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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83화 (83/121)

83화

갑작스럽게 4 지구에 나타나 자신을 2계의 관리신이라고 소개한 루크레시아가 일행을 힐끔 바라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풍경이 점차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내 날아가는 벌의 날갯짓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느려지고 난 뒤.

한순간 세상이 멈췄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경악할 뻔했다.

이거 시공간을 다루는 힘인데?

이건 신력으로 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마른침을 삼키며 루크레시아의 눈을 바라봤다.

시공간의 힘을 쓰는 자라면, 설마 아니겠지?

그때 시간을 완전히 멈춘 루크레시아가 나와 사탄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2계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네.”

“사실 신이 되거나 빛의 신과 어둠의 신 직속의 대천사와 대악마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창세신 휘하의 세상은 1계부터 7계로 나뉘어 있다.”

차원을 얘기하는 건가?

그때 루크레시아가 재차 말을 꺼내 들었다.

“사실 7계는 없는 세계나 마찬가지지만… 어찌 되었든, 이건 신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내용이니 미리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네, 그런데 무슨 용무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바싸고라는 녀석이 1계에서 2계로 넘어온 것은 이미 말했으니 간단하게 설명하지.”

“네.”

“녀석이 2계에서 회귀자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네?”

회귀자들을 납치해?

바싸고의 새로운 취미를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요한과 아르한에게 나타난 것도 납치하려고 한 것이었나?

그때 루크레시아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꺼내 들었다.

“1계의 관리신이자 내 동생인 카르나티우스에게 말을 하니 네놈이 4 지구에 와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이렇게 급하게 만나러 왔다.”

“도, 동생이요?”

“그래.”

“혹시 의남매나 그런 건……?”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아, 아닙니다.”

루크레시아가 카르나님의 친오빠라니 깜짝 놀랐다.

하긴, 아까 보니까 사탄과도 이미 아는 사이로 보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지었던 것이지?

그때 사탄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꺼냈다.

“흥! 네놈은 그런 놈 하나 못 잡아서 아직 신위에 오르지도 못한 아이에게 말을 하는 거냐?”

“너도 못 잡았잖아?”

“…….”

괜한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사탄이 변명할 거리를 생각하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 때 한숨을 내쉰 루크레시아가 말을 꺼내 들었다.

“바싸고에게 납치당했다가 영구적인 영혼의 손상을 입은 회귀자가 있다.”

“영구적인 영혼의 손상이요?”

“그래,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영혼의 손상을 입고 버려져 있더구나.”

영혼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다는 말에 할 말을 잃고 루크레시아를 바라봤다.

갑자기 2계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그곳에서 회귀자를 사냥하고 다니는 바싸고의 행동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영혼을 손상시키다니.

이건 창세신께서 천벌을 내리시는 일 아니던가?

그때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루크레시아가 내 궁금증을 깨달았는지 말을 꺼냈다.

“너 역시 바싸고가 왜 그러고 다니는지 궁금한 것이로구나?”

“사실,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창세신께서 왜 벌을 내리지 않으시는 지도 궁금하고요.”

“그래. 뭐 모든 걸 말해줄 수는 없지만, 바싸고가 왜 그러고 다니는지는 손상된 영혼을 살펴보고 알아냈다.”

“이유가 뭔가요?”

“망가진 기억의 조각을 이어붙여 본 결과 바싸고가 했던 단어가 몇 가지 있었다. ‘아니야’, ‘회귀자’, ‘ 미래’, ‘이르카’, ‘알 수 없음’ 이렇게 말이다.”

“……?”

아니야. 회귀자. 미래. 이르카. 알 수 없음.

바싸고가 말했다는 다섯 개의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때 루크레시아가 표정을 굳히며 바싸고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너와 엮이기 시작한 이후로 회귀자의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너를 찾아오게 된 것이고.”

나와 얽히기 시작한 이후로 회귀자의 미래를 알 수 없어져?

알 수 없는 말에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루크레시아가 이르카를 찾아간 다음 날.

2계의 한 외딴 행성.

어두운 동굴 안에 자리 잡은 한 실험실.

실험식을 가득 채운 기이한 연구 도구에서는 초록색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노인에게 납치당한 회귀자 슈라트는 자신의 관리자에게 열심히 연락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 연락은 닿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일이야? 관리자 녀석은 왜 연락이 닿지 않는 건데?’

관리자를 원망하고 있던 슈라트의 앞에 기이한 주황색 약물을 들고 나타난 노인이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호오? 네놈은 뭔가 재밌어 보이는구나?”

“네놈은 누구냐!”

“껄껄껄! 물어본다 해서 아! 당신을 납치한 나는 누구누구입니다. 라고 대답해주면 그것도 재미없지 않겠느냐?”

“…….”

어이없는 말이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슈라트는 입을 꾹 다물고 노인의 얼굴을 눈에 익히기 시작했다.

자신은 회귀자.

만약 자신이 죽음에 이르더라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일 뿐.

물론, 자신이 회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왔던 일들이 모두 되돌아가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힘들게 얻은 공주와 다른 동료들을 처음부터 모을 생각에 한숨을 내쉰 슈라트가 이내 자신의 앞에 나타난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그냥 깔끔하게 죽여라.”

“죽어봤자 어차피 과거로 돌아가는 것뿐이니까?”

“……!”

눈이 튀어나올 듯 놀란 슈라트가 말을 꺼내기도 전.

“나는 바싸고라고 한다. 그런데 네놈 역시 아니로구나. 미래가 보여.”

“뭐, 뭐라고?”

“과거도 보인다. 끌끌, 농노와 창녀의 사생아로 태어나 전쟁에서 끌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구나? 그리고 회귀를 하고서 하는 짓이 고작 영웅 놀이란 말이더냐? 네놈은 역시 아니야.”

“……!”

자신의 과거를 줄줄이 읊는 바싸고를 바라본 슈라트가 몸을 잘게 떨며 그를 바라봤다.

‘시, 신인가? 아니, 신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아, 악마?’

슈라트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와 동시에 노인의 입이 열렸다.

“시, 신인가? 아니, 신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아, 악마? 끌끌, 신도 맞고 악마도 맞다. 어둠의 세례를 받은 악마는 신이 되는 것이니.”

“……!”

“궁금하지? 나 역시 궁금하단 말이야. 모든 것을 알 수 있던 내가 이르카라는 녀석과 얽힌 뒤로 녀석이 관리하는 회귀자들의 미래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게 말이야.”

“모,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이르카는 또 누군데 그, 그러시는 겁니까?”

“그래. 나는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알 수 있었다.”

있었다는 과거형으로 대답한 바싸고는 1계에서 얽힌 일을 떠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르카라는 관리자가 관리하는 회귀자 성진아와 요한을 처음 봤을 때 바싸고는 크나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모든 것이 안개라도 낀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

우연히 성배의 존재를 깨닫고는 타락시킨 성배를 이용해 비밀스럽게 힘을 모아 거의 모든 신의 과거를 염탐하고 미래를 보며 즐기던 바싸고의 입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등장하고 난 뒤.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이르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그에게 접근한 것.

그런데 그때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원래, 1계에서 다음 창조신이 되는 것은 헤라클레스였다.

뒤에 있는 올림포스의 지원도 지원이거니와 역량 또한 충분했던 자였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르카가 성진아라는 회귀자와 계약을 한 이후로 이르카와 헤라클레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이르카가 요한과 아르한이라는 회귀자와 계약을 하고 난 뒤에는 이르카뿐만 아니라 헤라클레스의 미래가 아예 보이지 않게 된 것.

혹시나 해서 이르카가 관리하는 회귀자들을 모조리 살피기 시작하고는 의문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성진아나 요한, 아르한과는 다르게 그들의 미래는 여전히 보이는 것이었다.

‘이르카라는 아이에게 특별함이 있는 게 아니다. 녀석이 관리하는 회귀자들도 마찬가지. 오로지 성진아, 요한, 아르한이라는 녀석들만 특별한 것이다.’

그 이후로 바싸고는 이르카에게 접근을 하고 그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르카를 제거하고 난 뒤.

성진아와 요한, 아르한을 납치하려고 한 것.

더불어 은밀한 거래를 제안해온 한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헤라클레스까지 제거하기로 했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바싸고가 주사기에 주황색 약물을 넣더니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그래, 네놈의 미래가 궁금하냐? 궁금하지? 말해줄까?”

“…….”

“호오? 네놈은 궁금하지 않은가 보구나? 네가 낳은 아들에게 목이 잘릴 운명이라는 것이 말이다.”

“……!”

“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그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아, 안 돼!”

말을 마친 바싸고는 슈라트의 비명을 음악 삼아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에 주사기를 꽂아 넣었다.

이내 침을 질질 흘리며 간질 환자처럼 떨어대는 슈라트를 바라본 바싸고가 코를 벌름거리며 그에게서 나오는 영혼의 에너지를 빨아들였다.

온갖 저주, 회한, 분노, 공포 모든 부정적인 기운이 담긴 에너지는 그에게 향긋하다 못해 황홀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내 황홀경에서 빠져나온 바싸고는 슈라트의 몸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약물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는지 살펴보기 시작한 것.

“흠, 역시 뇌를 자극하면 영혼이 손상을 입는군, 흥미로워.”

뇌에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을 주자 영혼까지 손상을 입게 된 것.

물론, 약물의 힘뿐만 이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색다른 데이터를 뽑아낸 것.

데이터를 유심히 살핀 바싸고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요한의 채널을 살펴봤다.

요한의 채널에는 아르한과 프란시스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빡빡아. 앞으로 이틀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머리 기를 거라니까요? 빡빡이라고 그만하십시오.]

[킁! 민둥산에 물 뿌린다고 풀이 자라냐?]

[네? 저는 이거 민 거라고요.]

[그런데 왜 아직 머리가 안 자라는데?]

[…….]

[너 혹시?]

[아, 진짜!]

실없는 소리를 하는 아르한과 프란시스가 살펴보고 있는 교황청 내부지도를 본 바싸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중얼거렸다.

“끌끌, 성배를 얻었으니까 아마도 부활을 시키려고 하겠지, 그때 저들을 납치한다. 이미 저자들에게는 약물을 넣어뒀으니…….”

아직 상대하기 버거운 사탄의 추격을 받고 있던 바싸고가 괜히 위험을 무릅쓰고 7 아르카니아에 간 것이 아니었다.

요한과 아르한에게 먹인 약물이 제대로 자리 잡을 시간을 벌기 위한 것.

바싸고는 그들을 제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왜 그들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인지 연구하고 싶은 것뿐.

물론, 그 과정에서 영혼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소원을 이루고 채널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한 성진아의 채널이 다시 열리며 이르카가 모습을 드러낸 것.

바싸고가 놀란 표정으로 성진아의 채널을 살피기 시작하고는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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