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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239화 (239/298)

239화. 새로운 거래

나도 참 정신이 나갔군.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이 흥미롭게 느껴지다니.

아무래도 전장이든 조정이든 칼날이 맞부딪히는 곳들만 골라 다니다보니, 판단 기준이 맛이 간 것이 분명했다. 하긴, 홍타이지의 군막에서 말 그대로 내게 칼끝이 향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순한 맛인가.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나? 너는 방금 짐의 질문을 어떻게 생각하나, 오보이.”

“분명 쉬운 질문은 아니군요, 후후. 하지만 카간의 자비를 얻기 위해서라면 저 정도 질문에는 쉬이 대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라 숙사하란 자를 기억해 보시옵소서, 카간.”

“하, 그 비굴해 빠진 놈 말이더냐? 숙부의 오점은 뭐든지 알고 있으니 목숨만은 살려달라던 모습이 역겹더군.”

도르곤이 전향을 명했다던 그 부하 이야기인가.

그러나 그의 전향은 그리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못한 모양이었다. 순치제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도르곤이 어떻게든 목숨이라도 부지하라며 명을 내렸거나.

“여기 이 자는 숙사하를 닮지 않았길 바라겠습니다, 후후. 그러면 카간께서도 조금 재미가 없으실 것 같거든요.”

구왈기야 오보이라는 놈, 제대로 마주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벌써부터 비호감을 적립했다.

사천에서 왕을 자칭하던 장헌충의 목을 날릴 정도의 무장이라며? 무장이라는 놈의 말과 행동이 뭐 저리 경박하단 말인가.

놈의 청나라 관복 아래 숨겨진 울룩불룩하고 거친 몸만 아니었으면 누가 보아도 내시에게 어울릴 행동이었다. 각진 턱선을 제외하면 외모도 여리여리하고.

그리고 특히 말 중간마다 섞는 저 콧소리, 저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아직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게냐? 이거 실망인데.”

“제 주인을 버리려는 놈들 치고 제대로 된 자가 있겠습니까? 후후. 실망하실 것까지도 없어 보이는군요.”

제 주인을 버린다라…….

이런 말에 괜히 혈압이 오르는 것을 보면 도르곤이 내게 큰 존재이긴 했나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치제의 말처럼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 도르곤이 줄을 갈아타라는 말을 남긴 후로 생각했던 것이 있긴 했다.

아직 상세한 것까지 살피진 않았지만, 이 정도의 미끼라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명나라와 치열하게 대치중인 지금 상황에, 내가 제시하려는 선물이 구미가 당기지 않을 리가 없을 테니까.

“카간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아주 커다란 것으로.”

“……아주 커다란 것?”

순치제의 반응을 보니, 나를 유능한 인재라 추어줬던 것에 비해 큰 기대는 없었던 모양이다. 내 기라도 죽일 생각이었을까?

그렇다면 오산이다. 나는 대륙을 주름잡은 영웅이었던 당신 아비 앞에서도 당당했던 사람이니까.

“거짓말 하지 마라. 지금 이 자리를 넘기려고 함부로 아무 소리나 입에 담았다간…….”

“닥쳐라, 오보이. 이젠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홍타이지의 장자, 호오거의 수하인 줄만 알았는데. 구왈기야 오보이라는 놈은 이미 순치제에게 줄을 갈아탄 모양이었다. 아마 아직 어린 황제의 심복 겸 책사 역할이라도 하는 것인가.

이놈이 앞으로 오를 자리를 생각하면 이상하지도 않다. 그렇게 신임을 얻어 측근이 된 후, 순치제가 요절하자 새 황제를 보좌할 4인의 보정대신 자리에까지 오르는 놈이니까.

그 정도 심복의 개입을 순치제는 방금 단칼에 잘라냈다. 커다란 선물이라는 표현은 꽤나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놈이 자신 앞에서 멋대로 나대는 것을 방치할 정도로 신뢰하지는 않든지.

“그래, 아주 커다란 선물이라?”

“예, 카간.”

“말해보아라. 그렇게까지 말을 해놓고 설마 짐을 실망시키지는 않겠지?”

얼마 전 제주 성산항에 네덜란드에서 보은의 표시랍시고 보내준 선물이 입항한 덕분에 떠오른 발상이었다.

딱히 청나라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슬슬 검토해야 할 작전이기도 했고.

“……다이칭 구룬의 골칫거리, 정가(家) 해적 놈의 머리를 선물로 바치겠습니다, 카간.”

“정가 해적이라면……. 한조의 수군을 몰고 다니는 그놈을 가리키는 것이냐?”

“예, 그 정도면 훌륭한 선물이 되지 않겠습니까?”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이 순치제의 얼굴에 퍼져나갔다. 내가 언급한 자는 단순한 선물로 바치기에는 너무 큰 거물이었으니까.

정성공.

어차피 동아시아의 바다에는 두 명의 지배자가 있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겸사겸사 놈을 제물로 바치고 순치제의 신임을 산다.

“말도 안 됩니다! 그것이 가능할 리가……!”

“입 닥치라고 했다, 오보이!”

“…….”

“그래, 아르가투. 지금 이 자리가 어전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았겠지? 혹여나 허언을 내뱉은 것이라면…….”

순치제의 손이 옥좌에 기대어 놓은 보검으로 향했다. 명확한 협박이었다.

그러나 열여섯 살짜리 황제의 협박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조선과 남명의 양면 전선을 감수할 생각이 아니라면.

아직 대륙을 삼키기는커녕 팔기군을 완전히 손에 넣지 못한 반쪽짜리 카간에겐 무리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일국의 신하기도 하지만, 한 명의 유학자이기도 합니다. 공자께서도 고자언지불출, 치궁지불체야라고 하셨지요.”

공자 왈, 옛 군자들은 함부로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그 말을 지킬 수 없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타이지 앞이었다면 이런 논어 구절 따위, 내뱉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순치제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해 외국어를 공부하고 유교의 경전을 외우던 사람.

접근법을 다르게 할 가치가 있었다.

예상대로 순치제의 표정이 누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반면, 옆에 선 오보이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있었다.

“겉만 보면 고려 제일의 장수인 줄만 알았더니, 문관 직을 달고 있는 것이 장식이 아니었나 보군.”

“본디 제 자리는 분명 문관이오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와 아국이 방금 카간께 드린 약조를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겠지요. 제가 선대 카간께 했던 약조를 지켰던 것처럼 말입니다.”

“호오…….”

“지금 자쿰 구사(팔기)의 남하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정가 놈의 함대가 아닙니까? 놈의 함대가 물 위를 지배하고 있으니 아무리 강군이라도 강을 건너지 못하고, 놈의 노략질 때문에 다이칭 구룬의 백성들은 살고 있던 해안가에서 소개(疏開)되는 형편이지요.”

저 해금령, 아니 청나라가 명한 것이니 천계령(遷界令)이라 불리는 명령 덕분에 조선은 청과 남명, 일본 사이에서 공무역과 사무역, 밀무역을 겸해가며 꿀을 쭉쭉 빨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영원할 수 없다.

조선이 빨아가는 꿀의 양이 늘어날수록 정성공의 더듬이는 예민하게 움직일 테니까. 그리고 대만에 백성들을 사민하기 시작한 이상, 그의 본거지인 복건성에서 조선과 네덜란드의 동맹을 감지하고 문제 삼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영고탑에서 들었습니다. 놈의 함대를 막아내느라 일정 크기 이상의 선박은 전부 남쪽 전선에 투입되어 있다지요? 저희가 놈의 함대를 정벌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성의라 할 수 있겠는지요?”

“흐음, 틀린 말은 아니다만…….”

“다만, 카간. 외람되오나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제 능력이 모자란 탓에, 카간께서 약간의 자비를 내려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내 자비를 구걸하겠다? 내게 조건을 먼저 걸고 들어온 것은 가당치도 않으나, 듣겠다. 무엇이냐.”

“오보이라 불린 저 자가 당황하여 감히 카간의 말을 자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적의 함대는 강하고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상대할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성공에게 속내를 들키기 이전까지 최대한 이득을 챙겨야 하니까.

한쪽 날개를 잃을 남명이 청에게 완전히 무너지지 않아야 하니, 상세히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짤 시간도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정성공을 제거하더라도 육상에는 오삼계가 건재하다는 것.

다 늙어서도 삼번의 난을 일으켜 청을 코너에 몰아붙였던 명장이 있다면, 원 역사보다 약해진 청을 상대로 남명이 당장에 멸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성공보다 조선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오삼계를 생각하면, 오히려 그쪽이 외교상대로는 더 적합하기도 했고.

“시간이라?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나? 놈의 함대를 제거할 수만 있다면 시간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지.”

“송구하오나 카간, 그 시점을 제가 판단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국의 상황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동안 섭정왕을 통해 가장 정확한 한조의 정보를 올렸듯이 적의 상황 또한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조의 함대를 정벌하는 시점을 아르가투 네가 정하겠다? 흐음…….”

“예, 그렇습니다. 카간.”

순치제는 수염이 거의 없는 맨 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한편 옆에 선 오보이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시시각각 변하는 중이었다.

놈에게 호감을 사기에는 그른 모양이다.

“좋다. 오 년이다.”

“오 년이라 하심은…….”

“네게 오 년의 시간을 부여하겠다. 그 안에 적 수괴의 목을 들고 온다면, 네가 약속을 지킨 것으로 여기겠다는 말이다.”

5년이라……. 나쁘지 않다.

어차피 머릿수만 많은 정크선 투성이인 정성공의 함대에 비하면 조선 수군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전선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미 그 사실은 사쓰마에서 차고 넘치게 입증이 되었을 터.

이제 덩치를 키우기만 하면 된다.

전선과 화포, 정예군, 그리고 라위터르가 집대성한 전투 교리까지 모두 마련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함대의 화룡점정이 될 무기가 얼마 전 제주에 도착했다.

“호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로군? 오 년이면 충분하다는 것인가?”

“무리한 제안에 자비롭게 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 너는 지금 한 말을 지키지 못하면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그 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글쎄요. 아마 선대 카간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지…….”

“선대 카간이라……. 금주에서 널 마주하셨던 아버님께서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믿기 어려운 답변을 이리 쉽게 꺼내다니.”

순치제는 완전히 내 쪽으로 넘어온 듯했다.

곧 마지막 길에 오를 도르곤에게서 걱정 하나는 덜어낼 수 있지 싶었다.

“좋다. 어차피 군과 조정을 모두 장악하고 안정시키려면 짐에게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테지.”

“감사합니다. 카간. 그럼…….”

“네 처분은 오 년 후로 미뤄두겠다. 그럼 오보이, 다른 의견이라도 있나?”

순치제의 시선이 옆에서 잔뜩 표정을 구기고 있는 구왈기야 오보이에게로 넘어갔다. 황제의 시선이 닿기 무섭게, 놈의 얼굴이 급속도로 평안을 찾는 것이 보였다.

“카간께서 그리 마음을 정하셨는데 제가 무슨 말씀을 더 올리겠습니까, 후후. 하오나 저 아르가투라는 자가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이 염려됩니다, 카간.”

“그것이 무슨 말이냐? 감히 짐과의 약속을 어긴다면 정해진 처분을 달게 받게 될 터인데.”

“정가 해적을 정벌하는 정도의 국가지대사를 그르친다면 그때 저자의 목숨 따위가 중요하겠습니까? 일이 제대로 되어가는지 확인하려면 감시자라도 붙이셔야지요. 일은 확실해야 하는 법입니다, 후후.”

놈의 째진 실눈 때문인지, 간드러진 말투 때문인지,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아니, 말투 때문이 아니라 끝까지 어깃장을 놓는 심보 때문일지도.

저놈의 훗훗거리는 코웃음, 어떻게 콧구멍을 막아버릴 수도 없고.

“짐은 그러지 않겠다, 오보이.”

다행히 내 기분이 더 나빠지기 전에 순치제가 그것을 막아주었다. 사태가 더 나빠지는 것은 피한 듯했다.

“이미 짐은 저 아르가투라는 자에 대해서 판단을 마쳤다. 저자가 의리도 은혜도 모르는 자였다면 다이칭 구룬을 떠난 후에도 숙부와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갔을 리가 없지. 아니면 짐의 판단이 틀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카간, 그것이 아니오라…….”

“아니면 저 자가 동쪽의 소국에 틀어박혀 있으면 짐의 영향력도 닿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런 뜻으로 감히 나를 모욕하려 든 것은 아닐 테고.”

“아닙니다, 카간. 제가 오늘따라 조금 예민했던 모양입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르지 않나, 오보이. 어째서 이리도 날카롭게 군단 말이냐?”

원 역사에서의 행적을 생각하면 오보이는 원래 의심이 많은 자가 분명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르다는 말을 보아하니 아직 황제 앞에서는 송곳니를 숨기고 있는 건가.

그러나 오보이가 황제의 뜻에 더 이상의 반기를 드는 일은 없었다. 결국 순치제와의 거래는 약간의 의문만을 남기고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짐은 네가 점점 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아르가투. 다음에 볼 때는 부디 네 목만 남아있지 않길 바라지.”

그가 새로 얻은 아들을 보러 간다며 자리를 떠난 후에야, 나는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순치제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의 절을 받고 떠난 후, 그제서야 나는 중화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금성을 빠져나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나 발견한 상태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탕약망 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아, 안 장긴. 이토록 건강한 모습을 보니 다행입니다. 네덜란드, 아니 하란타와 교류는 잘 쌓고 계십니까?”

러시아 포로들의 통역으로 이 자리에 불려온 아담 샬은 내 인사를 기쁘게 받아주었다. 그를 처음 보았던 십여 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태도였다.

“네덜란드라 부르셔도 됩니다. 조선에서도 그 이름에 많이 익숙해졌거든요. 물론 교류도 잘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마침 그곳에서 선물을 몇 가지 가져왔는데, 언제 자택을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안 장긴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요. 조선의 새 임금이 되신 전하께서도 잘 계시겠지요? 여러분이 조선으로 돌아가 계신 사이, 새 황제 폐하의 은덕으로 북경에 예수회 교회를 세울 수 있었지요.”

“호오, 그렇습니까? 축하드립니다. 원하시던 바를 성취하셨군요.”

“마침 장긴을 이렇게 만나 다행이군요. 아마 새로 사람들이 더 도착하면 저번에 조선 국왕께서 원하셨던 대로 조선에도 선교사를 보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자신을 만나고 싶으면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새 교회로 오라며, 아담 샬이 미소를 가득 띤 채 덧붙였다. 물론 그 미소는 조선에도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지은 교회당이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어두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선도 하나님의 은혜가 닿기 시작했으니 좋은 일이 아닙니까. 물론, 국왕께서 생각이 바뀌셔서 저희 측에서 보낼 선교사를 거부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아마 예수회 측에서 조선의 관습을 부정하는 행동을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별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어긴다면…… 아국에서의 전도는 어렵겠지만요.”

“어떤 염려에서 나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다만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차후에 제 자택에서 나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남의 나라 황궁 한가운데서 할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

어차피 아담 샬에게는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선물 외에도 임금이 전해주라던 것 또한 전해주어야 했으니, 북경에 머무는 동안 언젠가는 그를 찾아가야 했다.

“아차, 실례.”

하지만 아담 샬이 내게 새 주소지를 알려줌과 동시에, 갑자기 끼어든 누군가에 의해 대화가 끊기고 말았다.

용건은 대강 끝났다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누구……. 아!”

“탕약망, 실례지만 잠시 자리를 양보해주시겠습니까? 후후.”

아담 샬의 어깨 뒤로 단단한 체구와 쭉 찢어진 실눈이 빛나고 있었다.

구왈기야 오보이.

다 끝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놈은 왜 또 찾아와서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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