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60화 (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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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카툰.

중앙플랜트, 임시시장실.

<아아아악!>

<우아아아악!>

콰드드득...

우드득...

"..."

"... ..."

녹화되어있던 중앙플랜트의 기록들을 살펴보던 아린과 군파츠, 기타 쉘터의 장들이 침음성을 삼켰다.

그만큼 영상속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충격 그자체.

"인간이 저럴수가 있나? 아니 애초에 질량상 말이 안되잖아. 어떻게 저 몸뚱이에서 저런 힘이..."

기계병기의 돌진을 맨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부분을 살피던 군파츠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금속바닥에 발가락을 걸었다고 해도 몇톤짜리 기계덩어리가 내는 출력을 완력으로 압도해?

아무리 마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자신들도 나름 초인, 인간을 뛰어넘은 이들.

하지만 영상 안의 괴인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감히 상상도 해본적 없는 것들이다.

빠르게 움직이고 놀라운 감각을 가지는것 까진 이해해도 저런 말도 안되는 괴력이라니?

하물며 더 놀라운건 그다음.

!!!!!!!!!!!!!!!!!!!!

!!!!!!!!!!!!!!!!

칼 한자루를 들고 미친듯 중앙플랜트 전체를 쪼개고 도륙내는 영상을 보던 이들은 이내 숨이 막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이쯤 되면 저걸 물리친 카트란이 되려 이해가 안갈 지경.

"... <군>의 위력은 차원이 다르다더니. 이정도였어?"

중얼거리는 군파츠의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주먹을 꾸득 쥐었다.

그들이 태어난 시대는 전쟁이 종결된 시대.

국가와 연방의 전쟁은 끝이 났고 평범하게 도시에서 태어난 그들이 <군>의 실질적인 위력을 겪었을리가 없다.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그들은 인간 자체가 차원이 다른 병기라느니... 무기도 상상 이상이느니... 이런 뜬 소문들이야 들었지만 와닿을리가 없는일.

심지어 세상이 멸망하고 그들이 힘을 가지게 되었을때도 마찬가지.

그들이 태어나 처음 들어본 무기들인 개인화기들과 에너지소드들도 인간정도는 간단히 찢어발길 정도의 힘을 지녔고.

그들이 얻게된 육체와 마력 역시 인간을 뛰어넘은 힘을 선사해주었기에 <아 뭐야... 이런거였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완전한 착각.

자신들은 말 그대로 아직 <좀 강한 민간인> 수준이었던 것.

당장 화면속의 괴인에게서 답을 찾을 필요도 없다.

이 중앙플랜트에서 무기고를 턴 녀석들과의 교전에서도 자신들은 형편없이 밀렸다!

심지어 이들이 가진, 기갑투창이나 레일건이라는 것도 군에서 그다지 고급무기일것같지 않은 느낌.

"... 왠지 북쪽으로 갈수록 더 괴물같은 놈들이 득시글거릴 느낌인데. 이거 계속 가도되는거 맞아?"

군파츠가 하늘 저너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론상 저 멀리, 북서쪽으로 날아간 카트란 녀석을 찾으러 배를 몰아가야한다.

녀석이 코드를 남겼다고는 하지만 결국 저 배를 온전히 조종할수 있는건 녀석뿐이니까.

한데 이런 영상을 보니 자신이 없어진다.

가다 하늘에서 저런 놈이라도 뚝 떨어지면 말 그대로 <몰살> 아닌가.

도망칠곳도 없이 저 배가 거대한 관짝이 되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계속해서 북쪽으로 가는게 정답은 맞는것일까?

지금 이 중앙플랜트만 해도 살기 상당히 괜찮아보인다.

오히려 지금 이곳에 머무르는게 나을수도 있는 상황.

"..."

"..."

모두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침음성을 흘리던 그때.

절뚝...

"아니. 그대들은 가야합니다."

"당신..."

언제 다쳤는지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타난 사내, 시장 오토른의 말에 모여있던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

다시 도시, 아르테오.

지하 8층.

'다들 잘 지내려나 모르겠네.'

문득 도시, 카툰에 있을 이들을 떠올리던 강태석은 이내 그들을 머리속에서 털어냈다.

당장 중요한건 지금 자신.

고개를 돌려 자신을 타박하는 소녀를 본 강태석이 짧게 상황을 정리했다.

"어차피 이 위는 털릴데로 다 털렸다면서? 다른 사람들도 슬슬 아래로 내려가고 있고."

"..."

"앞으로 어쩌려고. 1층부터 8층에서 답이 있어? 어차피 대박을 안노리면 힘들거같은데."

강태석의 말에 소녀가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대로.

사실 점점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위쪽은 평화롭다지만 어디까지나 일곱 가문이 내린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을때의 이야기.

불쌍하다고 더 주지않는다.

일하지 않는데 먹을걸 준다면 모두가 드러누울거라 생각하니까.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죽이건, 싸우건, 빼앗건 자신에게 정해진 것들만 가져오면 되니까.

실제로 아까전 걸어갔던 이들의 몸이 피투성이였던 것이 그 증거.

이런 상황에서 이 <몸뚱이>로 자신에게 승산이 있을리가 없다.

'아니 그런데 이게 아닌데. 내가 주인인데.'

당황한 소녀가 질겅질겅 자신의 손톱을 깨물었다.

이대로가면 누가 봐도 자신이 끌려다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잠시 고민하던 소녀가 뭔가 깨달았다는듯 눈빛을 반짝였다.

무슨 상관인가.

노예가 공을 세우면 그것은 주인의 것.

자신은 목줄을 채웠으니 그냥 얼마나 잘하나 지켜보면 그만아닌가.

"흠흠. 좋아 그럼. 가볼까 아저씨? 실력 좀 있나보게."

"..."

"대신 여차하면 난 잽싸게 도망칠거야. 알아서 잘해."

"... 그래 뭐."

보통 야무진 녀석이 아니라고 생각한 강태석이 어깨를 으쓱하며 9층, 아래로 가는 곳을 향해 앞장섰다.

**

<9F>

<이곳은 VIP 전용입니다.>

<카드를 대어주십시오.>

문패에는 경고문이 쓰여있었고 옆에는 카드를 가져다대는 용도로 보이는 작은 센서가 있었지만 이미 박살난지는 오래였다.

문도 강제로 잡아뜯겨 열려있는 상황.

후우우웅...

왠지 모를 찬바람과 으스스함이 감도는 문 너머를 바라보던 강태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소름돋는다는듯 팔을 비비적거리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데려가는게 맞나?'

이녀석이야 나름 자신감있게 총들고 서있지만 자신 입장에서는 옆에 무슨 폭탄스위치를 데리고 다니는 느낌.

이녀석 말대로라면 녀석이 죽으면 자신의 목에 있는 폭탄도 터진다.

전마강갑이 고위력의 폭약을 모두 막아내지 못하는건 이미 확인했으니 썩 유쾌한건 아닌 상황.

하지만 강태석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위에 따로 놔두는게 오히려 지금은 더 신경쓰일것 같았다.

아래 내려간다고 해서 반드시 충돌하는 것도 아니고.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강태석이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

"그런데 너는 포인트 많이 받으면 어디다 쓰고 싶니?"

"음?"

"포인트 말야. 포인트가 책정되있던데."

강태석이 허리춤의 카탈로그를 톡톡 쳤다.

말 그대로.

1포인트는 하루치의 식량과 물, 그리고 기타 생필품을 구매할수 있는 양을 의미했다.

그리고 카탈로그에 쓰여있는 점수는 그야말로 천차만별.

어떤 물건들은 자그마치 1,000포인트에 달하는 것들도 있었고.

어떤 것들은 라고 하여 1,000포인트가 넘는다는것만 알려주고 가치가 쓰여있지 않은것도 있었으며.

이렇게 벌은 포인트를 굳이 생필품으로만 받아야하는 것도 아니었다.

특제무기, 생체강화, 초회복, 기타등등.

그런 강태석의 말에 멈칫한 소녀가 이내 들어가다말고 서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카탈로그 한쪽을 가리켰다.

"나는 다른 섬으로 갈거야."

"다른 섬?"

"그래. 여기 이 <이동권>을 사서."

이에 강태석이 소녀가 짚은 카탈로그, <보상> 부분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써있었다.

다른 섬으로 갈수있다는 <이동권>이.

가격은 500포인트.

하지만 강태석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아무리 일곱가문이니 뭐니 떵떵거리고 있어도 결국은 이동네에서 돈이랑 세력 좀 있던 녀석들.

세피로트 타워 위, 올림포스에 살던 녀석들과 비슷하다.

물론 이곳에서는 비할바없는 왕처럼 군림할수 있겠지만 저 은빛바다, 웜즈씨를 건너는건 또다른 이야기.

1800년대의 사람이 돈이 넘친다고 우주선을 살수 있는가?

어찌저찌 타르늄금속의 비밀을 알고있다고 해도  떠도는 섬들에 대한 정확한 좌표가 없다면 저 망망대해, 사람의 감각을 흐리는 웜즈씨를 끝도 없이 떠돌아야하며.

자신도 섬의 위치를 읽어낼수있는 오시리스가 있기에 자신있게 항해를 나선 것이지 사실 장갑차에 타르늄 좀 두른 정도로 먼길을 헤쳐갈 자신은 없었다.

이건 저 다른 섬이라는 곳이 어떤 섬인지 이전의 문제.

그런 강태석의 말에 소녀가 콧김을 내뿜었다.

"물론 일곱가문은 그런데 관심없지. 하지만 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상인>들이 있거든. 그 녀석들이 배로 웜즈씨를 건너는걸 직접 봤다고."

"허..."

직접 봤다니 믿을수밖에.

또 그런 <외지인>들이라면 이 웜즈씨를 건널 또 다른 수단이 있을수 있다.

'짚이는 놈들이 몇 있긴 한데... 그놈들이 맞나 모르겠네.'

바다를 건너다닐 능력과 목적이 있는 녀석들.

당장 머리속에 몇 떠오르긴 하는데 확실하진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강태석의 등을 소녀가 탁탁 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열심히해. 포인트 많이 벌면 같이 데리고 갈테니까. 먼저 가있는 친구들도 소개해줄게. 내 친구들 완전 능력있다고."

"..."

<너는?>이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고올라왔지만 이걸 내뱉을 정도로 강태석은 사회부적응자는 아니었다.

그저 이제부터는 눈앞의 문제에 집중할뿐.

끼익...

완전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강태석은 당장 눈앞에 나타난 세갈래 복도를 바라보았다.

벽을 따라 우측, 좌측, 정면.

그리고 각 갈림길에 붙어있는 안내표지판.

<희귀동물 보호센터>

<대륙 박물관>

<자인 공방>

각기 좌측, 정면, 우측.

잠시 고민하던 강태석이 무릎꿇은뒤 허리춤의 칼을 세우고 지긋히 눈을 감자 뒤에 서있던 소녀가 흥미진진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방식으로 길을 찾는거지?

뭔가 자신만만해보이더니 한수가 있는 모양.

하지만 잠시후.

떨그렁.

"좋아. 이쪽으로 가자."

"... ... ......"

"뭐 왜."

칼이 넘어진 방향, 왼쪽을 보며 벌떡 일어서는 강태석의 모습에 소녀의 눈에 한껏 불신이 어렸다.

**

강태석의 생각은 간단했다.

어딜 가나 재수좋으면 물건이 남아있을 것이고 재수없으면 적을 만날 것이다.

온전히 보존되어있다면 모를까, 다른 녀석들이 한껏 휩쓸고다니고있는 장소에 무슨 확실성을 기대한단 말인가.

하지만 뒤따르는 소녀의 생각은 그게 아닌모양.

주춤...

앞장서는 강태석과 10m쯤 거리를 두고 언제라도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 입술을 달싹이던 강태석이 숨을 푸 내쉬며 정면에 집중했다.

제법 넓다란, 어찌보면 밋밋하던 복도가 끝나가며 이질적인 무언가들이 복도 양쪽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이는건 두꺼워보이는 유리케이스들.

한면이 5m에 달하는 정사각형의 유리들이 복도 양쪽으로 주욱 늘어서있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것들은...

"동물원같은 느낌인데."

각양각색.

깨지고 구멍난 유리케이스들 너머로 보이는 다양한 환경을 바라보며 강태석이 중얼거렸다.

물통, 수풀, 나무, 그물.

어떤 곳에는 말라붙은 연못, 어떤 곳은 작은 모래사장까지.

각기 다른 깊이를 자랑하는 케이스들 너머는 그야말로 온갖 생명체들의 흔적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금은 한마리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보호센터가 아니라 그냥 밀수해서 구경하던데 아냐?'

중얼거리던 강태석은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뭐가 되었건 일단 필요한걸 구해서 가면 그만.

벨페른의 칼을 움켜쥔 강태석이 좀더 깊은곳으로 가보려던 그때.

그르르르릉...

"... 설마 아직 살아있는 녀석이 있었다고?"

저너머, 어둠속에서 번득이는 네개의 안광에 강태석이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

9층, 자인공방 방향.

쿠아아아아아아앙!

"와우. 어떤 얼간이가 설마 보호센터 쪽으로 갔나?"

무너진 화로를 뒤지던 사내들이 저멀리서 터져나온 괴성을 들으며 시시덕거렸다.

**

교훈 1. 설마가 사람잡는다.

교훈 2. 찍기도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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