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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16화 (16/121)

16화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창백한 얼굴의 요한이 헤라클레스의 거친 두 손을 붙잡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 이럴 수가! 유명하신 대영웅 헤라클레스 님이시군요. 이렇게 건장한 모습을 보다니 정말 신의 은총이… 쿨럭!”

기도를 드리다 피를 토하는 요한과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우리 헤라클레스 님께서는 어떻게 홍보영상을 찍어주실까?”

“이런 씨발.”

욕설을 내뱉은 헤라클레스를 멀뚱히 바라보던 요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건넸다.

“저, 헤라클레스 님은 어떤 문제가 있으신 겁니까? 제가 신께 기도를… 쿨럭! 쿨럭! 드리겠습니다.”

어느새 방에 들어가 있던 안젤라가 나와 서는 요한에게 다가가 손수건을 건네줬다.

“고맙습니다. 신의 축복이… 쿨럭!”

“아이, 참, 여기서는 기도하지 마시라니까요? 그냥 말해도 다 들으세요.”

“오오! 고맙소! 안젤라 양. 신의 축복…….”

또다시 피를 토하는 요한을 멍하니 바라본 헤라클레스가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가리키며 질문을 건넸다.

“혹시 이 녀석이랑 계약했소?”

“네, 그렇습니다만?”

“비율은…?”

“당연히 1:9입니다.”

“평균이 7:3인 건 알고 있으시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은 제가 제안했습니다. 신의 종이 될 몸에 포인트가 무슨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까. 그저…….”

“에이 씨!”

요한의 말이 끝나기도 전 헤라클레스는 붉어진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쾅-!

화가 잔뜩 났는지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는 녀석을 보니 나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아마도, 헤라클레스는 머리가 지끈지끈할 거다.

자기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녀석의 성격상 이미 내가 이긴 싸움.

코웃음을 치며 헤라클레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르카: 홍보영상은 정령계에서 찍을 거야. 때.마.침 내가 관리하는 회귀자가 결혼하거든? 결혼식 홍보도 할 겸 좋잖아? 의상이나 잘 준비해두라고. 아, 팬티밖에 못 입지? 풉!]

[헤라클레스: …후우.]

[이르카: 왜 삐졌냐? 그러게 왜 그런 내기를 받아들였어? 아무튼, 이번 일로 걸고넘어지면 내가 다 소문낼 거야.]

[상대방이 수신 거부 상태입니다.]

쪼잔한 녀석.

이런 일로 수신 거부까지 하다니 마음의 상처가 큰 모양이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요한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는 지낼 만하시고요?”

“아주 좋습니다. 신과 가깝다는 게 이렇게 큰 축복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세상에 달관한 현자나 지을 법한 미소를 지은 요한에게 거울을 통해 정령계를 비춰줬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건만, 이스마엘은 핼쑥해진 얼굴로 온천에서 몸을 지지고 있었고 그를 가리키며 말을 건넸다.

“저기 저 남자 보이시죠?”

“오, 이런. 저렇게 핼쑥하다니, 영양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아닙니까?”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요한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스마엘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저자는 어디에 사는 겁니까? 나중에 그에게 축복을 내려줘야겠군요. 이런 안타까운 경우가…….”

축복이라는 말에 요한이 결혼식에서 주례를 보는 시나리오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환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7아르카니아라는 곳에 가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요. 제1 지구와 신선계, 그리고 이곳 중간계를 제외하고는 따로 가본 적이 없군요.”

“저 남자가 살던 곳이 7아르카니아입니다.”

“이런, 신의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겠군요.”

“사실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꼭 회귀하실 필요는 없으신 것 아닙니까? 1지구로 돌아가는 회귀는 조금 위험하지 않나 싶어서 말씀드린 겁니다.”

“시간을 뒤로 돌려야 제게 쌓인 신선의 기운이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실제로 그에게 쌓인 기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완벽한 신선이 된 상태였다면 모를까, 요한과 비슷한 상태에서 죽어서 오는 자들도 꽤 많았다.

물론 그들이 내건 조건이 우화등선이었기에 계약은 체결되지 못했지만.

잠시 뜸을 들인 뒤.

거울을 끄고는 요한에게 제안을 건넸다.

“보셨다시피 7아르카니아에는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 이런.”

“성직자의 본분이 뭘까요? 그저 신을 믿으라며 주장만 하고 다니는 것?”

“아닙니다. 힘든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지요.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신을 믿으라고 한다면 그들은 오히려 신을 저주할 것입니다.”

“정답입니다.”

물론, 7아르카니아 사람들이 저 정도로 못살지는 않는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이스마엘을 조금 이용했지만, 어쨌든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게다가, 이런 경우에 오히려 이스마엘이 떠난 7아르카니아로 보내는 것이 훨씬 득이 된다.

물론, 미래기억을 이용한 회귀로 이득이나 그런 건 전혀 누릴 수 없지만,

요한이 원한 것은 불쌍한 사람들의 구원과 성직자가 되기 위한 수행.

이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어디로 보내도 상관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곳에 가야 써먹을 것도 많기도 하고.

조심스레 그의 반응을 지켜봤다.

“저곳으로 어떻게 가면 되는 겁니까?”

“일단 데뷔부터 하셔야죠?”

“네?”

“저 불쌍한 남자가 평생의 숙원이던 꿈에도 그리던 결혼을 하게 됩니다.”

“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신의 축복이 쿨럭! 필요하겠군요.”

“네. 그 주례를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꺼이 하겠습니다.”

“거기서 뭔가 요한님의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제 특별함이요?”

“알고 계시겠지만 포인트를 얻으려면 요한님이 믿고 계신 신 말고도 다른 신들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제게, 물질적인 풍요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몸을 누일 곳과 일용한 양식만 있으면 될 뿐…….”

역시, 뻔한 대답이 들려왔을 때.

눈을 내리깔고 최대한 처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이해합니다. 요한 님께서는 그깟 포인트는 필요 없으시죠. 그런 물질적인 것은 굶주린 자와 병든 자를 위해 쓰이는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낚였다.

재빨리 상점 카테고리를 펼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 상점에 입고된 물건들 카테고리 읽어보셨습니까? 배고픈 자를 위해 줄 일용한 양식과 의약품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포인트로 구매하는 거죠.”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당연히 포인트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아시죠?”

“네, 그 정도 지식은 있습니다.”

카테고리에서 식량과 의약품을 가리키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은 뒤 말을 꺼냈다.

“불쌍한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감내해야 하는 게 성직자의 의무라고 들었습니다. 그것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더라도요.”

말꼬리를 살짝 흐리며 눈치를 살폈다.

요한은 내 설명에 감동한 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손을 꼭 부여잡으며 말했다.

“듣고 보니 포인트를 열심히 벌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제게 이런 깨달음을 주다니 역시 이르카 님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요한 님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감동한 자일 뿐입니다.”

“허허, 제가 뭘 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습니다.”

이제 순진한 요한을 등쳐 먹을 차례다.

요한의 충격적인 데뷔전은 헤라클레스 녀석의 도움으로 많은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겨우 참고는 요한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서 말인데, 아까 본 그자의 결혼식에 헤라클레스가 홍보영상을 찍게 할 예정입니다. 그때 축복을 내려주시면서 기도를 한번 해주시면 요한님이 하실 일은 끝입니다.”

“흠, 헤라클레스 님이 오셔서 흥을 돋워주신다면 더욱 좋겠군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깨달음을 크게 얻었군요.”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러십니까. 앞길에 축복이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르카 님께서도 신의 축복이 가득하시… 쿨럭!”

또다시 피를 토하는 요한을 부축한 뒤.

중간계를 구경하겠다고 밖으로 나선 그를 배웅해줬다.

요한과의 계약 조건은 9:1.

말도 안 되는 훌륭한 계약 조건에 내가 전력으로 서포트해 준다면?

요한이 많은 포인트를 얻을수록 내 이득은 극대화된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안젤라가 기둥에 몸을 숨기고는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나를 지켜보고 있던 것.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안젤라. 아까는 잘했어.”

“연기한 거 티 안 났어요?”

방긋 웃으며 다가오는 그녀에게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줬다.

앞에 놓인 황금 사과를 한입에 베어 문 안젤라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꺼냈다.

“헤라클레스 님이 뭔가 알아챈 것 같다고 카르나 님이 말씀해주셨을 때는 설마설마했는데 이렇게 빨리 알아차리실 줄은 몰랐네요.”

“그 녀석도 흥분하지 않으면 절대 멍청하진 않으니까.”

“그래도, 이번에 좀 타격이 크시겠죠?”

“당연하지! 지금 4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도 있는데 그 녀석이 내 홍보영상을 찍어준다? 다른 신들도 궁금해서 다 찾아볼걸?”

“와, 근데 진짜 이르카 님 잔머리 하나는…….”

계속해서 떠드는 그녀에게 말없이 미소를 지어줬다.

헤라클레스 녀석이 뭔가 알아차린 것 같다고 했을 때부터 생각해둔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렸다.

덤으로 녀석에게 홍보영상까지 받아낼 수 있지 않았던가?

요한을 제대로 써먹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성진아에게 메시지가 왔다.

[성진아: 관리자님 상점창 좀 열어주세요.]

내게 뭔가 말을 건네려고 할 수도 있다.

서둘러 그녀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켠 뒤 상점창을 열어줬다.

찾는 물품이 없는지 계속해서 뒤적거리던 그녀가 하늘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연 그녀가 찾는 게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서둘러 상점창을 다시 열어 그녀가 뭐라고 적어놨는지 확인하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화산폭발’과 ‘분신’

분신은 왜 필요한지 이해가 갔다.

이번 일로 조금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

하지만 화산폭발이라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왜 화산폭발을 적어놨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소원의 탑이 나타난 곳은 하와이.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시스템을 열어 하와이를 검색해봤다.

그리고 내 불길한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근데 이건 좀 위험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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