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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에서 살아남기-108화 (108/154)

108화

신라 호족의 목이 서라벌 대로에서 떨어졌다.

그 광경에 신라 출신 백성들은 경악했다. 설마하니 백제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 여기지 못한 것이다.

"지금 목이 떨어진 자는 감히 연방의 결정에 토를 달고 연방의 질서를 무너뜨려 그 벌을 내린 것이다! 일반 백성들은 생업에 종사하라!"

신라인들은 상귀의 행동에 겁을 집어먹기도 했다.

결국 대부분의 백성들은 호족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제 남은 것은 신라 호족들뿐이다.

"이 정신 나간 백제놈아!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죽일 수가 있느냐!"

먼저 들고 일어난 게 누구던가. 그러게 진작에 머리를 숙였어야지.

"너희들 아직도 무언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니들 다 죽일 수도 있는 거 참고 있는 거야."

상귀는 신라인들을 향해 코웃음 쳤다.

백제군들도 상귀를 따라 신라인들을 비웃었다.

"뭐라고?"

"사비 백제가 멸망할 때 너희 신라가 무슨 짓 했어? 당나라놈들과 사이좋게 사비로 쳐들어와 백성들 싹 다 죽였지."

그제야 백제군에게 덤비던 신라인들은 현실을 파악했다. 자신들도 사비성의 백성들 꼴이 날 수도 있다고.

"그게 우리 잘못이라니. 우리는 그 시절 신라인이 아니라는 말이오!"

"그건 중요하지 않지. 어쨌든 용서받지 못한다면 가해자는 영원히 가해자라는 뜻이다. 즉, 너희들은 나라가 망한 것도 서러울 텐데. 가해자 취급이나 받다가 지금 우리들 손에 죽게 생긴 거지. 원망하려거든 김춘추와 그 자식새끼들을 원망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상귀는 수하들을 시켜 호족들에게 창칼을 겨누게 하였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자, 이제 어찌할 텐가?"

결국 신라 호족들은 더 불만을 뱉을 수 없었다.

그저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궁리할 수밖에.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이오?"

"그게 내 알 바인가? 정 뭐하면 이번에 난민들이 일본으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따라서 가든지."

상귀에게 저항하던 신라인들은 결국 일본 열도로 건너가기로 결정했다. 서라벌에서도 살 수 없다면 발붙일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운 16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너희들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상귀의 작전이었다.

상귀는 저항하는 신라 호족들을 부산진에서 배로 태웠다.

"일본으로 가면 내 반드시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오."

"그럽시다. 언젠가 신라를 부흥시키리다!"

그런데 신라 호족들은 알지 못했다.

백제 군사들이 배 밑바닥을 깨트리고 본인들은 따로 배를 갈아탔다는 것을.

신라 호족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뭐야, 배가 왜 이러는 거야?"

"우리가 속은 것이었소! 그 백제 놈들은 우리를 살려줄 생각이 없던 것 같소이다!"

"……간악한 백제 놈들!"

신라 호족들은 배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아 물고기 밥이 되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서라벌의 백성들 사이에 소문으로 돌고 돌았다.

"분명 그 상귀라는 자가 다 죽인 거겠지?"

"함부로 백제군을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아. 절대로 건들지 말지. 그냥 누가 선동해도 가만히 있어야 해."

조금이라도 백제에 반발감을 가지고 있던 신라인들은 결국 백제의 지배권에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상귀는 서라벌에 그만큼 영향력이 있던 것이다.

이로써 천도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마한황제 신검과 백제 호족과 백성들이 서라벌에 이주할 때는 신라인들은 매의 깃발과 연방기를 들고 흔들어 반겼다.

"""황제 폐하 만세!""."

"""대 백제국 만세! 부여연방 만만세!""."

신검은 만족스러웠다.

"상귀 장군. 수고가 많았네."

"아닙니다. 간악한 신라 잔적 놈들이 감히 폐하께 반기를 들어 오히려 불편하셨을 줄로 압니다. 소장이 전부 싹 치워버렸으니 이제 걱정은 싹 내려놓으시지요."

신검은 가만히 서라벌의 상황을 살폈다.

다들 못내 따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확실히 상귀가 각인이라도 시킨 모양이다.

그나마도 살려준 것을 저들은 고맙게 여겨야 한다.

과거 사비백제는 사비성의 백성들이 나당연합군에 학살과 약탈을 당했고, 당에 의해 많은 백성이 끌려갔다.

그거에 비하면 호족들을 잡고 내쫓은 건 약과다.

"금강이는 언제 온다던가?"

"예. 폐하. 지금 연운 16주 일로 국사가 바쁘니 그 일이 해결되면 서라벌에 방문한다 하셨습니다."

"그래. 그건 다행이로군."

정말 다행이다. 신검은 그나마 금강이 온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폐하. 어찌 그러시는지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천황을 상대하기가 너무 힘들어."

아직까지 완산주에 있는 천황은 신검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천황이라 하시면."

"그래. 금강이 장인 말이네."

총리의 장인. 일본의 천황. 신검은 천황을 백제에 머물 수 있도록 사사로이 진국공으로 임명하였다.

진국공은 조선과 진국이 한반도에 양립하던 시절의 그 진국을 의미한다.

지금 백제는 그 진국의 땅에 세워졌으니, 신검이 적당히 높은 명예직을 내리기 위해 진국공이라 내린 것이다.

적어도 진국공이라 하면 천황도 싫어하지는 않을 테니까.

"서라벌에 오지 않은 것입니까?"

"준비가 되는 대로 서라벌에 온다는 것 같다만, 일본에서 지어지고 있는 황성으로 가고 싶다는군."

일본에서 지어지는 황성.

그건 일단 언젠가 천황이 갈지도 모르니 임시로 짓는 황궁이다.

물론 제대로 지어지지도 않았다.

"허, 어차피 명분용으로 만들어둔 성 아닙니까?"

"아무래도 포기하기 힘든 모양이야. 그냥 평양에 갈 것이지 왜 남아서 나를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어."

하긴 일국의 군주다. 그런 입장에서 갑자기 황위를 잃게 되는 격이 아닌가.

듣자 하니 이미 요시코, 금강과 타협해서 황위를 광에게 내린다고 하였는데, 어쩌면 단순히 고향이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각하께 보고해야겠군요."

"그러게. 안 그래도 나도 황후 등쌀에 미치겠는데, 그 작자까지 극성이니 아주 골이 아파."

불쌍해서 백제에 머물게 해줬더니. 아주 자기가 황제라도 된 양 행동하니 금강은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막상 생각해보니 정말 짜증만 난다.

신검은 서라벌 황궁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자, 그럼 서라벌 황궁으로 가지. 백제의 황제로서 내 신라왕의 옥좌에 직접 앉을 것이야."

"예. 폐하!"

이왕 신라의 서라벌을 수도로 삼았다면 백제의 황제로서 신라인들을 철저하게 지배하고 마리라.

* * *

더 넓어진 영토에 따라 도로도 짓기 시작했다.

일단 당장에 인력은 부족함이 없다.

석경당으로부터 당나라 포로들을 엄청 얻었으니까. 그들은 황제를 따르는 무리라 석경당에게도 불편한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이참에 나는 그들을 끝장 보기로 했다.

"이보게 박연, 완성되었는가?"

도로기술자인 박연. 원래 따로 이름은 있는데, 연방에 정착하고 싶대서 박연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원 역사에서의 조선 시대 박연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물론 그 박연은 무식하게 조선조정에 의해 갇혀있다가 결국 조선에 그대로 눌러 앉아버린 것이나 내 쪽은 강제성이 없었다.

어쩌면 그 보상을 주는 신이라는 놈이 노예근성이 있는 놈을 나한테 보낸 것은 아닐까.

"예에, 각하. 대동강 이남의 영토에 맞춰 도로망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호오."

조선 시대의 도로망보다 조금 더 발전된 형태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조선 시대는 도로망이라 할 것도 없었지 길도 죄다 사람과 짐승이 밟아 만든 좁디좁은 길이 전부다.

박연에게 받은 종이엔도로를 만드는 방법까지 그림으로 나와 있는데, 전부 포석으로 포장했다.

두께만 해도 이거 1미터는 될 것이다.

"최상층은 석공들도 필요하겠군."

위는 잘 다듬어진 돌조각들이 포장되어있으니 전국의 석공이란 석공은 전부 모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최상층이 반듯해야 그럭저럭 한 포장도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폭도 꽤 넓은 편이다. 이만하면 상업에도 별문제 없을 정도다. 수레가 지나다니기 편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가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도로의 중앙부를 높이고 끄트머리는 아치형으로 만들어 비가 오는 날에는 고이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은 배수구겠고. 배수에도 참 용이하겠군."

"예. 하여 포장의 최하층에는 자갈도 깔았습니다."

이거 그냥 로마의 도로 아니야? 이거 깔아도 되나?

뭐 산길을 이렇게 닦는 것은 힘들겠지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도 신라도 영주도 거란도, 이런 것들과 도로를 이으면 꽤 괜찮을 것 같고.

"산길에서도 먹힐까?"

"음, 당장 산길은 그냥 수리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신라 쪽 역시 돌다리 같은 것도 두고 제법 도로는 있던 걸로 기억한다.

한반도 중부와 마한 땅을 잇는 정도로 지금은 충분할까.

열도도 문제다. 일단 한반도부터 정비하고 열도는 농업을 장려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먼저다.

"그렇다면 일단 산지가 복잡한 곳은 해로로 움직이고 도로가 있는 쪽은 육로가 좋겠군."

"예. 각하."

조선처럼 수로만 이용하지 않고, 육로와 수로를 동시에 이용해 먹으면 된다.

"예산은 어마어마하게 들겠지?"

로마는 그래도 상상을 초월하는 국가가 아니었던가. 심지어 기반이 있었고, 백제는 이제 막 연방을 이룬 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통일신라의 도로가 좀 있는 정도다.

여기에 토목공사까지 벌이면 나는 그야말로 진시황제급이 되겠지.

일단 총리부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다.

* * *

총리부에서는 새로운 안건이 올라왔다.

"각하. 슬슬 포로들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광산으로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광산도 나쁘지는 않은데.

"이번에 서역의 도로기술자들을 모집했지. 전부 도로를 짓는데 투입하지."

"각하. 그러나 저 마한 땅이라면 모를까. 전국에 도로를 놓는다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전국에 도로를 놓지는 않는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땅은 산이 많아 도로를 놓기에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둘 수 있는 곳이라도 둬야 한다는 말이네."

도로를 놓기 힘들다면 조운로를 확보하는 것이 맞겠지만, 지을 수 있는 곳은 지어두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일 곳이다.

도로도 지을 수 있을 때 지어야지.

애초에 조선이 도로를 짓지 않은 것은 지형이 험난해서만이 아니었다.

한국은 수레 사용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상업의 발전도 일부러 억압하여 농업 위주로만 발전한 탓이었다.

심지어 일본에 비해서도 조선의 도로는 너무 형편없었다.

즉, 그냥 쉽게 말하면 단순히 지형이나 기술 부족이라기 보다는 결국 상업을 탄압한 탓이 크다.

그런 마당에 나라의 돈을 써가면서 도로를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길을 잘 정비하면 오랑캐나 적들이 침략했을 경우 불리해진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거야말로 무식한 소리가 아니었나 싶다.

나라가 강하면 적들이 어떻게 공격해와?

차라리 도로를 넓히고 상업을 발달시켜 군대를 키우는 것이 더 좋을 텐데.

"확실히 도로가 정비되면 지금보다 더욱 크게 번영할 것입니다."

"예. 연방은 군대도 강하지만, 상업으로 나라의 재정을 크게 불렸습니다. 당장에 정비도 포로들을 쓴다고 하니. 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봅니다."

"그러니까 전국에 도로망을 둬야 하니, 한 번 그 서역의 기술자에게 맡겨보지."

도로의 발달은 분명히 나라에도 이롭다.

오죽하면 도로의 발달이 로마제국을 강성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로마인들의 지배를 받는 놈들이 로마 뽕에 차오른 것이다.

애초에 그 나라는 도로 말고도 문명적으로 대단했으니 말해 무엇하겠냐만

내가 이끌어가는 연방은 그럴 이유가 없다. 조선처럼 적의 침략을 대비해 도로를 좁게 만들고, 상업을 탄압하고, 농업 국가를 꾀한다는 이유로 도로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도로는 어떻게 지어야 합니까?"

"서역의 기술자가 건네온 것이네."

나는 장관들에게 박연이 집필한 도로설계에 관한 문서들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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