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57화 (57/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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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

콰아아아아앙!

돌진하는 십수개체의 기계병기.

위에서 퍼부어지는 화력들.

시종일관 여유롭던 사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꿈틀거리며 표정이라는게 생겨났다.

콰드드드득...

벽을 뚫으며 달려든 늑대 형태의 기계병기가 사내를 양입 사이에 넣고 짓이길 것처럼 힘을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공격.

하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우드득...

뭔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눈썹이 역으로 꺾였다.

동시에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과 함성.

쏴! 쏴! 여기서 잡아!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앙!

기계병기 째로 구워버리겠다는듯 그야말로 퍼부어지는 공격.

레일건에 투창에 폭약에 개인화기.

거기에 원래 쏘아보내지고 있던 번개까지.

마력이 충만하던 아까전과는 다르다.

번개를 버텨내느라 마력이 소모된 지금, 하나하나가 뼈속까지 울리며 다가온다!

"으아아아아! 이것들이 정말!"

결국 그 속에서 참다 못한 사내가 괴성을 내지르며 오른손의 칼을 치켜들었다.

금속, 아르카나.

마력에 가장 잘 반응하는 재질로 만들어진 천혜의 보물.

키이이이이잉!

사내가 마력을 불어넣은순간 칼날에서 솟구치던 푸른빛이 폭증하며 수정같던 검의 표면에 쩍쩍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 사내가 칼을 수평으로 휘두른 순간.

쩌저저정!

사르르륵...

유리처럼 깨져나간 푸른빛 수정의 파편들이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싸우던 사람들중 일부는 일순 저도 모르게 그 파편에 시선을 뺏겨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을 정도.

물론 그 정체를 알고 있던 강태석에겐 아니었지만.

"숙여!!"

크게 소리를 친 강태석이 남은 힘을 끌어모아 번개의 창을 후려갈겼지만 아주 살짝 늦었다.

콰콰쾅!

콰쾅!

쉴새없이 쏘아보내진 수십줄기 굵다란 번개줄기들이 푸른 수정의 파편들을 후려친 순간.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푸른빛 파편들이 터져나가며 사방을 지워버리는 푸른 해일을 뿜어냈다.

이어 따라오는 충격파와 열기.

얼핏 보면 강태석의 검폭과 비슷하지만 위력이 차원이 다르다.

순수한 에너지 덩어리인 검기의 폭팔.

노출된 순간 전신이 찢겨나가고 피부가 모조리 익어버릴 위력.

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몇몇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지만 그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케이스.

반경 100m.

공격을 퍼붓던 대부분의 이들이 비명조차 못지르고 찢겨나가며 죽었다.

그야말로 상상초월의 위력.

그리고 강태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콰득...

"커흐..."

벽면에 퉁겨나간 강태석이 작은 신음성을 토했다.

전마강갑이 일순간 훅 벗겨져나가버릴 정도의 일격.

마치 섬광이 단번에 그림자를 몰아내듯.

뿜어져나온 푸른 빛의 해일들은 단번에 전마강갑의 어둠을 휩쓸어내고 강태석마저 벽면에 처박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마력과 황금순록의 왕관이 충격을 분산해준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하지만 그 효력도 그걸로 끝.

파지직...

강태석의 몸에서 뿜어지던 푸른 빛이 사그라들고 그토록 두터워보이던 뇌전은 스파크로 변해 정전기처럼 사라졌다.

블루블러드의 효과가 끝났다는 뜻.

그런 강태석의 앞으로.

저벅.

"아아. 아픈건 싫은데. 진짜. 어지간히 해야지."

목을 뚜둑 붙잡고 연기 속에서 걸어나오는 상대를 본 강태석이 애써 창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대도 상태가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어디 한군데는 부러진것 같고 피부도 제법 화상을 입은 상황.

이는 상대의 육신을 금속 이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주던 마력이 동나고 <검체>가 풀렸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유리하다는 걸 의미하진 않았다.

후웅...

"후우. 어떻게 되었건... 내 승리지? 이정도면 그럭저럭 마무리는 가능하겠네."

손에 들린 금속칼을 후웅 휘둘러본 사내의 얼굴에는 다시 여유가 돌아와있었다.

마력도 바닥났고 팔 한쪽도 부러졌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자신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고 한팔과 전신이 멀쩡히 움직인다.

이정도로도 남은 플랜트 <전원>을 처리할수 있는 상황.

자신과 상대들은 그정도 격의 차이가 난다.

"빨리 끝내고... 좀 가서 쉬어야겠어."

"...."

다가오는 사내를 보던 강태석이 숨을 고르고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창에 집중하려던 그때.

타닥...

네개의 철창을 들고 내려앉은 베티의 등장에 강태석과 사내가 멈칫했다.

**

네개의 철창을 손가락 사이에 낀 베티가 자신의 등 뒤, 카트란과 눈앞의 사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둘다 만신창이가 될때까지 싸웠지만 전력의 차이는 여실해보인다.

그정도로 상대의 넘쳐흐르는 기도는 대단했으니.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대단하다.

<고생했어요.>

말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퍼어어억!

뒷발차기로 단번에 카트란을 훅 퉁겨낸 베티가 네개의 철창을 순서대로 내던졌다.

오기전부터 비비 꼬일대로 꼬인 금속섬유, 그 모든 힘을 단번에 토해내는 강렬한 일격!

하지만...

타타타탕!

유려한 궤적을 그려내며 단번에, 마치 이쑤시개마냥 자신의 철창들을 토막내는 상대를 본 베티는 그럴줄 알았다는듯 앞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주변의 자성을 통제해 네개의 철창에서 빠져나온 철가루들을 조종하면서.

화약, 독, 마취성분, 중금속.

각기 다른 성분을 섞은 네 종류의 철가루들.

하나하나가 인간의 폐를 쥐어짜고 전신을 녹이고 내장을 구워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력들을 지녔지만...

후우우우욱!

'그래. 이럴줄 알았지.'

단번에 칼을 휘둘러 마치 마법처럼 모든 철가루 구름들을 휘몰아 걷어내버린 상대를 본 베티는 눈을 감으며 심장의 코어를 작동시켰다.

자폭.

자신의 주인은 절대 해주지 않았을 개조.

하지만 이로서 가능하다.

이거리에서 터지면 아무리 녀석이라도 치명타.

<썩 내 스타일은 아닌데... 안아드릴게요.>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당황한 상대를 보며 웃은 베티가 자신의 팔을 쭈욱 내뻗었다.

이윽고.

키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터져나온 붉은 폭염이 만신창이가 된 플랜트 지하를 단번에 휩쓸었다.

**

"커헉... 크허어억..."

시커먼 연기 속에서 정신없이 뒷걸음쳐나온 사내가 검은 피를 토하며 자신의 심장부를 어루만졌다.

속으로 의문을 품은채.

'어떻게... 어떻게 살았지?'

사내가 뼈까지 드러난 자신의 가슴팍을 보며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전 자폭은 실로 위협적이었다.

마력이 바닥난 상태, 지척에서 터져나온 폭발.

자신이라도 죽었어야 마땅한 일격.

하지만 살아있다니?

"쿨럭... 크흑... 제기랄."

의아해하던 사내가 쌍욕과 함께 피를 왈칵 내뱉었다.

폭발로 인해 들이켜버린 유독가스와 마취성분 철가루가 안그래도 치명타를 입은 폐를 갉아먹고 있었다.

녀석의 의미없어보이는 발악 하나하나가 모여 이꼴을 만든것.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사내는 까득 이를 악물었다.

지독한 것들.

그래, 자신의 임무는 실패다.

그렇다면 중요한건 살아나가기라도 하는 것.

잠시후.

타타타탁.

검은 연기를 둘러보던 사내가 몸을 날려 어딘가로 향했다.

**

쿠르르르릉...

"후욱... 좋아. 여기 있었군."

쩌억...

크아아아악!

멍하니 왔다갔다거리던 생존자 하나를 토막내버린 사내가 눈 앞, 플랜트 한가운데 있는 붉은 금속구체를 바라보았다.

씨앗.

통칭, <민들레씨>.

홀연히 바람을 타고 싹을 틔우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 녀석의 용도는 세가지.

첫번째, 말 그대로 각종 섬에 싹을 틔우는 씨앗, 정보전달체의 용도.

두번째, 만약 섬에 있는 녀석들이 말을 안듣고 <탑>을 망가트렸을 경우 징벌의 의미로 터트려버릴 초강력 EMP탄.

세번째, 정말 꼴사납고 사용하기 싫은 용도지만 어찌보면 가장 필요한 기능인 <비상탈출>용.

"후욱... 빌어먹을. 옆동네 녀석들이 이 기능을 사용했다고 했을때 비웃었는데... 내가 그꼴이 될줄은 몰랐군."

티티티틱.

치이이이익...

사내가 붉은 금속구체에 손을 얹고 코드를 입력하자 시장, 오토른이 그토록 분해하고 싶어했던 붉은 구체의 한쪽 면이 치익 열리며 사람 하나가 들어갈만한 공간이 나타났다.

숨을 고른 사내는 타기전 자신의 뒤, 플랜트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용서할수 없는 녀석들.

지금은 그냥 물러나지만 절대 그냥 내버려두고 갈수는 없다.

이곳에 누군가 살았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지워버리리.

털썩.

티티티틱...

<비상탈출 시퀀스 가동...>

<민들레씨...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탑승을 완료해주십시오.>

쿠르르르릉...

민들레씨의 하단부에서 솟아나온 여덟개의 부스터에서 푸른 불꽃이 서서히 솟구치며 바닥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여덟개의 가속용 부스터.

원거리를 이동할수는 없지만 가까운 옆섬으로의 이동정도는 충분할터.

이어 의자에 앉은 사내가 차갑게 웃으며 몇개의 버튼을 더 조작하려던 그때.

"너... 너... 이 개자식. 어딜 도망가려고."

플랜트 너머, 여인의 울먹이는 목소리와 함께.

철컥.

피피피피피핑!

"커헉...!"

날아든 수십줄기 빛이 좌석에 앉은 사내를 그대로 꿰뚫었다.

**

여인, 포츠는 스스로를 반성했다.

결국 겁먹어 참전하지 못하고 숨어있던 자신을.

하지만 도저히 끼어들수가 없었다.

상대는 그야말로 괴물같았으니.

하지만 아까전 자신을 인질로 잡았던 사내가 자신을 풀어주고 레일건을 건네준건 뭔가 자신에게 해내라는 사명을 건네준것만 같았다.

그 사내가 피투성이가 될정도로, 관련도 없는 플랜트를 대신해 싸우고 있었으니 더더욱!

"허억... 허억..."

간신히 용기를 내어 모습을 드러낸 여인이 연기에 휩싸인 좌석을 보며 두려움에 찬 숨을 헐떡이던 그때.

퍼어어어억!

"아아아아악!"

"이... 찢어죽일 년이."

무언가에 꿰뚫려 허공으로 튕겨나간 여인이 뒤로 처박히면서 피를 토했다.

놀랍게도 자신을 꿰뚫은건 자신이 쏘아보냈던 탄환.

구겨진 탄환이 빗살처럼 내던져져 자신의 폐를 꿰뚫은것.

"아악... 이이익..."

'괴물... 진짜 괴물이다.'

뒤로 처박힌 여인이 연기너머, 좌석에서 팔을 내뻗은채 자신을 증오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사내의 상태는 처참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두렵다.

몸에 총알구멍이 뚫리고 피를 철철 흘리는 와중에도 맨손으로 총알을 던져 방탄복을 뚫어버리다니?

그냥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을 보는 느낌.

철그럭.

"그냥 숨어있었으면 좀더 살수 있었을것을..."

좌석의 구겨진 탄환들을 주워 손 안에서 만지작거리는 사내의 말에 여인이 파르르 눈꺼풀을 떨었다.

말그대로 끝장.

손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

저게 내던져지면 이제 차례대로 몸뚱이에 구멍이 날터.

순간.

터어엉...

"이제 진짜 좀 끝내자. 질긴 녀석아."

"커헉..."

콰득...

피투성이가 된채 <무언가>를 쥐고 바닥에 내려앉은 강태석이 그대로 칠채영창을 상대의 가슴팍에 내리꽃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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