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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109화 (109/121)

109화

여인의 말에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이 내게도 느껴졌다.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이자는 누구지?

올림포스의 신이 맞기는 한 것일까?

아니, 올림포스의 신은 아닐 것이다.

못난 제자.

나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스승 루데린이 죽기 전에 나를 위로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었으니까.

올림포스의 신이라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누구지?

진짜 루데린은 아닐 것이다.

루데린과 나에게 얽힌 과거 일을 알고 있는 자일 터.

과거를 이용해서 도발하다니.

이거 조금 열받는데?

화가 난 기분을 정리하기 전 눈앞의 여인이 또다시 말을 내뱉었다.

“놀랐나 보네?”

“조금.”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네.”

“아니, 조금 맞아. 오랜만에 듣는 말에 놀라긴 했지만, 네가 내 스승은 아니니까.”

“왜지?”

“네가 진짜 내 스승이라면 이런 헛소리를 할 리가 없거든.”

“푸흡-!”

여인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오히려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었다.

뭐가 그리 웃길까.

어설픈 도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에 웃음을 내비칠 이유가 없을 텐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정리할 새도 없이 그녀가 툭 말을 내뱉었다.

“명계에서 루데린을 찾았나?”

“…….”

그러고 보니 명계에서 왜 루데린을 못 찾은 걸까?

아무리 그쪽 양반들이랑 그리 친하지 않다고 해도 그걸 물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아니, 차오르는 의문은 나중에 카르나 님에게 물어보기로 하자.

일단은 눈앞에 있는 적에게 집중해야 하니까.

파츠즈-!

손에 힘을 집중해 전격의 검을 소환한 뒤 자신을 루데린이라 주장하는 여인에게 겨누며 말했다.

“내 스승은 환생했다고 들었다.”

“그래? 금시초문…….”

“또한, 내 스승은 이런 짓을 벌일 인간 아니, 요정이 아니지.”

말을 마친 뒤.

재빠르게 여인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이제 더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계속 말을 하게 하면 말리는 것은 오히려 나일 테니까.

녀석을 붙잡고 물어보는 것이 더 확실하겠지.

제압하기 위한 뇌전의 검이 그녀의 팔에 닿기 전.

쾅-!

굉음과 함께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이거 꽤 강한데?

기습에도 이렇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라고?

흙먼지에 뒤덮여 뿌연 시야를 방패 삼아 손목에 차고 있는 천부령을 이용해 주문을 외웠다.

파츠즈즉-!

오른손에는 그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뇌전의 힘.

쩌저저적-!

왼손에는 뇌전의 힘을 북돋을 빙하의 힘을 넣은 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재빠르게 쏘아 보냈다.

어디 이것도 한번 막아 보시지?

콰과광-!

쏜살같이 날아간 뇌전과 빙하의 기운이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확실하게 상대에게 적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으니까.

아니지, 이런 거로 방심하는 건 초보나 하는 짓.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몇 번 공격을 더 쏟아부은 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시공의 룬을 발동시켰다.

“시공 봉인!”

지금 상황에서 쓰면 룬에 조금 무리가 가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써야겠지.

상대는 창표와 나를 동시에 상대하기 위해 나섰을 정도로 실력자일 테니까.

룬 문자가 허공과 목표한 지역을 휘감자 인간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폭발음에 놀라 날아가던 새가 멈추는 것을 시작으로 흩날리던 나뭇잎이 허공에 그대로 멈추며 이내 공기의 흐름까지 그대로 멈췄다.

“아이고, 나도 나이를 먹었나. 벌써 가슴이 터지려고 그러네.”

나이를 먹지 않는 반신이 내뱉은 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실없는 말이었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은 그만큼 힘의 반동을 불러오기 마련.

조금 격해진 숨을 내뱉으며 저릿한 심장을 붙잡고는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방어를 위해 검을 뽑아 든 채로 움직임이 확실히 멈춘 그녀의 곁에 다가간 뒤.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는 그녀를 멀뚱히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음… 그런데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인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

또한, 나와 루데린의 일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라면 설마?

아니지, 이건 너무 간 거 같다.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에이, 설마…….”

아닐 거야.

떨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그녀가 쓰고 있는 복면을 향해 손을 뻗을 때였다.

“숙녀의 얼굴을 함부로 보려는 건 실례지.”

“……!”

갑작스레 위쪽에서 들려온 허스키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로 훌쩍 물러났다.

조력자가 있었다는 말인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자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지옥의 업화보다 뜨거운 검은 불길이 일어났다.

이거 생각보다 조금 뜨거운데?

천부령을 이용해 몸을 빙하의 기운으로 감싼 뒤.

검은 불길을 지긋이 주시하고 있을 때.

허공에서 회색 머리에 안대를 쓴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아닌데 회색 머리를 가지고 있는 남자를 보고는 조금 놀랐지요’

‘희한하게도 그는 한쪽 눈에 안대를 끼고 있었습니다.’

이천웅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이 정도의 불길을 쓸 수 있는 자라면 확실히 신이다.

그것도 위험한 기운을 안에 품고 있는 파괴자에 가까운 신 말이다.

이제 이 대 일인가?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목으로 삼키며 녀석의 주변을 훑어봤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한정룡을 구하러 간 창표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창표는?

숨을 내쉬며 녀석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이 대 일인가?”

“설마.”

헛웃음을 찬 녀석은 돌처럼 굳은 여인의 볼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혀를 끌끌 찼다.

“쯧! 아직, 혼자서는 어렵다니까.”

“아직?”

“아무리 역겨운 놈을 봤다고 해도 이렇게 행동하다니…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게야.”

“역겹다라…….”

“뭐,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무슨 소리지?”

“아? 듣고 있었나?”

뻔한 도발.

이런 도발에 넘어가면 내 꼴이 우스워지지.

눈앞에 있는 나를 철저하게 무시한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그를 향해 계속 궁금했던 말을 건넸다.

“설마 창표를 어찌한 건 아니겠지?”

“아! 그 꼬맹이 신선?”

아뿔싸.

내 실책이다.

눈앞에 있는 여인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창표를 제압했다는 걸까?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녀석을 똑바로 응시하며 재차 말을 건넸다.

“신선계를 적으로 돌리면 설사 네가 상급 신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그런 뻔한 사실을 내가 모를까? 그 꼬맹이는 이미 도망갔다고.”

“하긴,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겠…….”

“대신, 너를 적으로 돌리면 무사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이거 오늘 내 속을 긁으려고 작정했구나.

녀석의 도발에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는 대답했다.

“말조심해. 위에서 다 보고 있다고.”

“아, 카르나티우스?”

“응?”

“이거, 믿고 있는 뒷배가 그녀라면 조금 실망인데?”

이 자식 뭐지?

마치 카르나 님을 알고 있는 듯 말하고 있잖아?

아니지, 카르나 님은 최상급 신이니까 모르는 게 이상할 테지.

그런데 녀석의 뒷배가 설마 카르나 님보다 더 높은 존재라는 걸까?

의문을 풀기 전.

녀석은 피식 웃으며 말을 마저 이었다.

“아무튼, 내 생각대로 움직여 줘서 고맙네.”

“뭐?”

“허, 평소에는 그렇게 똑똑한 척하더니 이런 상황에서는 머리가 안 돌아가? 내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뭐 있겠어? 이제 재밌어질 거야.”

“이 자식이-!”

설마 도망치려 하는 것일까?

일단 녀석을 붙잡아야 한다.

녀석을 붙잡기 위해 룬 마법을 이용해 시공간 제약을 쓰려고 할 때였다.

의문의 사내는 여인이 들고 있던 검을 재밌다는 눈빛으로 뽑아 들고는 말했다.

“이 검 익숙하지 않아?”

“무슨 개소…!”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과거를 이용해서 내 정신적인 약점을 공격하려는 헛소리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들고 있던 검을 바라보고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가 들고 있던 검은 바로 사망한 루데린과 함께 사라진 그의 성검 명월(明月)이었으니까.

“어, 어떻게.”

“이제 재밌어질 거라고 했잖아.”

“…….”

어떻게 루데린의 검이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일까?

설마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다는 걸까?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의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귓가에 녀석의 비웃음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밌지? 이제 더 재밌어질 거다.”

“기, 기다려!”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는 멍청이가 어디 있냐?”

팟-!

붙잡을 새도 없이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진 녀석과 루데린의 검을 가지고 있는 의문의 여인.

풀리지 않는 의문만 가득했다.

녀석이 사라지고 나자 통신 방해가 끝난 듯 다급하게 들려오는 안젤라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카르나티우스 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르카: 다 보셨죠?]

[카르나티우스: 그래.]

[이르카: 저자에 관해 물어보면 대답해 주실 수 있나요?]

[카르나티우스: 아니…….]

뭐 예상했던 거니까.

녀석이 나타났을 때 카르나 님이 말해 줄 수 있었으면 진즉에 메시지를 보냈겠지.

그렇다면, 그 사내가 아닌 여인이라면?

아니지, 이건 직접 물어보자.

일단 가장 중요한 걸 물어봐야겠지.

[이르카: 혹시, 안젤라가 그녀를 봤나요?]

[카르나티우스: …아니.]

[이르카: 다행이네요….]

[카르나티우스: 이르카야…….]

[이르카: 괜찮아요. 천웅이만 만나고 나서 올라갈 테니까 술 한잔하실까요? 오늘은 할 말이 많을 거 같네요.]

[카르나티우스: 최상급 술로 준비해 놓으마.]

어딘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카르나 님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창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르카: 창표야.]

[창표: 그 아낙네는 제압하셨나요?]

[이르카: 했지.]

[창표: 오, 그러면 저도 그쪽으로 갈까요?]

[이르카: 아니, 도망갔어.]

[창표: 네? 그게 무슨…….]

[이르카: 뭐, 혼자 있던 게 아니더라고.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이 대 일은 조금 힘들지 않겠냐?]

[창표: 헛! 죄송해요. 제가 이르카 님을 도와드리기로 하고 왔는데….]

[이르카: 에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지! 넌 한정룡을 구한 걸로 충분히 할 일을 했잖아? 그리고 내가 너한테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게 무슨 뜻이겠냐? 결국, 내가 이겼다는 뜻이잖아?]

한껏 너스레를 떨며 씁쓸한 기분을 감췄다.

오히려, 창표가 못 본 게 더 다행이었지.

[이르카: 한정룡은?]

[창표: 지금 이천웅이란 아이한테 데려다줬어요. 그런데 얘 완전 팔불출인데요? 애를 끌어안더니 미친 듯이 눈물 콧물을 다 흘리고 있어요.]

[이르카: 다행이네, 그리고 오죽했으면 나한테 연락을 다 했겠니.]

[창표: 아, 맞다. 얘 계약 끝났죠?]

[이르카: 뭐, 이번에 내가 오지 않았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창표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신이 개입한 일에 신이 대응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이 일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목표는 한정룡이 아니라 오히려 나였다.

의문의 남녀가 목표로 한 게 뭔지 몰라도 마지막에 보여 준 루데린의 검은 복잡한 심정에 불을 붙여 버렸다.

주인이 아니면 내 손길조차 거부하던 그 검을 가질 수 있는 존재는 루데린과 안젤라 그리고 안젤라의 언니 에루실라뿐이었으니까.

행방조차 묘연했던 그녀를 찾은 복잡 미묘한 기분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뭐, 지은 죄가 있으니.”

모든 일을 해결하고 나면 그녀의 오해도 풀리지 않을까?

복잡 미묘한 기분을 속으로 삼키며 서둘러 중간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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