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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145화 (145/298)

145화. 새 보금자리

놀랍게도 하연과 신혼 생활을 시작했던 기와집은 이제 내 집이 아닌 모양이었다.

박연이 자신의 폭주에 당황해 우물쭈물하던 사이, 별채에서 올라온 요운의 부부가 내게 인사를 올렸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내 가족들이 장의동으로 이사를 갔다고?”

“예, 스승님. 신임 좌상 대감께서 대신 맡아 하신 일인데, 암행을 나가신 사이 연락이 닿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거처는 제가 알고 있으니 제가 앞서 길잡이를 하겠습니다.”

하필 철없는 누이동생을 스승님이 거둬주셨다며 몸 둘 바를 모르는 요운이었다. 의금부로 끌려갔을 때는 다급하게 누이동생을 내게 부탁했던 주제에, 이제 정신이 들고나니 민폐를 끼쳤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요운의 말로는 반정으로 몰수한 재산들이 공신들에게 분배되었고, 그중 내 몫으로 분배 받은 집으로 하연과 요안이 미리 들어가 살고 있다고 했다. 비게 된 원래 집은 김육의 뜻에 의해 박연 가족이 대신 들어와 살게 되었고.

“뭐, 어쨌건 너도 이제 내 인척이 되었는데 문제는 있겠느냐. 어차피 내가 암행을 나가지 않고 처분을 맡았어도 장인어른과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너무 마음 쓰지 말도록 해라.”

“스승님…… 저는 그저 스승님과 인연을 맺은 이후로 감사드릴 일만 계속될 뿐입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맡고 있는 학당 일에 힘써 주는 것으로 족하다, 요운아. 어쨌건 내 첫 제자는 너니까.”

녀석은 꽤나 감동을 받은 눈치였다. 그렇게 요운은 감동에 푹 빠진 눈으로 무언가 말을 덧붙이려다가, 더는 귀가할 시간을 뺏을 수 없다며 내게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권했다.

그렇게 박연에게 작별 인사를 마치고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마찬가지로 인사를 마친 종사관에게서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선생.”

“예, 종사관 어른.”

방금까지 흥분에 휩싸여 날아갈 듯하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박연에게서 꽤나 오랜만에 듣는 묵직한 목소리, 요운이를 가르쳐달라 절절히 부탁하던 그날 들었던 목소리였다.

“요안이를 받아줘서 정말 고맙소. 그때 선생이 나서지 않았다면 끔찍한 꼴을 보았을 테지.”

“아닙니다. 그런 꼴은 저 스스로도 절대 볼 수 없었기에 했던 행동입니다.”

“선생은 늘 그런 식이었지. 대단한 은혜를 베풀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넘어가려 하고.”

보료에 앉아있던 박연이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예상치도 못한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종사관 어른! 제게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고맙소, 선생. 요운이를 처음 맡아준 것도 그렇고, 요안이를 거두어준 것도 그렇고, 선생에게 씻을 수 없는 은혜를 입고 말았소.”

“…….”

“사내인 요운이와는 달리, 요안이는 언제까지나 내 품에 둘 수는 없는 딸자식이 아니오. 선생 같은 사내에게 맡기는 일 이상으로 내 마음이 편할 수는 없을 것 같소. 정말로 고맙소.”

급히 달려가 박연을 일으키려 했지만, 단단한 종사관의 몸뚱이는 한 치도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마치 쇠말뚝 같았다.

“요안이는 남들과는 많이 다른 딸아이요. 고집불통에, 외모도 특이하고, 생각도 보통 아녀자들과는 많이 다르지. 그 아이를 품어줄 수 있는 이는 조선 땅에 선생뿐일 거요.”

“종사관 어른…….”

“선생이라면 그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 주겠지. 부디 내 딸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시오. 부탁드리겠소.”

박연의 진심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두 번째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전해져오는 아비의 진한 마음씨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요안이를 제게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사관 어른.”

“고맙소, 안 선생. 정말 고맙소.”

내 부축을 받고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는 박연의 눈가는 축축이 젖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박연과 요운 부부는 대문 밖까지 나를 전송하러 따라나왔다. 어느새 부엌에서 나온 박연의 아내 역시 대문 앞에서 감사를 표하며 딸을 부탁했다.

그때였다. 지금 아니면 물어볼 수 없을 것만 같던 질문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간 것은.

“종사관 어른. 한 가지 무례한 질문이 있는데,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무례한 질문? 선생이 내게 무슨 짓을 해도 무례하다 생각지 않을 것이오. 편히 물으시오.”

“음…… 그것이…… 요안이를 제게 시집보내려는 생각을 정확히 언제부터 품으셨던 겁니까? 세자빈 마마께서 그 아이를 거두겠다 하셨을 때였습니까?”

그 말을 들은 박연은 방금까지의 진지했던 태도를 싹 거두더니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멀뚱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선생은 정말로 이쪽에는 둔한 모양이구만. 내 두 손 두 발 다 들었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계속해서 웃음을 터뜨리던 박연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아주 즐거운 일이라도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요안이를 시집보내려는 생각 말이오? 당연히 선생이 내 앞에서 그 녀석을 책임지고 가르치겠다던 그 순간부터 아니겠소? 핫핫.”

“……!”

“내 선생 일에 발 벗고 나섰던 이유가 다 있었다오, 핫핫핫. 물론 그게 요안이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지만 말이오. 살펴 가시오, 선생!”

***

박연이 내게 마지막에 먹인 결정타 때문에, 앞서 길을 안내하던 요운은 나를 보고 잠시 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가족들이 이사 갔다는 장의동의 저택이 멀지는 않았던 터라 그 어색함이 오래가지 않아 다행이었다.

“여기입니다. 스승님.”

“아, 여기는……?”

익숙한 곳이었다. 좌명과 한 번 찾아왔던 적이 있던 장소.

“스승님은 이제 주상 전하를 가장 가까이서 받드시는 몸이 되셨으니, 이 정도 집을 장만하셔도 사치한다 비판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다, 나도 그건 잘 안다. 허나 여기는 내 가족 셋이 살기에는 너무 큰 집이 아니냐.”

높게 솟은 대문 너머로 얼핏 보이는 기와 올린 건물만 이미 여섯 채가 넘는다.

아마 행랑채, 안채, 사랑채는 기본에, 별당도 한 채가 아닌 모양이고, 곳간채도 따로 존재하는 모양이다. 저 멀리 사당으로 쓰임직할 건물도 보인다. 누가 봐도 권세 깨나 부리는 사대부의 저택이다.

무엇보다, 제일 익숙한 장소는 뒤뜰이었다. 광기를 띠던 김상헌에게 그의 시조를 빗대어 쏘아붙였던 그 장소.

그래, 이 집은 김상헌이 쓰던 장동 김가의 저택이었다.

“어차피 식구는 점점 늘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이제 스승님 정도의 위치면 찾아오는 이들도 많을 테고요.”

“그래도 적응이 안 되는 건 매한가지로구나. 일단 알겠다. 여기까지 안내를 해줘서 고맙구나.”

“아닙니다, 스승님. 아, 아까 말씀드려야 했던 일이 있었는데, 아버님이 주책을 부리시는 바람에 말씀드릴 시기를 놓쳤습니다. 지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박연의 행동이 내심 난감했었는지, 뒷머리를 슬슬 긁더니 입을 열기 시작한 요운이었다. 요운에게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그 학당’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두괴가 이번 증광시에 갑과로 급제했다고?”

“예, 이번 증광시 전시 시제가 성근학당에 조금 유리했던 건 사실이었던지라……. 어쨌건 그래서 교관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알았다. 아마 두괴도 궐에 들어간 이후 후임 정도는 물색하고 있겠지 싶지만, 그 이야기가 알려지면 학도들도 늘어날 테니 교관이 더 필요하게 되겠구나. 나도 힘써 보마.”

그 말을 듣자 요운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꽤 급박한 문제였던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덕분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백호 선생과 달리 이번에 응시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스승님 곁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학문을 닦겠습니다.”

“그래. 너는 아직도 스물도 안 된 젊은 몸이 아니냐. 나도 대과에 급제한 것은 스물셋이었으니, 너무 그리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도록 하거라. 헌데…….”

“무엇이 마음에 걸리기라도 하시는 겁니까, 스승님.”

“아무리 학당에 사람이 부족하게 될 것을 예측했다고 해도, 대과를 아예 치지도 않은 것은 조금 아쉽구나. 급제까지는 기대를 못 하더라도 너라면 복시까지는 분명 도달했을 것인데.”

괜히 내가 녀석에게 맡긴 일 때문에 출세를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꺼낸 말이었다. 그러나 요운은 내 그런 걱정에 한 점 티 없는 웃음으로 답할 뿐이었다.

역시 남매인가. 웃는 모습이 닮아 있는 것을 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지금 대과에 급제하는 것 이상으로 나라에 보탬이 될 일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학당 일 이야기냐? 그것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네 급제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터인데.”

“그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승님.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그렇게 묘한 이야기를 남기고 요운은 고개를 깊이 숙이더니 제 집을 향해 멀어져갔다. 동생을 잘 부탁한다는 무거운 말 역시 함께 남긴 터였다.

도대체 박연 집안사람들은 각자 무엇을 준비하고 있기에 이리 보안이 철저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내 믿음은 그 호기심을 눌러내고 있었다.

“마님, 돌아오셨습니까요.”

허나 그 호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익숙한 얼굴의 비복이 대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고, 그녀가 열어주는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가지 감정 외에는 모두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기 때문이었다.

“아씨, 사랑방 마님께서…….”

비복이 소리 질러 내 도착을 미처 알리기도 전, 내 눈에는 이미 안채 섬돌에 발을 디디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으니까.

이 거리라면 안채에는 대문 열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문이 열릴 때마다 저렇게 드나드는 사람을 확인했던 것이 분명한 아내의 모습에,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이 솟아올라 콧등이 시큰해지고 있었다.

“너는 어서 별당에 가서 별당아씨를 안채로 모셔오너라. 서방님이 돌아오셨다는 말은 꼭 덧붙이고.”

“예, 아씨.”

그 와중에도 요안을 챙기는 하연이었다.

역시 이 여인은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귀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부인. 나 없이 거처를 옮기셨으려니 오죽 고생하셨겠습니까.”

“어사로 나가 전국을 도셔야 했던 서방님에 비하겠습니까.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요안이가 불려오기까지 잠시 동안, 나는 하연에게 그동안 못 다했던 애정을 쏟아부었다. 그녀에게서 그윽하게 풍겨오는 매화 향기는 맡지 못하던 사이 더 짙어진 듯했다.

적어도 본인이 정실이니 소실인 요안은 천천히 만나라 해도 될 것이었지만, 그런 부분에서도 칼같이 가정의 질서를 지키고 있는 하연이었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 나는 더 아내에게 애정을 담아 힘껏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아씨, 별당아씨가 오셨습니다.”

비복이 고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짙은 향기에 깊이도 취해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내를 품에서 놓아주기 싫었지만, 시간은 앞으로도 많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억지로 아쉬움을 가라앉혀야 했다.

“선생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그래. 너도 그동안 잘 지냈느냐. 그동안 별일은 없었고?”

안으로 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안이 안채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몇 개월의 시간으로는 더 어른스러워지는 걸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나.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도 점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일단 이 상황이 제일 불편해야 할 하연이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요안이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뭐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여자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 원래 친자매처럼 격의 없이 지내던 사이이니 이런 게 당연한 건가? 한양으로 돌아오는 내내 교통정리를 할 생각에 골머리를 썩였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허무한 결말이었다.

“……참, 내 두 사람에게 줄 물건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동안 임지와 한양에서 있었던 일들을 한참동안 서로에게 풀어놓았을 때였다. 하연은 내가 고생한 이야기에 눈가를 붉히고, 요안이 녀석은 어사 이야기를 듣는 것에 신나있던 상태.

소매에서 상자 두 개를 꺼냈다.

황해도에서 탐관오리들의 뒤처리를 하던 무렵, 근방에 꽤 유명한 특산지가 있다고 들어 일정을 하루 소비하면서까지 구해온 물건이었다.

“이건…….”

“선생님, 정말 이게 제 것이 맞나요?”

두 여인의 손에서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별 것 아닌 내용물을 보고 환해지는 얼굴들을 보니, 내 마음까지 환해지는 듯했다.

“동봉한 글귀에 내 마음을 담았습니다. 소중히 써 주었으면 합니다.”

“…….”

내 편지를 펼쳐 읽으면서, 상자의 내용물을 연신 쓰다듬는 두 여자의 눈망울에는 어떠한 감정이 담겨 있을까.

상자의 내용물은 황해도의 유명한 옥 산지인 수안군까지 가서 구한 물건이었다. 하연의 몫은 옅은 녹색의 비취 비녀, 요안의 몫은 맑은 흰색의 백옥 비녀.

하연에게는 이미 옥비녀가 있긴 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고, 나와 인연이 얽히며 오갔던 비녀.

하지만 그 비녀의 끄트머리에는 깊은 흠집이 나 있던 터였다.

그 비녀를 늘 자랑스레 쪽에 꽂고 다니는 하연을 보면서 마음이 늘 무거웠다. 내가 하연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주제에, 상처 입은 비녀를 꽂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게 사람 새끼겠는가.

그와 짝을 맞추어 구한 물건이 백옥을 깎아 만든 비녀였다. 티 없는 백옥이 요안이 녀석의 천진난만한 맑은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기에 결정한 선물이었다.

편지에는 그런 이야기들을 구구절절 적어 두었다. 입에 담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워 편지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마음에는 드십니까들.”

“어찌 당신이 주신 물건에 한 치 불만이 있겠습니까. 더구나 이렇게 소중한 마음까지 담아주시다니…….”

“선생님…… 저는…….”

마음에 든 걸까. 내 사소한 선물이 그동안 마음고생을 겪어야만 했던 이들에게 조그만 위안이라도 되길.

***

몇 개월 동안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풀어놓자 저녁이 되고 말았다. 기억에 남는 점은, 황해도에서 데려온 아이 하나를 행랑채에 머물게 하겠다는 내 이야기에 하연이 눈빛을 빛냈다는 점?

이야기를 마친 후에는 셋이서 처음으로 저녁 끼니를 함께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풍습대로 겸상이 아닌 각상을 써서 조금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먹는 집밥 맛에 감탄하며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제 먹은 상을 주섬주섬 정리하던 요안이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꺼낸 것은 그때였다.

“참, 선생님. 오늘 입궐하셨을 때 상감마마께서 별말씀을 안 하시던가요?”

“전하께서? 글쎄…… 하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터라 별말씀이라는 말이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모르겠구나. 혹시 네게 장계의 요약본을 전하라는 말씀을 가리키는 것이냐.”

“아뇨. 그게 아니라…….”

나를 빤히 바라보던 요안의 눈꺼풀이 빠르게 몇 번 깜박였다. 내가 이 이야기를 모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곧 하란타에서 온 사람들이 한양에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중전마마께서도 제게 준비를 철저히 하라 명하셨는데, 선생님은 모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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