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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어사, 조선을 뒤흔들다!-103화 (103/298)

103화. 응징

마음 같아서는 온 한양바닥에 둘만의 이야기를 풀어버린 제 오라비의 상투라도 잡고 갈 기세의 하연이었지만, 서방이 보고 있으니 그나마 감정을 억제한 듯했다. 그렇게 하연이 제 오라비를 끌고 안채로 사라진 후의 일이었다.

아내가 남긴 찬바람만 구르는 방 안, 내 앞에는 금발벽안 코찔찔이 꼬마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팍 새어나왔다.

녀석, 긴 속눈썹 끝에 눈물 한 방울을 찔끔 걸고 변명하는 것이 심양으로 떠나기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이에게 2년이란 긴 시간이었기에 겉모습은 꽤나 달라져 있었지만, 속이 그대로인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연도 내가 없는 사이 요안과 친자매처럼 지냈던 터라, 나와 요안이 녀석만 남기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러니까, 웬 사내가 내 사형이니 괜찮다는 핑계를 대고, 잠깐 읽어보겠다며 네가 쓴 이야기를 강탈해 갔다고?”

“네, 선생님……. 언니의 오라버니와도 이야기가 다 되었다고 하더니 그만…… 정말 죄송해요. 그렇게 될 줄은 저도…….”

“네가 나와 안사람의 이야기를 써도 되냐고 방금 끌려간 놈에게 물어본 일이 화근이었구나. 나야 저 둘의 장난질 솜씨를 성균관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네가 그걸 알 리도 없고.”

“선생님께도 도움이 될 일이라 말씀하시길래 드린 거였는데, 한양 바닥에 제가 쓴 이야기가 돌아다니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도움이 되긴 했을 것이다.

아마 하연이 나와 혼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끝까지 꺾지 않았다면 말이지.

좌명은 나를 속인 일로 마음의 빚이라도 졌다 생각했던 걸까. 강충신 그 인간의 머릿속은 안 봐도 뻔한 이야기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의 도움 없이도 일은 잘 풀렸다. 이제는 그 이야기가 퍼진 일은 그저 민폐에 불과했다. 소문이 가라앉기까지 당장 출퇴근길부터 걱정인 판국이었다.

효과가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다.

“이미 퍼져버린 일을 어찌 주워 담겠느냐. 소문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너희 언니가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듯한데, 거기에 의지해볼 수밖에.”

“죽을 죄를 지었어요, 선생님. 저는 그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둘이 잘 됐으면 하고 혼자 몰래 써내려간 이야기였는데…… 요운이도 장가를 간 마당에 선생님이 홀로 쓸쓸히 늙으시면 안 되는 일이잖아요.”

하, 이놈의 험한 팔자가 무엇이기에 나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제자보다 장가를 늦게 들게 하다니. 그 생각을 하니 요안이 녀석의 걱정도 이해가 되어 쉽사리 혼내기가 어려웠다.

“윽, 요운이 이야기는 상관이 없지 않느냐? 어쨌건, 네 마음이 그런 것을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겠구나. 헌데, 그런 글솜씨는 어디서 익힌 것이냐?”

“그게……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와 언니가 해준 이야기들을 잊기 싫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하던 게 습관이 되었었어요. 요새는 언니네 아버님 권유로 책비(冊婢)라는 걸 나갔는데요…….”

책비? 요안의 변명을 들어보니 세책점에서 책을 빌리기 뭐한 대갓집 마나님들 상대로 책 읽어주는 일을 한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녀석은 제가 하는 일 이야기에 신나, 같은 문장이라도 읽는 법이 서른여섯 가지나 된다며 자랑하고 있었다.

녀석은 아직도 어린애였다. 이러니 충신의 세 치 혀에 제 창작물을 쉽게도 넘겼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마에 손이 올라갔다.

“아무리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글이라 하나, 네 글이 장안을 떠들썩하게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글공부는 열심히 한 모양이구나. 언문에 치우친 공부인 것 같긴 하다만.”

“혼날 줄만 알았는데, 칭찬해 주시는 건가요?”

“혼을 내지 않겠다고 했지, 잘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착각하지 말도록. 단지 너보다 훨씬 추악한 죄를 지은 자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기에 네 얕은 잘못은 묻기로 한 것이지.”

“네…… 죄송해요…….”

그나저나 장인어른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원 역사에서도 인쇄술에 관심이 많았던 양반인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김육이 벌여놓은 사업은 단순한 인쇄사업의 범주를 훨씬 넘어간 상태였다.

책을 필사, 인쇄해서 파는 일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되었던 세책점이나 책비 사업이 김육의 작품이었다. 게다가 사부학당에 못 든, 집안 사정이 어려운 영특한 아이들을 모아 서당 또한 운영하고 있었다.

“네 오라비는 소과 입격도 얼마 전 거뜬히 해내고, 그 와중에도 장인어른의 서당에서 후학을 열심히 키워내고 있지 않느냐. 너도 나이는 오라비와 같을 텐데, 더 어른스러워져야지.”

“그거야 요운이는 사내에 혼인까지 한 진짜 어른이니까 그렇죠. 아녀자에 불과한 저는 책비 일을 하면서 이따금씩 글을 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걸요.”

“그래도 네 오라비보다는 한양 바닥을 일찍 뒤흔들어놓았구나. 고얀 녀석 같으니. 너도 짝이라도 찾아주면 그 천방지축인 심성이 가라앉겠느냐?”

“에, 혼인이요? 절대 싫어요!”

방금까지 시무룩해있던 요안이 녀석이 튕겨 오르기라도 할 기세로 손을 내저었다.

후……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박연이 이마를 짚었던 이유가 절절히 전해지고 있었다. 저런 녀석을 누가 데려가나.

“왜, 네 나이면 혼기가 꽉 찼지 않느냐, 곧 있으면 너도 네 언니처럼 노처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시집가기는 죽어도 싫어요! 저도 언니처럼 좋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어요! 결국 언니도 스물셋에 시집갔잖아요?”

“그럴 수는 없다. 네 언니도 나를 정혼자라고 핑계를 대어 스물이 넘어서까지 혼사를 미룰 수 있었던 게지. 본래 관아의 호적에 올라 있는 아녀자가 스물이 넘어서까지 혼인하지 않으면 관의 압박을 받게 된다.”

예기(禮記)에도 여자 나이 스물이 되면 시집보내야한다고 적혀있던 터였다. 혼수를 마련할 형편이 안 되면 친척에게 부담시켜서라도, 그마저도 안 되면 관이 부담해서라도 노처녀 노총각을 만들지 않으려던 나라가 조선이었다.

어찌 보면 현대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조선 초기 세종대왕의 치세 때는 이를 지키지 못하면 벌을 주라는 전교가 남아있을 정도로 남녀의 혼인은 국가 중대사였다. 아직도 하급 관리인 박연이 그 압박을 튕겨낼 수 있을 리가.

“말도 안 돼요! 저도 언니처럼 마음에 드는 사내가 없으면 시집 안 갈 거란 말예요!”

“나라에서 너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래도. 혹시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기라도 하는 것이냐? 안사람이 밖으로 나도는 것을 좋아하는 낭군은 찾기 어려울 텐데.”

“그것도 있고요…… 제가 본 것도 있고…… 언니가 해준 말도 있고…… 에잇! 몰라요! 그러면 전 시집 안 갈 거예요!”

요운이도 장가갔다는 말을 듣고 혼처를 찾아주려 했었는데, 안 그래도 외모도 특이한 마당에, 저런 성격인 녀석을 누가 데려가려 하겠는가.

조만간 요안이 녀석이 내 속을 또 썩일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고 있었다. 첫 제자인데다, 하연이 친동생같이 여기는 녀석이니 방치할 수도 없었다.

드르륵.

다시 사랑채의 문이 열린 것은 잠시 후였다. 그 틈으로 보인 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옷매무새가 다소 흐트러진 좌명을 끌고 입장한 하연의 모습이었다.

“우리 오라버니께서 지은 죄를 전부 인정하셨어요. 그 벌로 서방님께서 추진하시는 일을 돕기로 하셨답니다.”

“성근, 뭐라 좀 해주면 안 되겠는가? 자네 안사람이 아닌가?”

“내 안사람이기 이전에 자네 누이일 텐데? 나는 모르겠네. 우리 공인(恭人, 오품관의 아내)께서 자네보다 외명부 품계가 높으니 그에 따르는 것이 법도에도 맞지 않은가?”

“아, 선진이 저지른 짓이라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제자가 쓴 이야기를 스승의 입장에서 검토해준 것이 잘못은 아니라 생각하네!”

지금 네가 목소리를 그렇게 높일 때가 아닐 텐데. 여동생 눈에서 살기가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도 그걸 변명이랍시고 하나?

“방금까지 제 뜻에 따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 서방 앞에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본가에 들어앉아 계실 옹주 자가의 따님께 고해 봐요?”

“아……알았다, 하연아. 네 말대로 할 테니 네 새언니에게는 이르지 말거라. 부탁이다. 제발.”

“진작 그러셨어야죠. 제 서방 앞에서 험한 꼴을 보일 뻔하지 않았습니까?”

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좌명이 왜 유부남 입장에서 혼인을 강력히 권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혼인이란 험한 말 섞어서 하지 말라고 했을 때 정말 하지 말아야 했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염려와는 달리 하연이 세운 칼날이 나를 향하는 일은 영원히 없었다. 그 이후로도 쭉.

***

그렇게 일상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홍문관의 나랏일도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가끔 성 영감에게 털리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주 가끔 말이다.

‘똑바로 서게, 안 교리!’

‘예…… 부제학 영감.’

‘어째서 퇴청 시간 전에 초안 작성을 끝마치지 못했나.’

‘하… 하려고 했는데 영감께서 지시하신 경연 준비를 하는 바람에…….’

‘자네는 항상 말이 많아. 여긴 궐내각사야. 까라면 까는 곳이지. 자네처럼 게을러서는 결코 당상관에 오를 수 없다는 걸 모르겠나?’

왠지 쥐불놀이가 땡기는 대화였지만 그렇다고 감히 궁궐에 위치한 궐내각사에 불을 지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나으리, 그제 교하로 사람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지라. 마령서가 이렇게 부족할 줄은 몰랐당게요.’

‘벌써 광에 있던 것들이 다 떨어졌나? 오늘은 김 갑사도 받으러 오기로 했는데 큰일이구만.’

‘거 굳이 밤일 얘기는 안 얹어도 되겠다 말씀 안 드렸씨요.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에 씨앗으로 쓸 놈들이 부족할지도 모른당게요.’

고된 나랏일을 마치고 퇴청하면 유 서리와 감자 보급을 논해야 했다.

그놈의 정력이 뭔지, 참.

한양의 성저십리 곳곳에 뿌려진 감자들은 심어지기가 무섭게 밤마다 털려 나갔다. 감자 가마니를 짊어진 보부상들이 몇 번이고 파주에서 한양 사이를 오가야 했을 정도였다.

‘어머, 어머. 양주댁, 저기 봐. 열녀김씨전에 나온 그 두 분 아냐?’

‘맞네, 맞아. 이번 휴일에도 저렇게 단둘이 나들이를 나오셨나 보네? 아이고, 보기도 좋다, 정말.’

‘아낙네로 태어났으면 저런 사내를 만나야 하는 건데…… 그런데 저분들, 지금 뭘 드시는 거지? 낮것이라도 챙겨 나오셨나?’

‘얼마 전 돌던 뒷이야기에 나온 청나라 작물 같은데, 부평댁? 허약한 김 낭자를 살찌웠다던 마령서? 이제는 거꾸로 교리 댁 아씨께서 매일같이 낭군님께 챙겨드리나 보지?’

‘어머, 어머. 서로 먹여드리는 것 보게? 아이고, 나는 배가 아파서 더는 못 보겠네. 우리 서방은 도대체 얼굴도 못난 것이 살가운 짓마저 못하는지.’

하연의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낯부끄러운 짓이었다. 분명 잃을 것이 없다 생각했으나, 낯가죽이 닳아 없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요안이 녀석이 지은 죄를 갚겠다며 코피 쏟아가며 쓴 열녀김씨전의 외전에 감자가 실린 결과이기도 했다.

허약한 김 낭자를 건강하게 만든 영양 만점의 청나라 작물, 마령서.

외전을 읽은 독자들은 감자를 그런 식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래서 현대에서 PPL과 뒷광고가 성행한 것인가. 조금 입맛이 씁쓸했지만 그 효과 하나는 탁월했다.

‘부인, 괜찮겠습니까? 부인 말대로 사람이 적당히 있을 곳을 택했는데, 여기서도 이렇게 시선이 몰릴 줄은 몰랐습니다.’

‘요안이가 글을 잘 쓰긴 한 모양이네요.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당신과 이렇게 밖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일이 행복하기 그지없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런 훤칠한 사내가 내 낭군이라는 사실을 온갖 계집들 앞에서 자랑할 수 있는데, 어찌 괜찮지 아니하겠어요. 아시겠으면 이제 그만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세요. 어서.’

마누라 말에 거역할 도리가 없었다. 하연이 입으로 꾸역꾸역 먹여주는 감자를 계속해서 삼킬 수밖에.

정력 이야기에, 일부러 백성들의 청개구리 심리를 자극한 방법을 더하고, 장안의 화제인 소설에 뒷광고까지 넣은 상태였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실시간으로 현장에 광고를 나가기까지 했으니, 감자에 대한 한양 백성들의 궁금증에 방점을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아내에게 꽉 잡혀 살던 남편 몇몇은 어서 감자를 구해오라 바가지를 잔뜩 긁혔을 것이다.

***

“……이것들이 파종철이 되면 씨 마령서를 나눠달라 소신의 자택으로 찾아온 백성들의 명단이나이다. 관아로 찾아간 백성들도 있다 하니 실제 수요는 배는 될 것이라 사료되나이다.”

늦은 저녁, 임금이 머물고 있는 침전에서의 일이었다.

감자 보급이 일차적으로 성공했다는 보고가 올라가자마자 임금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재빨리 나와 송시열을 침전으로 소환했다.

“송 헌납. 이 결과 앞에 할 말이 더 있더냐? 내기에서 이긴 자는 이제 확실해졌지 싶은데.”

“이번에는 소신의 식견이 짧았음을 인정하겠나이다. 허나…….”

“그만. 안 교리의 의견이 옳았으니, 더 토를 달 이유도 없을 것이다. 당분간 자중을 지키는 동시에, 벌로 네 고향인 옥천에 마령서를 보급시키는데 힘쓸 것을 명한다. 어명이니라.”

이렇게까지 어명이 떨어졌으니, 아마 은진 송씨 차원에서 감자 보급에 정성을 쏟게 될 것이다.

표정 관리를 잘 해낸 송시열이었으나, 순간 가득 찬 불만이 얼굴에 스쳤음을 내게 숨기진 못했다.

불편해?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든가.

그 모습을 보니 그동안 감자 보급으로 고생한 덕에 쌓인 피로가 싹 날아가는 듯했다. 이래서 악플러들은 키보드 배틀을 못 끊고, 조선의 신하들은 당파싸움을 멈추지 못한 건가.

허나 송시열이 임금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 전, 그의 눈빛을 보자 그런 승리감도 금방 흩어져 버렸다. 분명 이번 일로 그와의 충돌이 끝나지 않으리란 예감이 눈빛에서 묻어나고 있었으니까.

“그럼 송 헌납은 물러가도 좋도다. 아, 안 교리는 아직 조금 더 남아 있도록 해라.”

용건이 끝났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임금은 송시열만을 돌려보내고는 다시 나를 주저앉혔다. 하연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을 하고 있던 내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명이었다.

허나 그런 생각도 잠시, 놓았던 긴장의 끈이 팽팽히 조여지는 것이 느껴졌다. 임금의 눈빛이 성 영감과 나를 야밤에 창덕궁 후원으로 불러냈던 그 날의 것처럼 변했다.

나를 둘러싼 분위기가 어느새 차갑게 굳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뒤이어 나온 말을 보니 능양군 역시 같은 것을 느낀 듯했다.

“금군에게 끌려온 너를 후원에서 마주한 날이 생각나도다. 그래, 그날 이후 긴 세월 동안 내가 내린 밀지는 충실히 수행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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