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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를 관리하는 법-13화 (13/121)

13화

이르카와 이스마엘이 추격전을 벌이던 시각.

카르나티우스 신의 집무실 앞에 선 헤라클레스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렴.”

“네.”

가장 만나기 싫은 신 중 한 명이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 없는 문제.

정산 종합 보고서를 받아든 뒤 계속 들었던 의문을 풀려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황금과 사랑의 신 카르나티우스 신이시여. 올림포스의 반신(半神) 헤라클레스가 여쭤볼 것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응, 무슨 일이니?”

“이번 달 정산 보고서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왔습니다. 이르카 녀석이 어떻게 1등을 한 겁니까?”

“응? 말 안 해줬니?”

“네, 이르카 녀석은 하계로 강림해서 튀었고, 안젤라는 계속 자기는 모르는 문제라고 시침을 잡아뗍니다.”

분명 보고서에는 오류가 있었다.

카르마에서는 이르카가 워낙 뛰어난 관리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급속도로 따라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지금 벌어진 격차를 유지만 잘해도 먼저 신이 되는 건 자신이 확실했다.

또다시 천 년을 기다릴 일은 없을 것이 확신했던 헤라클레스에게 이번 일은 충격적이었다.

관리하는 회귀자들의 숫자 차이가 크기에 이제껏 포인트 1등에서 단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었다.

처음 겪는 일에 초조함을 느낀 헤라클레스는 앞에서 황금색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카르나티우스의 대답을 계속 기다렸다.

“그거? 별거 아냐. 그냥 성진아가 너무 잘해서 그런 거지.”

“또 성진아입니까?”

강태식과 승부를 겨루기로 한 이르카가 관리하는 회귀자의 이름이 나오자 헤라클레스는 이맛살을 찌푸려졌다.

그 이상한 회귀자가 이르카와 계약하고 난 뒤로는 이상하게 잘 풀리던 일도 꼬여만 갔다.

그때 카르나티우스가 인상을 구기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멀뚱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말고 다른 게 있니? 너는 걔가 요즘 받아들인 회귀자가 몇 명이나 있다고 그러니?”

“뭔가 숨기시는 건 없으신 거죠?”

“죽을래? 네가 요즘에…….”

또다시 잔소리가 시작되기 전.

헤라클레스는 손사래를 치며 사과했다.

“살려주십시오. 요즘 와이프한테 잔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흠, 헤베가 많이 괴롭히나 보네?”

“네,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냐고 빨리 신이 되라고 하면서…….”

“네가 죽을 때 데리고 온 신이 제우스였니? 아테나였니?”

“아테나 누님이 데리러 왔습니다.”

“그치? 그런데 너 원래 영혼은 신 아니었니?”

“사실 기간토마키아가 끝나고 잠깐 신이 되기는 했는데… 최종심사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하긴, 최종심사가 쉽지는 않지.”

“그렇죠. 12과제보다 더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대화를 나누던 도중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새었다는 걸 깨닫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아무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보고서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맞지요?”

“그렇다니까?”

“알겠습니다.”

카르나티우스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고 돌아가는 헤라클레스를 배웅했다.

[카르나티우스: 얘, 안젤라야.]

[안젤라: 어머? 카르나 님! 어쩐 일이세요?]

[카르나티우스: 내 방으로 좀 올래? 맛있는 거 줄게.]

[안젤라: 진짜요? 바로 갈게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온 안젤라가 카르나티우스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카르나 니임!!”

“우리 귀염둥이 금방 왔네?”

“맛있는 거 뭐예요?”

“특제 황금 사과. 아스가르드에 있는 세계수에서 따온 거야.”

“어머! 그거 포인트 주고도 못 사는 건데. 역시 카르나 님!”

식탁에 앉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깎고 있는 안젤라를 물끄러미 바라본 카르나티우스가 말을 건넸다.

“얘, 안젤라야.”

“네?”

“이르카 말인데.”

“또 사고 치셨어요?”

“……?”

“아, 아닌가요? 저는 또 사고 치셨나 해서요.”

“뭐, 걔가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애니?”

“아닌가요?”

순간 머리가 지끈지끈해진 카르나티우스는 앞머리를 쓸어내리며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안젤라에게 질문을 건넸다.

“설마 이번에 내려가서 또 사고 쳤니?”

“음, 방금 이르카 님이 강림한 7아르카니아를 잠깐 보다 왔는데. 텔레포트로 도망간 회귀자를 또 죽도록 패시던데요?”

“어머, 그것도 사고야? 난 또 걱정했잖아.”

“네?”

“걔 원래 말 안 듣는 애들 있으면 패고 시작해. 몰랐어?”

“지금까지 어지간해서는 회귀자들을 때리는 모습은 안 보여주셔서요.”

“요즘 많이 착해져서 그래. 걔 죽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빨리 신이 돼야 한다면서 장난 아니었어. 덕분에 클레임 장난 아니었다니까?”

“아… 죽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럴 만도 하네요.”

급격히 우울해진 안젤라의 표정을 바라본 카르나티우스가 황급히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깜빡했네. 나이 들면 주책이야.”

“아니에요. 제가 죽을 때 저를 데리고 오신 분도 카르나 님인데요.”

“그건…….”

말을 차마 끝맺지 못하고 우물쭈물 한 카르나티우스는 안젤라에게 황금 사과를 한 바구니 건네주며 말했다.

“이거 다 먹어. 차도 한 잔 내줄까?”

“정말요? 이번에도 평온한 오후 주실 거예요?”

“고럼 고럼! 당연히 제일 좋은 차로 줘야지.”

“우와!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기뻐하는 안젤라를 잠시 바라본 카르나티우스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헤라클레스가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아.”

“네?”

“쉿.”

“네에…….”

“녀석이 근육바보처럼 보이지만 머리까지 근육으로 차 있는 애는 아니잖니?”

“푸흡, 네. 그렇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는 안젤라를 바라본 카르나티우스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저 이었다.

“뭐,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알지? 나는 의외로 누군가를 편애하지 않는 거?”

“알고 있죠!”

“아마, 이게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조심하렴.”

“감사합니다!”

밝게 웃으며 대답하는 안젤라의 은빛 머리를 쓰다듬어준 카르나티우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안젤라야. 나는 이르카가 빨리 신이 되어서 너희 둘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단다.”

“흐흫, 저도요.”

* * *

도망친 대가로 얼굴이 묵사발이 난 채 쓰러진 이스마엘을 깔고 앉아있을 때였다.

녀석이 키우던 강아지가 내게 낑낑거리며 다가왔다.

끼잉- 낑!

감자처럼 부어오른 이스마엘의 얼굴을 핥던 녀석이 나를 처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짖었다.

왈! 왈왈!

마치 왜 내 주인을 이렇게 떡을 쳐놨냐고 묻는 느낌이 들어 갈색 털을 가진 귀여운 녀석을 끌어안으며 대답해줬다.

“네 주인이 이 형 말을 안 들어서 그래. 이 형 나쁜 사람 아니다?”

왈! 왈왈! 으르릉! 왈!

“진짜 나쁜 사람 아니라니까?”

품에서 떨어지려 발광을 하는 녀석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일어났다.

죽은 듯이 엎어져 있는 이스마엘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야.”

“…….”

“하나.”

“…….”

“둘.”

“…….”

“세에….”

“일, 일어나 있었습니다!”

“응 아냐. 다시 그대로 편하게 누워. 곱게 묻어줄 테니까.”

“자, 잘못했습니다!”

“뭘 잘못했는지 알고?”

“넵!”

“그럼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알겠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야. 손에 마나 풀어. 뒤지기 싫으면.”

“넵.”

이제야 좀 고분고분해진 녀석을 무릎 꿇리고 난 뒤.

이걸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고민했다.

일단, 이 녀석이 원하는 게 뭔지는 아는데 그게 좀 골치가 아픈 문제라 마땅한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스마엘아.”

“넵. 이르카 님.”

“포기하면 안 되겠냐?”

“네?”

“계약서에도 그렇게 적혀있잖아. 단 한 명의 정령이라고. 그것까지는 도와줄 수 있다니까?”

“안됩니다! 저는…….”

“알아. 모든 정령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했잖아. 근데 그게 이 미친놈아 결혼까지 말하는 건 아니지.”

대정령사의 위치에 올랐던 이스마엘의 목표는 모든 정령의 사랑을 받는 것.

녀석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지만, 문제는 녀석이 모든 정령과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포기를 권유하자 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 녀석이 툴툴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계약을 파기하시겠다는 건가요?”

“여기서 처맞고 한 명만 고를래? 아니면 그냥 계약 파기하고 나한테 죽을래?”

“에이, 그래도 소원을 이뤄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네, 이르카 님이요.”

“언제? 나는 계약서를 작성한 것밖에 없는데?”

“솔직히 억지 아닙니까? 저는 원래 모든 정령의 사랑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 조항을 바꾸신 건 이르카 님 아닙니까?”

이마에 힘줄이 돋아오르려는 것을 꾹 참았다.

녀석의 어깨를 꽉 붙잡고는 말을 건넸다.

“이스마엘아.”

“네.”

“너 다른 관리자한테 회귀 몇 번 거절당했니?”

“서른일곱 번이요.”

“마지막에 찾아온 게 나지?”

“네.”

“나도 안 시켜주려고 했는데 조항을 살짝 바꾸자고 한 건 누구니?”

“그, 그건…….”

“설마 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거니?”

계약서에 조건 부분은 관리자와 상담을 거치고 정하는 것이지만, 서명은 무조건 본인이 직접 한다.

검성도 그래서 미련이 없다고 했지만,

계약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회귀를 시켰던 것 아닌가?

계약서에 계약한 내용이 완수되어야만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스마엘도 당연히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적었다.

‘내가 사랑하는 정령에게 사랑받고 싶다.’

‘추가조항. 단 하나의 정령이라도 상관없음.’

계약서 조항에 모든 정령과 결혼하고 싶다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질질 짜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자 속에서 울화병이 터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하는 일이 이런 건데.

“이스마엘아. 너는 뜨거운 게 좋니? 차가운 게 좋니? 짜릿한 게 좋니? 좋아하는 걸 말해봐.”

“화끈한 거?”

“그래? 알았어.”

상점창을 열어 화염 면역 포션을 구매했다.

말로 설득이 안 된다면 강제로 집행하는 수밖에.

“이거 마셔.”

“이게 뭡, 무웁!”

“가자. 네 신부 찾으러.”

“……?”

“뜨거운 게 좋다면서?”

“……?”

정령계로 이동하는 문을 열고는 녀석에게 다시 질문을 건넸다.

“설마 짜릿한 게 좋아? 그럼 좀 일이 쉬워지는데.”

“…저, 이르카님?”

“응?”

“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말했잖아. 네 신부 찾으러 간다고.”

“저, 정령계! 드디어 하, 하렘의 꿈이!”

헛소리를 늘어놓는 이스마엘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응, 아냐. 네가 계약할 때마다 찝쩍대던 애들이 나한테 와서 힘들다고 하더라. 하렘은 꿈도 꾸지 마.”

“사내대장부로 태어나서 삼처사첩은 흠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닥치고 따라와.”

끝까지 반항하는 녀석의 멱살을 붙잡고 정령계에 발을 디뎠다.

이 또라이 녀석의 신붓감을 찾을 수는 있을까?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불의 정령계에 도착하자마자 용암에 목욕하던 정령들이 기겁하며 말했다.

“꺄악! 껄떡쇠 이스마엘이다!”

“저, 미친 금사빠가 여긴 왜 오는 거야!”

마치 못 볼 것을 본 마냥 부리나케 도망치는 정령들을 바라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이 녀석의 신붓감을 찾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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