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77화 (7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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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은 초승달.

    삼월.

    적빛 반월.

    ...

    청빛 만월.

    **

    콰르르르르르르릉!

    상공에 뜬 칠국, 그 넷의 머리 위로 구름사이 푸른빛이 번쩍거린다.

    이어 사방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번개.

    그걸 본 룬의 정장사내, 모르탄이 속으로 작게 감탄을 토했다.

    '삼월중 제일은 만월이라더니.'

    상공, 시퍼런 빛을 뿜어내고 있는 푸른 반경 1m의 온전한 금속구를 보며 모르탄이 중얼거렸다.

    구체 자체는 1m 정도였지만 시퍼렇게 스파크를 튀겨내고 있는 청광의 구는 반경 50m가 훌쩍 넘었다.

    말 그대로 하늘에 작은 달이 뜬것처럼 보일 지경.

    지금도 사방에서 에너지를 끌어모으고 있는 푸른 금속구가 터질것처럼 번쩍거리며 사방을 환하게 비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크게 소리쳐놓고는 시간이 조금 부족한가보다.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무마드를 바라보던 정장사내, 모르탄이 물었다.

    "그런데 안아깝습니까? 아무리 청월이라도 지금 기술쓰면 고철이 될텐데?"

    모르탄이 하늘에 뜬 금속구를 보며 물었다.

    청색 만월의 기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에너지의 공급.

    허공 높이 떠서 이 혼돈의 세계에서 격랑하는 온갖 기운들을 끌어모아 아래, 금은 삭월과 적빛 반월이 제기능을 할수있게 끊임없이 공급한다.

    말하자면 전투의 심장.

    하지만 지금 하는 짓은 그런 만월을 폭주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에너지를 구체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끌어모아 그대로 지상에 때려박는다!

    물론 그 위력이야 상상이상.

    그런 모르탄의 말에 무마드가 통제에 집중하며 작게 광소를 터트렸다.

    "크흐. 양산형이라는게 그런게 매력이지요. 어차피 회사에서 또줄거. 내맘대로 할랍니다."

    "..."

    말린다고 말 들을 분위기가 아니다.

    모르탄이 어깨를 으쓱하며 허공에서 두둥실 뒤로 물러섰다.

    이미 다른 둘은 말리지도 않는 상황.

    기륜은 가만히 눈을 감은채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고 적발여인은 언제 던질거냐는듯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확실히 저게 아래로 던져지면 장관이긴 할것이다.

    수천명중 절반은 그자리에서 구워질테니까.

    '남은 사람들도 다 죽겠지. 던지고 바로 돌아가야겠군'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

    빗발치는 레일건 속.

    모르탄이 슬쩍슬쩍, 마치 지휘를 하듯 손가락을 움직이며 날아드는 광선들의 궤도를 틀어버리며 중얼거렸다.

    **

    <망할. 더럽게 높네.>

    어느새 교체한 어깨, 두정의 레일건으로 허공에 공격을 퍼부어보던 군파츠가 이를 갈았다.

    추락시키고 싶어도 하늘에 너무 높게 떠있다.

    거기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주변시야가 굴절되어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얻어걸려 몇발 정확하게 날아들어도 뭔가 수를 써서 퉁겨내고 있는 상황.

    화망을 집중하면 모르겠지만 그랬다가는 주변에서 몰려드는 쿤츠들에게 모조리 찢어발겨지리라.

    쿠구구구구...

    <어때. 저거 얻어맞아도 버틸것같아?>

    그런 군파츠의 말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계인형, 크탄의 호위를 받으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달리안이 고개를 저었다.

    "배는 버텨도 사람이 못버텨요. 그리고 엔진이나 구동부는 버텨도 시스템회로가 타버릴 거에요."

    <그 말은...>

    "시동이 꺼질거에요. 이자리에 그대로."

    <아아아아아. 난 이건 그냥 안들을걸로 할래.>

    콰아아아아앙!

    전신을 붉은 빛으로 휘감은채 날뛰던 군파츠가 콕핏에서 아아아아 소리를 내며 현실을 무시하려했다.

    이 한복판에서 배 시동이 꺼진다?

    좋은 쪽으로 상상하려고 해도 상상할수가 없다.

    잠시 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카트란 이 망할 새끼야아아아아아! 네가 불렀으면 어떻게 좀 해보라고오오오오!>

    참다 못한 군파츠의 포효에 가까운 괴성이 쩌렁쩌렁 갑판 위에서 울려퍼졌다.

    **

    지하.

    ... 고오오오오!

    "..."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에 강태석이 혼미한 와중에 정신을 차렸다.

    잠깐 기절한 모양.

    쿠아아아앙...

    우아아아악!

    어둠속.

    사방이 여전히 붉은 피와 짐승들의 괴성으로 점철되어있다.

    이제는 비명성조차 얼마 들려오지 않았다.

    상황은 아까전보다 훨씬 더 최악.

    콱콱!

    콰드드드득!

    마치 차오르는 물에 서서히 떠오르듯.

    고삐가 풀려 밀려들고 밀려드는 놈들에 의해 살아남은 이들은 이제 숫제 바닥조차 밟지 못하고 들어차오르는 쿤츠 놈들을 짓밟으며 분투하고 있다.

    이쯤되면 서로에게 깔려죽는 쿤츠 놈들이 자신들 손에 죽는 놈들보다 더 많을 상황.

    어찌나 녀석들이 맹렬하게 차오르며 덤벼드는지 이제는 150m 꼭대기에 있던 원형의 금속덮개가 자신들 머리위까지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있었다.

    물론 두께가 10m가 넘을 금속바닥을 뚫을수도 없고 올라가도 똑같이 짐승놈들의 바다가 펼쳐져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즉 강태석이 살아있는 이유는 두가지.

    첫번째, 아직 구련장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주변에서 싸우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두번째.

    콰드드드드득!

    콰드드드득!

    콰드드드드드드득!

    '아씨. 작작해라.'

    자신의 몸을 마치 수수깡처럼 제멋대로 꺾어대며 대신 벨페른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전마강갑의 검은 줄기들에 강태석이 혼미한 와중에도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을뻔했다.

    근육이 이미 모조리 끊어지고 뼈는 조각조각 부러진 상황.

    피부는 너덜너덜해졌고 몸의 피는 무슨 반쯤 빠져나간 느낌이다.(실제로 그렇지야 않겠지만.)

    즉 자신의 육체는 지금 그냥 사지만 붙어있을 뿐이지 고기가죽인형수준이라는 의미.

    그리고 그런 육체를 검은 강선들이 옭아매고 멋대로 휘두르며 주변의 쿤츠들을 후려치고 베어내고 있었다.

    마리오네트, 광전사모드.

    사용자가 죽을때까지 사지를 움직여 싸운다.

    그렇게 강제로 움직여질때마다 끊어진 근육과 조각난 뼈에서 격통이 치솟아 송곳처럼 강태석의 뇌와 전신 신경을 쑤셔댄다.

    강태석이 정신을 잃었던것도 그때문.

    인간이 감당할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격통의 연속.

    덕분에 강태석의 정신은 또다시 혼미해지기 일보직전.

    콰드드드드득...

    '안되는데... 도박에 실패하면.'

    몰려드는 격통에 또다시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속, 간신히 시선을 다잡으며 강태석이 중얼거렸다.

    최후의 도박에 걸 패.

    그건 결국 자기 자신.

    한줄기만 더.

    한놈만 더.

    한놈만.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서.

    그렇게 하면 도달할수 있을줄 알았다.

    그렇게 하면 <벽>을 넘을수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쿤츠를 처치했습니다. 소정의 경험치를 확보합니다.>

    <현재 경험치 10(99.99%).>

    <쿤츠를 처치했습니다. 소정의 경험치를 확보합니다.>

    <현재 경험치 10(99.99%).>

    <...>

    아까부터 끝도 없이 눈앞을 메우고 있는 상태창.

    진즉에 100%를 채웠어도 모자랄 지경이거늘 도무지 언제 벽을 넘으려는지 신호조차 없다.

    마치 끝없이 가까워지지만 결코 닿지못하는 선에 다가가는 것처럼.

    뭐가 문제지?

    생각을 해보려하지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이미 마력도 거진 바닥나가는 상태.

    정신이 혼미하고 이성은 반쯤 나간상태였지만 한가지는 알수 있었다.

    마력이 바닥나고 마리오네트가 풀리면 그나마 부지하고 있는 목숨조차 끝날거라는 걸.

    '제기랄. 이상하네. 이번엔 훨씬 더 잘 플레이했는데. 가진것도 많고. 뭐이리 안 차.'

    평소 플레이하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플레이했다.

    그리고 평소라면 진즉에 레벨업했어야할만큼 싸웠다.

    자신이 정확히 재가며 플레이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때그때 세계관따라 다르긴 했지만 평균적 감이라는게 있으니까.

    하지만 투정도 거기까지.

    강태석은 자신이 정말 한계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쓰벌 진짜.'

    스르르륵...

    강태석이 눈을 감으며 다시 한번 정신을 잃었고.

    그렇게 정신을 잃은 순간 마력마저 바닥나 검은 강갑마저 해제되고 그대로 쿤츠들의 물살에 휩쓸리려던 그때.

    콰드드드득!

    마지막 한칼과 동시에.

    <쿤츠를 처치했습니다. 소정의 경험치를 확보합니다.>

    <현재 경험치 10(100.00%)>

    <다음단계로 넘어갑니다.>

    <육체개변 진행합니다.>

    <스탯, <근력(>이 <검체>로 변합니다.>

    <스탯, <반사신경>이 <뇌속>으로 변합니다.>

    <스탯, <체력>이 <기심>으로 변합니다.>

    <스탯, <마력>이 특별보상, <감염된 푸른피>로 변합니다.>

    <스캣, <기술>이 <기예>로 변합니다.>

    <스킬, <검기>를 습득합니다.>

    <전직이 가능해집니다.>

    <전직가능목록>

    >기계포식자.

    >전마강갑지주.

    >여의지주.

    >배의 주인.

    >칠채영창지주.

    >벨페른의 후계.

    >블루블러디.

    >망국의 주인.

    ...

    콰드드드득!

    콰득!

    콰드드드득!

    쉴새없이 떠오르는 상태창속, 휘청이며 쿤츠의 물결속에 휩쓸린 강태석의 육체가 내외로 수상한 소리를 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

    배, 갑판.

    콰아아아아아앙!

    "..."

    '제기랄. 이젠 늦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짐승들을 상대하다 뛰어들 타이밍을 놓친 카티가 하늘에서 점점 더 커지는 푸른 구체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제는 저 짐승들의 바다에 뛰어들어 카트란을 구해와도 늦었다.

    당장 저 깊은곳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거니와 자신이 살아올수 있을지조차 모르겠고.

    더 나아가 그렇게 구해와도 배가 채 빠져나가기전 푸른 구체가 직격해 배의 모든것을 구워버릴 상황.

    하지만 어찌 되었건 최선을 다해야한다.

    '될지안될지 모르겠지만...'

    처어어어어억!

    하늘로 거대한 기갑창을 겨눈 카티가 자신의 두 손에 끼인 청홍쌍갑을 보며 전신에 힘을 주었다.

    이미 청홍쌍갑은 그간 쌓은 체력과 마력으로 인해 온 사방으로 붉고 푸른 빛을 잔뜩 뿜어내고 있는 상태.

    여기에 모든 것을 건다.

    일단 저 푸른 구체를 맞춰 떨어트리면 잠시의 시간이라도 벌수 있을것이고 아니면 그냥 모두 죽는다!

    콰드드드드드득...

    갑판이 으스러져라 발에 힘을 준 카티가 그대로 내달려 창을 내던지려던 그때.

    키이이이이이잉...

    저 멀리, 그들이 선 배 아래 짐승들의 바다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거력이 헤쳐모이는듯한 소리.

    사람의 시선을 온통 끌어모으는 소리.

    이를 들은건 카티뿐만이 아니었다.

    카티를 비롯한 모두가 그 격전속에서도 움직임을 멈추고 저도 모르게 짐승들의 바다, 그 한곳을 바라본 순간.

    쩌저저저저저저저적...

    바닥 아래서 무언가 통째로 쪼개지고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쿠아아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시퍼렇게 물든, 마치 뱀의 대가리같은 연검이 수십미터 일렬로 휘둘러지며 가운데 걸리는 짐승들을 모조리 쪼개고 바다 한가운데 피분수를 만들며 솟구쳤다.

    **

    상공.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무마드는 금빛 초승달 앞에 놓인 패널을 광기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아주 조금만, 조금만 더.

    지금 내던져도 아래있는 녀석들을 대부분 구워버리기엔 충분하지만 그걸론 모자라다.

    적월로 탐색한 바에 의하면 좀 더 모아야 자체방어를 뚫고 시스템의 회로를 모조리 태워버릴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체회복이 되겠지만 그정도면 아래 있는 녀석들이 모두 죽기엔 충분할 터.

    꾸욱...

    상처입은 왼팔을 꾸욱 누른 무마드가 분노를 담은 눈으로 정신을 집중하려던 그때.

    "... 던져."

    "뭐라구요?"

    "던지라고요. 지금."

    무마드가 모르탄의 말을 잘못들었다는듯 되물었다.

    모르탄탄은 반말을 쓴적이 없는데 반말이라니?

    무마드가 뭐지? 하며 고개를 든 순간.

    "... 던지라구요! 이 등신아!"

    "던져라! 어서!"

    "야 이새끼야! 빨리 던져!"

    모르탄은 물론 기륜과 안트라마저 자신을 다급히 재촉하는 모습에 무마드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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