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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백제에서 살아남기-95화 (95/154)

95화

대마도를 공략하면서 준비된 함대는 연방군을 태우고 다타라에 상륙했다.

"전하! 연방설립을 경하드립니다!"

다타라의 수장을 비롯한 백제인의 후손들은 백제의 대동강 이남 통일과 연방설립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황도 나가떨어졌으니 이제 확실히 백제의 시대라 확신한 것이다.

"아닐세. 아니야. 자, 우선 들어가지."

"우선 우리는 이 규모로 일본열도를 휘어잡는다."

호족들을 다 합해서 병력은 1만이다.

그래도 반란 세력을 상대로 고기 방패는 할 만한 병력이 아닐까.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저항하는 호족들도 제법 됩니다만."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어. 믿고 따르게."

"예, 전하."

다타라에 설치한 연방 행정부에서 장수들과 호족들을 소집했다.

"우리에게 강경한 호족들은 전부 동쪽에 몰려있는 건가?"

"예, 전하. 헤이안쿄를 중심으로 힘을 하나로 합치고 있습니다."

"흐음."

헤이안쿄라. 즉, 수도에 모여서 우리와 싸우겠다는 건가.

설마하니 헤이안쿄에 틀어박혀 싸울 생각은 아니겠지. 그냥 황도 밖에서 끝을 보려 할 것이다.

아마 황도를 내주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일 것이다.

어쨌든 지금껏 천황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니까. 거기서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패권이 갈리겠지.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다.

"병력은 이쪽이 열세인 만큼 모이기 전에 각개격파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흐으음."

귀찮은데. 그냥 한꺼번에 다 조지는 것이 낫지 않나?

상대의 병력이 10배에 달한다고 해도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다.

당장 일당백의 부여군이 있고, 죽지 않는 불멸의 패왕인 내가 있다.

6만까지도 상대할 수는 있을 텐데. 다만, 그것은 내가 또 무쌍을 찍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다만 나 혼자 단신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니 병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장에서 활약한 장수의 조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수전보다 육전을 치른 애술이 낫겠군.

"애술 장군."

"예. 전하. 하명하시옵소서."

"각개격파와 적들을 한꺼번에 일망타진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좋겠는가?"

후자가 피해는 더 클 테니, 잔뼈가 굵은 애술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이미 전하의 심중에 결단이 서 있는 줄로 압니다. 그러나 굳이 각개격파와 일망타진의 차이를 둔다면, 간단합니다."

역시 애술. 내 속을 정확히 꿰고 있었다.

"계속해보라."

"전하 우리는 현재 본국의 지원을 최소한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돌봐야 하니까."

현재 일본 원정군은 호족과 수군, 부여군으로 이루어진 연방군이다. 군대의 질로 따지면 일본의 호족도 뒤섞여 있어 그리 좋지만은 못하다.

"각개격파는 괜찮지만, 전쟁을 꽤 오래 끌 수도 있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길잡이들이 있다고는 하나 이곳 지형은 저들이 더 잘 알고 있으니 각개격파 전략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합류한 호족들은 구주의 호족. 저 한참 동쪽의 호족들을 토벌하는데 길잡이 노릇으로 적합하지 못하다.

"시간의 문제?"

"예. 그게 아군에게 가장 큰 단점이 될 것이며, 아국이 가진 병력의 절반은 일본 호족들의 오합지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개격파 자체가 쉽게 이루어지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지. 일본열도에 상륙한 우리 정예군은 수천에 불과하다. 그 수천의 군사로 일본열도 전체를 뒤집어엎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병력을 조금이라도 커버해주는 일본 호족의 군사들이 정예가 아니니 오히려 패배하지나 않으면 다행인 일이다.

"일망타진은 더 어려울 텐데?"

"병력만으로 보면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의 지형을 모르듯 저들은 전하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건 그렇지.

"전하께서는 마한패왕이십니다. 불멸이시며 백제, 아니 나아가 연방의 영웅이십니다. 천하가 전하의 위엄 앞에 겁을 먹고 있는데, 저 일본의 호족 놈들만 모르지요. 전면전에서 전하께서 친히 저들을 토벌하신다면 군사가 추풍낙엽처럼 무너질 것입니다. 그리하면 아군의 피해도 적을 것이니 일거양득이 아니겠습니까?"

그냥 한마디로 나보고 돌진해서 다 쌈 싸 먹으라는 말이다.

"역시 그런가?"

"예, 전하. 우리의 신무기도 강력하지만, 전투를 오래 치를 정도의 화약을 가지고 온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전략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화약도 많이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한두 번 전투를 치르면 그것으로 끝날 만한 양이다.

다타라에 머물면서 계속 실어 올 수는 있는데, 일본에 그만한 화약을 투자할 만큼 싸움이 어려워질지는 알 수 없다.

슬슬 화약생산량이 는다고 해도 귀한 건 귀한 거다.

정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대마도에 화약을 비축해두기는 했는데.

"그럼 우리는 이곳에서 적들이 규합할 때까지 병력을 최대한 모은다. 포섭 가능한 호족들을 최대한 포섭해 보라."

"예, 전하!"

다타라에 머물면서 본격적으로 합류한 일본 호족군까지 더하여 연방군을 조직했다.

상대는 헤이안쿄에 머물고 있는 작자들. 이쪽은 수가 적은 만큼 지휘부가 하나인 단일화된 군사가 필요했다.

"헤이안쿄의 병력 상황은."

"대략 4만에 육박한다 합니다. 현재 아군에 비해 2배 이상은 많습니다."

"4만이라."

현재 우리 군대가 1만 5천

4만이라면 해볼 만한데? 헤이안쿄에서 적들이 맞서 싸우는 것이 걸린다.

헤이안쿄는 그래도 나름대로 중국의 장안성을 본뜬 도시다. 그럴듯하게 괜찮은 꼴을 갖춰서 훗날이고 언제고 문화적 가치는 충분하다.

"헤이안쿄 때문입니까?"

"그렇네. 그래도 명색이 장인의 황도인데."

세상에 해는 둘일 수가 없다.

당연히 장인은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에 천황이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천황은 마한황제이어야 하며 마한황제가 천황이 되어야 한다.

장인은 딱 여기서 끝이다.

다음 천황이자 마한황제는 내 자식이 될 것이다. 자, 그럼 그 첫발을 내딛기 위해 슬슬 움직일까.

"슬슬 진격하지."

"예. 전하."

"부여군과 구주 호족군은 전부 내가 이끌 것이다. 애술, 상귀 장군은 남은 군대를 이끌라."

구주의 군대도 일본의 호족군이니 이참에 구주에도 내가 하는 짓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적진으로 돌격해서 단숨에 쓸어버리는 것.

* * *

헤이안쿄.

연방군의 다타라 상륙 이후, 헤이안쿄에서 뭉치고 있던 강경파 호족들은 잠시 숨을 죽이고 연방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때가 이르렀다.

다타라에서 머물고 있던 연방군이 구주의 호족들이 참가하자 곧바로 동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놈들이 헤이안쿄로 오고 있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한동안 조용하다 했더니, 기어이 사달이 나고 말았군."

강경파들은 한숨을 쉬었다. 이왕이면 전쟁이 없기를 바랬지만, 천황이 군사를 청하러 간 이상 이날은 예정되어있었다.

"규슈 놈들이 저쪽에 붙어버릴 줄이야."

"처음부터 그놈들은 그쪽에 붙을 예정이 아니었습니까?"

다타라에 군대가 주둔하면서 솔직히 방심했다.

"그래도 머릿수는 우리가 더 많습니다. 이걸 이용해 수비를 하면 병력이 열세인 측이 공격하기 조금 불리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수비군도 많습니다. 그러니 지지 않습니다."

"상대는 금강 왕자요. 신라왕과 태봉왕에게 굴욕을 안겨주고 삼국을 평정하였으며, 북방의 대국인 고려조차도 상대하기 힘들었던 요를 궤멸시키고 새로운 황제를 세운 인물이라는 말이오. 고려의 태왕인 대연화가 그의 아내이기도 하지 않소."

무려 세 나라를 쥐고 흔드는 자다. 절대 보통 인물이 아니다. 금강과의 싸움은 설사 금강에게 지원이 없다 해도 연방 그 자체와 싸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다타라에 있는 연방군이 그 수가 적다고 해도, 금강 자체가 연방이나 다름이 없으니 방심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그래서, 사실상 적들은 일반적인 전략으로는 깰 수 없는 그런 상대라는 말이오."

병력 수가 많고, 수비만 해서는 되는 일이 아니다. 필시 금강이라는 왕자는 틈을 비집고 들어올 인간이다.

"어떻게 그런 나약한 말씀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리 일본의 명운이 달린 문제입니다!"

"누가 나약한 소리라고 합니까? 지금 연방은 금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금강을 잡는다면 연방은 다시 분열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금강을 죽여서 저 거대한 연방을 분열시키자는 것이다.

"백제 본국이라도 개입하면 어떻게 되겠소?"

"개입할 수 있으면 금강이 고작 저만한 병력으로 오지 않았겠지. 금강이나 되는 자가 우리를 왜인이라고 무시할 리도 없고."

금강은 전쟁을 많이 겪은 자다. 그런 자가 자기들을 왜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무시할 리는 없을 것이다.

강경파 호족들도 저마다 의견이 달랐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당장 연방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야전을 하지 말고 헤이안쿄에서 싸웁시다."

"그럽시다. 제아무리 금강이라도 결국 천황의 사위인 이상 황실의 일원이오. 설마 헤이안쿄를 어쩔 수 있겠소?"

금강은 천황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니 헤이안쿄에 어떠한 위협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자기 장인이 다시 들어와야 할 곳을 불태우고 망가뜨리겠는가?

그렇다면 전투는 수도 많은 이쪽이 유리해진다.

"그렇게 합시다. 차라리 헤이안쿄에서 틀어막읍시다. 금강이라는 자를 어떻게든 잡고, 일본을 지킵시다!"

* * *

"전하! 헤이안쿄로 호족 연합군이 입성했습니다!"

수시로 정찰을 보냈던 병사들로부터 헤이안쿄의 상황이 보고되었다.

"놈들이 헤이안쿄에서 우리들을 막으려 한다니."

어이가 없다. 대놓고 헤이안쿄에서 연방군을 막겠다니. 마치 자기들이 헤이안쿄의 주인인 것마냥 행동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번 전쟁은 연방군이라는 반란 진압군이 일본의 반란 세력을 토벌하는 것뿐이다.

"예. 아무래도 헤이안쿄를 방패로 세우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놀랄 노 자로군."

아무리 우리를 막으려고 해도 그렇지 헤이안쿄에 틀어박힐 생각을 하다니. 멍청해도 그리 멍청할 수가 있는가.

오히려 사정은 나은 편인가? 도시 그 자체로 불태울 수 있으니 말이다. 화약을 전부 쏟아부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애술이 난처한 듯 표정을 찡그렸다.

"전하, 적들이 헤이안쿄 밖이 아닌 안에서 싸운다면 우리가 상당히 불리해질 것입니다."

"음,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군사의 질이 어떻든 간에, 도시를 끼고 싸운다면 수가 많은 저쪽이 유리하다. 하려면 역시 화약을 퍼부어야 하는데.

"차라리 죽은 고목 나뭇가지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헤이안쿄를 고립시키자는 말인가?"

"예, 전하."

말려 죽이자는 게 과연 좋은 방법인가? 그게 가장 최소한의 피해로 승기를 잡을 방법이라지만, 그 전략은 우리에게도 위험하다.

예를 들면 보급의 문제다. 적들에 비해 병력이 적다고는 해도 애들 먹일 식량을 생각하면 감당이 안 된다.

"흐음,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차라리 화약을 전부 부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네."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면 지금 화약을 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하면 피해가 너무 커지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그냥 나 혼자 들어가? 그냥 호족 놈들 다 잡는다던가.

"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연방 출신 장수들이 한참 전략을 논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부자연스러운 백제어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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