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백제에서 살아남기-127화 (127/154)

127. 유지원의 난 진압

머리통에 총탄이 박혀 죽은 유지원을 석경당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놈이 유지원이네."

"유지원을 잡은 것입니까?"

"보면 모르나. 내가 좀 대단하다네. 생포를 해줄 걸 그랬나?"

내 말에 석경당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각하께서 처리해주셨다니 황공할 따름입니다."

그건 그거고, 이제 남은 것은 전후처리다.

우리가 도왔으니 먹을 건 먹어야지.

"전후처리를 해야겠지."

"예. 옳으신 말씀입니다."

"일단 요나라를 잡았으니, 요나라의 땅은 전적으로 우리 땅이네. 초원을 정벌하면서 뿌린 피도 상당하거든."

사실 많지는 않았다. 임황부가 함락당하고, 거란족들도 다시 분열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을 힘으로 다스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응당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서 꽤 많은 군량을 소모했네."

군량값은 내놔야 할 거다. 20만이 넘는 병력이 꽤나 쌀을 소비했으니까.

"응당 군량도 내어놓을 것입니다."

"음, 그거면 되었네."

"예?"

석경당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걸로 끝이냐는 표정인데, 그럼 내가 더 뜯어갈 줄 알았나.

"내가 뭐 뜯어갈 줄 알았나?"

"그건 아닙니다마는. 그래도 우리 진을 구해주셨는데 보통은 더 요구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굳이? 진을 뜯어야 나올 것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요를 먹었으니 나쁘지 않다. 굳이 우리가 지원하지 않아도 머지않아 석경당이 잡았을 테고. 야율배만 잡고 지원하지 않는다면 뒤에서 요만 먹고 홀라당 빠진 것처럼 보일 테니 체면을 위해서라도 도운 것이다.

"딱히 없네. 따지고 보면 요를 얻었으니 우리는 꽤 큰 것을 얻은 것이 아니겠나.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네."

그 드넓은 초원에서 나올 군마를 생각해 보라.

수십만의 기병 양성이 꿈은 아닐 것이다. 그것으로 중원에 남하한다면 과연 누가 막을 것인가?

"아닙니다, 각하."

석경당이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그 옆으로 한 사내가 끼어들었다.

"폐하께서는 천자이십니다. 아무리 연방에 은혜를 입었다고는 하나 연방의 지도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겁니까?"

젊은 놈이 석경당에게 한심하다는 듯이 따져 들었다.

내 생각도 비슷하다. 천자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런데, 저놈은 무엇인가. 왜 갑자기 나타나서 끼어들어?

"무슨 그런……."

"태자인가?"

"제왕 석중귀입니다. 아직 젊어 사리 분별을 잘 못 하니 봐주셨으면 합니다."

저 나이 먹고 사리 분별 못 하면 답이 없는데.

원 역사에서도 석중귀는 제왕으로 임명되었다. 아마 여기서는 석경당이 죽고 그 뒤를 정식으로 이을 것이다.

가만히 보니 석중귀를 따르는 무리들이 있는 것 같다.

원 역사에서 거란에게 고개를 숙인 석경당에게 반발한 안중영과 경연광 등이 있었다. 아마 나를 노려보는 놈들이 그들이겠지.

언제고 진은 들고 일어날 것이다. 석경당이 죽고 나면 말이지.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우리는 군사를 정비하는 대로 연방으로 갈 걸세."

"예. 가시는 길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황제는 저렇게 깍듯한데 말이야. 그 신하들이 연방에 이를 드러내고 있으니, 머지않아 뭔 일이 터질 것도 같다.

당연하게도 철군하는 길에 장수들의 불만이 많았다.

"아까 보아하니 석중귀라는 자가 오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본래는 낙양에서 며칠 더 머물다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석중귀라는 자가 꽤 거만하기 짝이 없습니다."

확실히 거만하기 짝이 없다.

분명 언젠가는 연방에 칼을 들이댈 놈이 바로 저놈이라고 할 수 있다.

"예. 엄히 꾸짖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다. 괜히 건드리면 우리가 좋지 못해."

혼낼 수 있으면 지금 당장 혼냈겠지. 군을 몰고 가 협박하여 석중귀란 놈을 조져두는 것도 가능은 하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게 어인 말씀이신지."

"저자가 나중에 황제가 되어야 우리가 진을 먹을 이유가 생기지 않겠는가."

석중귀가 황제가 되면 결국 요나라는 연방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다.

조공 품목 때문이라도 덤벼들겠지.

"아, 그건 그렇습니다."

"어차피 한세월은 석경당이 계속 나라를 지배할 테고 당장 문제는 없지."

한동안은 석경당이 계속 황제로 있을 것이다.

석중귀는 아마 황제가 되려면 꽤 오래 걸리지 않을까. 나는 야율배처럼 석경당을 함부로 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럴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힘을 길러야 한다. 저 초원을 먹었으니, 서역과의 교역을 진행하고 말들을 키워 강력한 군대를 양성해야 해."

"예. 각하."

석중귀가 들고 일어나면 철저하게 짓밟아 허수아비를 세우든 아니든 진나라를 통치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언제나처럼 업적달성 알림이 떠올랐다.

[요나라 멸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몽골초원 일대가 연방의 땅이 되었습니다!]

[서역과의 교역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질 좋은 말로 강력한 기병을 키울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새로운 업적이 깨졌다. 근데 이번에는 딱히 보상이 짭짤하지 않은데. 이미 연방이 강하기 때문에 보상도 거기에 맞게 조정된 건가?

이왕이면 배에 관한 것도 주지.

[저 먼 서역의 상인이 도자기와 인삼을 얻기 위해 나주에 배 설계 기술을 전수하였습니다!]

배 설계 기술? 적당할 때 필요한 기술이 들어왔네.

지금 딱 배를 만들 시점이긴 하지.

* * *

평양으로 개선하자 장관들이 나와 반겼다.

하여간 이런 거 냄새는 잘 맡는다. 저 초원을 취했으니, 서역과 교역해야 한다며 입에 가시가 돋도록 성낼 표정이 보인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각하."

"또 영토를 크게 확장하셨다 들었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초원의 거란족도 전부 지배하게 되었으니 새롭게 바뀌어야 할 것이네."

요나라 땅을 전부 취했으니 한민족 역사상 최대 영토를 확보했다.

이제 그 누구도 한민족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물론 몽골 급이 나오면 모르겠다만, 아직 나중 일이기도 하고. 고려의 황제가 대칸을 겸하게 할 생각이니 그들을 잘 다스려야 한다.

그래서 저 초원에도 전국에 설치한 학교를 둘 생각이다.

한글을 배우고 문화를 배우면 달라지겠지.

먼 훗날 칭기즈칸도 한글 이름으로 한글을 쓰면서 연방의 장수가 될지도 모르고.

총리부로 들어와 장관과 관리들을 소집했다.

"앞으로 고려의 가독부가 태왕만이 아니라 대칸을 겸하고, 남쪽의 백제는 마한 황제가 일본의 천황까지 겸하게 될 것이다."

본래 유목민족들을 거느렸던 고구려의 태왕이다.

이제는 거란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었으니, 태왕은 대칸도 겸하는 것이 맞다.

당태종 이세민만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나.

"그거야말로 천하를 아우르는 것이로군요."

장관 한 명이 감탄사를 흘렸다.

"훗날 고려와 백제의 혈통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고려의 태왕이자 마한황제, 대칸이자 천황이 되는 것이지."

저 중원의 황제를 제외하고 동북방의 군주 칭호를 전부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대가 지나면 한 번에 통합해야지.

"야율배는 어찌 처결하실 것입니까?"

"야율배는 같은 다른 거란놈들과 떨어트려 탐라로 유배를 보낼 것이야."

맞아. 그놈도 어떻게 하기는 해야지.

"그냥 한곳에 다 처박아두심이……."

"거란족과 함께 두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야율배는 그들의 황제였어. 구심점이 되어 노예의 반란이라도 일으키겠지."

야율배와 거란놈들은 떨어트리는 것이 옳다. 만에 하나라도 그놈들이 우리에게 반발하여 들고 일어나면 귀찮아진다.

"아."

"그러니 야율배는 유배로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그게 내 마지막 의리기도 하고 말이야."

"예, 각하."

"이제 진나라만이 아니라 중원의 많은 나라와 교역을 해야 하네."

그놈들이 서로 싸우도록 말이다.

어차피 저들끼리 싸우다 보면 놈들은 자연스레 우리에 도움을 구걸할 것이다.

무기라든가, 다양하게 말이지.

이미 고려 쪽에서는 철제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으니, 저 아래의 작은 나라들이 좋아할 것이다.

"우리 수군은 어떤가?"

"수군은 저 장해군도와 압록수, 나주, 구주 등에서 이미 상당히 양성한 줄로 압니다."

"수군들이 너무 분산되어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쟁 났을 때 각개격파 당할 것도 생각하면, 수군 규모도 늘려야 한다.

저 초원과 고려에서는 기병을. 남쪽에서는 화약을 비롯한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보병을 키워냈으니 수군을 키워야지.

점점 군사 대국의 발판이 마련되지 않았나.

최소 육군 수준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육군에 너무 치중되어있어. 최대 10만까지는 키워야 하네."

"그리 키워서 어찌하시려고……."

"바다를 전부 장악해야지."

중원이 이렇게 갈린 지금이 기회다.

"확실히 지금이 기회인 줄 알고 있으나, 실패할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지. 중원이 통일되었다면 모르겠는데, 지금 육지에서 저들끼리 쥐어패고 있는 놈들이 수군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당장 바다를 두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수군에 힘을 쏟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령 수군을 키운다 해도 화포로 무장하고, 수도 훨씬 많을 수군을 중국 놈들이 이길 리 없다.

"그건 그렇습니다. 바다를 장악하게 된다면……."

"놈들의 시장을 우리가 독점할 수 있겠지."

"한마디로 중원을 가지고 손바닥 위에 굴리는 형국이로군요."

바다를 통제하면 중국은 반강제로 우리와만 교역해야 한다.

중국이 온전히 우리에게 종속될 수 있도록.

"그렇게 되는 게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찹니다만. 그러자면 좋은 선박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연방이 가진 선박은 그냥 무식하게 큰 것들이 많았다.

화포를 탑재한 것도 판옥선에 가까운 형태일 뿐이다.

"만들어야지. 서역에서 배 기술자들을 모집하는 것도 좋을 테지. 한 번 수소문 해봐야겠어."

"하지만 삼한반도와 열도에 설치한 수군 기지로는 바다를 전부 쥐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고작 반도에서 시작된다면 그렇겠지.

"그래서 말인데."

"예, 각하."

"이 대만도를 먹을 생각이네."

대만 땅이니 대만도. 나는 그렇게 부르고 있다.

"대만도라고 하시면?"

"중원대륙 남쪽 바다를 넘으면 있는 작은 섬이지."

"이주를 말씀하시는 것이로군요."

이 시기 대만은 원주민만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조금 노려볼 만할 것 같다.

"그곳을 점령하고 수군을 키운다면 확실히 바다를 전부 장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바다 전체가 우리의 것이 된다.

그리하면 무역을 우리가 독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또 전쟁이라는 것이 조금."

"대만도까지 점령하면 우리는 바다를 장악할 테고 중원의 도발이 없는 이상 전쟁은 더는 없을 것이네."

물론 그 과정에서 십국들의 수군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전쟁은 그래도 가볍게 끝내야겠지. 도로는 어떻게 되었나?"

"이제 고려에도 거란족들이 투입되었으니, 도로는 금방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거란족들은 죽어 나가겠지.

진나라의 석경당은 알게 될 것이다. 절대 나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음, 그건 다행이로군."

"그럼 이제 임황부는 어떻게 합니까?"

"임황부도 생각해둔 것이 있네."

거란족은 싹 처리했다. 그렇다면 임황부를 수리하고 고려의 도시 중 하나로 써야 한다.

일단 고려의 서경 정도로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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