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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80화 (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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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 11(0.00%)

강태석은 눈 앞, 상태창을 상세히 살폈다.

<강태석>

>직업 : 기계사냥꾼(등급-E)>>>전직이 필요합니다. 선택해주세요.

>스킬 : 약식 EMP(Active/Passive)(등급-E)//황금순록의 왕관(Active/Passive)(등급-B/UNIQUE)

>스탯 : 검체(D)8/뇌속(D)7/기심(D)7/감염된푸른피(C)7/기예(D)7.

>무장 : 전마강갑(?)/여의(S-역량부분적합)/칠채영창(B)/오시리스(C-수리필요)

근력이 아닌 검체.

반사신경이 아닌 뇌속.

체력이 아닌 기심.

기술이 아닌 기예.

마력은 원래대로라면 마륜.

하지만 그보다 한단계 더 높은, 특별보상으로 받았던 <감염된 푸른 피>.

근육대신 온몸이 마력결정화된 유기조직을 품은 특수한 기관으로 들어찼다.

화학반응으로 작동하는 신경계대신 기계조직의 <회로>에 가까운 새로운 통제시스템이 전신에 깔렸다.

전신을 움직이던 피부와 유기조직 구석구석에 마력을 유형화시킨 얇은 막들이 들어차며 상상도 못할 내구도와 출력, 지구력을 갖췄고.

기술은 단순한 술기를 넘어 모든것이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예술에 가까운 경지로 변한다.

거기에 마력은 그 이상.

그렇기에 강태석은 단언할수 있다.

이전 육체로는 전마강갑과 칠채영창들을 극한으로 끌어쓰지 않는이상 이방에 있는 이들중 둘, 혹은 셋 동시에 감당하기도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이방 전체가 덤벼도 내가 이긴다. 2분 안에.’

강태석이 가라앉은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던 그때.

“그래 그래. 뭐 복잡한건 잘 모르겠고… 중요한거! 그래서 벽이란걸 어떻게 넘는건데?”

군파츠가 자못 흥분되어보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표현은 안했지만 방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개개인의 무력은 이 시대 존엄과 권리, 생존을 위한 기본조건.

하물며 압도적인 힘이라면 말할것도 없다.

그걸 넘을수 있는 길이 있다니 관심이 갈수밖에.

하지만 그런 군파츠의 말에 강태석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 이제 지금부터 할말이 일단 이 문제를 언급한 이유.

동시에 이제까지 말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넘을 필요없어. 포기해."

"뭐?"

"포기하라고. 그게 빨라."

쿠르르르릉...

달리는 배속, 강태석의 말에 방안 모두의 인상이 굳었다.

**

"..."

강태석의 말에 방 안이 적막에 감싸였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가장 큰건 다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이 휘몰아쳤기 때문.

쿠르르릉...

여전히 진동을 내뿜어달리는 배, 그 객실속에서 침묵을 지키던 이들중 누군가가 물었다.

"이해가 안가는거 있는데 그것좀 물어봐도 될까?"

"얼마든지."

이에 질문을 한 페리트란이 말을 이었다.

"첫번째. 우리가 있던 도시만 해도 그랬고... 기본적으로 도시 하나당 생존자는 수천명이 넘어. 수만명 정도 되는것같기도 하고."

"그렇지."

"그런 도시를 우리는 지금 몇개나 거쳤어. 그리고 여기 배에 탄 이들 수천명은 그런 이들중에서도 나름 정예지. 그런데도 한명도 없다고?"

방안에 있는 이들이 동의하듯 강태석을 바라보았다.

그 말대로.

도시가 멸망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도시가 멸망한 이후 여기 있는 이들은 나름의 싸움과 강화를 거치며 강해지고 또 강해졌다.

육체가 감당할수있는 수준의 개조는 얼마든지 실행했고 여러 목숨을 건 싸움을 거치며 몸에 나름의 마력도 쌓았다.

말하자면 살아남은 이들 자체가 어느정도 강자의 반열에 들어가는 이들.

하물며 이방에 있는 이들은 그런 도시들에서도 특별히 재능있고 강한 자들이었다.

한데 이중에서 단 한명도 벽을 넘을수 있는 이들이 없다고?

그런 이들의 말에 강태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 말이 맞긴 하다.

이들은 생존자들중 나름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이들.

하지만 벽을 넘기는 힘들며 그 이유는 사실 아주 명확했다.

듣기 싫은 내용이긴 하지만.

심호흡을 한 강태석이 입을 열었다.

"도시에 수만명 가까이 있다고 했지?"

"그렇지."

"그중에 벽을 넘은 녀석들 있었어? 도시 세개중에서 하나라도?"

"..."

강태석의 말에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렇다.

세피로트, 올림포스의 이들도 강하긴 했지만 그건 나노머신의 힘을 빌린 덕이었고.

시장 오토른도 특별했지만 그조차 벽을 넘진 못했다.

일곱가문의 부를 지니고 있던 이들이나 볼츠, 심지어 구련장들도 마찬가지.

특별해보이는 이들은 많았지만 강태석이나 괴인처럼 벽을 넘은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 이들을 향해 강태석이 덤덤히 말을 이었다.

"이유는 간단해. 벽은... 사실 대부분 <되는 놈들>만 넘을수있거든."

"되는 놈?"

"그래. 타고난. 애초에 그렇게 태어난. 그리고 그런 녀석들은 대부분 미리 <거둬가지>."

강태석이 아픈 현실을 꺼냈다.

재능.

사실 이게 <벽>을 넘는 기본 핵심조건.

애초에 <인간>으로 태어난 자가 아닌.

혈통, 신비, 전설, 초능.

무엇이 되었건 그 육체 안에 인간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갖춘.

겉으로 보이기엔 모두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만 이런 특별한 이들에게 있어 외양은 그저 안의 내용물을 담은 알껍데기에 불과하며.

유년시절, 모두 똑같은 애벌레로 보이지만 사실 어떤 이들에게 이는 그저 나비가 되기 위한 잠깐의 시간에 불과하다.

즉 비슷해보이지만 종, 아니 존재 자체가 다르다는 뜻.

그리고 이들중 그런 이들이 없는 이유는 명확했다.

결국 재능있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살아남은 모두는 그저 <일반인>이니까.

정말 재능있는, 말하자면 벽을 넘을수 있는 이들은 애초에 직접 <뽑아간다>.

거대기업, 자치국, 귀족, 핵심도시, 연방.

강한 힘과 재능을 필요하는 강대한 이들이.

그게 결국 도시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되는 이유.

그런 강태석의 말에.

"야이 개늠시키야... 말을 하질 말던가. 여기 아무도 없단거잖아."

힘빠진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군파츠의 모습에 강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하는일에 어찌 구멍이 없겠는가.

분명 이 배에도 있기는 있다.

일단...

"저기 하나 왔네."

저벅.

배 뒤편.

공중정원 쪽에서 걸어온 <누군가>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고.

이윽고.

"... 너."

후우우우웅....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도를 뿜어내며 무언가를 짊어지고 걸어온 흉터여인, 아너스빌의 등장에  모두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

후우우우웅...

전신, 잘 정련된 기도.

사방을 압도하는 기운.

강태석의 그것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한 여인을 짊어지고 등장한 아너스빌을 본순간 모두가 알수 있었다.

아너스빌 역시 그 <벽>이란걸 넘었다는 것을.

털썩.

"한놈 생포했다. 좀있다 이야기하지."

기절한 여인을 내려놓은 아너스빌을 보며 강태석이 숨을 내쉬었다.

노곤해보이는걸 보니 상대 역시 순탄한 과정을 겪은건 아닌것같아보였지만 어찌 되었건 벽을 넘은것.

수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목숨걸고 노력해도 못넘은 벽을 아너스빌은 그냥 대수롭지 않다는듯 넘어버렸다.

심지어 아너스빌은 제대로 수련한 기간이 고작 1년 이내.

그전에는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여인이었건만 그 짧은 기간내에 한계에 도달하고 벽을 넘어버린 것이다.

이게 바로 귀족가 혈통의 위엄.

<되는 놈>의 힘.

원래 이렇게 인생이 더럽게 불공평하다.

"아 내가 원래 욕을 잘 안하는데 욕나올라하네."

투덜거리던 군파츠는 이내 숨을 후욱 내쉰뒤 가슴을 팡팡 치고는 몸을 풀며 물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물어나 보자. 있기는 있단거지? 누가 되는 녀석인데. 카티?"

이중 누가 뭐래도 가장 강한건 카티.

하지만 강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카티는 안된다.

본인이 더 잘 알것이다.

저 강인한, 자신이 가진 D등급 스탯에 버금가는 완력은 <대가>를 치루고 얻은 힘이니까.

편법은 결코 공짜가 아닌법.

저 소년같은 외모도 이에 연관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얻을수 없는 상위의 힘을 얻은 대가로 위로 가는 길은 완전히 막혀버렸을 것이다.

"..."

굳게 입을 다문 카티를 보던 강태석이 그 옆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확신할수 있는건 셋.

"크란. 달리안. 아린. 이 셋. 이 셋은 확실히 된다."

"그리고?"

군파츠의 물음에 강태석이 고개를 저었다.

"없어. 셋이 끝이야."

"... ...."

강태석의 말에 군파츠는 물론, 구련장의 이들조차 깊은 침묵에 빠졌다.

**

다시 빈 객실.

잠깐 쉬고 싶다는 강태석의 말에 모여들었던 모두가 흩어졌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잠시 머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수도.

아니타와 새로 들어온 생존자들 각자의 처우를 정리하고 할일을 마무리하겠다는 명목 하에 복잡한 표정으로 사방으로 흩어지던 이들을 떠올리던 강태석을 향해 옆에 있던 여인, 아너스빌이 물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필요 있었나? 벽을 못넘는다고 죽는것도 아닌데. 못이기는 것도 아니고."

그 말에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결국 인간의 역사는 병기의 역사.

코끼리로 넘어갈수 있는 자는 선택받은 이들 뿐이라고?

결국 그 코끼리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총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냥감 신세가 되었다.

호랑이건, 사자건, 용이건 마찬가지.

발달한 문명이 만들어낸 살벌한 무기들은 강해진 이들에게도 여전히 위협적이고.

이런 것들로 무장한 다수는 초인조차 두려워할 강대한 무력을 지니게 된다.

다만 지금은 그 <경계>에서 충분한 위력의 무기들을 손에 넣지 못했기때문.

개인화기와 레일건이 초인들에게 여전히 위협적이었듯.

위성병기, 광자포, 미사일들이 이시대에도 국방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듯.

앞으로 손에 넣게될 상위병기들로 무장하면 자신이나 괴인이라고 해도 잘못하면 그냥 잿더미가 된다.

그래도...

"알건 알아둬야지."

"그리고 <벽>을 넘는 방법이 그것만 있는것도 아닌데. 그것도 말해주지 그랬나."

"다 죽으라고?"

"하긴."

강태석의 말에 아너스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힘에 관심은 없었지만 이전, 가문에 있을때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벽이라는걸 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첫번째, <타고> 나는것.

두번째, <되는 법>을 쓰는것.

세번째, <죽음>을 겪는것.

그중 첫번째는 어렵지도 않고 마치 숨쉬듯 될때가 되어 우화하듯 진행되지만.

두번째, <되는 법>은 하고싶다고 하여 할수 있는게 아니었으며.

세번째, <죽음>을 겪는 길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하며 대부분이 죽거나 불구가 된다.

애초에 생명체로서의 되지 않는 한계를 강제로 넘게 만드는 법이니까.

지금, 살아남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배 속에서 이를 가르쳐주는 것은 독과 같다.

달콤해보이지만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알아도 안알려줬다는걸 알면 나중에 원망하는 이도 있을텐데."

"알려줬다가 죽어서 내 원망할 사람도 있겠지. 어차피 그런건 똑같아."

"..."

"강해지는거 쓸데없어. 살아남는게 중요한거지. 내 생각은 그래. 내 생각대로 하는거고."

벽에 대한 건 여기까지.

말을 마친 강태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갔다.

이제부터가 <살아남기>에 중요한 진짜 본론.

툭툭.

"카스티라고 했나? 일어나라. 정신차린거 다 알고 있으니까."

"아. 헤헤... 알고 계셨어요?"

걷어차는 강태석의 발끝에 누워있던 여인, 루한공국의 카스티가 슬그머니 눈을 뜨며 조심스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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