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요 태자를 사로잡다.
* * *
발해가 과연 우리가 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야율아보기가 상경으로 간다고 해도 성들을 쌓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성을 쌓았다고 병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역시 안 된다.
얼른 가야한다. 부여부를 구원하고 야율아보기의 뒤를 쳐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부여부까지 올라가면서 부여성의 패잔병들과 도 합류했다.
“뭐지? 야율아보기는 상경으로 간 것이 아닌가? 부여부 병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부여부를 포위한 군사를 보니, 내가 느낀 것보다 적기는 적다.
역시나 한발 늦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쓸데없이 분위기는 웅장하고, 대장기로 보이는 깃발이 너무도 찬란하다.
일개 장수의 군대는 아니다.
야율아보기가 아니라면 누구지?
“예. 야율아보기는 상경으로 길을 잡았고, 이곳에 남은 지휘관은 태자 야율도 욕입니다.”
“야율도욕? 야율도욕이 이곳에? 대체 야율아보기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태자에게 대문진을 맡기고 본인은 상경에 가 총공세를 펼칠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더 정찰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너무 뜸을 들이다 말아먹을 수도 있다. 야율도욕을 잡고 상경까지 야율아보기를 맹추격해야 한다.
“상대가 야율도욕이라면 봐줄 필요가 없겠군."
발해가 과연 우리가 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야율아보기가 상경으로 간다고 해도 성들을 쌓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성을 쌓았다고 병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역시 안 된다.
얼른 가야한다. 부여부를 구원하고 야율아보기의 뒤를 쳐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부여부까지 올라가면서 부여성의 패잔병들과 도 합류했다.
“뭐지? 야율아보기는 상경으로 간 것이 아닌가? 부여부 병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부여부를 포위한 군사를 보니, 내가 느낀 것보다 적기는 적다.
역시나 한발 늦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쓸데없이 분위기는 웅장하고, 대장기로 보이는 깃발이 너무도 찬란하다.
일개 장수의 군대는 아니다.
야율아보기가 아니라면 누구지?
“예. 야율아보기는 상경으로 길을 잡았고, 이곳에 남은 지휘관은 태자 야율도 욕입니다.”
“야율도욕? 야율도욕이 이곳에? 대체 야율아보기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태자에게 대문진을 맡기고 본인은 상경에 가 총공세를 펼칠 생각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더 정찰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너무 뜸을 들이다 말아먹을 수도 있다. 야율도욕을 잡고 상경까지 야율아보기를 맹추격해야 한다.
“상대가 야율도욕이라면 봐줄 필요가 없군. 유금필.”
“예. 왕자님.”
“지금 우리가 이끄는 기병이 1만이오. 이 군세면 적들을 휘저을 수 있겠지.”
22만에서 3부대로 나누었다. 그러니 10만이 안 될 것이다. 거기서 대문진의 군대를 무찌르고 피해를 입은 것까지 감안, 야율아보기가 다시 군대를 추려 상경으로 갔다 치면 남은 놈들은.
······그냥 기병으로 습격만 해도 이길 것 같은데?
관흔은 그냥 뒤에서 퇴로나 막으라 하는 것이 이득이겠다.
“예.”
“그렇다면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내가 왜 마한패왕이라 불리는지 보여드리리다.”
“기대하겠습니다.”
“전군! 나를 따르라!”
아무래도 상당히 우리가 얕잡아보인 모양이다.
신검이 요동을 쥐어틀고 있으니, 나는 이곳에서 야율도욕이라도 잡아야 한다.
“뭐지? 저 깃발은?”
“적군이다! 적군!”
제법 반응이 느리다.
하기야, 백제의 깃발은 놈들이 처음보는 것일 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백제의 깃발이 거란에 보일 일이 없다.
설령 이전에 우연히 깃발을 봤다고 해도
‘백제가 백제다워져야 한다.’
그 법칙에 따라 깃발도 황색에 매가 그려진 것으로 새롭게 만들었으니까. 하여 놈들은 당황하다가 단순히 적군이라고 지껄이고 있겠지.
“화살을 쏴라!”
“저기! 맨앞에서 창을 들고 내달리는 저놈을 맞춰라!”
거란놈들이 화살을 날리고 있다.
“안타깝군. 선봉에 내가 있으니 쉽지 않을 게다.”
솔직히 때에 맞추어 대문진이 나왔으면 위험할 뻔했다.
여기서는 백제군만으로 잡아야 공이 더 커질 것이다.
거란군의 화살들이 내 몸에 쏟아지지만, 안타깝게도 전부 튕겨났다.
거란군에서도 기병을 내보냈으나, 우리 측 편전을 사용하는 궁기병들이 일제히 쏘아 놈들을 맞췄다.
“끄아아악!”
애깃살에 맞은 거란군들은 죽어나가기 일수였다.
그래.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확실히 다 죽여주지.
나도 이제는 장수로서 제법 뼈가 아물었다 이 말이다. 그냥 활로 적을 맞추는 것만이 아니라 창으로 적들을 벨 수 있다.
서걱!
“끄허억!”
나를 막으러 나온 기병들 여럿을 쉽게 베어 넘겼다. 금강이라는 몸탓에 죽음이 두렵지 않으니 마음껏 휘저었다.
“한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라! 눈에 보이는 거란이란 거란 놈들은 한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
나는 거란군에게 자비를 보이지 않았다.
인질로 쓰는 놈은 야율도욕 하나면 충분하다. 1만의 우리 기병보다 많은 적군에게 자비를 보일 수는 없지. 안 그래?
나는 거란군 사이를 헤집으며 검과 창을 휘둘렀다.
그 뒤를 따르는 1만의 기병들도 마음껏 거란군 진영에서 움직였다.
“야율도욕이 어떤 놈이냐! 나오거라!”
“야율도욕아 겁을 먹었느냐! 기어 나오거라!”
병사들을 시켜 야율도욕을 찾게 했다.
어차피 우리 말로 하는 거라 야율도욕이 듣고 나올 리 없지만. 그래도 ‘야율도욕’이란 단어에서 뭔가 눈치는 채겠지.
“네 이놈들! 내가 야율도욕이다! 네놈은 누구냐!”
“내 이름은 부여금강이다! 네놈이 야율도욕이라는 놈이로구나!”
역관을 불러 대화를 하는 것도 고욕이다.
그냥 한바탕 붙는 것이 속이 편할 것이다. 가서 저놈 목만 베면 되는 것이 아닌가?
“나를 그리도 찾고 있었다더니, 나와 한 번 붙자꾸나!”
“어린 놈의 새끼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아득바득 덤비는 꼴이라니.”
생각해보니 화가 치미네.
“겁을 먹었느냐!”
“어떻소. 유금필 장군. 한 번 해보겠습니까?”
“기회를 주신다면 적장의 목을 베 고려의 장수로서 명성을 높이겠습니다.”
고려라. 고려의 장수라. 그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지금 왕건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배신자 유금필이 백제와 함께 발해를 돕고 있다? 그도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백제군에 있는 것이다?
아마 전자가 더 클 것이다. 상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라는 것이 허용될 리 없을 테니.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금필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빨리 가고 싶다 그런 뜻이다.
나야 좋지. 이놈이 야율도욕를 처단하면 고려의 장수가 아닌 백제의 장수가 도욕를 잡은 것처럼 보일 테니까.
이래서 무식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리하시오 그럼.”
“예?”
“아닙니다. 자, 야율도욕을 사로 잡아오시오.”
고작해야 야율도욕 따위가 유금필을 어쩐다고 생각해볼 수는 없다.
합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를 상대로 한 번 패배했던 유금필은 두 번은 안 당하겠다는 듯, 저놈을 상대로 있는 힘껏 싸워 승리를 거머쥐었다.
“끄하아악!”
야율도욕이 그대로 낙마했다.
어린 놈이 전국시대를 내달리는 유금필을 이길 리 없지.
펑! 투쾅! 펑!
뒤에서 구포를 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비명도 함께 들리는 걸 보니 관흔의 군대가 열심히 거란놈들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들쑤셔진 거란군들은 우리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대략 숫자는 2만 정도로 파악되었는데, 지금은 채 2천도 남지 않았다.
나머지도 우리 군에 쉽게 제압이 되었다.
“우리 측도 피해가 제법 있군.”
백제의 갑옷을 걸친 시체도 꽤 있다.
“적군 한복판을 쓸었습니다. 1천의 사상자만 난 것도 기적이었습니다. 대승입니다.”
뒤늦게 합류한 관흔이 대승이라고. 하는데, 역시 좀 무모했나 싶다.
막상 이렇게 보니 전쟁의 참혹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대체 정복군주들은 무슨 생각으로 땅을 넓힌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라를 위해서라는 말은 좋지만, 전쟁을 치르는 병사들은 어떤가.
“진짜 못할 짓이군.”
“전쟁이란 그런 것이지요.”
“그럼 이제 그 잘 난 대문진을 만나러 가야겠지.”
어쨌든 대문진이 대패를 한 덕에 우리가 더 지분을 많이 받게 되었다.
지금 죽은 백제군들은 후일 요동을 얻기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거라고 보면 될 것이다.
“상경에서 한 번 멀리서나마 본 적이 있었지. 소장은 발해 부여부도독 대문진이오.”
“나는 대백제국 제일연합군의 총사 부여금강입니다.”
“이번에는 백제군 덕에 살았소이다.”
몰골을 보니 참 말이 아니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고, 부상을 입었는지 한쪽팔에는 임시로 천을 감았지만 피가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이 꼴이라면 병사들을 추려 함께 가지 못하겠군.
“우리가 너무 늦게 왔지요.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내 야율아보기의 목을 베었을 것인데.”
“헌데, 병력이 너무 적지 않소? 상대는 20만이오. 막힐부랑 장령부에서 잘 막아주고 있다지만 무시할 수 없는 군세인데 3만으로 부딪치기에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오.”
그걸 내가 모르겠나.
그런데 말했듯이 다른 지역에서 버텨주고 있으니 20만은 아니겠지.
야율아보기가 중간에 막힐부와 장령부의 군대도 끌어모을 수 있겠지만, 3만의 병력은 결코 적은 것도 아니다.
이 근방의 패잔병을 긁어모은다면 못해볼 싸움도 아니고.
게다가 요동을 공략한 신검이 병사를 보낼 수도 있는 일이다.
“아 3만5천의 병력은 따로 내 형님분이 지휘하셔서 요동을 공략 중입니다.”
“요동을?”
순간 대문진의 두 눈이 묘하게 변했다.
혹시 백제가 수상한 일을 꾸미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거겠지.
적당히 핑계거리는 있다.
“예. 요동에서 거란군을 보급하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또 요하 너머에서 올거란의 지원도 차단해야 하고 말입니다.”
내 말에 그제야 대문진의 두 눈이 풀렸다.
“왕자께서 데려온 군사는 얼마나 되시오?”
“3만입니다.”
“우리 발해의 수비병력까지 합하면 어떻게 해볼 만할 것 같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이 전쟁을 끝내야 할 것이오.”
확실히 만주의 추위는 지금 우리 백제군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 그 전에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지.
“일단 요나라 태자 야율도욕을 잡았으니, 저들이 꽤 동요할 것입니다.”
“야율도욕을 어떻게 하실 참이오?”
“우리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백제군의 전리품이오. 죽이든 살리든 백제의 권리일 것이오.”
말이 통해서 좋네.
야율도욕은 써먹을 곳이 있으니 데려가야겠다.
“지금 군사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4천이 조금 넘소이다. 내 처지가 이러니 무슨 낯으로 가독부를 뵐 수 있겠소.”
부여부 도독 대문진. 저번 요주 전투 때도 상당히 공을 세웠다던데. 지금은 초라한 중년의 아저씨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티지 않았습니까.”
“내 백제의 왕자께 청이 있소. 남은 내 군사들과 함께 야율아보기를 추격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지금 저 꼴을 보고 함께 오라고 할 수는 없고, 결국 우리만 가야 한다.
* * *
부여부 밖에 군영을 세우고 전략회의를 가졌다.
“막힐부와 장령부까지 가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겠지.”
아예 야율아보기를 잡는 것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 방법일 것이다.
“그냥 상경으로 가셔야 합니다. 어차피 야율아보기가 잡히고 나면 끝날 전쟁이 아닙니까?”
부여부가 버텼어도 막힐부와 장령부도 금방 야율아보기와 합류할 수 있는 위치다.
“사실 장령부랑 막힐부의 군대도 처단하면서 가고 싶었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야율아보기의 군대가 깊숙이 들어갈수록 발해는 다급해질 터. 그럴수록 우리 백제군은 발해로부터 얻는 것이 많아질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후방이 차단되고, 원 역사와 달리 발해가 나름대로 방비를 한 지금. 나는 거란군을 홍건적 정도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이 전투에서 이기기만 하면 거란을 끝장낼 수 있다.
지금 발해 땅에는 거란 황족이란 황족은 다 와 있지 않은가. 요와 발해 국가 대 국가 총력전이라는 뜻이다.
즉, 황제 야율아보기와 그 아내인 술율평도 와 있는 상황.
“그렇다면 오히려 상경으로 가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야율아보기도 후방이 차단된 것을 알 것입니다. 제일연합군의 존재도 알 테지요. 그렇다면 오히려 장령부와 막힐부의 군대도 빼 상경으로 가고 있을 것입니다.”
유금필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유금필 장군의 말이 맞습니다. 부여부에서도 군대를 뺐는데, 장령부와 막힐부는 어떻겠습니까? 야율아보기에게 지금 최상책은 발해의 군사요충지에 군대를 일부 남기고 수도로 그대로 진격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관흔의 말도 그럴 듯하고.
고려와 백제 양국의 이름있는 장수들이 그러는데 믿을 수밖에 없다.
솔직히 전략의 전자도 모르는 내가 봐도 그게 나을 것 같고.
“그럼 우리도 신검형님의 군대를 기다렸다가 모아서 가는 것이 나은가?”
그곳에 있는 군대만 3만 5천이니까.
“사실 지금 병력만으로도 전쟁은 끝낼 수 있지 않습니까? 야율도욕이라는 인질도 있고. 적어도 한 번 일격은 날릴 수 있을 겁니다.”
아니야. 그래도 요동사정을 알아본 이후가 좋을 것이다.
“일단 요동에 있는 신검형님께 지원을 요청해 봅시다."
부여부에 잠시 머물러 발해군을 지원받고 군대를 재편성했다.
신검에게서 때마침 전령이 와 보니 지금 요동의 몇몇 성이 문제라더라.
요동의 성들이 워낙 철옹성인 탓인지. 아니면 신검이 못난 탓인지. 그도 아니면 일본군이 생각보다 덜떨어진 건지 모르겠는데.
“이러다가 요동을 점령하지 못하면 우리 측 피해도 계속 커질 수 있습니다.”
“굳이 그럼 요동을 얻을 필요는 없겠죠. 그냥 후방 차단만 하고 2만의 병력만지원 보내라 합시다.”
신검이 생각보다 공을 못 세우고 있으니, 내가 나서야지.
작가의말
작품에서 주인공은 훗날 요를 상대하기에는 부담감이 커서 ‘우선 발해멸망부터 막아보자.‘라는 생각에 건너온 것이라 요동이 우선 순위가 되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