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걸림돌
“호오…….”
정성공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의 아비인 정지룡은 아들과 달리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아마 탄성을 내지른 아들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조선이 중개상 역할을 하겠다, 그 말이오?”
“그렇습니다. 방금 답서를 폐하께 바칠 때 함께 드린 예물함을 기억하십니까. 그 함을 열어보시면 저희가 대명에 제공할 수 있는 물목이 무엇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즉시 황제의 명이 떨어졌다.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 정성공은 곧 내가 지참하고 온 함을 들고 밀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함의 뚜껑이 열렸다.
명의 충신 네 사람, 그리고 황제의 시선이 함에 든 내용물에 꽂혔다.
“남북을 이어주던 혈맥인 대운하가 단절되고, 바다마저 이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니 이것들은 남경에서 이제 귀한 물건이 되었을 것입니다. 맞습니까?”
“자초피(紫貂皮, 검은 담비 가죽), 구조공예(具雕工藝, 조개껍데기 공예), 경태람(景泰藍, 파란색을 입힌 무늬 새겨진 동그릇), 고려인삼…….”
“만주, 산동, 북경의 특산물입니다. 인삼이야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이런 사치품을 숨 쉬듯 쓰는 고위층들이니, 나보다 내가 가져온 물건들의 가치를 더 잘 알 것이었다. 반응을 보니 강남의 무역을 지배하는 정성공조차 이 물건들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도 확실했고.
“반대로 조선에서는 강남에서 나는 물품을 그동안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사천이나 절강, 강소 일대의 특산품인 비단 등을 들 수 있겠군요.”
“그깟 비단, 그것이 목적이라면 너에게는 배가 가라앉기 직전까지 실어 보낼 수 있다. 얼마나 필요하더냐.”
숭정제는 마치 간이라도 빼줄 기세였다. 준다면야 마다하지 않을 거지만 말이지.
“폐하의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허나 제가 단순히 비단만을 구하러 거친 바다를 건넌 것은 아닙니다. 제가 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여기 계신 국성야 두 분이 알 것입니다.”
“조선의 도승지는 남경에 모여드는 강남의 특산품들을 원하는 것인가. 적당한 값만 치른다면 넘겨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
“남경의 수공업자들이 제작하는 특산품도 필요하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정지룡의 표정이 드디어 변했다. 아들인 정성공이야 이미 머릿속으로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고.
“확실히 이건 도움이 되겠소. 조선 측은 이 물건으로 얼마의 이문을 남기길 원하는 것이오?”
“주 도독, 폐하께서 계신 자리요. 그런 사사로운 일은 나중에 언급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저는 외교를 위해 왔을 뿐이고, 가격을 정하는 상세한 과정은 알지 못합니다. 이번에 가져온 물건은 저를 잊지 않고 불러주신 폐하께 선물로 바치기 위해 지참한 것이기도 하고요.”
“아차, 실례했소. 사 수보. 조선에서 온 도승지가 자꾸만 내 피를 끓게 만드는 것 같구려.”
사가법에게 지적을 받은 정지룡은 그제서야 정신이 든 것 같았다.
지금은 명의 수군도독 자리에 올라 있는 정지룡이지만, 그는 원래 대륙 남부의 상업을 틀어쥐고 있는 자. 내가 그의 혈관에 흐르는 상인의 피를 깨우기라도 한 걸까.
“그렇다. 어차피 조선과 바다로 이어지는 일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도 아닐 터, 조선에서도 계속해서 상인들을 보낼 생각이 아니더냐.”
“그 말씀이 옳습니다, 폐하. 오는 길에 제주에서 항로를 익힐 뱃사람도 대동했으니, 곧 남경에서 조선 상인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럼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 당장에라도 조선 상인들을 받아들이는 절차를 밟도록 해라.”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제의 대답이 날아왔다. 마치 손자에게 먹을 것을 쥐어주지 못해 안달이 난 할머니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그런 황제를 막아세우는 이가 있었다. 이번에도 사가법이었다.
“폐하, 국사를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처리하시면 아니 됩니다. 교역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조선이 내 나라에서 무역을 하게 해 주겠다는데, 그것이 어찌 문제가 된단 말이냐, 사 수보?”
“주 도독의 상단이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재물이 현재 조정의 재정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폐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혹여나 타국에 막대한 혜택을 주어 국부가 유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충신다운 바른 말이었다. 아마 내가 숭정제를 모시는 신하였더라도 저리 조언했을 것이다.
결국 청과 명, 두 나라가 직거래를 못 하는 상황을 이용해 중개무역을 하는 조선이 중간에서 이익을 빼먹겠다는 이야기였으니까. 그걸 노리고 남경까지 먼 길을 온 것이긴 한데, 일이 쉽게 풀릴 리는 없는 모양이었다.
“수보는 고작해야 조선 같이 작은 나라에 베푸는 교역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친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지금 내 체면을 뭉갤 셈이냐?”
“폐하, 저희는 지금 강대한 적과 강을 끼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 한 조각이 아쉬운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 국고를 허술히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끄응…….”
“더구나 이미 조선과 교역한 선례가 있지 않습니까. 조공을 바치게 하고, 답례품을 내려주는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결국 사가법은 무역에서 생기는 이득을 조선에 떼 주기 싫은 모양이었다. 명이 화북에서 군대를 움직이던 시절 무리수를 두었던 원인 대부분이 빈 국고 때문이었으니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조공무역으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다지만, 자유로운 무역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 황제가 내게 호감을 보이고 있는 동안 이권을 최대한 뜯어내야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보께서는 양국의 교역을 조공품과 하사품이 오가는 방식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조선의 도승지. 오랑캐의 발흥으로 끊어지기 전까지는 문제없이 작동하던 체계가 아닙니까? 굳이 고쳐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아니면…….”
“아니면?”
“왜국처럼 감합을 받아 정해진 양만 교역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조공을 바치고 풍성한 답례품을 받아가는 것이 귀국에도 더 이득이 될 텐데요?”
감합무역.
선박, 인원, 화물 수, 왕래 기간, 입항지, 조공로까지 상세히 기록한 표찰을 상대국에 발급해 제한된 양만 무역하는 행위.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까지 명이 일본을 상대로 시행하다가 끊어진 제도를 이제 와서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공무역이라도 감지덕지하며 받아 가라는 뜻일까.
이권은 절대 순순히 넘겨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쪽에서 먼저 싸움을 걸어왔으니, 받아주는 것이 예의겠지.
“이상하군요. 그 감합을 이용한 무역이라는 것, 결국 부작용이 속출해 백여 년 전 폐지된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만.”
“……!”
“결국 위조된 표찰이 남발되고, 밀무역이 성행하는 것을 넘어 왜구의 해적질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르자 아예 교역을 닫아버렸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맞소.”
사가법의 얼굴빛이 변했다. 내 기를 죽이려다가 말을 잘못 꺼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헌데 밀무역과 해적이 언급되었을 때 이 대화에 끼어들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정성공 부자가 말없이 이 논쟁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본인은 결론이 어떻게 나든 문제는 없단 건가. 해적이나 밀무역은 자신의 함대로 통제할 자신이 있고, 무역량이 늘어나면 자신의 몫이 늘어나서 좋고, 사가법의 말대로 결론이 나도 리스크가 줄어드는 셈이니 좋고.
“그렇다면 또 묻겠습니다. 감합을 이용한 교역 대신 조공의 형태를 취하라 하셨는데, 육로로 사행단이 오가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조건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행단이 해로를 이용할 것이라는 말이군요. 헌데, 배를 통해 오가면 오히려 무역 면에서는 수월하지 않습니까?”
“과거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최소한 일 년에 사행단이 세 번 이상은 오가야 할 것입니다. 폐하의 은덕을 하사받을 것을 감안하면 네, 다섯 차례는 족히 오가겠군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조선은 무역품을 그리 많이 생산하지도, 수입하지도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앞으로 그런 상황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옳은 말이니까.
하지만 사가법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다에 관심이 많거나 직접 나간 적이 없으면 모르는 것.
정지룡이 희미하게 혀를 차는 것을 보면 내 공격은 제대로 먹혀들 것 같다.
“그렇다면 수보께서 사행단이 남경에 오갈 시기를 전해주시겠습니까? 항구에 정박한 선박도 깨부수는 큰 바람이 오는 계절을 피해, 다섯 차례의 사행단이 오갈 시기를 말입니다.”
“아…….”
“제한된 계절 동안 잦은 방문이 일어나는 형태가 되면, 상시무역과 조공무역이 과연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명나라 재상의 얼굴이 흙빛으로 바뀌는 것을 감상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황제를 뒷배로 두어야 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곧 넣을 추가타를 생각하니 짜릿함이 더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보께서는, 조선이 대명에 조공을 바친 사실을 오랑캐들이 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그것은…….”
“그것을 아시면서도 조공의 형태를 취하라 강요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국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적어도 꼬리를 자르고 탈출할 여지는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아무리 소국이 대국에 대항할 수 없는 법이라 하지만, 적어도 소국의 사정은 헤아려줄 줄 알아야 대국답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말을 너무 쉽게 내뱉은 듯합니다.”
결국 황제가 보는 앞에서 사가법의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오삼계도, 정지룡 부자도 논쟁에 끼어 사가법의 편을 들 생각이 없어보였기 때문에 강하게 나갈 수 있었다.
사가법이 쉽게 입장을 바꾼 이유도 짐작이 갔다. 어차피 무역의 형태가 어떻든 당장 조선이 동원할 수 있는 무역품과 배편이 초라한 이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겠지.
하지만 지금의 결정이 미래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사가법 본인은 절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일단은 황제가 내려주려던 특권을 어떻게든 방어해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명의 국익을 침해할지도 모르는 결정에 누구보다 무역 상황을 빠삭하게 알고 있을 정성공 부자가 침묵하고 있었다는 점. 내가 아는 정성공이라면 사가법과 한 편이 되어 나를 다그쳐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그들이 조선을 과소평가하는 것인지, 아니면 의외의 사태가 벌어져도 조선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가득한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안개 속에 숨어있는 상대의 의도 때문에, 괜히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
그렇게 밀실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황제는 정성공에게 내 접대를 명하고는 자리를 떴다. 앞으로 명과 조선 사이에 이뤄질 무역이 어떤 방향을 잡을 것인지 결정되었으나, 앞으로 조율해야 할 것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머리를 비우는 것이 맞았다. 긴 항해로 인한 피로는 산처럼 쌓여있고, 남경에서 논해야 할 이야기는 무역이 끝이 아닐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황궁에 들어오고 나서 거의 방치해놓았던 길산이 녀석을 데리러 가는 것을 택했다. 녀석도 나를 수행하느라 항해 내내 고생했으니, 접대 받는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여줘야겠지.
“사부! 사부는 대체……!”
“무엇을 보고 그리 호들갑을 떠는 게냐.”
헌데 내관에게 이끌려 내게 불려온 녀석의 태도가 조금 이상했다. 무언가 놀란 것 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으니까.
“여기 내관 아저씨가 가르쳐 줬어요. 사부랑 같이 있던 사람들이 죄다 엄청나게 높으신 분들이라던데요?”
“어떻게? 너, 명국어를 할 줄 알았느냐?”
“에이, 꼭 말을 알아야 뜻이 통하겠어요?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한 지는 조금 됐지만, 그거랑 손짓발짓을 동원하니 어떻게 되더라구요.”
길산이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필담이 오간 목간(木簡)을 내게 들어 보였다. 녀석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니 방금까지 쌓였던 정체 모를 불안감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은 분명 천자문을 배운 지 몇 달 되지 않았을 터였다. 아무리 녀석의 말대로 내가 없는 사이 하연과 요안이 글을 가르쳤다고 해도 습득과 활용이 너무 빨랐다.
“허어……. 내가 쓸 데 없는 걱정을 한 모양이구나. 내가 없어도 이리 잘 지내는 것을.”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사부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 거예요? 명국어도 막힘없이 술술 하시고, 황제 폐하께서도 사부를 총애하시고!”
내관의 말에 의하면 숭정제가 네 명의 총신 외에 다른 사람을 밀실에 들인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의심증이 있던 황제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내관과 길산이에게는 그 사실이 황제가 나를 총애하는 것으로 비친 듯했다.
아니, 잠깐. 틀린 말은 아닌가?
“별 일 아닌 일로 목소리를 높이지 말거라. 여기는 황궁이 아니냐.”
“하지만 사부!”
“시끄럽대도. 자리를 옮길 준비나 하거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정성공이 준비한 자리고, 아마 사가법이나 오삼계도 참석할 테니 순수하게 그 자리를 즐기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대접을 받게 될지는 나도 궁금하긴 했다. 당연히 길산이에게 맛있는 음식 정도는 먹여줄 수 있을 것이고.
기대가 되는 것은 길산이 녀석도 마찬가지인지, 방금까지 나를 향해 보이던 표정이 녀석의 얼굴에서 싹 사라졌다. 지금 이 녀석의 얼굴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오로지 맛난 음식에 대한 기대뿐이리라.
※ 작가의 말
사가법(史可法)은 원역사에서 장강을 방비하다 장렬히 산화한 남명의 충신입니다. 남명 조정이 자기들끼리 권력 투쟁에 눈이 멀어 최전선에서 청군을 막던 병력을 불러들이거나, 싸움에 진 쪽은 청에 투항하는 등 온갖 추태를 부릴 때도 그는 장강 너머 양주 땅에서 묵묵히 청군을 막아냈습니다.
양주는 남경으로 향하는 길목입니다. 그러나 남명 조정은 오히려 사가법이 거느린 병력을 이용해 권력을 탐할지도 모른다며 온갖 협잡질을 가했습니다. 아무리 사가법이 뛰어난 장수이자 충신이었다지만, 그런 상황에서 중앙의 지원 없이 청군을 계속해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죠.
결국 양주성을 방어하지 못하고 포로로 잡힌 사가법은 군사들 앞에서 참수되고 맙니다. 그를 상대하던 청의 장수 도도는 사가법에게 존경심을 품고 선생이라고 불러가며 그를 회유하려 노력했지만, 사가법은 끄떡도 하지 않고 목숨을 내놓고 역사에 만고의 충신으로 남는 쪽을 택합니다.
“나는 천조를 위한 중신이다.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면 만세의 죄인이 되지 않겠는가! 내 머리가 잘릴지언정 몸은 굽히지 않을 것이다. ……성이 멸망함과 동시에 나도 죽은 것이다. 이미 뜻을 굳혔다.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 해도 달게 받을 것이다.”
사가법의 후손 사덕위(史德威)가 지은 ‘유양순절기략維揚殉節紀略’에 전해져오는 사가법의 유언입니다. 사가법의 목을 벤 적, 청나라조차 그의 절개에 감탄해 충정(忠正)이라는 시호를 내려 그를 기렸습니다.
아마 남명 조정에 제대로 된 구심점이 있었고 권력투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가법 같은 충신들이 장강 방어전에서 더 활약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남송이 몽골을 장기간 막아냈듯, 남명 또한 청을 상대로 오래 존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