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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28화 (28/121)

28화

채널의 메시지창을 바라보자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특히, 뱀파이어의 피에서 어떻게 신성력이 느껴지는가? 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스포일러를 하면 누가 궁금해하겠는가?

그럴수록 목마른 신이 우물을 만든다고 수많은 신이 너도나도 포인트를 마구 후원하며 질문을 건네왔다.

이제 슬슬 끊어줄 시간이 왔다.

[관리자 이르카: 신성력을 쓰는 뱀파이어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많으실 거로 생각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와 계약을 하면서 침묵의 맹세를 했기에 말씀드릴 수 없는 점을 사과드립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약속한 비밀은 꼭 지켜야 하는 침묵의 맹세를 거론하자 신들의 반응이 잦아들었다.

물론, 간혹가다 회귀자가 침묵의 맹세를 어떻게 아냐면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양반들도 있었지만 밀려오는 메시지에 떠내려갔다.

쓸데없이 날카롭기는.

[관리자 이르카: 자세한 내막은 요한의 여행을 계속 구독하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제가 운영하는 채널을 계속 구독해주신다면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헤라클레스의 완전히 망가진 모습과 충격적인 요한의 등장을 보았으니 이제 이벤트라는 말에 귀가 솔깃할 것이다.

이스마엘에게 투자한 포인트는 모조리 회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벌었으니 이제 이천웅에게 투자한 포인트 역시 회수할 차례.

[관리자 이르카: 두 달 뒤! 무림계에서 광마 이천웅과 무림계의 절대자 독고구패의 생사결이 펼쳐집니다. 이건 그저 그런 복수극이 아닙니다! 7번의 죽음을 맞이하며까지! 가족의 복수를 위해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사나이 광마의 복수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소소한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시청 바랍니다!]

물론, 생각해둔 이벤트는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분명 소소한 이벤트라고 말했고 그날 얻은 총 포인트 중 5% 정도만 추첨해서 나눠주면 당첨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지 이벤트가 별거 아님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더 홍보를 길게 하면 지루해할 터.

신들에게 결혼식이 끝났음을 알린 뒤 창백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는 요한에게 걸어갔다.

“요한 씨.”

“…맹세를 어겼습니다.”

“무슨 맹세를 말씀하신 건가요?”

“피를… 피를 마셨습니다. 저 스스로 한 맹세였습니다.”

“요한 씨. 요한 씨가 한 맹세가 고작 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것뿐이었나요?”

“…….”

“제가 알기로는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신의 위대함을 알리는 걸 최고의 사명으로 삼지 않으셨던가요? 제가 잘못 알았던가요?”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한 약속을…….”

“아르한 씨가 왜 목을 내어주고 팔목을 내어줬을까요.”

“이르카 님의 명령 아니었습니까?”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아르한 씨의 행동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자유의지였습니다.”

“……!”

요한은 놀란 표정으로 안젤라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르한을 지켜봤다.

요한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걸 지켜본 뒤 허심탄회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저는 절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가 말하더군요. 요한 씨와 같은 고결한 마음을 가진 분에게는 얼마든지 피를 내어줄 수 있다고요.”

“하지만 제가 계속 흡혈을 하게 된다면…….”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르한 씨는 늑대인간들보다 튼튼하니까요. 오히려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한 씨를 도와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데 자신의 피가 도움이 된다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드릴 준비가 되어있다고요.”

“…아르한은 정말 고결한 성기사 같군요.”

“네, 그래서 요한 씨의 파트너로 고르고 고른 겁니다. 그러니 혈 마법을 써야만 신성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걸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언젠가는 이 태생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는 거의 없답니다. 요한 씨는 충분히 극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르카 님. 신의 축복이… 쿨럭! 가, 감사합니다.”

요한이 피를 토하기 전 상점에서 자동 세탁기능까지 사서 넣은 붉은색 손수건을 가져다 댔다.

손으로 입을 막으려던 요한이 자신의 입에 맞닿아있는 손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환한 웃음을 지어주며 말을 건넸다.

“이젠 면역이 돼서요. 그리고 그 손수건은 요한 님이 가지세요. 안 빨아도 새것처럼 깨끗해져요.”

“그, 그런 기능이 있습니까?”

“네, 클린 마법이라고 엄청 고차원적인 마법이 있거든요? 엄청 비싸요.”

“…….”

“아! 비싸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는 기도를 드릴 때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된다는 겁니다.”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일인걸요.”

요한의 어깨를 힘껏 두들겨 주고는 일어났다. 이제 떠나는 계약자를 마지막으로 배웅해줄 차례.

얼마나 시달렸는지 피골이 상접해 뼈밖에 남지 않은 이스마엘에게 다가갔다.

“이, 이르카 님… 사, 살려주세요.”

“뤼슈타가 많이 이뻐해 주디?”

“이뻐해 주는 정도가 아니라! 저 살 빠진 것 좀 보세요. 그리고 가끔가다 기절하면 전기로… 흑흑.”

“길어봐야 한 달이야.”

“네?”

“딱 그 기간만 버티지? 그러면 평범한 부부처럼 될 거야. 너 뤼슈타가 싫어? 쟤가 성격이 좀 왈가닥에 많이 밝혀서 그렇지 이쁘잖아.”

“그건 그렇죠.”

가방에서 불투명한 통을 꺼내 들고는 웃는 것인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는 이스마엘에게 던져줬다.

텁-!

통을 받아들고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게 뭔가하고 바라보는 이스마엘에게 내용물을 설명해줬다.

“하늘 뱀장어야. 내가 틈날 때마다 가서 낚시해온 거니까 매일 한 마리씩만 먹어. 딱 한 달만 버티면 된다.”

“……!”

“그냥 장어보다 백 배는 좋은 거고 담가놓은 물도 하프 엘릭서야. 먹고 원기 보충도 좀 해라.”

“백, 백 배!”

“대신 뤼슈타 몰래 먹어. 걔가 너 이거 먹는 거 알면 온종일 시달린다.”

“헙! 넵.”

“이제 좀 행복하냐? 원하던 걸 이뤄서?”

“뭐, 꿈꾸던 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을 깨달았죠. 한 명도 이렇게 힘든데 여러 명을 생각했던 건 멍청한 짓이었다는 걸요.”

뤼슈타를 한 명으로 치기에는 그녀가 매우 왕성하기는 하지만 현실을 깨닫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원래 남자는 능력껏 사는 거야.”

“비꼬는 거로 들립니다?”

“아닌데? 비꼬아줄까?”

“어휴,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로 끝났군요.”

“끝나긴 뭐가 끝나. 네 새로운 인생은 이제 시작이지.”

“뭔가 시원섭섭합니다.”

“난 시원하기만 한데?”

“제가 그렇게 속 썩였습니까?”

“응. 그래도 덕분에 재밌었다.”

“저도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관리자가 거부한 저를 받아주시고 이렇게 챙겨주신 점에 영원히 감사하겠습니다. 제겐 이르카 님이 진정한 신입니다.”

“그런 놈이 만나자마자 도망을 쳐?”

“그, 그건…….”

딱-!

낯간지러운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녀석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은 뒤 일어나면서 완벽한 계약의 종료를 선언했다.

“관리자 이르카와 계약자 이스마엘의 계약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음을 선포한다.”

계약자가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 관리자에게는 한 가지 포상이 주어진다.

물론 까탈스러운 회귀자들을 완벽히 만족시키는 것은 관리자 대부분이 이뤄주기 힘들어서 포기하는 일이었지만.

[회귀자 ‘이스마엘’의 소원을 완벽히 이뤄주었습니다. 특수 계약이 아닌 완벽한 계약의 완료 0.5%의 카르마가 추가 적립됩니다.]

황홀한 눈빛으로 떠내려가는 계약의 빛을 바라보고 있던 이스마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럼 행복해라. 이스마엘.”

“이르카 님도 꼭 원하시는 걸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 * *

요한과 아르한은 7 아르카니아로 회귀를 마치고 이르카와 안젤라는 중간계에 있는 집무실로 돌아와 잔업을 처리하고 있던 시각.

일본의 수도 도쿄.

고생이 심했는지 초췌한 인상의 강태식이 입술이 얄팍한 한 노인과 비밀스러운 회동을 하고 있었다.

살짝 미소를 지은 노인이 피곤함에 절어 보이는 강태식에게 질문을 건넸다.

“강태식 헌터께서 일본에 몸을 의탁하시겠다고요?”

“그렇습니다.”

“한국의 영웅이 일본에 귀화한다, 라… 재밌군요.”

“영웅이라… 크큭, 추락한 영웅도 영웅이라 불립니까?”

“추락하다니요? 강태식 헌터님께서 말씀입니까?”

“뭐, 이건 흘려들으십시오. 그저 혼잣말일 뿐이니.”

“재밌군요.”

“재밌으십니까? 비록 이런 신세지만 저는 일본의 최상급 헌터 10명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시험해보셔도…….”

“하핫! 화를 거두시죠.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드리죠.”

갑작스럽게 말을 끊은 무라카미를 바라본 강태식은 기분이 언짢아졌다.

일본 말고도 원한다면 몸을 의탁할 곳은 많았다.

아직 세계 최강은 자신이었으니까.

같은 회귀자인 성진아마저 불완전한 공격에 빗맞은 것만으로도 거의 빈사 상태에 내몰리지 않았던가?

물론, 다 지난 일이 되어버린 상황.

소원의 탑에 끌고 갔던 모든 헌터를 잃어버리고 소원권도 얻지 못한 이상 한국에서 성진아와 대적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녀가 좀비 역병을 없앤다면 그녀와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테니까.

차라리 지금 그녀가 어떠한 행동을 하기 전 한국과 사이가 나쁜 나라에 몸을 의탁하는 것이 훨씬 도움 되는 행동이었다.

그때 찻잔을 들이켜며 강태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라카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제안할 수 있는 조건은 별로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좀비 역병 때문에 도쿄와 오사카를 제외하고는 모두 쑥대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하나만 주시죠.”

“하나 말입니까?”

“일본 헌터들에 대한 통제권.”

“……!”

“그것만 주시면 바로 귀화하겠습니다.”

“아무리 강태식 헌터님이라고 해도 그건 협회장과 대화를 나눠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 대화는 제가 칼로 나누죠.”

“…그를 제거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자기보다 강한 주인에게 복종하지 않는 개는 필요 없으니까요.”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섬뜩한 미소를 지은 강태식을 바라본 무라카미는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강태식의 입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을 때,

강태식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꺼냈다.

“한국에 성진아라는 싸이코가 있습니다. 저 강태식은 그녀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어서 일본과 손을 잡는 것입니다.”

“흠, 그래 일본의 손을 빌려 그녀를 제거하고 난 뒤에는 어쩌실 예정입니까?”

“뭐, 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으켜 볼까요?”

“참으로 위험한 발언을 하시는군요.”

“총리께서는 과거 제국 시절 천황이 되길 꿈꾸는 것 아니셨습니까? 저는 총리님을 볼 때마다 항상 그렇게 생각했었는데요?”

“흠, 그거 재밌는 얘기군요. 그런데 지금 제가 몇 년째 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무라카미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강태식은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과연 능구렁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답게 이리저리 빠져나가면서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성진아를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 중 첫 번째일 뿐.

일본이 망하든 말든 강태식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약속이라는 것은 서로 간의 힘이 동등하지 않다면 휴짓조각만도 못한 것 아니겠는가?

그저 조용히 숨어서 성진아를 무너트릴 힘을 기를 시간만 벌면 그만이었다.

강태식이 무라카미에게 이 정도면 실현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할 만한 약속을 말하려고 할 때였다.

똑똑-똑똑똑!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무라카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무슨 일인가!”

-그, 급한 일입니다!

다급한 보좌관의 목소리에 무라카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외쳤다.

“들어와!”

벌컥-!

문이 벌컥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보좌관의 이마에는 땀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언가 심각한 사고가 터졌다는 것을 깨달은 무라카미가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미, 미국이 핵 공격을 하겠다고 경고를 해왔습니다!”

“뭐!”

“뭐라고!?”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전 세계에서 핵 공격을 받은 나라는 단 한 곳.

전 세계에서 핵 공격을 가한 나라도 단 한 곳.

바로 일본과 미국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우방인 미국이 핵 공격을 가한다는 소리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한 무라카미가 얼빠진 소리를 하는 보좌관을 다그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핵 공격이라니!”

무라카미의 호통을 들은 보좌관은 다급하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는 미국의 뉴스특보를 재생했다.

[백악관은 가장 절친한 우방인 한국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조의를 표하며 도망자 강태식을 숨겨준 일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가하겠다 선언했습니다. 미 정보부는 초고도 위험인물로 수배 중인 S급 헌터 강태식이 소원의 탑에서 소원권을 탐내고는 같이 탑을 오른 한국의 헌터들을 살해한 뒤. 소원권을 강탈해 일본으로 도주했다는 증거를 포착했습니다.]

소원권이라는 말을 들은 무라카미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강태식을 바라보며 더듬거렸다.

“소, 소원권?”

“닥치고 계속 틀어봐.”

무라카미의 말을 무시하고 서늘한 살기가 느껴지는 말을 내뱉은 강태식은 머뭇거리는 보좌관의 휴대전화를 빼앗듯이 가져오고는 계속 뉴스를 지켜봤다.

[…세계적인 범죄자인 강태식을 숨겨준 일본에 경고의 뜻으로 오사카에 핵 공격을 가하기로 했으며 과거와는 다르게 앞으로 24시간 동안 민간인 소개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또한, 미 정부는 차후 강태식을 숨겨주는 국가에 강력한…….]

퍽-!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 강태식이 휴대전화를 땅에 집어 던졌다.

성진아 그 싸이코가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미국을 등에 업은 것이 확실했다.

이제야 사태파악을 했는지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보려는 듯 총을 꺼내든 무라카미와 보좌관을 힐끗 바라본 강태식은 품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내 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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