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이주를 지켜라
대만(이주).
"더는 할 말이 없으니 이만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다시 찾아간 원주민들은 연방의 장수들을 적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분이 있다.
오히려 원주민들이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그대들에게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오."
적국 함대가 쳐들어오는 거니 말이다.
상귀는 원주민들에게 자세한 사정을 말했다.
"그들이 이곳을 치러 온다는 것이오?"
"그렇소이다."
"결국 당신들이 이곳에 온 탓이 아니오? 괜히 우리를 휘말리게 하지 마시고 어서 가시오!"
아니나 다를까.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그건 전혀 다른 말이오."
"뭐가 다른 말이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원주민들을 연방의 백성으로 삼을 좋은 방법이다.
장수라도 이 정도 머리는 있다 이 말이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한다.
"우리 때문일 수도 있고, 그대들 때문일 수도 있지."
"그게 무슨."
"우리 연방이 이 이주를 노린 것은 맞지만, 저들과는 다르지. 저들은 무력으로 이곳을 먹고자 오는 것이오."
월과 민이 왜 이주로 오는지는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연방의 함대와 관련이 있다는 것.
어차피 민과 월은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
보아하니 배들도 전에 봤던 함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게 무슨……."
"우리가 이 땅을 알게 된 것은 당나라의 함대와 해상에서 싸운 이후요. 우리가 무너뜨린 함대만 350척에 달했소."
그 함대가 당의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근방에 당나라가 있으니, 대충 당의 것이라 찍었다.
"350척? 그게 우리와 무슨……."
분명 그때 침몰시킨 배만 그 정도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이 원주민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것들은 본래 이주를 먹고자 당이 보낸 함대요. 그러다 우리와 대면하여 부딪치게 된 것이지."
"당나라가 어째서? 우리를 치러 온다는 말이오?"
원주민들은 손을 부르르 떨었다. 외침이라는 말에 그들은 꽤 겁을 먹었다.
"왜겠소? 이곳을 먹어 영토와 백성을 늘릴 속셈이겠지."
"그, 그게 무슨……!"
그저 되는 대로 던진 말인데 원주민들은 굉장히 동요하고 있었다.
저 모습에 나름 죄책감이 들던 상귀였으나, 이왕 여기까지 왔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우리는 이 땅이 당나라에 넘어가면 남쪽의 무역에 크게 차질을 빚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이곳을 취할 생각으로 왔지. 그러나 우리는 저 오랑캐들과 다르다네. 지금은 함께 합심해서 저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으음."
상귀가 계획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협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원주민들과 친해지면서 천천히 대만도를 점령하는 것.
"우리는 원주민들을 지원할 것이네. 그리고 맨입으로 이곳에 머물겠다는 것도 아니네. 약조하지. 본국은 원주민들에게 생필품도 지원할 것이고 따로 교역도 할 것이네. 굳이 연방의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네."
한참 설득 끝에, 마침내 당과 맞서 싸우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원주민들은 연방군도 견제하고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을 쉽게 믿을 수 없소."
"흠, 그렇다면 우리가 지켜주리다."
어차피 월과 민은 끽해야 패권도 쥐지 못하는 나약한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연방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몇이 오든 상관없을 터.
원주민들은 별 반응이 없자 상귀는 물러났다.
"장군. 해전으로 끝내지 않고 육지로 끌어들일 생각이시오?"
"아니, 정확히는 근처까지 밀릴 듯 말 듯 하면서 저들을 격파할 생각이오."
"그냥 우리가 저들을 지켜주는 것이로군."
굉장히 좋은 방법이 아닌가. 지켜준다면 은혜를 입힐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왕이면 확실히 입혀야 한다.
"바다에서 지켜주는 척하다가 그대로 섬으로 도망치는 것이지. 그럼 우리가 저놈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다 힘이 부족해 퇴각한 것으로 보이지 않겠소?"
"그렇겠구려."
상귀의 말에 효봉과 명길도 수긍했다.
괜히 지켜주기만 하면 버릇만 들일 수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리 적들을 무찌르다가 퇴각하면서 원주민들의 호감을 사면 될 것이다.
상대는 경계심이 높은 인물들. 월과 민이 실제로 이주를 노린다고 해도 연방군이 확실히 처리해주면 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월과 민의 함대가 쳐들어왔다.
미리 진형을 꾸린 연방의 함대는 연합한테 와 해전에 돌입했다.
"적들에 맞서 싸워라!"
"연방의 함대다! 싸워라!"
상대의 함대는 계속 화살을 퍼부었다. 당연히 금강급함을 선두로 내밀었던 상귀의 함대는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상귀의 함대는 측면 함포로 월과 민의 연합함대를 겨냥했다.
"방포하라! 저놈들을 한 척도 남기지 말아라!"
펑! 퍼벙! 퍼어엉!
포탄이 날아가 연합함대의 함선들을 격침시키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사람 살려!"
"주, 죽기 싫어!"
본격적으로 포격이 시작되었다.
한참 두들기고 또 두들기며 적들의 비명을 듣는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뭐야, 쟤들 왜 이리 많아?"
"생각보다 너무 많소이다."
생각보다 수가 너무 많았다.
"젠장, 화약은?"
"충분하지만, 이거 이대로 싸우면 우리도 피해가 있을 것이오."
"숫자만 대략 1천 척이 되는 것 같소."
1천 척? 1천 척이라면 지금 가진 함대의 몇 배나 되는 숫자다.
뭐 저리 많이 끌고 왔는가.
‘저것들이 이주에 상륙하면?’
큰일이다. 해전에서 끝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저 물량은 원주민들을 죽일 것이다.
그들이 죽고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총리의 명이 있다. 저들을 죽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저만한 대함대를 보니 틀림없이 국력을 기울여 보낸 함대가 틀림없다.
"함대를 다 끌어모으시오. 저것들을 다 잡아야 하오! 우리가 포위되기 전에."
"섬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라! 싸워라!"
상대가 1천 척이라고는 하나 포위되기 전에 섬에 정박해둔 온갖 배들을 다 끌어와 진형을 갖춰 맞섰다.
퍼벙 콰과광!
배들을 죄다 부숴도, 그 뒤로 새로운 군선들이 나타난다. 이것이 반복될 때마다 피로감이 생겼다.
그렇게 한동안 몰려오니, 제아무리 강력한 연방의 함대라도 점차 질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들. 억수로 많군!"
"계속 싸워야 하오!"
여기서 밀리면 당장 이주가 문제가 아니다. 저 정신 나간 놈들은 연방의 수군을 잡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기껏 본국으로부터 받은 금강급 군선들을 잃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이역만리 땅에서 수군들을 수장할 수 없다.
콰광 퍼어엉!
포탄들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또 부었다.
그렇게 한동안 퍼붓자 연합함대는 기세가 죽었다.
"호오오. 그래도 서서히 놈들이 더는 오지 않고 있소이다."
"저놈들도 서서히 느낀 것이겠지요."
때가 이르렀다.
"지금이다. 더 몰아붙여라! 있는 대로 화약을 쏴라!"
퍼엉! 퍼벙! 퍼어엉!
민과 월의 함대에 점차 피해가 커지기 시작했다.
포위를 하려 들면 우회하다 배가 전부 부서지고, 섬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들어가기 전에 격침당하고 만다.
월과 민의 연합함대는 결정을 내렸다.
"수는 우리가 더 많다! 배에 올라라! 배에 올라 놈들을 잡아라!"
민과 월의 수군은 결국 인해전술을 이용한 단병접전까지 시도했다.
연합함대는 박살이 나면서도 꿋꿋하게 연방의 함대에 접근했다. 그리고 첫 목표로 금강급 함대를 노렸다.
성과도 같은 금강급 배를 우선으로 노려 탈취할 셈이었던 것이다.
저 배만 빼앗고 난다면 전투는 쉬워질 것이다.
"놈들이 배에 들러붙었다! 죽여라!"
"놈들의 배에 올라라!"
월나라와 민나라 군사들이 금강급 함대에 오르다가 화살을 맞고 떨어졌다.
어마어마하게 들러붙는 월나라 민나라 연합군은 선박에 오르다가 계속해서 떨어졌다.
그러나 연방군은 마냥 화살로만 대처하지 않았다.
"진천뢰를 던져라!"
병사들이 진천뢰를 연합군의 배에 던졌다.
쾅쾅 소리를 내면서 연합군의 선박이 주춤했고, 이 틈에 연방군은 금강급 군선에 오른 연합군들을 모두 격퇴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붙었다.
연합군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일단 이 금강급 함을 먹어야 뭘 하든 하니까. 그저 계속 올랐다.
다시 배에 오르기 시작한 연합군이 배 난간에 손을 올리자 연방군이 칼과 도끼로 내려찍어 떨어트렸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오냐, 정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구나. 화총으로 쏴라!"
화총수까지 동원되었다.
화총수들은 배에 오르는 연합군을 향해 일제사격을 했다.
탕! 탕탕탕!
"끄아아악!"
"히익! 내, 내 팔이이!"
총탄에 머리통을 맞아 즉사하거나 팔이 도끼나 칼에 찍힌 연합군들이 바다에 떨어지면서 배에 오르던 다른 연합군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치고받을 무렵. 섬에서도 이 전투는 가십거리였다.
"저 바다 건너의 사람들은 뭐 저리 무시무시하게 싸운대요?"
"흠…… 일단은 우리를 지켜주고 있네. 연방군이 섬으로 오려는 적의 함대를 계속 부수지 않는가."
"분명 그렇습니다."
원주민들은 연방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다.
최소한 저들은 단순히 섬을 침공하러 온 존재들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저들을 도울 방법은 없다. 그저 연방이 이기기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속 올라라! 계속 올라라!"
"더, 더는 무리입니다! 피해가 너무 커요!"
월과 민의 연합함대는 갈수록 피해만 쌓이자 더는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전멸하게 된다면 이다음 민과 월은 당을 상대로 패권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 것이다.
애초에 이번 원정을 주도하게 된 것도 이주가 연방에 넘어가면 위험할 것 같아 그런 것. 그러나 피해가 이토록 심하면 재고해야 할 일이다.
"애초에 저 기이한 무기를 사용하는 놈들을 상대로 어떻게 이긴다는 말입니까?"
"그럼 여기서 퇴각해야 하오?"
"전멸하는 것보다는 낫소이다!"
연합군 수뇌부도 점차 퇴각으로 중론이 모였다.
이대로 싸우는 것은 연합의 함대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뜻할 것이다.
당나라를 두고 이렇게 병력을 계속 잃을 바에는 연방의 이주 점령을 막는 것보다는 차라리 대비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나라의 말을 듣고, 그냥 대비만 하면 좋았을 것을."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소."
연합군 수뇌부는 연방의 배에 오르다가 연방군의 방격에 죽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한탄을 했다.
"지금이라도 뺍시다."
연방의 이주 점령을 위해 연합을 꾀했으나,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 피해만 늘 뿐 조금의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저들과 단병접전을 벌여 한두 명이라도 죽인다면 아군은 백여 명이 죽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래서야 아예 다 전멸하고 말 것이다.
상대는 한참이나 병력이 적은데. 참 미묘한 상황이 펼쳐졌다.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무엇을 말이오?"
"어차피 패배를 했다면 이 자리에 있는 민과 월의 장수들은 각 나라의 폐하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오."
벌써 수백 척의 함대를 수장시켰다.
차라리 피해를 더 보더라도 조금이라도 공을 세우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아직 우리 병력은 많습니다. 놈들의 눈을 속여 뒤로 함선을 우회하여 섬에 상륙. 이주의 백성들을 잡읍시다."
배는 아직 넘쳐나니 함대를 나누어 보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