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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멸망 n% 진행중-12화 (12/221)
  • 12화

    <퀘스트 : 방주 설계도안 입수가 발동됐습니다.>

    띠링!

    <파일을 확인할경우 본격적으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이에 강태석이 파일을 클릭하자 넷북 위로 또다른 창이 떠올랐다.

    >수많은 귀족가들의 높은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 <칸델>이 야심차게 준비한 육상전용크루즈 제작프로젝트입니다.

    >위험천만한 <중앙대륙>을 반영구적으로 주파하기위해 핵융합엔진을 기본동력원으로 삼아 설계되었으며 귀족 및 그 고용인들을 위한 각종 생활공간과 유흥시설을 제공합니다.

    >최대 6,800명의 인원이 탑승가능하며 최소의 승무원으로도 운영가능한 반자동화 시설들은 탑승객들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이를 읽어내린 강태석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떠올렸다.

    육상전용 크루즈.

    돈과 여유가 넘쳐나다못해 썩어나는 연방 귀족들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향락.

    각자가 자신들을 뽐낼 배들을 사들이고 자신의 고용인과 수하들을 태운채 아직 연방에게조차 미지로 남았던 <중앙대륙>을 탐험한다.

    1세대, 귀족가를 세운 장본인들보다는 그 자식과 손자들인 2, 3세대들에게 더욱 인기였던 유흥.

    돈아까운줄 모르는 그들 덕분에 수많은 기업들이 육상전용크루즈의 제작에 공을 들였고 많은 이문을 남겼다.

    이 오시리스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일터.

    강태석이 여기까지 떠올릴때쯔음 새로운 퀘스트창이 온전히 떠올랐다.

    <퀘스트-아티팩트 : 방주 설계도안 입수>

    >기업, 칸델은 크루즈의 설계도안을 완성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실제 건조에 들어가기전 도시가 함락되고 말았습니다.

    >눈 앞의 파일은 연구자, 델라크루안이 입수한 간단한 정보에 불과하며 실제 도안이 아닙니다. 실제 설계도안은 현재 도시 한가운데 자리잡고있는 기업, 칸델 사옥 상층부 데이터보관실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를 입수하십시오.

    <현재 퀘스트-아티팩트 : 방주 진행상황>

    >조건 1. 핵융합엔진 확보>성공... B등급.

    >조건 2. 설계도안 확보>미션 발동... 진행요망.

    >조건 3. 타르늄합급 확보>진행중... 33.7%.

    >조건 4. 최고 3.31 ver 이상 보행중장비 확보>39대 확보... 추가확보 진행중.

    >조건 5. 인력 확보>미달... 현재 28명... 완성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온전히 떠오른 창에 무릎위, 크란의 머리를 살포시 들어 침대에 내려놓은 강태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재 몸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몸 내부, 소진된 체력과 마력이 다 돌아오지도 않았고 전투강갑도 과부하로 인해 당분간 2단계,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발동시킬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거 다 나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여유가 없다.

    설계도안을 구해온다고 해서 배가 뚝딱 완성되는 게 아니니까.

    건설되는데 시간도 걸리며 그간 끊임없이 타르늄 합금과 내부구동계, 부자재등을 구해오고 배에 채울 병기와 물자, 자원들도 확보해야 한다.

    설계도안은 최대한 빠르게 구해올수록 좋다.

    그제서야 기초적인 작업이라도 진행될 테니 말이다.

    침대에서 온전히 일어선 강태석이 천막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찰싹.

    아그르르르...

    우둑.

    "커헉..."

    어느새 일어났는지 폴짝 뒤에 매달려 터져라 끌어안는 크란의 팔힘에 강태석이 신음성을 토했다.

    **

    10분후.

    다시 천막안.

    "다녀오세요. 제가 잘보고 있을테니."

    "괜찮겠어?"

    "네. 어쩐지 아까전부터 저는 좋아하더라구요."

    천막 안.

    아앙...

    여전히 불안해보이지만 한결 나아보이는 표정의 크란을 보던 강태석이 그런 소녀를 끌어안은채 쓰다듬고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무기고 내부에서 발견되었던 정체불명의 여인.

    "기억은 찾았고? 이름이라도."

    이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여인이 살포시 미소지었다.

    "달리안. 그게 제 이름같아요. 팔에 써있더라고요."

    그러며 여인이 자신의 왼팔 안쪽을 보여주었다.

    DOLL-IAN.

    선명하게 써진 글귀.

    "이름도 알았고. 기억도 차츰 생각나는게 있겠지요. 어서 다녀오세요. 이 애는 제가 돌보고 있을테니. 겸사겸사 말도 가르치고."

    "말?"

    "네. 굉장히 똑똑해 보이던데요?"

    그러며 아아 거리고 있는 크란의 머리를 쓰다듬는 여인, 달리안의 말에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더할나위없다.

    결국 저 녀석도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려면 말을 배워야할테니.

    "부탁하지."

    이를 마지막으로 천막밖으로 향하려는 강태석을 향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런데 궁금한거."

    "?"

    "진짜 숨겨놓은 자식 아니에요?"

    "... 아니야."

    한숨을 푸욱 내쉰 강태석이 휭 하고 천막문을 닫은채 밖으로 향했다.

    시야에 들어오는건 바깥에서 여전히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그 너머, 폐허가 된 도시.

    목표는 기업, 칸델의 사옥.

    ...

    .....

    웅성거리는이들, 아까전보다 확연히 늘어난 시선들을 느끼던 강태석이 이를 지나 폐허의 도심밖으로 향했다.

    **

    타타타탁.

    "잠깐 스탑."

    철커덕.

    철컥.

    무너진 폐허빌딩 사이를 지나 안전구역 밖으로 향하는중 나타난 아린을 강태석이 빤히 바라보았다.

    키이잉...

    등에 멘 특수한 기계화배낭.

    양어깨 위로 솟아 사방을 살피는 레이져조준경.

    한쪽눈에 매달린 안경, 배낭 양옆으로 솟아난 네정의 개인화기와 한개의 자율조준병기까지.

    예전과는 무장수준이 차원이 다르다.

    "너혼자 가면 가는길에 저격당해 죽을걸. 같이가. 목적지까지 엄호할테니."

    "그런게 있으면 진작 쓰지."

    키이잉...

    폐허 사방을 살피는 장비들에 강태석이 묻자 아린이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이거 우리 쉘터에서도 진짜 귀한거야. 너랑 간다니까 페리트란이 내준거라고."

    그런 아린의 말에 폐허를 걷던 강태석이 잠시 고민했다.

    같이 가는게 맞는걸까?

    아린은 현재 죽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아군이다.

    거기다 지금 가는 목적지는 위험한 곳.

    치직...

    하지만 자신의 몸상태를 살핀 강태석은 이내 같이가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아린의 말대로 저격수, 혹은 화기전문가는 같은 화기전문가로 상대해야하는게 좋다.

    "가지."

    "하하. 진작 그럴것이지."

    키이잉...

    전파방해기능까지 있는지 기묘한 파장을 내뿜는 장비를 등에 맨체 앞장서려는 아린을 보던 강태석은 턱을 매만졌다.

    전파방해장비는 기계로부터 보호해주지만 그 요란한 특유의 파장덕에 인간으로부터 노출되기가 쉽다.

    저격등에 의해 쉴새없이 장비가 박살나고 목숨이 위험해지는 이유.

    쉘터에서야 이 파장까지 차폐가 가능하지만 이동식 장비에는 그런 기능까진 없다.

    하지만...

    '할수있을까?'

    "잠시."

    "아."

    팔목을 잡는 강태석의 행동에 당황하며 멈춰서는 아린을 내버려둔채 강태석은 새로 얻은 스킬의 마력구조를 떠올렸다.

    약식 EMP.

    익히는순간 전파방해장비 없이도 기계병기들로부터 몸을 감춰준다.

    하지만 이 효과가 적용되는건 오직 본인뿐.

    '마력구조식을 개조하고... 발동형태로 바꾸면...'

    순간.

    띠링!

    <... 실험체들의 생체펄스은폐기술이 약식 EMP에 일부 적용됩니다.>

    <약식 EMP가 일부 개조되었습니다.>

    <1인을 대상으로 기계병기로부터의 감지를 막아주는 전자기장 쉴드를 걸어줄수 있습니다.>

    <1일 1회//24시간 지속>

    <이를 작동중엔 약식 EMP(Active)를 발동시킬수 없습니다.>

    <약식 EMP를 발동시킬 경우 작동중이던 EMP쉴드가 자동으로 해제됩니다.>

    성공했음을 알리는 문구에 강태석이 숨을 내쉬며 그대로 기술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우웅...

    "... 뭐한거야?"

    "지하 실험체들에 적용된 기술을 응용해본거야. 이제 전파방해기능 꺼도된다."

    "??? 그게 된다고?"

    자신의 손안에 들린 화기에 방아쇠를 건 아린이 설마하는 표정으로 전파방해기능을 정지시켜보았다.

    만약 스캐럽들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쏴갈기며 다시 기계를 킬 준비를 하며.

    하지만...

    "진짜네."

    "가자. 갈길이 멀어."

    적막한 주변을 보며 감탄하는 아린을 툭친 강태석이 앞장서 걸었다.

    **

    후우웅...

    '엄청 편해.'

    폐허 사이, 카트란의 뒤를 따라걷던 아린이 속으로 감탄성을 토했다.

    전파방해장비를 쓰려면 둘중 하나를 각오해야한다.

    저격을 맞거나.

    아니면 먼저 저격하려는 놈들을 쏘거나.

    한데 전파방해장비없이 돌아다니니 이보다 더 편할수가 없다.

    모습만 감추고 폐허사이로 돌아다니면 되니 말이다.

    "기계사냥꾼은 다 이런 거 할수있는거야? 우리 아빠는 못하는거같던데."

    "아빠?"

    "응. 우리 아빠."

    무너진 폐허 사이를 조심히 거닐던 강태석이 순간 멈칫했다.

    그러고보니 대장이란 자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

    현재 쉘터의 향방을 건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 강태석의 표정을 읽었는지 아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주 그냥 사랑꾼이거든. 항상 도시 전체를 돌아다니느라 바빠."

    이해하기 힘든 말.

    하지만 강태석은 이에 잠시 신경꺼두기로 했다.

    언젠간 만나겠지.

    지금 중요한건 눈앞에 나타난 목표에 집중하는 것.

    "다왔다."

    "... 설마 들어가려는 데가 저기였어?"

    더 세피로트.

    기업, 칸델의 사옥.

    콰르르르릉!

    도시 한가운데, 버섯처럼 드높이 솟은 기묘한 건축물을 아린이 학을 떼며 바라보았다.

    **

    기업, 칸델.

    소비재 중심의 판매로 유명했던 곳이다.

    연방은 생필품 위주의 공급에 집중했으니까.

    그중에서도 유명했던건 도시마다 지어졌던 <더 세피로트>.

    혹은 세피로트 타워.

    높이 1km, 반경 150m에 달하는 기둥이 지상부를 우뚝 받치고.

    그 정상에는 반경 500m에 달하는 돔 형태의 구조물이 자리잡는다.

    마치 거꾸로 도시에 박힌 거대한 못같은 모양새.

    기둥부분은 사옥으로서, 혹은 거주부로서의 기능을 담당했지만 세피로트 타워가 유명해진건 정상의 돔부분 때문이다.

    <올림포스>

    하늘위, 신들의 정원을 상징하듯 이름붙은 곳.

    그리고 그 정체는 최고급, 최상위 거주구.

    기업가, 유명인, 정치가, 금융가.

    돈좀 있다 하는 이들은 모두가 저 하늘 위, 범접하기 힘든 구역에 모여 살며 지상과 스스로들의 격차를 벌렸다.

    마치 자신들은 다른 이들과 섞여 살기엔 다르다는 듯 말이다.

    물론 지금은 도시 전체가 망했고 세피로트도 예전처럼 범접 불가의 철옹성 느낌은 아니지만...

    "저기 진짜 악질인데."

    철컥.

    지상, 세피로트로 들어가는 기둥부분의 입구를 보며 화기를 정비하는 아린의 말에 강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 있고 힘있으면 대처력도 남다른 법.

    세상이 흉흉해지자 세피로트 타워의 정상부분에 살던 이들은 즉각 스스로들을 지키기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했다.

    세피로트 타워 전체에 전파방해장치를 둘러버린것.

    이로서 기계들로부터는 안전해졌다.

    어느정도냐면 실제로 도시가 무너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타워안에 터질듯 몰려들었을 정도니.

    하지만 정상의 이들은 그렇게 몰려든 이들을 썩 배려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상으로 향하는 문을 걸어잠근 채 이 한마디를 던졌다.

    < 너희들끼리 싸워라.>

    투타타타타!

    타타타타!

    아아아악...

    "저긴 진짜 킬링필드야. <배급> 받으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장난 아니라고. 진짜 들어갈거야?”

    타워로부터 300m가량 떨어진 폐허, 그들이 선 곳까지 들려오는 총성을 가리키며 아린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

    투타타타타타!

    투타타!

    <오늘의 배급은… 도시락 50개, 생수 100병, 탄창 1000개, 축전지 100개>

    <거기에 특별보상으로… 무인방어드론!>

    <모두가 힘내시길 바랍니다.>

    투타타타타타!

    “우아아아아! 우와아아아! 저건 내꺼야!”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스피커소리속.

    열리는 엘리베이터문, 쌓인 상자들을 보며 한 사내가 괴성과 함께 총을 내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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