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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19화 (19/121)

19화

성진아가 위험에 빠졌다는 카르나님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사무실로 뛰어갔다.

다급한 마음을 추스르며 안젤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르카: 안젤라! 지금 간이용 거울에 4지구 모습 좀 띄워줘! 급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조그마한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고 소원의 탑 내부에 있던 성진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큭, 미천한 벌레 주제 감히 혼자서 이곳에 들어와?]

[뭐, 강태식 대장님이 네 거지 같은 면상 좀 구경하고 오라고 해서 말이야.]

[강태식? 그런 미천한 놈의 이름은…….]

[그 미천한 놈한테 모가지 한 번 떼였으면서 엄청나게 재잘대네.]

[뭐라?]

[지금 여기서 똥폼 잡으면서 앉아있을 여유는 있으시고? 곧 있으면 인간들이 네 모가지 따러 올 텐데?]

[하, 버러지가 몇 마리가 몰려와도…….]

[설마 얘 같은 애 믿는 거니?]

툭-!

데구르르.

성진아는 도망치면서 와이어를 이용해 낚아채온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최종 보스에게 내던졌다.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까지 굴러온 미노타우로스의 머리통을 주워든 최종 보스는 혀를 길게 빼문 채 혼이 빠져나간 미노타우로스의 잘린 머리통을 허탈하게 쳐다봤다.

[허, 이번에 온 녀석들은 꽤 강한 모양이군. 8층까지 밀고 올라온 걸 보니.]

[아니, 지금 1층에서 너 기다리고 있어.]

[감히 나를?]

[뭐 오지 않으면 여기서 모가지 따가지고 갈 거고, 오면 거기서 모가지 따줄게.]

성진아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최종 보스를 향해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칼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해서 자리에서 일어난 최종 보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성진아를 빤히 바라봤다.

[왜 8층에 있어야 할 미노타우로스까지 사냥한 녀석들이 1층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거지?]

성진아는 입에 꿀이라도 바른 듯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제야 탑 안의 상황을 인지한 최종 보스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조금 전 지진이 난 것 때문에 녀석들이 밑에 내려간 모양이로군, 각 층지기들만 격파하고 올라온 거였어.]

[그걸 이제 알아차린 거야?]

[그렇다면, 네가 에이스로구나?]

[아, 뭐 나보다는 강태식 대장이… 이런!]

콰직-!

쾅! 콰광! 쾅!

성진아가 서 있던 자리에 검은색 창들이 미친 듯이 날아와 꽂혔다.

보스 녀석은 일부러 느긋하게 말해서 그녀의 방심을 유도한 것.

부서진 돌가루가 미친 듯이 흩날리는 장소를 가만히 바라본 보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감히! 내 앞에서 도망치지 못한다!]

녀석의 쩌렁쩌렁 울리는 피어에 팔과 허리에 깊은 상처를 입고 도망치던 성진아의 몸이 한순간 굳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성진아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은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이렇게 그녀가 포기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이번 일만 잘 풀리면 그녀가 확실하게 유리해진다.

패착은 그녀가 최종 보스의 힘을 간과했다는 것.

이럴 때 관리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그녀를 도와주겠는가.

마법 보따리를 열어 재빠르게 그녀에게 필요한 물품을 맨 위로 올려놨다.

[소모품][급속 회복 물약][A]: 5,000P

[소모품][공포 억제제][A]: 5,000P

[소모품][고양이의 발걸음][B]: 1,000P

일단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한 다음 상점창을 그녀에게 열어준 뒤. 메시지를 보냈다.

[이르카: 눈 떠요!]

화들짝 놀란 성진아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녀는 눈앞에 나타난 상점창과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보스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재빠르게 해야 할 행동을 취했다.

속박에서 풀려난 그녀는 고양이의 발걸음 물약까지 마신 후.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나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듯 고개를 꾸벅 숙이는 모습까지 바라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거실에서 급격히 돌아가는 4지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리던 안젤라가 내게 쏜살같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방금 저거 이르카 님이 하신 거죠?”

“응.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이 날 뻔했어.”

“휴~ 저도 깜짝 놀랐어요. 쟤는 왜 저렇게 위험한 행동을 했대?”

“강태식은 강해.”

“지금 같은 S급 아니에요?”

“아니, 그 녀석 지금 힘을 좀 숨기고 있어.”

“네?”

“소원의 탑 최종 보스는 헌터 세계 등급으로 치면 거의 SS급에 달하는 녀석이야.”

“아, 그래서 피어에 성진아 씨가 속박당한 거였구나. 그렇다면 강태식은요?”

“녀석은 이미 첫 번째 회귀에서 소원의 탑을 클리어한 적이 있어. 성진아와는 다르게 당연히 보스의 강함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지.”

성진아는 현재 S급.

그런 그녀도 보스가 내지른 피어 한 방에 몸의 통제권을 빼앗겼다.

강태식이 아무리 많은 헌터들을 끌고 왔다고 해도 피어 한 방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당연히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자신 혼자서 최종 보스를 사냥할 생각까지도 하고 왔다는 뜻이다.

강태식은 자신이 지닌 힘을 어느 정도 숨기고 있다.

“저기 강태식의 본진을 보면 치유계열 헌터들이 많이 부족하지?”

“에이, 치유계열 헌터는 원래 부족하잖아요.”

“뭐, 헌터가 아니라 의사로 빠지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부족하기는 하지, 세상에는 돈보다 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애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그런 뻔한 사실은 왜요?”

“이미 소원의 탑을 공략했던 놈이 보스를 공략할 때 피어가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도 왜 저렇게 적은 숫자의 치유계열만 데리고 왔겠어? 본진에도 남아있는데.”

“음… 별로 없어서?”

“이 정도 전력이면 공략하기 충분하다는 걸 알아서야. 쓸데없이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지.”

“근데 그거랑 강태식이 힘을 숨기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안젤라라면 질 수도 있는 싸움을 할 때 어떻게 할 거 같아?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모아서 하겠지?”

“한마디로 여유가 있다? 그리고 그 여유는 자신이 숨겨놓은 힘이다?”

안젤라의 대답을 듣고는 환하게 웃어줬다.

강태식은 최소한의 병력만으로 소원의 탑을 클리어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성진아가 벌인 일 덕분에 초반부터 꼬여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말을 마치고 목이 타는 것 같아 물을 들이켜고 있을 때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안젤라가 의문점을 물어봤다.

“그런데요, 이르카 님. 최종 보스가 강태식을 만나면 성진아 씨가 불리해지는 거 아니에요?”

“성진아 씨 주특기가 뭐야?”

“싸이코짓?”

“그거 말고.”

“역병 퍼트리기?”

“장난 그만하고.”

“암살이요.”

“그럼 문제. 성진아 씨가 방금 미노타우로스 잡을 때 어떻게 했지?”

“그거야… 아!”

그제야 내 말뜻과 성진아가 하려는 행동에 대해 이해를 한 안젤라가 긴 탄성을 내지르더니 정신없이 괴물들을 썰어버리고 있던 강태식을 불쌍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쟤는 또 뺏기겠네요?”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안젤라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줬다.

* * *

소원의 탑 1층.

괴물들의 피로 목욕을 한 강태식은 거칠게 올라오는 숨을 몰아쉬더니 입에 고인 침을 뱉으며 말했다.

“하아, 하아. 더럽게 힘드네. 씨발 그년이 헛짓거리만 안 했어도…….”

거칠게 욕설을 내뱉은 강태식은 성진아 덕분에 계속해서 일이 꼬이는 더러운 기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헤라클레스가 판을 키우자고 말해서 1년간의 유예기간을 준 일이 이렇게 후회될 줄은 몰랐다.

미래에 대한 정보가 더 부족한 성진아가 오히려 미래를 아예 바꿔버려서 알고 있던 모든 정보가 거의 쓸모없게 되었기 때문에 무리한 결단을 내렸다.

성진아는 모르고 오직 자신만 알고 있는 소원의 탑의 공략법을 이용해 그녀와 벌어진 격차를 한꺼번에 따라잡기로 한 것.

하지만, 성진아의 미친 짓 덕분에 일이 한 번 더 꼬였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성진아의 멱을 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 치유계 헌터가 강태식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그 많은 괴물을 처리하다니 대단하십니다.”

“얼마 전에 깨달음을 얻어 S급의 벽을 조금 두드렸기에 가능했지.”

“역시, 한국 아니 세계 제일의 헌터라 불리실 만합니다.”

“칭찬은 고맙게 받지.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떠하지?”

“사망자가 27명. 지금 이곳에서 치료를 진행해야 할 중상자가 12명. 간단한 치료로 다시 전투에 나설 수 있는 경상자가 32명입니다.”

“모두 전투계열 헌터인가?”

“사망자 중 치유계열 헌터 3명도 껴있습니다…….”

“희생이 너무 크군, 모두 내 탓이야.”

“아닙니다! 대장이 아니었으면 이런 시도조차 못 했을 겁니다.”

“아냐, 내가 무리한 판단을 내렸어. 자네도 몸을 조금 추스르게 다시 진격해야 할 것 같으니.”

“네, 알겠습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모두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강태식은 속이 조금 쓰라렸다.

현재 최종 보스를 안전하게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S급 헌터 4명의 보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해서 걸어오는 보스의 피어를 해제해줄 수 있는 치유계열 헌터가 3명이나 사망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일이 조금 꼬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속이 좀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치유계열 헌터들도 지키지 못하고 병신같이 나가 뒈진 놈들은 또 뭐야? 덕분에 공포 억제제를 많이 구매해야 하잖아. 포인트 아까워 죽겠네.’

강태식이 치유계열 헌터들도 지키지 못하고 나가 죽은 전투계열 헌터들에게 속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을 때였다.

2층을 살피러 올라갔던 정찰대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허겁지겁 내려와 소리쳤다.

“도, 도망쳐! 보! 보스… 아악!”

콰직-!

마치 하얀 도화지에 붉은 물을 떨어트린 듯 퍼져나가는 핏방울이 강태식의 얼굴에 튀었다.

정찰대를 일격에 짓밟아 즉사시킨 녀석을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바라본 강태식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바로 최종 보스가 1층까지 내려온 것.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을 본 헌터들이 망부석처럼 굳어 버렸을 때 최종 보스가 피어를 발하며 소리쳤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 강태식이 누구냐!

모두의 시선이 강태식을 향했고 강태식은 공포 억제제를 마시고는 최종 보스에게 호기롭게 외쳤다.

“내가 강태식이다! 감히 자랑스러운 한국의 헌터를…….”

-시끄럽다! 감히 나를 능멸해?

최종 보스가 사자후처럼 내지른 목소리는 폭풍과도 같은 바람과 함께 모든 헌터들을 덮쳤고 강태식 또한 힘에서 밀려 뒷말을 마저 잇지 못했다.

그때 강태식을 유심히 바라본 최종 보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을 건넸다.

-그래도 네놈은 아까 온 녀석보다는 조금 더 강하구나?

“뭐?”

-아까 네놈이 보낸 그 맹랑한 녀석은 어디 있느냐?! 사지를 찢어 죽여버릴 테다!

“아니 그게 무슨 개소리…….”

-그래, 네놈이 대장이라고 했으니 네놈을 먼저 족치면 나오겠구나!

“아니 씨발 그게 무슨 개 소리냐고!”

황당해하는 강태식을 향해 최종 보스가 불타는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속박상태를 해제한 4명의 S급 헌터들이 강태식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갔다.

온갖 마력이 폭발하고 창검이 맞부딪치는 가히 용호상박이라고 불릴만한 불꽃 튀는 대결이 벌어지던 때.

그 장면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성진아가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는 손에 쥔 펜던트를 꽉 쥐더니 칼을 뽑아 들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치유계 헌터들이 있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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