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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135화 (135/298)

135화. 어사(御使)와 탕평(蕩平)

결국 요안이 녀석의 뜻을 꺾지 못했다.

내가 요안이 녀석에게 논쟁에게 이기는 법을 아주 잘 가르친 듯했다. 결국 최고의 논쟁 방법은 드러눕기가 아니겠는가. 스승인 내 뜻까지 꺾어낼 정도면 더 이상 효과를 논할 필요도 없겠지

결국 본인이 하고 싶다는 대로 둘 수밖에 없는 건가. 어차피 책임지기로 한 거, 그 정도는 감당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매번 저를 알게 모르게 괴롭히던 상궁들 입이 딱 다물어졌다니까요? 입술은 이렇게 세모입이 되어가지고는!”

“그런 표정은 또 어디서…… 서방님 앞에서는 하면 안 된다?”

녀석이 별채를 차지하고 들어앉은 후, 내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떠나가는 날이 없었다.

늦은 시간에 퇴청하고 대문간을 들어서면, 매번 하연이 있는 안채에서 녀석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조용하던 집에 활기가 도는 듯했다.

아끼던 동생과 같이 살게 된 탓인지, 아니면 요안이 녀석이 정말로 잘 챙겨주는 것인지, 최근 들어 좋지 않던 하연의 상태도 나아진 것 같았다. 혈색도 돌아오고, 항상 나른해 보이던 모습도 줄어들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으니, 그 웃음을 지키는 것이 내 도리겠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건 집안일이 안정되어야 바깥일도 풀리기 마련이니까.

***

집안일이 정리되자마자 나는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임금의 명을 받아 어사로 나가는 길, 이 둘을 빠뜨리고 다니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리고, 성 영감을 떠나보낸 상처를 이번 어사 파견을 통해 씻어야 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 아니기도 했고.

“그래. 이들을 네 방자로 동행시키겠다 이 말이냐.”

“예, 전하. 전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심양에서부터 전하와 저를 수없이 도왔던 이들입니다.”

“이들이라면 믿을 만하겠지. 그때…… 부제학과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도 이들과 함께였느냐.”

“그렇습니다.”

길을 떠나기 전날, 임금의 침전에 들어 어사의 증표인 유척(鍮尺)과 사목(事目), 그리고 목적지가 적혀 있는 봉서(封書)를 하사받는 자리였다.

본래는 어사로 지정된 신하 한 명과 임금만이 은밀하게 만나야만 하는 자리. 그러나 오늘 임금의 침전을 찾은 사람은 세 명이었다.

“김 갑사, 그리고 유 서리. 너희가 지금 궁으로 불려온 이유는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터.”

“…….”

“어사를 잘 부탁한다. 반드시 그를 무사히 내 곁으로 돌려보내도록.”

“어찌 저희 같은 천한 자들에게 부탁을 하십니까요. 그 뜻 온전히 받들겠습니다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사투리가 사라진 유 서리의 말투를 보고 새삼 놀라고 있는데, 그런 둘을 보고 흐뭇해하고 있던 임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을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나를 부탁하기 위함만은 아닌 듯했다.

“김 갑사는 파견에서 돌아오면 내 친위대의 부장으로 삼을 것이다. 호포대를 친위대로 삼겠다 하였을 때, 그 자리를 맡겠다 이미 약조했었지.”

“예. 소인이 어찌 전하의 명을 거역하겠습니까요.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 걱정되긴 한데, 김귀돌 장긴이 빈자리를 잘 메워줄 것입니다요.”

“유 서리. 네 재주 역시 안 어사에게 익히 전해 들었다. 네가 그동안 나라를 위해 한 일만 헤아려도 포상을 여러 번 받아야 마땅했을 터.”

“소신의 작은 일을 그리 크게 높여주시다니, 부끄러울 따름이나이다, 전하.”

“그러니 묻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식으로 나라를 위해 일할 생각은 없는 것이냐.”

앉은 채로 절을 올렸던 유 서리의 동작이 정지했다. 그 냉정하던 유 서리의 몸이 떨리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전하…….”

“사역원(司譯院)의 자리는 어떠하냐. 아니면 다른 자리라도 좋다. 네 재주를 나라를 위해 쓸 생각은 없느냐.”

“너무나 황송한 제안이나이다……. 하오나 전하, 그 과분하신 어심(御心)에 소인은 보답드릴 수 없사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유 서리에게 통번역을 관장하는 부서의 자리를 제안한 임금이었다. 그러나 감동에 몸을 떨던 유 서리는 단호하게 왕의 제안을 잘라냈다. 왕의 앞에서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

“보답할 수 없다니, 어째서냐.”

“소인은 이 나라에 너무나 큰 죄를 저지른 죄인이옵니다. 그런 자가 전하의 명을 받아 양지(陽地)에서 활동하는 일이, 전하의 위엄에 누가 될까 두렵사옵니다.”

양 손을 이마에 올려 임금에게 최상의 경의를 표한 유 서리는, 천천히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았다.

부모를 일찍 잃고, 누이와 단 둘이 남아 생을 연명하던 과거의 그를 덮친 것은 흔한 탐관오리 한 명이었다. 혼자 남았던 사이 겁탈당한 누이는 대들보에 목을 맸고, 복수귀로 변한 오라비는 원수의 목숨을 거뒀다.

“……그 후로 삶의 목적을 잃고 정체를 숨긴 채 떠돌던 소인을 거둔 분이 돌아가신 어사 나으리였나이다. 그 은혜를 갚고자 몸 바쳐 일한 것이지, 소인 같은 죄인을 나라에서 쓰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옵니다.”

“…….”

“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은 마음 깊이 새기겠나이다. 하오나 소인은, 지금 그대로 어둠 속에서 전하의 힘이 되고자 하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임금은 말을 잊고 있었다. 유 서리의 비통한 감정은 어느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에게 전염되어 있었다.

“알았다. 내 이전처럼 안 어사를 통해 명을 내릴 테니, 지금의 자리에서 네 본분을 다하도록 하여라. 다만 네 죄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벌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다.”

“신의 불충을 용서해주신 점,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유 서리, 나는 앞으로 내 나라에서 그와 같이 억울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번 어사 파견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터이니,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해악을 뿌리 뽑고 오너라. 어명이다.”

“그 뜻, 무겁게 받들겠나이다…….”

그 강철 같던 유 서리의 눈썹 사이에도 굵은 주름이 잡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금방 평소의 표정을 되찾았다.

그렇게 내 두 심복에게 약간의 격려와 포상을 내린 임금은, 곧 그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나와 단둘이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한수야, 너는 그동안 참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왔구나. 그렇지 않으냐.”

“이 땅에 떨어진 이후로 여러 가지로 하늘을 원망했었지요. 허나 단 하나 좋았던 점은, 이 땅에서 저와 통교(通交)했던 사람들이 모두 훌륭한 이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전하.”

“그 훌륭한 이들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느냐.”

“물론입니다. 괴력난신으로 몰아 삭탈관직해도 모자랄 이야기를 감히 믿어주시는 주군이 전하 외에 또 누가 있겠습니까.”

방금까지 유 서리의 이야기로 무거웠던 분위기가 설풋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가볍게 미소 지으며 손사래를 치던 왕은 곧이어 다음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목적지가 적힌 어사의 봉서는 숭례문 밖으로 나가 뜯어보는 것이 상례겠지만, 그전에 이번 어사 파견에 대해 네게 말해둘 것이 있다.”

“단순히 비리를 적발하고 지방관 경험을 쌓으라고 저를 내보내시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몇 개월이나 되는 시간 동안 너를 내 옆에서 떼어놓아야 하는데, 그런 귀중한 시간을 한 시도 낭비할 수는 없지. 이왕 나간다면 많은 걸 얻어 와야 하지 않겠느냐.”

그동안 조정에서 갈리느라 고생했으니 어사로 유람 나가 조금이라도 쉬고 오라는 뜻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이에도 나를 갈고야 말겠다는 임금의 의지가 그의 얼굴에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그동안 동궁에서 조용히 근신하던 사람이 이렇게 태도를 바꾸다니.

허나 왕이 가해오는 채찍질마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네게 채찍질을 가해야 할 사람이 사라졌으니, 내가 그 역할을 이어받기로 했다.”

“전하, 굳이 그러실 필요는…….”

“네가 벌여놓은 정책을 직접 점검하고 오너라. 굳이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직접 확인을 했어야 할 일이기도 하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 목적지가 어디인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내 파견지는 대동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충청도나 전라도, 둘 중 한 곳임이 분명했다.

“부제학에게 품었던 묵은 감정이 있으면 그곳에 묻고, 그가 네게 가르친 초심은 되새겨 오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네게 내리는 첫 어명이 될 것이다.”

“저를 남원으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대동미가 올라올 수운(水運)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내륙에서 강을 따라 해안에 세곡을 집결시키는 과정을 점검하려면 남원도 가게 되겠지. 이 일이 내키지 않는 것이냐.”

마음이 복잡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사를 따라다니던 시절의 길을, 그만 빼고 걸으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하지만 이것은 나랏일이고, 나 아니면 제대로 수행할 자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사소한 감정쯤은 묻어버려야겠지.

“어찌 삿된 감정을 나랏일에 개입시키겠습니까. 명에 따르겠습니다.”

“그래. 너라면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한수야.”

“사실 이 일은 경강의 상업을 꽉 쥐고 있는 강 진사가 훨씬 알맞은 일이라 사료됩니다만, 아직 관직도 내려받지 못했으니 그러긴 어려웠겠군요.”

충신의 이름을 팔며, 마음 한구석에 조금 남아있던 불만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임금은 그런 반응도 예상했다는 듯이 입가에 빙긋이 미소를 띨 뿐이었다.

“강 진사가 호조의 일에 익숙해지게 되면, 그도 한 번 마패를 들려 내보낼 것이다. 그때는 호서로 보내는 것이 좋겠군.”

“호조라니요? 그럼 제 사형도…….”

“조정에 인재가 부족한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거늘, 언제까지 마음대로 하도록 놔 둘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느냐. 사실 강 진사는 호조의 일보다는 어사를 더 잘 수행할 것 같다만.”

“그건 그렇습니다. 핫핫.”

관직의 굴레를 내던진 채 멋대로 살던 충신의 등에 드디어 안장이 채워질 모양이었다. 그 인간과 같이 갈리게 되었다는 사실이 왜 이리도 나를 즐겁게 하는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김 박사도 이번에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까? 제 벗에게 성균관보다 더 나은 자리가 있다고는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더 적합한 자리가 있지. 집의 송시열이 아주 강력하게 요구한 자리다.”

송시열이? 대체 왜?

그러고 보니 사간원 헌납이던 송시열이 품계를 높여 사헌부로 옮겨가긴 했다. 그럼 좌명의 다음 근무지는 사헌부란 소리인가.

“김 박사가 김상헌의 자택에서 사헌부 대간을 앞에 두고 그들을 비판하는데 한 치 두려움도 가지지 않았다 하더군. 너도 그 자리에 있었다지?”

“아. 그 김상헌도 대간들을 상대하는 제 벗의 기개에 감탄하긴 했지요. 생각해 보니 다음 대간이 될 인재를 살피겠다는 이유로 소신들이 그 자리에 불려갔던 것이기도 합니다.”

“김상헌이 가기 전에 네 벗에게 최적의 직책을 찾아주고 간 것이 아니겠느냐. 하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대간들 앞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맞서고, 마지막에는 조롱하는 시조까지 읊은 좌명의 그 꼰꼰함이면 분명 사헌부에서 필요로 하는 재능이긴 했다.

상관을 비판하는 것이 업무라 맨정신으로는 힘들어 술을 달고 일하는 사헌부라지만, 좌명이 놈은 그런 일 정도는 취기 따위 빌리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할 테니까.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송시열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던 좌명이었다. 좌명이 놈이 송시열에게 찍힌 것은 그날부터였던가.

그 이야기를 임금에게 전하자, 그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임금의 웃음에, 나는 눈앞에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우십니까?”

“내 저번에는 사헌부를 산당에 넘기는 일로 마음에 조금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네 벗이 사헌부로 간다면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싶구나.”

“일정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산당 전부를 홀로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다, 한수야. 산당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구역에 한당의 신하를, 그것도 영수의 아들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겠느냐.”

생각해 보니 그랬다. 송시열은 그날 북촌 골목에서 내게 붕당을 혁파해야 한다는 안방준의 입버릇을 전하기도 했었다.

임금이 저리 기뻐할만 했다. 자신의 치세가 시작되자마자 조정의 싸움이 멎고 당파 간 협력이 시작될 징조가 곳곳에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전하, 그 일에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무엇이냐.”

“어차피 산당과 한당의 당파싸움은 서인 세력 안에서의 다툼이었습니다. 전하께서 진정 조정의 협치(協治)를 원하신다면, 그 밖의 세력 역시 끌어안으셔야 합니다.”

“지금 조정에서 겉돌고 있는 일부 남인 인사들을 가리키는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두 당파 사이에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으면 그들 사이의 골은 나날이 깊어갈 뿐이지만, 징검다리가 되어줄 제3의 세력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혹은 한당과 산당이 야합해 잘못된 방향을 향해 치달을 때, 그들을 견제해줄 세력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고.

“좋다. 네 무슨 뜻을 품었는지 알겠구나.”

“감히 주제넘게 덧붙이자면, 탕평책(蕩平策)을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탕평책?”

“서경(書經)에 실린 구절인, ‘무편무당이면 왕도탕탕하고, 무당무편하면 왕도평평이니라.’에서 이름을 따와 봤습니다.”

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치우침이 없으면 왕도가 탕탕하고 평평하다

임금 역시 이 말에 담긴 뜻을 잘 알 것이다. 원 역사에서 영정조 시기 시행되었던 탕평책의 이른 등장이다.

“정녕 괜찮겠느냐. 네가 반정으로 얻은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계해년의 일을 떠올리십시오, 전하. 상왕 전하께서 반정을 일으키셨던 원인 중 하나는, 이이첨의 세력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흠…….”

“게다가, 적어도 당파끼리 서로 칼을 겨누는 상황보다는 조정이 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운 좋게도 저는 각 당파마다 꽤 튼튼한 끈을 가지고 있는 상태여서요.”

“산당 쪽은 송 집의일 것이고, 남인 쪽은?”

“소신의 학당에서 근무 중인 남인 인재 하나가 있습니다. 그와의 인연을 통해 조정의 구도를 막후에서 조정해보겠습니다.”

“도대체 너는 어디까지 큰 그림을 그린 것이냐. 한수야.”

성근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던 윤휴를 이용하겠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송시열과 인연이 있는 남인 인사들까지 생각하면 불러올릴 인재는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신과 송 집의가, 전하의 치세를 든든히 뒷받침할 인재를 골라내겠습니다. 전하께서는 그중에 전하의 뜻에 따를 이를 당파에 구애치 않고 등용하시어 재야에 묻힌 인재가 없도록 하십시오.”

“좋다. 기존의 당파에 구애받지 않고, 내 뜻을 따라 일치단결할 새로운 세력을 키우겠다.”

“삼정승의 자리를 기존의 한당, 산당, 남인에서 한 자리씩 맡아 하는 그날이, 진정한 탕평이 이루어지는 날일 것입니다, 전하.”

내 제안을 들은 임금의 눈에 총기가 가득했다. 뒤이어 날아온 임금의 명령은, 그가 얼마나 내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그리고 그날이 오면, 영의정 자리에 오르는 것은 반드시 한수 네가 되어야 할 것이다.”

***

그날 밤, 임금에게 모든 것을 내려받고 진짜 어사가 된 날.

집으로 돌아와 파견지로 떠나기 전 보내던 마지막 밤, 나는 꿈을 꾸었다.

젊은 도령 하나와, 아름다운 낭자 하나가 나란히 서서 내게 손을 흔드는 꿈이었다.

나를 향해 흔들던 도령의 손에는 둥근 쇳덩이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등을 돌려 먼 곳을 향해 갔을 때, 그 쇳덩이는 어느새 내 손에 옮겨와 있었다.

쇳덩이를 쥔 손이 불에 달군 것처럼 뜨거웠다. 그 뜨거움에는 도령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 아픔에, 나도 모르게 벌떡 꿈에서 깨어났다.

왜 눈가에 물기가 가득한 것일까.

아마도, 그 쇳덩이의 뜨거움에 손이 델 지경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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