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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144화 (14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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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거리던 강태석의 평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다.

갑작스레 쳐들어온 불청객때문.

쿵쿵쿵!

“야 카트란. 나와봐!”

"??"

바깥문을 두들기는 거칠고 육중한 소리에 강태석이 눈을 뜨며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창밖을 바라보니 벌써 시간이 오후.

'오랜만에 푹 쉬었네.'

쿠르릉...

몸 안쪽의 마력과 체력이 기분 좋게 안정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올라온 최상의 컨디션.

무량기공을 한번 돌리며 해먹에서 내려온 강태석이 문을 여니, 전신을 포식장갑으로 무장한 군파츠가 서있었다.

심지어 머리에 바이저까지 쓴 채로!

"진지 안에서 왠 바이저까지 썼데? 뭐 쳐들어왔어?"

강태석이 잠에서 덜깬 표정으로 군파츠를 보며 물었다.

군파츠는 지금쯤 쉴새없이 바빠야한다.

자신이 직접 파르스를 이끌 인원들을 선별하기를 원했고, 강태석은 이를 카티나 아너스빌과의 조율하에 원한다면 해보라고 했으니까.

아마 말은 파르스 조종병이라고 했지만 궁극적으로 군파츠가 원할 것은...

'군부의 형성.'

강태석은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 페리트란등의 오묘한 표정을 떠올렸다.

군부.

연방에서조차 막강했던 힘의 상징.

어느 집단에서건 군대는 무력의 정점이다.

이는 외부의 적을 물리칠 수도, 내부의 반대자들을 짓누를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된다.

다른 이들의 표정이 묘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다른 섹터인원들을 골고루 뽑아 넣는다는 전제하에 승인되었다.

생존자 수준이라면 모를까, 중장갑병기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지금 제대로 된 군대 없이는 앞으로 싸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여하간 그런것 때문에 바쁠 줄 알았는데, 왜 쉬는 자신한테까지?

그런 강태석의 말에 바이저를 쓰고 있던 군파츠가 투덜대듯 말했다.

<쳐들어오긴 했지. 아주 그냥 여기를 제 안방마냥 여기는 잡것들이.>

"..."

<좀 도와줘. 지금 여기 전체가 난리도 아냐. 손이 열개라도 부족하다고.>

그 말에 강태석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중천에 뜬 태양.

'그래 뭐. 이정도면 푹 쉬었나?'

"가자고. 어디가 난린데."

터엉.

강태석이 캠핑카에서 뛰어내려 문을 닫고 군파츠를 따라나려서려던 그때.

촤르르르륵.

"?"

뒤 쪽, 기체에서 들려오는 변형음에 강태석과 군파츠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

그런 둘의 눈에 들어온건 스스로 촤르르르륵 형태를 변형시키며 크기를 줄여가고 있는 기체.

약 3초 후.

우웅.

"같이 가자는건가."

"... 넌 어디서 이런걸 구해오는거야? 나갈때마다."

사람 머리만한 크기로 작아진 채 강태석의 뒤로 따라붙는 정팔면체, 백색의 부유금속체를 보며 군파츠가 기가 찬다는듯 물었다.

**

수림, 서남쪽.

"다른 녀석들 포섭은 어때?"

"순조로워요. 그나저나 여기 정말 지낼만하네요. 먹을 것도 잘 나오고."

"... 거미 앞다리 맛은 끔찍했지."

천막 안의 의자에 앉은 여인이 자신의 앞 일남 삼녀, 그중 한 명의 대답에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잡혀있다 풀려 나오고 이어 이 요상한 위층의 세계로.

우주선같은 구조물안에 바다와 하늘이 있는 세상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내 그들은 깨달았다.

여기가 사람살기 썩 좋지는 않다는 걸.

시시각각 몰려오는 괴생명체들과 대지를 헤집어놓는 거대한 존재들.

검기 좀 쓴다고 상대할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니었으니 결국 수림속에 흩어져 풀과 짐승을 뜯어먹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한데 이곳에 오니 제법 나쁘지 않다.

먹을 것에 마실 것, 몸을 누일 곳에 사람사는 느낌까지.

'진짜 기준이 많이 낮아졌구나.'

여인이 콧김을 킁 내뿜으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한때는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건만 천막에 영양액죽 좀 나온다고 살만하다 하고있다니.

하긴 그 차갑던 에테르 감옥이나 바깥 수림에 비하면 이게 어디인가?

거기에 이곳이 가장 좋은것은... <꿈>이 있다는 것이다.

"차례대로 먹어가자고. 기존 집단 녀석들 중 불만 있는 녀석들 끌어들이고. 바깥에서 온 녀석들 중 아래로 집어 넣을 놈들 집어넣고."

"이미 진행중인데 저항이 만만치는 않아요. 반항하는 놈들은 다 반병신으로 만들어 주고는 있지만, 이래서야 그쪽 녀석들이 싫어할텐데요."

청년의 말에 여인이 피식거렸다.

그쪽 녀석들이라 함은 기존의 생존자 집단.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을 받아들이고 이 거대한 섹터를 운영하기로 한 녀석들이다.

자신들은 임시로 녀석들을 <플래그>라고 부르기로 했다.

깃대를 세워 자신들을 끌어모았으니까.

그런 녀석들의 의도야 명확했다.

일단 받아들여 안으로는 힘을 키우고 외부의 위협을 줄인 뒤, 차례대로 소화시켜 나갈 생각이겠지.

그것 때문에 그토록 질서와 규칙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원래 인생이라는게 자기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싫어하면 어쩔거야. 어떻게 손쓸 수도 없을텐데."

여인이 유들유들 웃으며 천막 밖, 넓게 퍼진 섹터를 바라보았다.

그녀석들은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

얼핏 보기에 검기 사용자들의 숫자가 고작 열 명 안팎이다.

반면 이 섹터안에 모인 검기 사용자들만 해도 수백에 가깝다.

말하자면 교도원 한 명이 죄수 수백을 홀로 통제해야하는 느낌.

그런 상황에서 통제가 되겠는가?

그 누구도 녀석들이 이를 성공적으로 해낼것이라 여기지 않기에, 몇몇 야망과 욕망넘치는 이들은 더더욱 거칠고 포악하게 주변을 집어삼키며 스스로의 세력을 키워나가려 하고 있었다.

이 허울 뿐인 균형이 무너지면, 그때 필요한건 오로지 스스로의 힘 뿐일테니.

예전, 연방에 의해 국가체제들이 무너지고 자신같은 이들이 날뛰었던 때처럼 말이다.

콰아아앙…

"막내도 적당히 일 끝나면 돌아와서 보고하라고 그래.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일처리가 좀 느리네."

아작.

밖에서 들려오는 폭음을 들으며 사과 하나를 씹은 여인이 눈앞, 일남 삼녀를 바라보았다.

바깥에 있는 막내까지 총 다섯, 자신이 믿고 있는 다섯 남매들.

넷은 벌써 훌륭하게 주변에 반항하려던 패거리들 수장의 목을 날리거나 짓밟아 오늘치 할당량을 끝냈다.

근 이틀간 녀석들이 든든하게 잘해준 덕분에 세력이 두 배나 불어난 상황이다.

이제 막내가 돌아오면 오늘치 결산을 기분 좋게 해보면 될 터.

여인이 천막 밖을 보며 돌아올 막내를 기다리던 그때.

콰아아아앙!

우당탕!

"아윽..."

"?!"

바닥에 형편없이 처박혀 굴러들어온 앳된 청년, 그들 막내의 등장에 안쪽에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쿠당탕!

"이놈 여기 소속 맞아요?"

"아... 네!"

자신에게 배정된, 뭔가 좀 어리버리해 보이는 여인을 보며 강태석이 입맛을 다셨다.

군파츠가 자기는 바쁘니 뒷일은 설명해줄 거라고 맡기고 간 여인.

이어 강태석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형편없이 뒹굴고있는 청년과, 그 너머의 일남 사녀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기도가 다른 한명의 여인과 그 뒤의 일남 삼녀.

이어 강태석은 다시 바닥, 자신에게 두들겨 맞고 끌려온 녀석을 바라보았다.

군파츠가 붙여준 여인이 안내해준 곳으로 가니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다.

보이는건 피칠갑을 한채 죽어있는 스물일곱의 남녀와, 그 안에서 정신없이 여인을 상대로 허리를 놀리고 있던 이녀석 하나.

당한 쪽도 범죄자니 얌전한 놈들은 아니었거니 하는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녀석이 너무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분명 고지했다고 안했어요? 안쪽으로 들어오면 우리쪽 인도와 협력 요청에 따라야하고 내부의 분쟁 및 갈등을 최대한 억제할 것."

"했어요! 이쪽은 제가 직접 설명했는걸요. 동의도 하셨었어요."

여인의 기운찬 음성에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인 뒤 혀를 차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동의도 했다면서 왜이러는거야. 선넘지 말자 우리. 오늘까지는 봐줄테니까."

"하하. 동의라고?”

피투성이가 된 막내를 바라보던 여인, 폴이 재미있다는듯 웃었다.

물론 동의는 하기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들으면서 제법 재미있는 농담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는 마치 늑대들보고 앞으로 양들 말을 잘 따라 풀만 얌전히 뜯으라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냥 생색내기용 멘트인 줄 알았는데, 정말 지킬 생각이었단 말인가?

"동의는 했지. 한데 우리가 처벌까지 받겠다고 한적은 없는데?"

아그작.

사과를 씨가 있는 부분까지 씹어 먹으며 여인이 웃자 뒤에 서있던 일남 삼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비록 말썽꾸러기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귀한 막내다.

감히 이런 곳에서 이꼴이 될 녀석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혼을 내도 자신들이 낸다.

고작 저 따위, 약해빠진 생존자 놈들의 경찰관 따위가 아니라!

"어떻게 할거야 이거? 합의도 없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사례를 얼마나 하려고."

"......."

리더인 여성, 폴의 말에 강태석 뒤에 선 군파츠가 붙여준 여인은 기가 찬다는듯 입을 뻐끔거렸다.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기에.

이게 지금 남의 집 안방 한 켠을 떡하니 차지한 녀석들이 할 소리인가?

한껏 난동을 피운것도 모자라 그 과정에서 제압 당했다고 역으로 큰소리를 뻥뻥 치다니.

하지만 강태석은 되려 이정도인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보상받고 끝내려고? 이자리에서 날 죽이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어?"

아그작.

폴의 앞으로 바짝 다가간 강태석이 그녀의 손안에 든, 반쯤 먹다 남은 사과를 빼앗은 뒤 아그작 씹어 먹고는 웃으며 물었다.

그거면 된단 말인가?

참으로 얌전하기 그지없다.

자신을 이자리에서 죽여버린 뒤 아너스빌에게 까지 짓 쳐들어갈 정도의 무언가는 없는걸까?

그런 강태석의 태도에.

"..."

되려 폴과 그 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던 일남 삼녀의 표정마저 착 가라앉았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상대가 당장 죽고 싶어 안달이 난게 아니라면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아너스빌, 그 작자가 이녀석이 다치는걸 명분 삼아 본보기를 세울 것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거나.

아니면...

이놈이 지금 당장 이자리에서 자신들 다섯을 때려 잡을 자신이 있으며, 귀찮게 돌아가는 것보다 그걸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

물론 녀석이 지금 이곳을 멀쩡히 걸어나가기 위해 부리는 허장성세 일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투명함 안에 감도는, 숨겨 두었지만 모두 감출 수 없는 광기.

저건 진짜다.

이놈은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정말로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으며, 진심으로 이 자리에서 자신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끝내하고 싶어한다.

"... 꺼져. 나중에 너희 대장이랑 이야기 할테니. 아마 값은 비싸게 치뤄야 할거다."

축객령을 내리는 상대의 말에 강태석이 웃었다.

"그건 모르겠고. 하나만 알아둬. 여기 있는 동안 조용히 지내. 나 쉬는 동안 또 밖으로 나오게 하지 말고. 그땐 진짜 다시 나올 일 없게 할거니까."

대화야 아너스빌의 몫이고.

자신은 그런건 잘 모르겠으니 하나만 잘하면 된다.

칼질.

이윽고.

저벅.

천막 밖으로 여인을 데리고 사라지는 강태석의 등을 폴을 비롯한 다섯이 굳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

바다와 수림 사이, 오솔길.

그어억...

"뭐야 이거. 걸어다니는 시체가 왜 이리 많아? 원래 G구역에 이런 종들이 많았어요?"

"..."

조용히 절벽을 타고 이동하던 스피어의 인원 측, 그중 앞장서서 걷던 청년의 말에 뒤따르던 사내가 심각한 눈으로 숲 사이로 걸어다니는 좀비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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