의 백성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국과 전쟁을…."

    "전쟁을 치를 형편은 되나? 초나라와의 전쟁이 힘든 상황인데, 고작해야 조금 키운 함대는 우리 영역 안에 있고. 대군을 파병할 자신은 있나? 군량은 충분한가? 무기는 어떻고?"

    아마 전부 부족할걸.

    오히려 지금은 이 땅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우리에게서 돈을 지원받는 것이 가장 좋을 테지.

    "지금 아국을 협박하는 것입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게. 남당이라면 다른 나라의 백성들이 살려달라고 너희들 백성이 되겠다고 찾아왔는데 무시하겠나?"

    "그것은……."

    "같은 지도자가 된 입장에서 잘 생각을 해 봐야지. 그리고 말이네, 지금 초를 상대로 나라를 유지할 수는 있는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초나라가 작정하고 쳐들어왔다. 그것도 지금 당나라 상황이 안 좋은데 말이다.

    당장 어떻게 막을 수는 있어도 초를 상대로 완전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면 당은 반대로 초에게 당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무례한 말씀이십니까?"

    "격리당한 백성들이 단체로 민란을 일으켰고, 그들을 제압하느라 전비 소모에 식량과 무기의 고갈. 지금 그나마 대군이 초나라와의 전투에 나가 싸우고 있다지만 과연 그 틈에 오월과 민이 노리지 않는 보장이 있는가?"

    틀린 말 하나 없으니 남당의 사신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자 사신은 조심히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무슨 말을 하기는, 협상을 하자 이런 의미지.

    이제야 조금 말이 통할 것 같다. 앞으로 시작될 이 협상은 중원의 역사를 이대로 굳힐 것이다.

    나는 분명히 확답을 주기로 했다.

    "초주를 연방의 땅으로 인정해준다면 이 이상 넘을 생각이 없네."

    "그게 무슨?"

    "또 식량과 무기도 지원해주지. 귀국의 황제에게 전하라. 어쨌든 우리는 땅 한 뼘도 돌려줄 수 없다고.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실리를 취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이지."

    즉, 서로 좋고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건? 남당의 국운이 걸린 일일 텐데? 아닌 말로 지금 주력군이 초군과 싸우는 사이에 아국이 대군을 일으키면 남당이 버틸 수 있겠는가?"

    "!"

    그제야 사신의 얼굴이 파랗게 물들었다.

    "남당도 알고 있겠지, 우리가 가진 무기를. 그리고 지금 남당을 정복할 만큼의 군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협박을……."

    이것을 협박으로 받아들인다니, 참으로 웃긴 놈들이다.

    "너희들이 버린 백성들이 살고자 들고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니 너희도 타협을 봐야지, 안 그런가?"

    결국 남당의 사신은 잔뜩 성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황제에게 알린다 했으니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다.

    "원래 계획과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닙니까?"

    덕술이 날카롭게 의문을 던졌다.

    그럴 만하다. 이종가를 써먹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초나라 덕에 알아서 판이 마련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판이 마련되었네."

    그래.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초나라가 남당을 상대로 몰아붙인다면 남당을 꿀꺽하기보다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서로 죽이고 죽여 세를 깎아놓는 것이군요."

    "우리로서는 힘들이지 않고 딱 좋지. 전운도 걷어내고 말이야."

    오대인 후진의 석경당도 지금 꼴이 좋지 못하고 십국들이 서로 죽여 머릿수를 줄여나간다.

    완벽한 계획이다.

    설마하니 이경도 여기까지 생각은 못 하겠지.

    * * *

    금릉.

    황제 이경은 초주에 있는 부여금강이 땅을 반환하지 않겠다니 화가 치밀었다.

    "그 빌어먹을 오랑캐 새끼들이 감히 협박을!"

    가뜩이나 초나라가 감히 군대를 일으켰는데, 연방까지 이러면 곤란하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이겨낼 방법을.

    "하지만 지금 서쪽 전선이 불안합니다."

    "마희악, 이 등신 같은 놈이 반란도 제대로 성공 못 하다니."

    마희악이 당하지만 않았어도 마희광이 저리 날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여금강의 말이 전부 옳다. 지금은 초주를 얻기 위해 연방을 압박할 때가 아니다.

    잠깐, 그런데 그 찢어 죽일 금강이 그래도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하지 않았나?

    "무기랑 식량을 지원해주겠다고?"

    "네."

    "다시 말해 그 신무기 같은 것도 지원해준다는 소리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신무기를 지원해주느냐 안 해주느냐.

    "대신 지금 반군이 점령한 지역을 연방의 영토로 인정해달라 하였습니다."

    차라리 현실을 보는 것이 어떤가.

    오히려 잘하면 그 신무기와 식량을 지원받아 마희광의 목을 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연방과 전투를 치러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제해권도 장악되어있으니 저들 본국에서 넘어오는 지원군대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초주를 되찾는다 해도 힘들 것이다. 당장 저 북쪽의 진나라가 굽신거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차라리 이럴 바에는 뭔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차라리 연방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 어떤가?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리하시지요. 지금 우리 당은 양면 전선을 감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풍족한 식량은 민란을 일으킨 백성들이 죄다 불태웠으며 무기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군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 서쪽에 있는 군사로 초를 방어한다 해도 민과 오월, 남한 등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연방은 대국입니다. 지금 연방에게 주는 땅 정도야 초나라를 병합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까?"

    그래. 그게 낫다. 차라리 그게 나아. 초나라를 병합하면 땅 문제도 해결된다.

    연방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 기분이 나쁘지만, 초나라만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다면야 상관없겠지.

    "그렇다면 당장 사신을 다시 보내라. 무기와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말이지."

    현실을 인지한 당 황제 이경은 초주로 다시 사신을 보냈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남당의 사신이 다시 왔다.

    반응으로 보니 좋은 소식을 전달하러 온 것 같다.

    사신은 나를 보자마자 보기 좋게 얼굴을 구기더니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귀국의 제안을 폐하께서 받아들이시기로 하셨습니다."

    "호오라, 꽤 빠른 결정이로군."

    "대신 늦지 않게 지원을 해주셔야 합니다."

    그걸 말이라고. 이미 다 준비는 되어있다.

    금릉까지 신속 배달을 해주마.

    "지금 당장 무기와 식량을 금릉에 보내도록 하지. 대신 지금까지 우리가 얻은 당은 연방의 땅으로 편입시킬 것이네."

    "거기서 더 넘지만, 말아주십시오."

    넘을 생각은 없다. 이미 초원까지 싹 잡아먹었다.

    초주를 비롯해 인근만 먹었을 뿐이니 너희들이 쳐들어오는 것이 문제지.

    "당연한 일. 연방은 다른 나라의 사정을 무시하는 나라가 아니네. 오히려 남당의 황제께서는 불가침을 약조해야 할 것이야."

    "황제께서는 그리한다 하셨습니다."

    그래. 그러면 되었다.

    애초에 네놈들이 쳐들어올 역량도 없겠지만, 미리 이렇게 다짐을 두는 것이 만일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포수들을 딸려 보낼 테니 그들로부터 화포의 사용법을 배우게."

    "신무기만이라 창과 칼, 활도 부족합니다."

    "다 챙겨주겠네."

    나는 이래 보여도 상당히 자상한 인물이란 말이다.

    사신이 돌아가는 길에 포수와 조금의 신무기를 보내고, 그 뒤를 이어 군량과 무기들을 챙겨 금릉까지 보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장수들은 의아하게 여기는듯했다.

    "설마 이경이 우리 제안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상애가 그렇게 말하면서 남당을 비웃었다.

    "자기들 땅을 먹은 우리에게 화를 내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땅을 인정하고 군수물자를 청하다니."

    "제 놈들도 알고 있는 게지."

    원 역사에서도 당 황제 이경은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기까지 하는 인물이다.

    야율덕광이나 야율배, 유지원, 석중귀와는 다르다. 그래서 아마 더 황제의 타이틀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백성들을 위한 황제로는 딱 좋지.

    솔직히 말이야 바른말이지. 역병이 그리 퍼지는데 약을 개발해서 백신처럼 투여할 나라가 이 시대에 어디 있을까.

    황제는 빠르게 처신을 잘했다. 전쟁 중인 국가라 그런지 역병에 걸린 백성들을 바로 격리시키고 성 밖으로 추방하고 시체를 땅에 묻었지.

    "다른 백성들을 버리는 것이 문제지만, 그래도 백성들을 최대한 지키고 나라를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는 황제가 아닌가."

    석씨들이나 다른 나라와 달리 그럭저럭 평균은 가는 황제다.

    아마 남당이 중국을 통일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평균은 갔을 것이다. 우리와 싸우지는 못하겠지만.

    "이경이 땅을 곧이곧대로 주겠습니까?"

    "아마 이런 생각일 거야. 어차피 초나라를 먹으면 전부 해결된다. 이런 거 말이다."

    초주를 비롯한 서쪽 땅을 조금 떼주는 것으로 초나라를 얻을 수 있으면 딱이지.

    거기다가 나라가 커지면 오월과 민을 노릴 수도 있다.

    당연히 남한까지. 그렇게 되면 후진과 남당과 이렇게 남북조 시대가 열리겠지.

    그것도 꽤 좋은 방법 같다.

    물론 그건 위험부담이 좀 있다.

    남송의 경우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강남을 개간하여 본격적으로 국력을 키우면 중원의 남쪽 짜리라 도 강력한 세를 구축할 것이다.

    인구수도 많아질 터.

    그 힘으로 북벌이라도 하려 하면. 연방이 돕기야 하겠으나 그 피해는 상당히 커지겠지.

    그냥 딱 지금 수준에서 분열되어 서로 싸우게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오나 각하. 남당이 그리하도록 내버려 두실 참이십니까?"

    "아니지. 나는 남당이 딱 자국을 지킬 정도로만 해줄 생각이야."

    초나라를 먹는다? 어림도 없지. 무슨 수를 써서든 자국을 지키는 정도. 딱 그 정도로만 만족시킬 생각이다.

    "하오나, 저놈들이 우리 포수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누구 하나는 감시 차원으로 보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 함께 데리고 온 상애가 가장 나을 것이다.

    "그럼 상애 장군이 감시 차원에서 가게. 화포 쏘는 방법만 알려주고 뒤에서 전쟁만 지켜보는 것이네. 시간도 계속 끌어야 하네."

    "명을 받듭니다. 각하."

    초의 상황을 어디 지켜보자.

    마초와 남당의 전투는 약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거기서 누가 이기는지가 문제겠지.

    "때에 따라서는 반대로 초를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 볼 것이네. 그러니 반드시 적당한 때 보고하도록."

    "예. 각하."

    내 뜻대로 될 수만 있다면, 중원은 더 걱정할 일도 없다.

    먼 훗날 제국주의 열강만 걱정하면 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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