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44화 (44/221)
  • 44화

    콰아아아아아앙!

    오시리스 후미, 상공.

    '대체 저런게 어디서?'

    거력에 튕겨나온 금발 소년이 눈앞, 상공을 짓밟으며 달려드는 크기 30m의 거대한 강철병기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생긴건 그예전, 자신의 나라를 짓밟았던 연방의 전쟁병기를 닮았지만 훨씬 더 위압적이고 흉흉하다!

    후우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앙!

    <커헉...>

    마치 교통사고에라도 난것처럼.

    온갖 폭격과 미사일마저 막아내던 자신, 뇌전의 구름이 날아드는 60m 크기의 거창에 형편없이 꿰뚫리고 자신마저 그 충격에 튕겨나간다!

    그 거력이 어찌나 어마어마한지 몸 안을 그득 채우고 있던 마력이 공격 한번한번에 뒤흔들리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으흐. 크흐흐. 으하하! 그래. 잘 알겠다! 숨겨놓은 한수가 있다는것 잘 알겠어!>

    콰아아아아아아앙!

    번개를 끌어모으다못해 마치 갑옷과 거대한 손톱으로 보일 정도로 휘감은 금발 소년이 되려 달려드는 거대한 로봇을 후려치며 굉소를 터트렸다.

    녀석이 숨겨놓은 패가 굉장히 위력적이라는 건 잘 알겠다.

    한데 그렇다면 왜 그걸 지금 썼겠는가?

    뭔가 굉장한 대가를 지불해야하거나 제약, 혹은 페널티가 있다는 뜻.

    녀석은 제법 특출나긴 했지만 결코 이정도의 힘을 뿜어낼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즉 이는 무언가를 불태워 뿜어내는 마지막 불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다 써봐라! 몽땅 지져 태워주마!>

    콰르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아아앙!

    시퍼런 뇌전의 갑주를 휘감은 소년이 크기 15m에 달하는 거대한 번개의 손톱을 휘두르며 강철의 병기로 달려들었다.

    **

    오시리스, 후미.

    콰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번쩍이는 어마어마한 전투에 아래에서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침음을 삼켰다.

    그건 이제껏 강태석이 싸우는 모습을 봐왔던 아린과 군파츠, 아너스빌들도 마찬가지.

    은빛 파도를 휘몰아쳐 세피로트 타워를 통째로 무너트렸을 때도.

    적색 광기를 휘감고 달려들던 때도.

    암흑의 바다를 부려 모든걸 집어삼키던 때도.

    그때도 분명 평범한 이들은 결코 보여줄수 없는, 상정 외의 모습을 드러내긴 했었다.

    나름 산전수전 다겪은 군파츠나 아린조차도 보고 속으로 질렸을 정도.

    하지만... 결코 이정도는 아니었다.

    폭풍을 가르고 뇌전을 찢는 힘.

    이건 명백히 그 옛날, <연방전쟁>에서나 볼수있었던 상정 외의 대력.

    페널티로 마력이나 체력 조금 지불하고 끝날 수준이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 <금기>나 <제약>을 건드린 것이다.

    혹은 막대한 뭔가를 대가로 바쳤거나.

    그때.

    "거의... 거의 다 와간다."

    키리리리릭...

    폭격에 두들겨맞아 구겨지는 외장과 갈려나가는 기계병기들 속.

    뜯겨나간 후미벽면 옆으로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은빛 지평선에 카티가 나지막히 소리쳤다.

    그 말대로.

    거친 은빛의 격랑대신 훨씬 잔잔해보이는 은빛 바다가 그들 앞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웜즈씨.

    저기만 넘어간다면 일단 안전해진다!

    콰아아아앙!

    격전이 상공으로 옮겨감에 따라 지상에 내리꽃히던 포격도 아까전에 비하면 잠잠해진 상태.

    일단 한숨 돌리던 이들은 이내 그들이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위의 싸움에서 지면 아래는 그대로 쓸려나간다!

    이에 터져라 무기를 움켜쥐던 이들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오시리스의 후미.

    어느새 내려앉아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있는 두 쌍둥이 소녀.

    이들을 본순간 군파츠의 눈썹이 휘어졌다.

    저녀석들 기억난다.

    분명 아까전 하늘에서 내려온 소년의 뒤에 둥둥 떠있던 녀석들.

    이 격전속에서 녀석들을 데리고 다니려면 아무리 소년이라도 여간 성가시지 않을것이다.

    한데 굳이 데리고 다녔다?

    그건 어쩌면 소년에게 있어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

    툭툭.

    키이이잉...

    <야.>

    "?"

    <저거 잡자.>

    어느새 바디슈트로 완전무장한채 툭툭 치는 군파츠의 말에 카티와 아린 등이 후미, 두 쌍둥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전혀 신경쓰지않은채 조용히 쪼그리고 앉은 두 소녀.

    인질을 잡자는 군파츠의 말에 카티와 아린의 미간이 다소 좁아졌지만 그런 이들을 향해 군파츠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 못차렸네. 다 죽고싶어? 지금 나 좋자고 이러는건줄 알아?>

    그런 군파츠의 말에 카티와 아린, 그리고 페리트란들이 정신을 차리고 손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말그대로.

    지금 자신들뿐 아니라 배 모든 이들의 생존이 걸려있다.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라는 상황.

    <나먼저 간다.>

    쿵!

    쿵쿵쿵쿵!

    그런 이들을 뒤로 한 군파츠가 바디슈트로 전신을 감싼채 곧장 쌍둥이소녀, 그중 쪼그려있는 왼쪽을 향해 펄쩍 뛰었다.

    심하게 할생각은 없다.

    단번에 잡아채 위의 녀석이 끼어들기 전에 정리할 속셈.

    하지만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

    턱.

    <... 어?>

    자신의 거대한 금속주먹을 한손으로 가볍게 잡아채는 왼쪽소녀의 행동에 군파츠가 얼빠진 소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부우우우우우우우웅!

    <으아아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쏘아진 볼링공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던져진 군파츠가 비명을 내지르며 오시리스 후미, 객실벽에 처박혔다.

    **

    콰아앙...

    격전지 아래, 배 후미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충격음에 허공에서 싸우던 금발 소년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이윽고.

    키이잉...

    뭔가 아래로 명령을 내려보낸 금발 소년이 눈앞, 강태석을 보며 이죽였다.

    <거의 끝나가나보구나. 네 발악이.>

    촤르르르륵...

    허공에서 허물어지듯 점차 작아지고 있는 강철의 병기를 보며 웃는 상대의 모습에 안쪽, 타있던 강태석이 눈을 감았다.

    녀석의 말대로.

    강제충전의 대가를 받아낸건 자신의 갑옷, 전투강갑.

    자신의 육신으로는 귀족들이나 감당할수있는 그 격렬한 에너지를 감당할수 없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

    촤르르륵...

    <강갑 내구도 급감... 현재 27%>

    <강갑 내구도 급감... 현재 23%>

    쉴새없이 떨어져내리는 수치, 이에 걸맞게 허물어져가는 강갑을 보며 강태석이 주먹을 쥐었다.

    자신이 한짓은 항공모함 가지고 냅다 절벽에 들이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제대로만 다뤘다면 그 이상의 위력을 보여줬을 녀석이지만 현재 그럴 레벨이 안되니 이런 운용밖에 가능하지 않은것.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라도 제대로 해내야한다.

    이제 남은 최후의 수단은...

    '검폭.'

    키이잉...

    콰르르르릉!

    짓쳐들어오는 번개의 손톱을 마주후려치던 강태석이 전신을 둘러싼 강갑의 남은 힘을 모조리 한곳에 그러모으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구도가 박살나 흩어질 녀석.

    마병, 칠채영창은 다시 모여 재조립될 정도로만 힘을 주었지만 이녀석은 거칠것도 없다.

    모든 힘을 불어넣어 터트리면 저기 달려드는 녀석에게라도 치명상을 주기 충분할터.

    '죽이긴 힘들겠지만... 타격만 주면 충분하다.'

    애초에 이벤트보스라는게 잡으라고 있는 놈들이 아니다.

    자라고 자라 멸망을 부르고 세상을 종장으로 이끄는 녀석들.

    하지만 폭격이 쏟아지는 상황, 녀석도 심대한 타격을 입으면 더이상 추격하진 못할터.

    강태석이 마지막 힘을 모조리 끌어모은 순간.

    콰르르르륵...

    콰륵...

    콰드드드득!

    조각나 흩어지며 흘러내리던 강갑병기의 파편들이 모조리 강태석의 손안으로 끌어모여 거대한 창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거대하던 갑주병기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창의 크기는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

    아니, 그걸 넘어 더욱 강렬하게 진동하며 흉험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놈이!!!!!!!!!!!!!!!!>

    마지막 한수를 준비하는 강태석을 향해 금발의 소년이 손톱을 내지르며 달려들던 그순간.

    !!!!!!!!!!!!!!!!!!!!!!!!!!!!!!!!!!!!!!!!

    콰아아아아아아앙!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내질러진 거창이 허공에서 내달리는 번개의 마수와 부딪쳐 대폭발을 일으켰다.

    **

    후우우우웅...

    <전투강갑...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강갑의 힘이 사라지자 이로 인해 지탱되던 역장마저 사라져 허공에 떠있던 강태석의 몸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회심의 일격.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쿠르르릉...

    강갑의 에너지와 뇌전구름이 충돌하며 생겨난 커다란 먹구름속에서 떨어지던 강태석이 필사의 힘을 끌어모아 저너머를 노려보았다.

    확실하게 끝냈어야한다.

    그리고 그러기에 충분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쿠르르르릉...

    쿠르릉...

    "하... 일절만 하자 진짜."

    다시 번쩍이기 시작한 뇌전구름.

    그 속에서 <무언가>를 안고 있는 상대를 본 강태석이 떨어져내리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

    이제는 먹구름이 되어버린 사방속.

    콰르르르릉...

    사방에 번개를 뿌려대던 금발 소년이 자신의 두 팔에 안긴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자신의 앞으로 뛰어올라 자신을 가로막은 쌍둥이소녀의 시체, 아니 파편.

    무표정한 얼굴을 그대로였지만 창을 정면으로 가로막은 상체는 모조리 박살난채 으깨져 내부의 기계파편들을 드러냈고.

    갸냘픈 육체와 전신도 막대한 에너지를 감당못하고 타버려 스파크와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분명 아래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했는데.>

    쿠르릉...

    번개속, 자신의 양팔에 안긴 쌍둥이소녀, 아니 이제는 쌍둥이소녀들이었던 고철덩어리들을 바라보던 금발 소년은 팔에 힘을 풀어 그대로 던져버리려고 했다.

    외양은 닮았지만 어차피 가짜일뿐.

    녀석들은 충실하게 그 쓸모를 다했고 이제는 쓸모가 없으니 그저 버려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둥실.

    망설이다 결국 곱게 자신의 곁으로 아까전처럼 두 소녀를 띄운 금발소년이 손을 주욱 뻗어 먹구름 너머로 향했다.

    <그래. 네 녀석이 이겼다.>

    촤르르르륵...

    남은 마력을 동원해 떨어져내리던 상대를 잡아채온 금발소년이 눈앞, 넝마가 된 갑옷쪼가리를 후두둑 떨어트리며 기절한 상대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녀석의 승리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힘은 거진 소진되었고 폭격은 여전하다.

    부릴수있던 손발도 모두 잘려나간 상황.

    이에 반해 지상에 여전히 질주하고 있는 배는 멈출 생각이 없으며 현재 자신의 힘으로는 저걸 손에 넣기란 요원하리라.

    바다를 건너가면 이제 <심장>은 물건너간 셈.

    자신의 나라가 멸망한 뒤로 이토록 열받기는 또 처음이다.

    분노가 극에 달하다보니 되려 차분해질 정도.

    그렇기에 금발 소년은 덤덤하게 자신의 왼손을 내밀었다.

    <패배지만... 아무것도 못건질수야 없지. 너라도 잘 먹어주마.>

    쩌어어어어억...

    기괴하게 갈라지기 시작한 왼팔이 마치 외계생물마냥 여덟갈래로 벌어져 안쪽에 그득한 이빨들을 뽐낸다.

    그렇게 사람하나 삼키기 충분할 정도로 쩍 벌어진 왼팔이 그대로 눈앞에 둥둥 뜬 상대를 단번에 집어삼키려던 그때.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억...

    갑자기 터져나온 더욱 불길한 소리에 금발소년이 눈을 부릅 떴다.

    소리의 근원지는 눈앞, 기절한채 둥둥 뜬 상대.

    정확히 말하면 깨지고 부스러진 갑옷 사이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한 검은 <무언가>.

    그렇게 새어나온 검은 그림자가 거대한 주둥이마냥 쩌억 벌어져 주변에 어둠을 드리웠다.

    눈 앞, 금발소년이 벌린 왼팔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더 크게!

    <하하. 진짜... 가지가지하는 놈이구나. 본인도 몰랐던 모양인데.>

    기절한 상대를 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린 금발소년의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터업!

    거대하게 벌려진 암흑이 그대로 금발소년과 번개구름을 통째로 베어물어 삼켰다.

    **

    스르르르륵...

    "떨어진다!"

    구석에 처박혀있다가 갑작스레 허공으로 솟구친 쌍둥이소녀가 향한 먹구름속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들이 크게 소리쳤다.

    스러지기 시작한 먹구름속, 그 사이에서 떨어지기 시작한건...

    "카트란!"

    '말도 안돼. 이겼다고?'

    하늘을 바라보던 군파츠가 믿기 힘들다는듯 갸름하게 눈을 떴다.

    아무리 녀석이라지만 <그것들>을 다 이겼다고?

    하지만 그런 군파츠가 뭔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

    터어어어엉!

    터엉!

    누군가가 거칠게 뛰쳐나가 허공, 폭격과 은빛 기계병기들의 물결 사이로 떨어지고 있는 강태석을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