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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75화 (75/121)

75화

굳게 닫혀있던 대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대주교들을 둘러본 요한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풍겨 나오는 짙은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

살기는 성직자에게 그리 어울리지 않는 기운이기에 의아한 기분을 느낀 요한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허허, 성직자들에게서 왜 이렇게 짙은 살기가 느껴지는 것일까?’

그때 요한의 표정을 살피던 우로스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하핫,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십니까? 궁금하신 점이라도 있으신지?”

“아! 성자로 인정하는 것을 꼭 교황청에서 할 이유가 있나 궁금해져서 그랬습니다.”

“아, 그건 당연히 교황청에서 하는 게 맞습니다. 성자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을 내려주는 곳이니까요.”

“그렇습니까?”

“네, 제가 본 요한 성자님은 충분한 자격이 있는 분입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별말씀을 하십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신이 느낀 기운이 살기가 아닐 것으로 생각한 요한이 발걸음을 옮길 때.

요한을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던 우로스의 입가에 비웃음이 섞인 미소가 피어올랐다.

‘성자라는 말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저주받은 뱀파이어 새끼 주제에… 흐흐, 이곳이 네 무덤이 될 것이다.’

요한에게 구함을 받았음에도 뱀파이어에 대한 증오심을 없애지 못한 우로스는 입술을 깨물며 이상한 사술을 부리는 뱀파이어를 처리할 생각에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뱀파이어라는 종족에 대한 끝없는 증오심은 우로스의 눈을 가리고 생각을 굳게 만들었던 것.

그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대주교들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실 중앙으로 요한이 걸어가자 가장 가운데 있던 대주교가 입을 열었다.

“그대가 할파스 백작령에 나타난 요한이라는 자인가?”

“그렇습니다.”

“이곳에 오는 길에 들었겠지만, 그대를 성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조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네. 이해해줄 수 있겠는가?”

“어떤 절차를 말씀이십니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대주교의 말을 들은 요한이 절차에 대해 질문을 건네자 오묘한 미소를 지은 대주교가 대답했다.

“일단, 그대가 쓰는 신성력을 파악해야 한다네, 모든 대주교가 지켜볼 수 있는 중앙으로 와주겠는가?”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요한이 태양교의 문양이 아닌 이상한 원진이 그려진 중앙으로 이동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대주교가 질문을 건넸다.

“첫 번째 질문이네, 그대가 모시는 신이 태양신이 맞는가?”

“그분을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태양 또한 영광스러운 빛의 힘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모시는 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호한 대답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었고 궤변에 가까운 말이었다.

물론, 요한의 대답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태양 또한 빛의 일부.

빛을 태양으로 표현한다면 틀리지 않은 말이기도 했다.

요한의 답변을 들은 대주교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질문이네, 그대의 종족이 뱀파이어라는 보고를 들었네. 뱀파이어는 신성력과 상극의 존재 어찌해서 신성력을 쓸 수 있는 것인가?”

“태어나길 뱀파이어로 태어났다고 해서 신을 모시지 못하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그런 고통도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크흠.”

이번에 내놓은 요한의 대답은 정석에 가까웠다.

성직자가 되려는 인물이라면 가져야 할 자세 중 하나를 담담하게 말하는 요한을 바라보던 대주교가 옆에 놓인 모래시계를 슬쩍 바라보더니 재차 질문을 건넸다.

“세 번째 질문이네, 성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

“이건… 어려운 질문이군요. 성자로 인정받게 된다면 충분히 살 수 있음에도 치료를 받지 못해서 죽어가는 이들을 구할 것이고 또한…….”

요한은 자신이 아르카니아에 온 목적인 세계의 구원을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계 회귀라는 특수한 회귀를 겪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기에 원래 아르카니아 출신이라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요한의 답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대주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목표는 이루지 못할 것일세.”

“……?!”

“그대는 오늘 이곳에서 죽을 테니까.”

처음부터 시간을 끌기 위한 질문이었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던 그들은 함정이 발동하는 시간까지 시간을 번 것에 불과했으니까.

성직자라는 인물들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기에 화들짝 놀란 요한이 몸을 움직이려 할 때.

파지직-!

“끄윽!”

요한이 밟고 있던 원진에서 강렬한 전기가 흘러나와 요한의 몸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당황한 요한이 몸을 안개처럼 만들어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물먹은 솜처럼 몸에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요한의 근처에 다가온 우로스가 그게 아니라는 듯,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며 요한에게 말을 건넸다.

“크흐흐, 안 되지 안 돼. 우리 태양교는 이 세계를 악으로 물들이던 너희 뱀파이어와 같은 버러지들을 몰아낸 성스러운 집단이다. 네놈 같은 이교도들을 상대하는 데는 도가 텄다 이 말이지.”

“끄으으, 이게 무슨 짓이오! 나는 이교도가 아니라 그대들과 같은 성직자요!”

“하아, 이 버러지가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거려?”

섬뜩한 표정을 우로스가 품에서 날카로운 송곳과 같은 검을 꺼내 들더니 그대로 요한의 배에 찔러 넣었다.

푸욱-!

“……!”

일반적인 검이라면 절대 통과하지 못하는 요한의 몸을 두부 가르듯 찔러 들어간 우로스의 검을 요한이 물끄러미 바라볼 때.

검에 묻은 피를 혀로 핥은 우로스가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이교도의 피는 언제 먹어도 역하군. 그리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 본데, 재밌는 사실을 알려줄까?”

“…….”

“외롭지는 않을 거야. 네놈과 같은 이교도 집단인 할파스 백작령을 불태울 군대가 이미 출발했으니까.”

“죄 없는 자들을…! 당신들이 이러고도 성직자요!”

“크흣, 성직자니까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악한 이교도를 죽이는 거 아니겠어?”

우로스의 비웃음이 가득한 말에 요한이 극도의 분노를 느껴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느낀 요한이 입을 열려고 할 때.

요한의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있었다.

<빌어먹을 정도로 순진한 후손 놈아. 몸을 내놔라.>

* * *

요한이 꼼짝없이 당하는 장면을 지켜보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채널의 메시지 또한 장관이었다.

[다수의 신이 고구마를 백 개는 먹은 듯 답답한 전개에 사이다를 찾습니다.]

[관리자가 너무 무능하다면서 욕을 하는 신들이 나타납니다.]

[신들을 바라본 대천사 우리엘이 관리자가 무능한 것은 맞지만 아르카니아의 태양신은 누구냐고 물어봅니다.]

[다들 태양과 관련이 없다면서 손사래를 칩니다.]

[후원금을 돌려달라는 소수의 신이 아우성을 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금 아르카니아에 개입할 수 없다.

지금 내가 개입하게 된다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처리되어 버린다.

이건 꽤 중요한 문제였다.

성진아에게 아론다이트를 건네준 것처럼 장비를 구해준 것이나 해결할 방법을 찾을 조언을 해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

지금 요한을 구속하고 있는 힘은 내가 풀어줄 수 없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져 위험에 빠졌을 때, 관리자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은 회귀자는 자신의 카르마에 손상을 입게 된다.

요한이 쌓아놓은 카르마를 건드린다면 아마, 그는 신성력을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카르마는 다른 말로 업(業) 또는 업보(業報) 말하는 것이었고, 인과율(因果律)과도 이어지기에 건드린다면 요한이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

반선이었지만, 신선의 경지에 오른 일과 성직자가 되어 세상을 구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에 그 모든 것을 포기한 요한의 카르마는 결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안젤라가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아르한 님한테…….”

“아니, 아르한도 지금 바빠.”

아르한에게 말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요한을 구하라는 말은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그에게 말을 건넸지만, 지금 그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태양교의 신성기사단이었다.

이계 회귀를 하며 힘을 상당 부분 소실한 아르한이 그들을 모두 제압하고 시간 안에 요한을 구하기란 요원한 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던 요한의 몸이 움직임을 멈췄다.

서, 설마 죽은 건가?

화들짝 놀라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요한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데?

[뱀파이어를 막기 위한 마법진이라… 처음부터 이런 함정을 꾸민 것인가?]

[크큭, 꼼짝도 못 하는 주제 어디서 주둥이를 나불거리느냐?]

[꼼짝도 못 한다라… 최초의 뱀파이어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

화들짝 놀란 우로스와 대주교들이 움직이기 전.

붉은 피의 날개를 펼친 요한이 자신을 구속하던 마법진을 향해 피의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확실해졌다.

요한은 피를 마시지 않고서는 혈 마법을 쓸 수 없다.

최초의 뱀파이어라고 말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설마설마했던 인물이 나왔다.

바로, 요한의 몸에 들어갔던 유다가 모습을 드러낸 것.

그때 한참 동안 난동을 부리던 유다가 기이한 표정으로 마법진을 바라봤다.

[이거 참, 오랜만에 힘을 썼는데 날 민망하게 하는구나.]

[크크크… 더러운 네놈의 피로 이것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냐!]

[그러게 말이다. 많이 발전했구나.]

그렇게 힘을 썼음에도 마법진은 깨지지 않았다.

대주교들이 신성력을 쏟아부어 마법진이 깨지지 않도록 막아낸 것.

안도의 한숨을 내쉰 대주교들이 우로스에게 형을 집행하라는 눈빛을 보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곧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말뚝을 가져온 우로스가 입을 열었다.

[크큭, 이게 네놈 같은 이교도들을 아주 착하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지.]

[착하게?]

[크큭, 착한 뱀파이어는 뒤진 뱀파이어 뿐이니까.]

우로스의 호언장담에 서늘한 눈빛으로 대주교들을 둘러본 유다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유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소.]

[이르카: 아닙니다. 충분히 도와주려고 하셨으니까요. 다시 회귀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요한의 영혼이 돌아온다면…….]

[유다: 돌아갈 일은 없을 거요. 과거의 망령은 과거의 망령으로 사라져야 하지 않겠소?]

[이르카: 네?]

과거의 망령으로 사라지려 한다는 유다의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나에게 개입하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대가를 자신의 영혼으로 치르겠다고 하는 말이었으니까.

[이르카: 그 업을 스스로 지고 가실 예정입니까?]

[유다: 이미 더럽혀진 이름이오. 이 이름이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겠지.]

[이르카: 당신은 진정한… 아, 아닙니다. 바싸고의 음모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유다: 허허, 그런 일이 있었기에 지금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소? 저 말뚝이 이 아이의 몸을 꿰뚫기 전에 힘을 좀 써보시지요.]

유다의 유언과 같은 말을 듣고 있을 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리가 묘한 미소를 짓더니 말을 건넸다.

“내가 도와줄까?”

“응?”

“유다 저놈은 별것도 아닌 거로 오글거리는 말을 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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