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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에서 살아남기-100화 (100/154)

100화

본국에서 넘어온 연방군이 마침내 일본에 상륙했다.

상륙한 연방의 대군은 너무나 빠르게 일본 전역을 점령해나갔다.

반란을 일으킨 호족들이 다 죽었으니 당연하다. 다만 지금은 잔당처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본국에서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이거 참, 부인이 일을 참 잘했군."

부인이 어떻게 설득했는지 몰라도 자식인 광이 황위를 이을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천황은 지금 완산주에서 나올 수 없다더라.

"내 자식이 천황이라니 이것 참."

21세기 한국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아니, 그 전에 일본을 점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 그나마 이 시대에 나나 되니까 일본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포로들의 수가 2만을 넘었습니다."

애술의 보고에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쩔 수 없지. 우리 군대에 저항한 놈들이 아닌가?"

호족 연합군을 깨트리고도 저항하는 무리들이 많았다.

그들 대부분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냥 다 잡아들였다.

어쨌든 연방에 저항한 것은 사실이니까.

"예, 전하. 연방군에게 저항하다 잡힌 병력입니다."

"부산진으로 보낼 것이다."

그래도 2만의 숫자면 최소한 반도 내의 도로는 조금이라도 정비할 수 있을 것이다.

표류한 도로기술자들이 있으니까, 인력들을 동원해서 도로를 만들어내면 된다.

"그럼 연방군은 일본을 점령한 것인가?"

"예. 전하. 일본 전역을 점령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천황을 조금이라도 따르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다. 호족 연합군에 붙지 않고 사태만 관망한 천황파 호족들 마리다.

나는 그 무리들도 쳐냈다.

그렇게 해야지 나한테 저항할 놈들이 없어질 테니까.

[축하드립니다! 일본 열도를 평정하였습니다! 여신이 다른 신들 앞에서 콧대를 높이 세웁니다!]

[4세기 백제의 학자 아직기가 제작한 전국지도가 헤이안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신라 문무왕의 치세에 비밀리에 제작된 대동강 이남의 전국지도가 부산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거 완전 도로 만들라고 난리네.

그보다 보상이 너무 짜지 않은가? 이 정도 했으면 조금은 더 신경 써야 할 텐데?

투덜거리면서 헤이안쿄에서 발견되었다는 지도를 가져오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지도는 단순히 일본의 영토를 그린 지도가 아니었다,

"유황에, 은광에…… 아주 다양한데?"

단순한 지도가 아니라 자원을 표시한 지도 그 자체다. 그렇다면 문무왕이 남긴 지도도 비슷할 것이다.

"전하, 이것은……."

지도를 가져온 최승우는 침을 삼키면서 놀라워했다.

"상좌평. 대마도에 있는 은광은 쓸 만합니까?"

"예, 전하."

"이것은 유황을 비롯한 일본의 자원들이 있는 곳입니다. 급한 대로 완산주에서 사람을 데려와 투입하도록 하고, 연방정부에도 연락해서 중원을 도는 상인들을 비롯하여 고려의 광부들도 데려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일본 땅은 점차 호족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원 역사처럼 서로 죽고 죽이면서 힘을 기르고 전국을 통일한 뒤 나아가 한반도를 노리는 일이 없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일본은 이번에 호족들이 몰살된 김에 확실히 삼켜야지.

"백제 조정에 서신을 보내 관리를 파견받읍시다. 그리고 이번에 도운 구주의 호족들에게 관직을 내리고 일본 영지를 새롭게 개편해야겠습니다. 문제는 수도인데……."

수도는 대충 생각은 하고 있는데, 또 천황이 엮이니 문제다.

천황이 넘어오지 않는데 일본의 수도가 의미가 있을까?

"수도로 문제가 불거질 이유가 있겠습니까?"

"무슨 뜻입니까?"

"어차피 천황이 넘어오지 못한다면 이곳은 전하의 세상이 아닙니까? 적당히 대봉예 공과 연방 출신의 관리들. 구주 호족들에게 맡기시지요."

그래. 천황이 오지 않는다면 나의 세상이다.

왜 굳이 천황에 묶여있을까? 어차피 내 마누라가 알아서 잘해줬는데. 이렇게 되면 아예 일본을 내 식대로 바꾸는 것도 좋겠지.

"그럼 우선 반란이 일어났던 지역을 중심으로 군영을 세워 일본군도 새롭게 모집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군을 지휘하는 데엔 상귀 장군이 제격일 것입니다."

대봉예에게 당장 열도를 맡길 준비도 해야 한다.

중원도 노리고자 하면 일본에 오래 머물 수도 없으니까. 미리 정책들을 다 전부 준비하고, 대봉예에게 넘겨야 한다.

대봉예는 나름대로 정치를 잘하는 인물이다.

"그럼 이제 대봉예 공을 만나 봅시다."

그렇게 다타라에 있는 대봉예를 불러올렸다.

갓을 쓴 모습이 의외로 꽤 여유롭게 사는 모양이다.

"정말 나는 공께서 이렇게 먼 타지에 와 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허허. 총리께서 이리 신경을 써주시다니요. 감읍할 따름입니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최소한 일본의 통치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일본의 통치라."

말이 통치지, 어차피 그 아래에 있는 구주의 호족과 백제의 관리 및 새롭게 뽑은 친연방계 인사들이 일본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방의 행전 제도를 도입하고 연방에 온전히 편입시켜야겠지.

"가능하시겠습니까? 연방에서 공을 일본 군공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흠, 내가 무얼 했다고."

무얼 했냐니. 대봉예는 고려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적어도 지금 대연화 정권에서는 말이지.

만일 대봉예가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결과적으로 왕권 다툼은 꽤 오래 이어졌을 것이다.

나도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었겠지.

따지고 보면 대봉예가 자신이 황제가 되겠다고 했으면 나 역시 고려에 대한 전략을 달리했을 것이고.

아마 대봉예도 여기까지 예상은 하지 않았을까.

"하하하. 내 모를 거 같습니까? 공께서 삼한 땅을 벗어나신 것은 왕위 다툼을 막기 위함이 아닙니까?"

"커흐흠."

"그렇다고 본인이 왕이 되는 것도 바라시는 것도 아니었고. 안 그렇습니까? 공께서는 고려를 구하셨습니다."

고려를 구하고 빠르게 연방에 편입할 기반을 마련해준 격이다. 본인이 그럴 의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이득이었다.

그리고 그 공으로 일본을 다스릴 권리를 받아야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십니까. 어차피 제가 고려에 있었어도 결국 연화한테 넘어갔을 것입니다."

"그동안 내부가 혼란할 것도 생각하셔야지요."

"크흠. 아무리 그래도 군공이라니요. 이는 너무 큰 임무를 맡기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본 열도가 한반도보다 크니 그럴 만하겠지. 그래도 연방의 대군이 반발세력은 싹 쓸어두고, 또 친연방 파벌로 관리들을 채워둘 테니까.

"잘 해주시리라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거야 원. 저 북방과 남방, 이제는 이 열도까지 천하를 아우르는 분께서 완곡하게 부탁하시니 뭐 들어드려야겠지요."

"그럼 앞으로 일본 열도가 나아가야 할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본 열도는 이제 안심해도 되니까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을 것이다. 반란만 제외한다면 대봉예는 일본을 적당히 잘 다스릴 거다.

실제로 지금 대봉예는 고려로 돌아가는 것을 마냥 반기지 않으니 이런 지위라도 억지로 넘겨 놓아야 한다.

구주의 호족들에게도 대봉예를 도울 것을 분명히 다짐을 받고 나서야 귀국했다.

* * *

"참 수고가 많았네. 총리."

"형님 폐하께서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대전에서 신검이 내 손을 잡고 기뻐했다.

분명 태자 시절에 일본 문제로 좀 고생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게다가 이번에도 고생 참 많이 했고.

천황이 어지간히도 귀찮게 했다 들었다.

"그래. 오랜만에 만났으니 우리 오늘 회포를 풀어 보자."

신검의 인상이 꽤 온화해졌다.

내가 제대로 한 건 한 덕이겠지. 무려 일본을 백제 앞에 무릎 꿇린 격이니까.

"이제 일본도 곧 끝날 것입니다."

"그렇겠지. 네 자식이 천황과 마한황제를 겸하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완전히 하나가 될 것이 아니냐."

"예."

대연화가 딸을 낳고 광이와 혼인을 하게 만들면 연방의 틀이 아니라 아예 한 나라로 통합이 가능한데 말이다.

지금은 일단 대동강 이남의 삼국을 통일한 것에 백제는 만족해야 한다.

이것도 어쨌든 통일은 통일이니 말이다. 연방이기도 하거니와 연방을 제외하더라도 열반도면 뭐 나쁜 강역은 아니다.

그리고 당장 원래 역사만 하더라도 발해를 뻔히 내버려 두고 후삼국 시대라는 말을 하지 않던가. 그것보다는 낫지.

"다음은 역시 중원이냐?"

신검이 내게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역시 내 속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제 그는 연방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금이나마 삶의 여유를 찾았다.

"네. 요나라와 함께 연합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요나라가 우리 말을 듣겠느냐?"

글쎄. 바로 넙죽 들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으니까. 슬슬 야율배도 나한테 저자세로 굴기 싫을 테고. 그래도 외교에 그런 사적인 감정을 넣고 일을 처리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도 만리장성을 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군대를 지원해서 함께 넘자, 뭐 이런?"

"예, 폐하."

보아하니 내가 없는 사이 고구려계와 백제계가 연방정부를 잘 수습한 모양이다.

군량은 넉넉하니, 다소 무리한다면 만리장성을 넘어 중원정벌을 시작하는 건 일도 아니다.

"승리는 할 수 있겠느냐?"

"요의 군대를 제가 격파하였으나, 요나라는 군사 강국입니다. 고려의 군대 역시 막강하고 백제군은 신무기를 비롯한 보병과 포병이 강합니다. 게다가 총병도 이제는 다수 확보하고 있고, 화약을 확보할 염초 밭도 많습니다."

강력한 유목 제국식 기병 군단에 백제의 최신식 총포대도 있다면 그건 무적이 아닐까.

적어도 지금 중원에게는 우리 군대를 카운터칠 만한 세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냐."

"예. 그 옛날 근초고대왕께서 산둥까지 나아간 것처럼, 옛 영광을 되살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제는 슬슬 국뽕을 빨 때가 되었다.

"절호의 기회라."

"예. 지금 중원이 분열되어있으니 나아간다면 황하를 넘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잘만하면 중원의 한족 무리들을 장강 밑으로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송나라의 역사가 더 빨리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지금 당장 넘는 건은 때가 아니지 않으냐?"

"물론 그렇습니다. 전쟁 준비는 해야겠지요. 그러면서 내부도 조금씩 다스릴 생각입니다."

요와 연방이 연합을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 * *

임황부.

한참 연방이 일본흡수 작업을 벌이고 있을 때, 요나라의 황제 야율배는 황궁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고려를 다시 노릴 수는 없고, 이미 서쪽은 평정하였으니, 남은 것은 중원인데. 이 일을 어찌하나."

중원으로 달려가고 싶다. 저 드넓은 대륙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다.

그것이 아버지의 업적을 뛰어넘는 길이며 형제간에 피를 보아 황위에 오른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결국 조선왕…… 아니, 연방의 총리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것 참."

조선왕은 고려, 백제, 일본을 하나로 묶어 연방이라는 이상한 국가를 만들어버렸다.

심지어 군도 통합하여 연방군을 창설하였다. 한참 잘 나가고 있는데, 요나라는 아직도 요지부동이었다.

"내부도 이만하면 잘하지 않았나."

지식인들은 요동 출신이나 한족, 백제, 거란족 등으로 채우고 이제는 어느 정도 나라가 안정되었다.

슬슬 저 만리장성 이남으로 내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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