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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78화 (78/121)
  • 78화

    미래에서 온 것은 맞긴 맞았다.

    아르카니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미래의 존재들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요한과 아르한의 정체에 대해 잔뜩 오해한 프란시스의 얘기를 듣고는 배를 잡고 자지러지듯 웃고 있던 안젤라가 겨우겨우 웃음을 멈추고는 질문을 건넸다.

    “아이고 배야, 아 너무 웃겨. 저 프란시스라는 분이 그때 약 기운에 취해서 제대로 못 들은 거 맞죠?”

    “응, 이게 바싸고가 오히려 도와준 꼴이 되어버렸네.”

    재밌는 일이었다.

    물론, 바싸고가 어째서 7 아르카니아에 나타난 것인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문제야 사탄에게 일임했으니 알아서 처리해줄 터.

    그 일은 차치하고 요한과 아르한을 방해하려고 나타난 바싸고 덕분에 오히려 프란시스라는 자의 조력을 얻게 된 것 아니던가?

    옆에서 시끄럽게 웃어대는 마리의 입을 틀어막은 뒤 안젤라에게 말을 건넸다.

    “이번 기회에 태양교라는 놈들을 싹 쓸어버려야겠어.”

    “네? 어떻게요?”

    “요 녀석 덕분이지.”

    품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마리를 가리키며 말을 마저 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기적은 뭘까?”

    “로또?”

    “아니, 그런 현실적인 거 말고…….”

    “흐음, 이르카 님이 거짓말하지 않는 거?”

    “…….”

    놀리기 위해 하는 말이 확실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안젤라를 바라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나는 유다를 희생시켜서라도 요한을 구하려고 했거든? 그런데 얘가 한 말 때문에 포기한 거였고.”

    “네?”

    “부활. 죽은 자가 부활하는 기적은 신계라면 모두 가져가려고 하는 신화잖아? 인간에게는 가장 큰 기적이나 마찬가지니까.”

    물론, 그 부활이 저주가 될 수도 있지만,

    평범한 경우에서 부활은 인간들에게 최고의 기적으로 취급을 받는다.

    그렇기에 최고의 부활 신화를 따질 때 의견이 많이 갈리기도 하는 일이었고.

    물론 부활의 설화를 여기서 태동시킨다는 것은 양심에 찔리는 일이지만, 이건 에덴뿐만 아니라 베다나 헬리오폴리스도 다 가지고 있다.

    이만한 기적을 널리 퍼트리면 요한을 진짜 성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태양교에는 부활의 신화가 없으니까.

    그때 품에서 버둥대고 있던 마리가 팔뚝을 꽉 물고는 빠져나오더니 씩씩거리며 말을 꺼냈다.

    “자꾸 나 못살게 굴면 부활 안 시켜준다?”

    “와,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있어? 나는 너 어떻게든 구하겠다고 그 고생을 했는데? 그리고 내 신력도 어느 정도 가져갔지? 따지고 보면 우린 운명공동체 아냐?”

    “아니, 그게 아니라…….”

    확실히 자기가 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겠지?

    머뭇거리는 마리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며 말을 건넸다.

    “그러면, 내가 오랜만에 지구 구경시켜줄게.”

    “응?”

    “나 강림할 때 같이 내려갈래?”

    “오?”

    어차피 성진아의 일도 있으니 지구에 내려가 봐야 한다.

    지금은 어차피 큰 사건도 없고 얘를 위협할 존재도 없으니 같이 내려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지구라는 말을 듣고는 눈을 반짝이는 마리를 바라볼 때.

    안젤라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애가 둘이야…….”

    “…….”

    * * *

    이르카가 안젤라에게 타박을 듣고 있을 때.

    입술을 굳게 다문 프란시스는 황당해하는 아르한을 바라보며 말을 재차 이었다.

    “사실, 할파스 백작령에서 요한 님이 다친 병자들을 치료해주는 모습을 보며 의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떤 기분 말이더냐.”

    “과연, 진짜 신성력이 맞을까? 아니면 뱀파이어의 사술인가? 하는 의문 말입니다.”

    “감히! 어디서 그런 망발을 하는 것이더냐!”

    아르한의 호통에 당황한 프란시스가 양손을 가로저으며 재차 말을 이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제가 약물에 당했을 때 어지러운 정신으로 나타난 악마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진짜 성자로구나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고요!”

    “흠, 어떻게 말이더냐?”

    “당연히, 악마가 같은 사악한 존재를 방해할 리가 없잖습니까! 그리고 정말 요한 님과 아르한 님이 사악한 이교도들이라면 저희를 살려주시지 않았겠죠!”

    프란시스의 필사적인 해명에 아르한의 눈초리에서 의심의 빛이 조금씩 지워져 갔다.

    그 모습을 유심히 살핀 프란시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차 말을 건넸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날 약에 취한 저를 그냥 내버려 두면 분명히 죽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우로스 그 빌어먹을 자식을 살려주셨죠. 그런 분을 어떻게 배신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러면 이곳까지 오는 동안 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것이지?”

    “말할 수 없었으니까요. 이단 심문관을 짝지어 보내는 이유는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입니다. 게다가 우로스는 제가 이길 수 없는 존재였고요.”

    프란시스의 고백에 아르한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건넸다.

    “나를 바보로 아는 것이냐?”

    “네?”

    “참으로 요한 님을 위해서 행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나한테 미리 언질을 주면 되는 일 아니더냐? 내가 우로스라는 녀석을 이기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냐?”

    “……!”

    아르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우로스가 요한을 해칠 것이란 사실을 먼저 알렸다면 아르한이 미리 처리했을 터.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프란시스가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러내리고 있을 때였다.

    [이르카: 아르한? 쟤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한번 확인해볼래?]

    [아르한: 호오, 그게 가능합니까?]

    [이르카: 조금 복잡하긴 한데, 네가 판단해봐야 해.]

    [아르한: 네?]

    [이르카: 일단 상점창 열어줄게, 포인트는 충분하지?]

    [아르한: 비율이 조금 적어서 아주 넉넉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르카: 충분하다는 소리네.]

    [아르한: …….]

    [이르카: 물욕이 욕심 중에 가장 안 좋은 거야. 대신에 내가 나중에 진짜 좋은 물건 싸게… 아니다, 이번엔 공짜로 줄게.]

    아르한의 볼멘소리를 잠재운 이르카가 상점창을 열어주자 아르한의 눈앞에 반짝이는 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NEW![스킬북][진실의 눈][S] - 20,000P

    [제약: 일주일 2회 제한&완벽하진 않음.]

    NEW![스킬북][잠재력 파악][S] - 20,000P

    [제약: 일주일 3회 제한.]

    예전에 성진아가 한진우에게 써보았던 기술.

    바로 진실의 눈이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낸 것.

    남은 포인트를 확인한 아르한이 한숨을 내쉬며 두 가지 물품을 사들이고 난 뒤.

    앞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프란시스에게 바로 사용했다.

    [진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거의 사라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주의! 당신을 가장 신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뒤이어 나온 주의라는 메시지를 살펴본 아르한이 프란시스를 힐끔 바라봤다.

    오히려 살짝 의심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그가 한 이 모든 말이 진실일까?’

    만약 그가 더 신뢰하고 있는 자가 적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이내 손에 쥐고 있던 해머에 살짝 마력을 집중한 아르한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프란시스에게 질문을 건넸다.

    “프란시스, 네 말이 진짜 사실인가?”

    “네, 제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저도 목숨 걸고 하는 일이에요.”

    “그래? 그러면 나도 하나만 물어보지.”

    “네!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마치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다는 것처럼 가슴을 쭉 펴고 답하는 프란시스를 바라본 아르한이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프란시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진문을 건넸다.

    “너는 내 말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느냐?”

    아르한은 질문을 마치고 프란시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만약, 가장 믿고 있다고 하면 거짓이니 죽여야 한다.

    또한, 가장 믿고 있는 자가 태양교 내에 있다면 죽여야 한다.

    이번 사태처럼 어떠한 위협이 또 닥쳐올지 모르지 않는가?

    그때 아르한의 질문을 듣고는 살짝 고민하던 프란시스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건넸다.

    “음… 어려운 질문이군요.”

    “뭐가 어렵다는 말이더냐?”

    애매모호한 대답에 마력을 집어넣은 해머를 강하게 쥔 아르한이 프란시스에게 다가갈 때.

    “사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원래 성직자 아닙니까? 기사보다는 같은 성직자인 요한 님을 더 믿을 수밖에 없지요.”

    “……?”

    아르한은 곧바로 프란시스에게 마지막 남은 진실의 눈 스킬을 사용했다.

    [확고한 진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제야 프란시스에 대한 의심을 지운 아르한이 해머에 집어넣은 마력을 풀며 말을 건넸다.

    “그래? 그렇다면, 이제 요한 님을 어떻게 구할지 말해 보아라.”

    “이제 저를 믿어주시는 겁니까?”

    “아니. 나는 요한 님과 다른 한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믿지 않아. 세상엔 워낙 구라쟁이들이 많아서 말이지.”

    “……?”

    힘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음에도 대화로 설득을 해서 요한을 모시게 만든 이르카를 잠시 떠올린 아르한이 피식 웃으며 프란시스에게 질문을 건넸다.

    “이제 요한 님을 어떻게 구할 생각이지?”

    “사실 뱀파이어의 마을이 있습니다.”

    “응?”

    “이단 심문관이 하는 일은 보통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사냥하는 것이죠.”

    프란시스의 설명을 들은 아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확실히 아르카니아에는 숨어있는 뱀파이어도 있을 가능성이 컸다.

    당장 할파스 백작과 그의 딸 베아트리체만 해도 늑대인간이었으며, 요한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고도 전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뱀파이어의 마을은 왜 말한 것일까?

    의아한 표정으로 아르한이 프란시스를 바라볼 때.

    “요한 님의 몸은 아마 지하 성소에 보름간 감금될 것입니다. 뱀파이어를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은 말뚝을 심장에 찔러넣은 뒤 관에 봉인하는 것이니까요.”

    “그래?”

    아르한이 뭔가 요한에게 들은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르카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이르카: 쟤한테 그 관이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봐 줄래?]

    [아르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관을 가지고 나올 필요도 없이?]

    [이르카: 응.]

    [아르한: 흠, 알겠습니다.]

    아르한은 왜 이런 질문을 하라는 걸까 고민이 되었지만 물어보라는 일을 안 물어볼 수도 없는 일.

    “그 지하 성소라는 곳에 들어갈 수는 없나?”

    “직접 말입니까? 그건 절대 무리입니다!”

    “그래? 그러면 너는?”

    “흠…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절차를 걸쳐야 하지만요.”

    “그래?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네?”

    “네.”

    들어갈 수 있다는 프란시스의 대답을 듣고는 안심이 되었을까?

    아르한이 프란시스가 했던 말 중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너는 왜 우리를 따르기로 한 것이지? 설마 과거로 돌아가서 머리를 치료하고 싶은 거냐?”

    “네?”

    “그 머리말이다… 내가 듣기로는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다시 나지 않는다는데…….”

    반짝이는 머리를 가리킨 아르한의 손가락을 살펴보던 프란시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이거 다시 자랍니다. 머리 민 거예요.”

    “그래? 아쉽네… 아! 그러면 너 가운데 그거는 언제부터 못쓰게 된 거야? 그거 돌리고 싶어서 그런…….”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겁니다!”

    “못 쓰나 안 쓰나 어차피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인 것을…….”

    아르한의 중얼거림에 모태 솔로 프란시스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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