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105화 (10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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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의 반지를 제대로 발동시키기전.

    키이잉...

    띠딕.

    강태석은 창을 눌러 자신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했다.

    <레벨 12 달성!>

    <추가스탯 4가 지불됩니다.>

    <스킬 : 전마강갑 해방이 발동합니다. 레벨상승에 따라 전마강갑이 집어삼킨 스킬들중 하나가 개방됩니다.>

    <스탯 투자... 암흑회로1(전 반사신경>뇌속)/짙은그림자1(전 체력>기심)/어둠샘1(전 마력>감염된 푸른피)/이상상념1(전 기술>기예)>

    <황금순록의 왕관의 귀속스킬, 뇌수가 "영뇌수"로 변질되어 등록됩니다.>

    <강태석>

    >레벨 : 12(31.33%)

    >직업 : 전마강갑지주(등급-?)

    >스킬 : 전마강갑장착*해방(?)/영뇌수(D+)/무량검기(D+)

    >스탯 : 흑선(D+)8/암흑회로(D+)8/짙은그림자(D+)8/어둠샘(C+)8/이상상념(D+)8.

    >무장 : 전마강갑(?)/여의(S?)/칠채영창(B?)/오시리스(C-잠항중)/알레고리아(B)

    모든 스탯이 고르게.

    거기에 짧은 기간에 이화접목을 통한 극한의 반복으로 숙련도를 끌어올린 무량검기 또한 스킬란에 등록되었다.

    그리고 전마강갑이 삼켰던 스킬, 황금순록왕관의 전직특전중 하나였던 <뇌수>가 <영뇌수>로 변질되어 등록.

    강태석이 가볍게 발을 구른 순간.

    꿈틀.

    파지지지직...

    발 아래, 장갑차의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꿈틀넘실거리며 살짝 파직거리는 비늘을 그림자 위로 내보였다.

    마치 깊은 연못 속에 살고있던 무언가가 표면을 슬쩍 스쳐지나 다시 깊은 곳으로 파고들듯.

    거기에 화룡정점은 새로 얻은 물건.

    반지, 알레고리아.

    알레고르의 꽃.

    등급은 B.

    칠채영창과 동급.

    그리고 강태석은 이 무기가 무엇인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옛날 알레고르의 어떤 무인이 귀족이 되기도 전, 그러니까 <강기>를 사용하는 시절 대륙을 횡횡하며 흉명을 날리게 해주었던 마병.

    비록 강기를 불어넣어야 제대로 작동하는 물건이긴 하지만… 현재 <검기>만으로도 이 무기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키이이잉...

    강태석이 왼손가락 끝에 무량검기를 한껏 불어넣자 반지가 검기를 게걸스레 먹어치우며 탐욕스런 붉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물을 빨아들여 장미가 피듯.

    마력의 응축과도 같은 무량검기를 빨아들이며 피와 같은 붉은 광채를.

    그렇게 광채가 절정에 다다른걸 본 강태석이 저 멀리, 쿵쾅거리며 달려오는 열두발의 짐승을 향해 반지를 가볍게 튕겨냈고.

    피이이잉...

    아주 작은 파공음.

    괴물에 비하면 티도 안날만큼 자그마한 반지가 붉은 빛을 내며 괴물의 다리사이 어딘가에 안착한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

    반지안에서 폭풍처럼 터져나오는 수천개의 붉은 금속 칼날.

    이어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통째로 갈려버린 괴수, 열두발이에 긴장하며 쇠사슬을 휘두르려던 닻 사내가 기겁을 하며 멈춰섰다.

    **

    콰콰콰콰콰콰콰콱!

    붉은 빛.

    그와 함께 반지에서 터져나온 수천개의 붉은 금속칼날.

    그 작은 금속쪼가리 안에 숨겨져있었다는걸 믿을수없을만큼 두텁고 육중한 금속의 날들이 마치 장미처럼 사방팔방으로 피어나며 직경 40m, 걸리는 모든것을 모조리 갈아버렸다.

    열두발이도, 다른 짐승도, 금속의 폐허와 녹아내린 용암도.

    촤촤촤촤촤촥!

    그렇게 걸리는 모든것을 무량검기를 머금은채 잔뜩 갈아버린 칼날들이 이내 굉음과 함께 회전하고 수축하며 순식간에 반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소용돌이가 바닥의 배수구로 빨려 사라지듯 말이다.

    칼날이 터져나오고 모든것을 갈아버리고 다시 빨려들어가는데 걸린 시간 단 1초.

    촤르르르륵!

    티이잉!

    이어 거짓말처럼 손으로 빨려들어와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안착하는 반지 알레고리아를 본 강태석이 옆,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닻 사내의 시선을 느끼다가 오른손을 들어 반지를 빼냈다.

    아무래도 이녀석은 왼손 검지에 껴놓는게 더 편할듯 싶었기에.

    비상시에 사용하기에도, 손가락으로 튕겨 쏘아보내기에도 말이다.

    쿠구구구구궁...

    스윽.

    장애물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뻥 뚫린 전방, 그곳을 통해 내달리는 장갑차 위에서 전방을 바라보던 강태석이 반지를 다시한번 자신의 왼손으로 매만졌다.

    알레고리아.

    비록 파괴범위는 폭탄 정도였지만 특수한 마병이 검기를 머금어 작동하는 금속칼날의 위력은 그에 비할바가 아니다.

    폭탄정도는 가볍게 무시하고 청염속에서도 어찌어찌 살아남았던 열두발이가 단 일격에 모조리 고기조각으로 변해 갈려나갈 정도.

    심지어 이건 원래 <강기>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마병.

    이 반지에 강기를 불어넣고 사용한다면 말 그대로 도시 하나를 통째로 갈아버리는 짓도 가능하다.

    예전, 이 반지의 원주인이 실제로 연방통합전쟁당시 그랬던것처럼 말이다.

    '한번 고생한거 치고는 보상이 괜찮군.'

    쿠구구구구!

    내달리는 장갑차 위, 점점 더 가까워지는 통로를 보며 강태석이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 괜찮은 보상.

    만들어내는 것 자체로 마력을 퍼먹는 검기를 쭉쭉 빨아먹어 작동하니만큼 한번 사용할때마다 부담이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자신에겐 C+등급에 달하는 스탯, 어둠샘이 있다.

    콰르르르릉...!

    몸 안에 만들어져있는, 그 바닥을 모르겠는 검은 샘에서 석유보다 검은 마력이 콸콸 샘솟으며 순간 메말라버린 마력회로의 구석구석을 노도처럼 휘몰아치며 채워간다.

    멸국의 왕, 라프텔이 황금순록의 왕관의 번개를 무지막지하게 뿌려댈수 있게 해줄 정도로 막대한 마력을 선사했던 감염된 푸른 피.

    그 스탯이 전마강갑에 의해 감염되고 한층 더 막강해진 상태로 자신의 몸에 끊임없이 마력을 불어넣어준다.

    이정도라면 동레벨, D급의 마력스탯을 가지고있을 다른 무인들에 비해서도 압도적.

    다른 녀석들이 검기를 퍼쓰다 지쳐나가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마력고갈로 허덕일 걱정은 없어보였다.

    물론 육체의 한계가 있으니 무한정으로 싸울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키이잉...

    다시 한번 서서히 충전되며 붉은 빛을 채워가는 반지에 옆, 사슬을 휘두르던 닻 사내 마르트가 기가 찬다는듯 강태석을 바라보았다.

    '뭐하는 놈이야. 왜 안지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칠게 닻을 휘둘러 달려들던 괴물들을 튕겨내던 마르트가 이해가 안간다는듯 중얼거렸다.

    방금전, 온 사방을 휘둘러 쓸어버린 강렬한 일격.

    물론 자신도 저런 기술정도는 쓸수 있다.

    검기사용자 정도 되면 전신 마력을 일거에 쏟아붙는, 속칭 필살기같은 한수정도는 기본적으로 가지고있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단번에> 온 마력을 불어넣는 행위.

    자신도 아까전과 같은 파괴력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선보일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반나절 정도는 마력이 바닥나 헐떡이며 검기없이 싸워야한다.

    한데 곧바로 다시 발동할 준비를 시작한다고?

    그야말로 상식밖의 이적.

    그러거나 말거나, 강태석의 손 끝에 그러모이는 무량검기가 반지 속으로 빨려들며 서서히 붉은 빛으로 다시 치환되기 시작했다.

    아까전보다는 조금 약하지만, 눈앞에서 달려드는 괴물 무리들을 단번에 쓸어내고 길을 뚫기에는 충분한 수준의 빛.

    이에 강태석이 다시한번 전방의 지옥도를 향해 반지를 튕겨내려던 그순간.

    투타타타타...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폐허 한구석.

    지하에서 사방의 괴물들을 쓸어버리며 갑자기 나타난 십수대의 엑소슈트들.

    그 앞에 선 한명의 청년과 그 뒤에 선 일백 가량 생존자들의 등장에 반지를 쏘아보내려던 강태석의 손가락과 사슬을 휘두르려던 마르트의 손이 멈췄다.

    **

    투타타타타타!

    콰아아아아아앙!

    갑작스레 등장한 십수대의 엑소슈트.

    그 양팔에 탑재된 두정의 디스트로이어들에서 쏟아지는 수천발의 굵직한 탄환들.

    투타타타타타타타!

    콰콰콰콰콱!

    대지를 찢어발기는 금속의 폭우들이 순식간에 장갑차의 진로를 가로막으려던 괴물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뒤쪽, 일백 가량의 생존자들이 쏘아대는 레일건들 정도는 거뜬히 버텨내는 괴물들이었지만 디스트로이어의 화력에는 역부족.

    콰르르르륵!

    강태석이 알레고리아를 피워내면서까지 뚫어내려했던 지옥의 한켠이 쏟아지는 탄환들에 의해 그야말로 모조리 갈려나갔다.

    이어 쭉 열리는 길.

    일말의 틈조차 없는 대지였지만 방금전 저들의 난입으로 아주 작지만 그 너머를 향하는 길이 뚫리려나 하던 그 순간.

    쿵쿵쿵쿵!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망할... 카타스트로피."

    저 멀리, 금속의 땅을 헤집고 튀어나오는 크기 10m의 외눈박이 거인에 마르트의 표정이 헬쑥해졌다.

    크기는 작지만 위압감 자체가 다르다.

    애초에 저건 디스트로이어나 엑소슈트같은 고화력무장들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물병기.

    녀석의 몸을 구성하는 특수한 액체소자는 대부분의 탄환을 마치 슬라임처럼 흘려버리는 데다.

    마력에 대해 강한 저항성과 높은 유동성을 지닌 육체는 그런 주제에 놀랍도록 빠르고 강인하기 때문에 눈 깜짝할 새에 백수십미터정도는 주파해 화력병기들에 달라붙는다.

    마치 지금처럼!

    촤촤촤촤촤촤촤촥!

    우아아아아악!

    투타타타타타타타!

    지하에서 기습적으로 튀어나온뒤 화망을 뚫고 순식간에 엑소슈트와 사람들 사이에 뛰어드는데 걸린 시간, 단 1.3초.

    한가운데 뛰어들었으니 아군이 맞을까봐 이제 마음대로 사격을 후려갈길수도 없고.

    마찬가지 이유로 자신이나 옆의 카트란이란 녀석도 아까전과 같은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수 없다.

    그랬다간 저기있는 생존자들 대부분이 먼저 자신들 손에 죽어나갈 테니까.

    그 찰나의 망설임속.

    꾸물.

    슬라임같은 전신을 꿈틀거려 수십개의 물빛 칼날들을 만들어낸 카트스트로피가 이를 전력으로 휘둘러 반경 40m의 모든 생명체와 병기들을 토막내버리려던 바로 그때.

    스스스스슥.

    스슥.

    스스스스슥!

    멈춰서있던 청년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칼이 뽑혀나오더니 그대로 아래에서 위로 한번 휘둘러졌고.

    잠시후.

    쩌저저저저적...

    "면검기..."

    청년의 칼끝에서 튀어나와 카타스트로피의 상반신을 피할새도 흘려보낼 새도 없이 통째로 뭉개버리며 지나간, 가로세로 5m의 반투명한 정사각형 벽을 보며 마르트가 신음성을 토했다.

    **

    선검기, 혹은 날검기.

    면검기, 혹은 벽검기.

    한줄기 선처럼 쭉 뻗어 검날에 매달린채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절예, 검기.

    하지만 좀더 사용자의 경지가 오르고 마력이 두터워지면 검기의 가능성도 한층더 올라간다.

    한줄기 선에서 더나아가 면으로.

    굵직한 한개의 밧줄이 흩어져 가로세로 수천줄의 실로 변한뒤 얽혀 한개의 벽처럼.

    얼핏 보면 밧줄이 흩어져 면직과 같은 하늘거리는 천을 만드는것같지만.

    그 안에 담긴 역도나 파괴범위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르다.

    지금, 눈앞의 광경처럼 말이다.

    쩌저저저적...

    순식간에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간 카타스트로피가 즉시 작동을 정지하며 액체상태 그대로 허물어져내린다.

    어지간한 검기는 마력저항으로 버텨내거나 흘려버리고, 설령 잘려나간다고 해도 해당부위를 버리고 액체소자를 재결합해 다시 멀쩡해지는 그런 녀석이 말이다.

    말그대로 수천줄기 가느다란 검기의 그물에 통째로 갈려나간 것.

    후두두둑...

    순식간에 허물어져내리는 카타스트로피 앞, 여유로이 칼을 허리춤에 다시 챙겨넣는 청년을 보며 강태석이 가늘게 눈을 좁혔다.

    선면구점.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구로, 구에서 다시 점으로.

    차례대로 변해가는 검기의 형태는 말하자면 경지의 상징.

    선검기는 레벨 11부터 15, 경지로 치면 비기너.

    면검기는 레벨 16부터 20, 경지로 치면 익스퍼트 초급.

    즉 저기 보이는 상대는 확실하게 레벨 16 이상이라는 의미.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저런 녀석과 엑소슈트들을 무시한채 질주할수는 없다.

    어느새 전방의 상황을 눈치챈 장갑차도 서서히 속도를 멈추다가 멈춰선 상태.

    그때.

    저벅.

    저 너머, 엑소슈트들 사이에 선 청년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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