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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에서 살아남기-121화 (121/154)

121화

파병할 병력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었다.

"도로정비 사업도 있으니 병력은 더 내기는 힘이 들 것입니다."

"우리 군사들까지 투입하고 있나?"

"예, 각하. 백제와 신라의 교통에 이어 지금은 고려까지 연결하려 하는데, 포로만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20만이면 나쁘지 않은데. 결국 문제는 상대가 야율배라는 것이다.

야율배는 어쨌든 원 역사의 발해함락에 지대한 공이 있던 놈이다. 게다가 그간 공들여 키운 유목민족의 군대 6만이라면 꽤 강력할 것이다.

우리가 군대를 보낼 때까지 석경당이 버틸 수 있을까.

"낙양에 병력이 얼마나 있던가?"

"보고로는 족히 5만은 되는 것으로 압니다."

"석경당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징집도 할 테고."

그러면 그 몇 배로 늘지 않을까.

전쟁의 여파 때문에 피해도 좀 있겠다만, 그래도 버틸 것이다.

"각하.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조금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장관들과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관흔이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임황부가 비어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지금 요군이 6만이나 일으켰다고 하면 거의 나라의 전 군사력일 것이다.

설사 남은 군대가 있다고 해도 연방의 대군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임황부로 쳐들어가자는 것인가."

"예. 석경당이 버텨주면 고마운 일이지만, 이미 야율배의 군대가 진의 국경을 넘었을 것입니다. 우선 군사를 나누어 요나라 임황부로 쳐들어가 점령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석경당에 대한 지원은 그 이후에 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아니면 예의상 연운의 군대만 움직여 석경당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지요."

음? 그거 좋은 방법인데.

"맞군. 굳이 놈들의 분위기에만 어울려 줄 이유가 없겠어."

생각해 보니 간단하다.

아마 놈들도 알고 있겠지. 연방이 지원하리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가 도로정비를 하는 동안 대군을 못 낼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빠듯하게 지원군을 낼 수 있을 테니까.

아마 야율배도 후진에서 연방과 승부를 보려 하겠지.

연운에 있는 연방군으로 석경당을 지원하는 척 간을 보다가 군대를 몰아 임황부를 점령하고 단숨에 요나라를 장악하면 된다.

"야율배가 멍청하군. 설마하니 내가 중원을 포기하고 요를 칠 줄은 몰랐겠지."

야율배가 도박 하나는 정말 잘 선택했다.

"그렇다면 진을 포기하는 것입니까?"

"진은 우리가 중원에 마련한 괴뢰국입니다. 이대로 버리는 것은 좀……."

장관들이 불평을 했다.

그것을 누가 모르나. 다만 지금 당장은 요를 먹기 더 쉽다는 뜻이겠지.

인구수나 경제로 보나 요나라를 먹을 바에는 진을 구하는 것이 낫겠지. 그러나 우리는 지원만 하고 끝이 난다는 거다.

"어차피 진은 우리 땅이 아닐세. 우리는 연운 16주만 지켜도 충분하지. 그리고 진은 어차피 불안정하네. 당장 석경당을 무찌른다고 해도 유지원이 천자의 위에 오를 것 같은가? 오르기야 오르겠지. 그러나 정적들이 있을 거야."

유지원 그놈도 공짜로 요를 끌어들이지 않았을 테니까.

야율배 그 미친놈이 도박해볼 정도의 제안을 했을 것이다. 아마 연운이라든가 공물이라든가 다양하겠지.

그러니 야율배도 눈이 돌아 백제인들을 다 죽이고, 우리와 척을 진 것이다.

"그럴 것입니다. 석경당에 불만을 품었다는 것은, 석경당이 우리에게 순종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단 소리겠지요. 아마 유지원도 석경당을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은 황제라 칭하며 세력을 모았을 겁니다."

관흔이 내 말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런데 유지원도 알고 보니 요나라와 거래를 했다? 아마 황제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거나 분열이 날 터."

대충 내 감이지만 어쩌면 연운을 내놨을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군대를 이끌지. 연운의 군대를 움직이는 척하면서 요와 유지원의 시선을 끄는 것이네."

"폐하. 요를 점령한 이후는 어찌하실 것입니까?"

상좌평 최승우는 내가 거란족들을 혐오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요를 굳이 점령한 이후라면 하나밖에 없다.

거란족을 절대 살려둘 수는 없지.

이번에 아주 잘 걸렸다. 뒤가 찜찜했는데, 소온도 허락한 일이니 거란족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해야 한다.

임황부를 점령한 이후에는 요에서 거란족이란 거란족은 싹 잡아들인다.

"거란족은, 한 놈도 살려둘 수 없겠지."

"설마 다 죽이시겠다는……."

죽인다는 건 아직 나 혼자 독단으로 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참에 거란을 다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진작에 우리 연방의 일원이 된 자들은 살려둘 수 있겠으나, 야율배의 밑에 있는 놈들을 어찌 살려둔다는 말인가? 심지어 그놈들은 연방에 원한이 깊네. 저들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 나아."

이번에 들고 일어난 것도 그렇고, 요의 대군을 궤멸시킨 나에게 한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유목민족을 짓밟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지금 짓밟아두는 것이 최선이다.

"한 번 선처를……."

"상좌평 선대 가독부 시절을 생각해 보세요. 고려에 정착하여 살던 거란인들이 야율아보기가 쳐들어온다니 함께 힘을 모아 고려를 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연방 내부에 있는 거란족들에게도 배신자는 이렇게 당하는 것이라고 보여줘야 합니다."

대인선이 거란족들 잡은 것은 잘한 짓이다.

무지하고 어리석은 놈들을 끌어안고 포옹한다라. 나쁘지 않다. 좋지. 하지만 거란은 몇 년이나 우리들을 배신했다.

진작 광개토태왕이 거란을 싹 정벌했어야 했다.

"으음."

"상좌평. 매번 모두를 끌어안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본때를 보일 때는 보여줘야 합니다. 고구려와 발해, 그리고 연방은 거란에 자비를 보일 만큼 보였다고 생각하니, 말리지 마세요."

"예, 각하."

이번에 아주 싹 다 잡아 조져야지.

"그리고 군부에서는 기병만 10만을 준비하라."

"예? 너무 많지 않습니까?"

"그 10만은 전부 고려군으로 채울 것이야. 말갈족들이 최근에 불평이 많다고 하니 요나라를 정벌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네."

말갈족들은 최근에 불만이 많았다.

수렵하던 놈들이 갑자기 농기구나 갈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좀이 쑤신 것이다. 특히나 지금의 말갈족은 전쟁에만 끌려다닌 탓에 더욱 그러했다.

"옛, 각하."

"이참에 서북방을 전부 평정하겠다. 무리해서라도 25만의 군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번 출병은 기병만 10만에 달한다.

나머지는 보병15만으로 포병을 비롯하여 조총수들과 함께 아예 요나라를 끝장내기로 한 정벌군이었다.

"관흔, 애술, 효봉, 명길, 덕술 등. 이번에 연방의 내로라하는 장수들이 참전해야 할 것이네. 우리의 목표는 요나라의 심부 임황성을 부수고 요 제국을 무너트리는 것이니. 모두 힘을 다해 적들을 무찔러야 할 것이야."

"""예! 각하!""."

오히려 잘 되었다. 좀 이르기는 하지만 요나라가 군사를 더 키우기 전 적당한 시기에 명분을 주었으니까.

석경당에게는 미안하지만 제발 거기서 잘 버텨줬으면 한다.

그래도 낙양은 이번에 군사가 나름 남아있을 테니 막을 수는 있겠지.

942년 9월 연방군 25만 군대가 요동에서 출병했다.

나는 출발하기 전에 전국에 출병을 천명했다.

-자식의 나라 진나라의 황제 석경당이 외침에 나라가 풍전등화라 아버지의 나라에 군사를 요청하니 부모가 되어 어찌 자식이 죽는 꼴을 두고 볼 수 있다는 말인가? 하여 사해에 천명컨대 나 연방의 총리 부여 금강은 친히 25만의 군대를 이끌어 진의 적인 요를 쳐부수고 야율배와 진의 반란군 유지원의 목을 벨 것이다!-

10만의 말갈, 고려의 기병과 15만의 백제, 일본계 보병의 대군이었다.

한편으로는 석경당에 빠르게 서신을 보내 낙양에서 성문을 걸어 잠그고 기다리라고 했다.

백성들은 다시 터진 대전쟁에 볼멘소리를 내는 자들도 있었으나, 불만을 내뱉지는 않았다.

이미 요와의 전쟁은 물밑으로 준비를 해오던 것이었고, 중원의 제국을 아들로 두었다는 사실에 뿌듯하게 여기고 있었다.

어쨌든 한반도 왕조에서 그나마 잘 나가던 통일신라와 발해도 지역 패권국이 될지언정 중원의 왕조 앞에서는 큰소리를 치지는 못했으니까.

이전부터 아버지의 나라로서 아들인 황제의 나라를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전국에 공표하였으니 백성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군사는 출병 준비를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요하를 넘어서 요로 들어가면 보이는 거란이란 거란놈들은 모조리 죽여라."

내 명령에 요하를 넘은 이후 만난 거란족들을 연방군들이 도륙했다.

"연방에서 갑자기 이 무슨 해괴한 짓이오? 어찌 국경을 넘어 우방국인 우리 요나라를 공격하는 것이오!"

이놈들 이거 웃긴 놈들이네.

"이놈들이 아직도 우리를 호구로 보는가 본데. 너희들이 먼저 우리의 제후국인 진을 친 것을 내 모를 줄 아느냐?"

"지, 진이 제후국이라니 그게 무슨……."

그래. 요나라가 알 리가 없겠지.

일단 석경당의 부탁으로 진이 아들의 국가가 되는 것은 외부로는 밝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유지원의 일이 이미 터졌으니 숨겨도 의미가 없다.

"황제가 나를 아버지라 불렀으니 제후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아니, 아들의 나라겠군. 감히 내 자식의 나라를 공격해?"

허걱!

"커헉!"

보이는 대로 요군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처단했다.

그리고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각하! 유지원과 야율배의 요 연합군이 낙양을 포위하였다 합니다!"

지금쯤이면 포위할 때가 되기는 했지.

"야율배에게 사람을 보내라. 만일 회군하지 않고 끝까지 내 아들 황제를 치겠다고 하면 임황부의 살아 있는 생명은 없을 거라고. 거란족이라면 어린아이까지 모조리 죽일 거라 그리 전하라."

"예, 각하."

이것이 최후통첩이다. 만일에 오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때는 임황부가 개박살이 나는 거겠지.

* * *

낙양 요군 진영.

낙양을 포위한 요와 유지원 연합군의 진영에 연방의 사신이 도착했다.

연방의 사신으로 온 자는 상좌평 최승우. 그는 이번에 직접 요의 황제를 찾아가 직접 담판을 짓고자 했다.

야율배는 당연히 이를 곱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일단 연방의 사신인 만큼 그 이야기는 들어보고자 최승우를 막사로 불러들였다.

"연방에서 사신이 무슨 일로 오셨는가?"

"진정 모르신다는 말씀입니까? 귀국에 있는 우리 백제인들을 죽인 것도 모자라 우리 부여연방의 자식의 나라라 할 수 있는 진나라를 치다니. 감히 이럴 수가 있는 것입니까?"

사신으로 온 최승우는 요나라 황제 야율배를 힐난했다.

"백제인들이 먼저 오만하게 굴었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오만하다는 것. 누가 보기에도 철 지난 변명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게 죽일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하다못해 아국의 총리 각하께 서신이라도 보내셨다거나 추방을 하셨어야지요."

무슨 변명을 하든, 결국 요나라에서 먼저 도발을 한 것이다.

그래놓고 뻔뻔하게 만리장성을 넘다니.

"그래서 이제 와 책임을 추궁하겠다?"

"추궁한다고 알아들을 사람이라면 우리 백성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겠지요."

"짐을 감히 우롱하는가!"

우롱이라니. 먼저 우롱당한 것은 연방이었다.

그간 백제인들 덕에 나라가 잘 굴러갔으면서 이제 와 백제인들을 죽였다.

"뭐 우리 백성들이 죽은 일은 어쨌든 이미 죽은 거니 어쩔 수 없다지만, 진은 우리의 제후국이며 진나라의 황제 석경당은 우리 총리 각하의 아들이 되는 분이십니다. 만일 군사를 물리시지 않는다면."

"않는다면?"

웃는 것을 보니 저 요의 황제가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이다.

"지금 임황부를 포위한 우리 군사들이 임황부의 거란족이란 거란족은 어린아이까지 모조리 죽일 것입니다."

"감히 이놈들이 누구를 협박하자는 건가!"

누구를 협박하다니, 먼저 뒤통수를 친 것은 요나라가 아니었던가. 최승우는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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