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잘안 장긴
그날은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베인 손가락에서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이 다음 날까지도 이어졌지만 따로 아파할 틈조차 없었다.
몸이 달아있는 것이 분명한 홍타이지가 심양에 돌아온 바로 다음 날부터 조선인 장정들을 사하보로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긴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쉴 틈조차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나으리, 어디 다치셨습니까요? 손가락에 천 쪼가리는 왜……?”
“별거 아닌 상처일세. 며칠 지나면 낫겠지.”
눈썰미 좋은 사람답게 이상을 바로 알아채오는 김 갑사였다. 그와 사하보 농장으로 줄지어 들어오는 장정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었다. 농장 경계를 알리는 말뚝이 이전보다 훨씬 멀리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허나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입 밖으로 냈다간 무슨 부정이라도 탈지 모를 일이니까. 안 그래도 비녀에 금이 간 것이 불길하지 않은가.
“오목도가 전한 말에 따르면 오늘 사하보로 조선 장정 이백 인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인원수는 일치하는가?”
“옛, 방금 호포대 오장들과 따로 머릿수를 헤아려본 결과 정확히 이백 명 들어온 것이 맞습니다요.”
“네 명씩 줄을 세워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오를 새로 짤 생각은 아닐 것이고.”
“원래는 나으리와 제가 했던 것처럼 오십 인씩 나누어 훈련 담당을 따로 정할 생각이었는데, 워낙 교관을 하겠다고 지원한 자가 많았던지라…….”
사실 홍타이지에게 꽤 규모가 있는 부대를 바닥부터 만들라는 명을 받고 조금은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고작 오십 명을 키운 일도 그들을 겨울 내내 굴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고참병들이 일선에서 신참들을 훈련시킨다면 수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었다. 저들이 자발적으로 조교 역할을 맡는다면 내가 중간 점검을 직접 다니는 정도만으로도 육성 과정에 큰 문제가 생길 일은 없겠지.
헌데 김 갑사가 말꼬리를 흐린 부분이 조금 걸렸다. 자원자가 많았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김 갑사. 자원자가 많았다니.”
“그게…… 기존에 있던 인원 중 오십 명 전원이 훈련 교관 역할을 하겠다 자원했지 말입니다요.”
“어인 일인가? 우리 부대원들이 그렇게 훈련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네.”
“말씀드리기 송구한데…… 아무래도 나으리께서 놈들을 굴려댔던 일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자들이 많았던 듯하여…….”
누가 누굴 굴렸다는 것인가.
나는 그저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인원들에게 가벼운 얼차려와 체벌을 가했을 뿐이었다. 몸은 멀쩡했으나 총은커녕 제대로 된 무기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수두룩했던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굴려댔다니? 나는 그랬던 적이 없네.”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자꾸 찬바람에 떠는 인원이 나오니 기초부터 단련시키신 것이 나으리가 아닙니까요?”
“아니, 그러면 준비도 안 된 자들을 다짜고짜 훈련부터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적어도 저들이 갑사 시험 기준 정도는 통과해야한다며 옆에서 바람을 넣었던 것은 김 갑사, 자네였을 텐데?”
“그 광경을 흐뭇하게 쳐다보시면서 신체는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법이라며 중얼거리신 것도 나으리십죠.”
누가 보면 사람 잡은 줄 알겠다. 성 영감에게 옮은 입버릇이 그만 나도 모르게 새어나간 것을 그새 들은 모양이었다.
사람 하나 하나가 은덩어리와 다름없는 상황에서 인적 자원을 낭비할 수 있을 리가. 적어도 나는 내 어깨를 갈아버린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있었다.
훈련은 빡세게, 휴식은 철저히.
“내 방식은 잘못되지 않았네. 오십 명 전원이 짧은 기간 안에 정병으로 거듭났으니.”
“나으리의 훈련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요. 기존 고참병 놈들이 본인이 겪었던 지옥을 맛보여주겠다고 투지가 활활 불타고 있는지라…….”
“그래서 고참병 하나에 신병 넷을 섞어서 경험을 전수하겠다?”
“좀 더 일찍 말씀드려야 했던 이야기긴 한데, 결론은 그렇습니다요.”
아하, 이제야 상황이 조금 이해가 갔다. 김 갑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선군에서도 신병을 교육시키는 것은 거의 선임에 의한 도제식 교육이었다니 큰 문제는 없겠지 싶었다.
까놓고 말해서 자기들만 그렇게 구르기 억울했다 이거지? 역시 후배사랑은 내리사랑이고 갈굼은 내리갈굼이지.
“……다만 신체를 단련하는 일은 고참병 개인에게 맡기지 않겠네. 이것은 집단을 이뤄 함께 단련하는 것이 효율이 좋을뿐더러, 신참을 괴롭히는 행위로 변질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맞는 말씀이십니다요. 그럼 저도 남는 시간에 기존 오장들과 더불어 고참병들이 딴 짓을 못하도록 순찰을 더 강화하겠습니다요.”
“부탁하겠네. 김 갑사.”
그렇게 변경된 사항을 전하러 김 갑사는 병사들을 향해 빠르게 멀어져갔다.
이렇게 된 거, 아예 체력단련 교범이라도 따로 작성해야 하나. 어찌하면 더 장정들을 효과적이고 빠르게 굴릴 수 있을지 훈련소 조교 시절 기억을 바닥까지 쥐어짜고 있을 때였다.
심양 방향에서 멀리 모래바람이 이는 것이 보였다. 급하게 달리는 말발굽 아래에서 일어난 모래바람이었는데, 점점 가까이 다가오며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그림자의 모양이 친숙했다.
“한수 얌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사형, 숨이나 좀 돌리고 말씀하십시오. 말에 치일 뻔했지 않습니까.”
“말에 치여? 안 그래도 이걸 콱……. 이거 네놈이 한 짓거리지?”
달려오던 말이 기가 막히게 코앞에 멈춰 섰다. 그 말안장에서 곧바로 뛰어내린 자의 정체는 충신이었다.
“제가 무슨 짓거리를 했단 말씀이십니까? 심양관에 있으셔야 할 분이 이 시간에 사하보에는 무슨 일이시고요?”
“이게 어디서 오리발을 내밀어? 한수 네가 꾸민 짓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나한테 병부에서 명령서가 하달될 이유가 뭐란 말이냐?”
충신의 소매에서 종잇장 하나가 나와 나풀거렸다. 시침을 뚝 떼고 그의 손에 들린 문서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계획 성공이군.
“니루 잘안이라니, 사형도 엽행 도중에 청주의 눈에 들기라도 한 모양이 아닙니까? 축하드립니다.”
“이 뻔뻔한 놈을 봤나? 청주가 무얼 보고 나를 삼백인대의 대장에 임명한단 말이냐?”
“그분 속을 번국의 신하에 불과한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혹시 압니까? 사형의 활솜씨를 눈여겨 보았을지도요.”
“네놈 잘안에 속한 니루로 부임하라는 명령서를 눈으로 보고도 끝까지 시치미를 뗄 셈이냐? 매도 없는 놈이 시치미 떼는 법은 어디서 배운 것인지 거참…….”
만주 문자에는 까막눈인 충신이지만 선비 된 자가 명령서에 병기된 한문까지 못 읽진 않았을 것이다. 그걸 보고도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아 명령서를 들고 온 청나라 관리를 들들 볶고서야 사하보로 향했다는 충신이었다.
“인 갑라(寅 甲喇)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다! 타스하 잘안이라고, 조선인으로 새로 구성되는 부대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네놈이 꾸민 짓인 걸 깨달았지!”
“그러길래 청국어 좀 미리 배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일 년 동안 그렇게 말씀을 드려도 안 배우신 것은 사형이 아닙니까.”
“이게 아직도 입을 놀려? 얌마, 나 장삿일로 바쁜 사람이야! 나 없으면 심양관이 안 돌아간다고!”
그러기에 황녀 가지고 작작 놀렸어야지. 나만 두 번째 조교 생활을 또 하면서 만주벌판을 구를 생각에 뿔이 잔뜩 나 있었는데, 그걸 건드린 대가였다.
어차피 내 아래에서 일할 지휘관을 임명하는 사소한 일 정도로 청에서 태클을 걸 리도 없었다. 내 뒤에는 홍타이지와 도르곤이 있는 데다, 충신이 송산에서 세운 군공까지 충분하지 않은가. 병부에서 충신에게 날아온 명령서는 그러한 과정을 거친 물건이었다.
“저도 심양관의 일과 호포대 일을 함께한지 일 년이 되어갑니다. 사형도 못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사냥 나갈 때마다 따라 나오신 분이.”
“그건 사냥이니까 그런 거고! 나 없으면 조선에서 넘어온 물목 분류부터 매매까지 누가 대신한단 말이냐?”
“이미 빈궁마마와 함께한 시간이 꽤 되니 그분께서도 상당한 부분을 처리할 수 있으시지 않습니까. 유 서리는 아예 그동안 자기 사람처럼 써오셨고요. 그러니까 요사이 새 아녀자를 만날 시간도 생기신 것이 아닙니까, 사형?”
“아니, 그건 또 어떻게…….”
충신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한 번만 더 오입질을 했다가는 장사에 손도 못 대게 하겠다던 세자의 경고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다 아는 방법이 있지요. 제게 딸린 눈과 귀가 오십 쌍에, 청에서 들어오는 정보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에 비하면 심양성은 좁으니까요.”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이런 놈인 줄 알았으면 성균관에서 다가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심양까지 따라오기로 결정한 것은 사형 본인이잖습니까. 이제 심양에서의 자유는 슬슬 포기하시지요.”
“한수 너마저 이러기냐? 이 먼 땅에서 위안이 되는 유일한 것을 빼앗아가다니…….”
사실 나는 독수공방하던 차에 끊임없이 어디선가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충신이 조금 아니꼽긴 했다. 그래도 세자처럼 아예 여자 일로 충신의 숨통을 막아버릴 생각까진 없었다. 일만 제대로 하면 말이지.
그 말을 전해들은 충신의 표정은 아주 조금 밝아졌다. 그러나 시무룩한 상태는 여전했다.
“그러니까, 저 자들을 정병으로 만드는 일에만 소홀치 않으면 딱히 나를 건드리진 않겠다?”
“다 사형의 상재뿐만 아니라 무재(武才) 역시 높이 사서 이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냥 같이 다니면서 이미 비슷하게 하시던 일이잖습니까? 사제 좀 도와준다 생각하십시오.”
“그래? 그럼 이제 직속상관이 되었으니 말이라도 높일까? 잘안 장긴 나리?”
“제가 자의 벼슬을 달았을 때도 말을 안 높이신 분이 갑자기 이러시깁니까? 니루 장긴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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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리고 성문이 닫히기 직전에야 겨우 사하보를 떠나 심양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장정들을 입에 단내가 나도록 굴리기 전, 그들의 거처와 식사부터 해결해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농장이 세워진지도 시간이 꽤 흘러 사하보는 이미 속환된 조선인들로 이뤄진 큰 부락이 되어 있었으나, 새로 이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갑자기 받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필요한 물자와 식량은 미리 준비해놨지만, 그들이 머물 건물을 하루 만에 뚝딱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덕분에 당분간은 훈련은커녕 노가다에만 전념하게 생겼다.
“그래도 생각보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던데? 말도 잘 듣고 말이다.”
“노비로 끌려온 자들입니다. 말만 잘 듣는다면 속환되어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갈 희망이 생겼는데,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뿐만이 아니지. 이상한 탈 뒤집어쓴 조선 사냥꾼들은 이미 심양에서 유명했거든. 거기에 전쟁터에서 이룬 성과까지 더해졌으니 장정들이 명령을 안 듣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나란히 걷는 말 두 필 사이로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 처음엔 극구 거부하더니 충신도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일에서 재미를 찾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시무룩하던 말투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거기에 짐승탈바가지 뒤집어쓰고 몽둥이 든 모양새가 오죽 기괴하냐? 그걸 보고 말 안들을 놈은 없다고 봐야지. 어린 애들이 봤다면 오줌을 지릴 거다.”
“이미 남원과 한양에서 효과를 봤던 물건이긴 합니다. 핫핫.”
“한양은 김식 놈 이야기일거고, 남원은 무슨 이야기냐?”
“제가 저번에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대사간 나리와 처음 만났던 그때 처음으로 써먹었었지요.”
말을 마치자마자 옆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동안 딸각거리는 발굽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대리어사를 했다는 말이 허풍이 아니라 사실이었냐? 이 미친놈! 조선 땅에 나보다 더 미친놈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미친놈아!”
“이제야 믿어주시는 겁니까? 조금 섭섭한데요.”
“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아! 도원수 집 담장을 넘자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 미친놈한테 잘못 엮여서 심양까지 따라오다니!”
“설마 벗을 관아에 고할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선 관아는 이 심양 땅엔 없지만 말입니다. 핫핫.”
예전이라면 웃고 넘겼을 이야기였다. 그러나 내가 해먹는 짓거리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충신에게도 다르게 와닿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호포대한테 가면을 씌우고 몽둥이를 쥐어준 것도 나무를 숲에 숨기기 위함이었냐? 이 음흉한 자식아?”
“아닙니다. 그건 부대원들이 알아서 따라 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답답한 것을 무엇 하러 따라 한단 말이냐?”
이제는 단순히 나무를 깎아 만든 가면이 유행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대원들이 잡은 짐승들 중에 가장 훌륭한 놈의 머릿가죽을 뒤집어쓰는 것이 전통 아닌 전통처럼 호포대 안에 유행 중이었다.
아마 그 이유는 추위도 막고, 신병을 굴리는데 죄책감도 덜고 일석이조라? 조교와 교관들이 눈빛을 가리려 긴 챙이 달린 모자를 쓰는 이유가 있다고.
그 와중에 멀리 심양관의 대문이 보였다. 남문에서 심양관이 가까운 것이 다행이었다. 덕분에 충신의 꿍얼거림을 덜 들을 수 있었으니.
헌데 그 대문 앞에서 웬 낯선 자가 말에 탄 채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말안장 위에 올라앉아있는 사람의 옷차림을 보니 청나라 고관인 듯했다.
“만나러 온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어서 문을 열지 못할까!”
“여긴 세자 저하께서 머무시는 곳입니다! 더 이상의 소란을 삼가십시오!”
헌데 실랑이를 벌이는 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어눌하지만 분명 조선말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괜시리 억지를 부리는 청의 고관을 상대하는 관원이 안쓰러워 말에 박차를 가했다.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이쪽을 돌아본 고관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스쳤다.
“오호라, 도적놈의 새끼가 이제야 얼굴을 들이미는구만?”
※ 작가의 말
갑사(甲士)는 조선시대 오위제(五衛制)의 중위(中衛)에 속했던 군인입니다.
서울의 시위병으로 시작해 점점 규모가 커져 양계갑사, 착호갑사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간병, 정예병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죠. 서양의 맨앳암즈나 현대의 부사관에 가까운 군인이었다고 할까요.
김 갑사의 출신인 착호갑사는 호랑이 사냥을 전문적으로 하던 갑사 집단이며, 조선 최고의 특수부대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오늘 연재분에서 김 갑사가 언급한 갑사 시험 기준은 세종실록에 적힌 갑사 선발 전지에 적힌 내용을 가리킵니다.
「……갑주(甲胄)를 입고 궁전(弓箭)과 환도(環刀)를 차고 달음질로 3백 보(步)까지 가는 것 등, 3가지 재주에 다 입격된 자를 시험해 뽑으라. 시험할 때 남과 함께 달음질하지 못하게 하고 저 혼자서만 달음질하게 하되, 달음질의 더디고 빠름은 논하지 말고 다만 3백 보를 달려간 자면 뽑으라…….」
전신찰갑, 활과 화살. 환도까지 패용한 채 달려야 했으니, 수십 킬로그램을 온몸에 진 채 300보를 달려야 체력검사에 합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갑사의 최소 기준이 이토록 엄격했으니, 호포대가 정병이 된 이유가 다 있습니다.
이 정도로 선발이 까다로웠던 탓에, 초창기에는 경제력이 있던 양인으로 갑사 지원 자격이 한정되었으나 후기로 갈수록 천민이나 백정들까지 지원 가능하게 바뀌게 됩니다. 김 갑사가 초면인 주인공에게 처음부터 존대를 올렸던 이유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