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재 멸망 n% 진행중-6화 (6/221)
  • 6화

    레벨이 올랐다고 해도 물량에는 장사없는 법.

    콰드드드드득!

    쉴새없이 달려드는 스캐럽의 충격이 강태석의 전신을 두드린다.

    하물며 공격특화의 스캐럽은 더더욱 그러하지만 강태석이 지금까지 버틸수 있는 이유는 전신을 감싼 강갑덕분이었다.

    <전투강갑-활성중...>

    <방어력과 근력, 감각이 대폭 향상됩니다.>

    <아이템과 스킬의 위력이 소폭 향상됩니다. 전자기장//태도 야마하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콰득!

    달려드는 스캐럽을 주먹질로 으깨버린 강태석이 시선을 돌려 저멀리, 자신이 내던진 스캐럽 파편에 꿰뚫린채 벽면에 축 늘어진 사내를 바라보았다.

    일단 올라가는건 막았고.

    이제 문제는 옆에서 총기를 겨누는 또다른 사내.

    칼로 총격을 막는건 당연히 불가능.

    쩌어어어어억!

    방금전처럼 파편을 던져 저지할 시간이 부족하다.

    태도, 야마하를 휘둘러 달려들던 스캐럽을 쪼개버린 강태석은 그대로 한손으로 절반을 움켜쥐고 방패처럼 앞에 내밀었다.

    이어지는 요란한 소음.

    투타타타타타!

    티티티팅!

    순식간에 날아든 폭풍같은 총격들이 날아드는 스캐럽들 사이를 지나 쉴새없이 강갑과 방패처럼 내세운 스캐럽 위를 두들겼다.

    이시대, 오랜 전쟁으로 인해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한 개인화기.

    기계병기인 스캐럽엔 잘 먹히지 않는다해도 인간 하나를 그자리에서 갈아버려 곤죽으로 만들기엔 충분한 수준.

    하지만...

    타타타타탕!

    어어어어어?

    형편없이 튕겨나가는 총알.

    이를 믿을수없다는듯 경호성을 토해내는 사내를 향해 강태석은 방패처럼 들고있던 스캐럽 반쪽을 그대로 내던졌다.

    이윽고.

    퍼어어어어어억!

    꺼억...

    한명은 꿰뚫리고 한명은 박살나고.

    사이좋게 기절한 둘을 본 강태석은 심호흡을 한뒤 칼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

    키드드득!

    포기를 모르고 달려드는 스캐럽.

    이를 쪼개며 질주하는 검.

    잠깐의 저항이 있었지만 이어 강태석은 무사히 빌딩 아래, 전파방해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권역으로 도달할수 있었다.

    잠시후.

    키이이잉...

    키잉...

    콰드드득!

    "후우."

    감지를 하지못하고 다시 땅속으로 파고들어 사방으로 흩어져가는 스캐럽들을 본 강태석은 숨을 길게 돌린뒤 쓰러진 사내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총기와 자신의 전신을 감싼 강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이녀석이 개인화기의 위력을 온전히 버텨낼수 있을지 알수 없었다.

    귀물이라 하지만 성장형은 레벨이 낮을때 오히려 충분한 위력을 내지 못하니까.

    하지만 결과는 대만족.

    역시 이 강갑은 카트란의 기록대로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물건이다.

    화기로부터 강한 면역을 지니는 기계병기들이 온곳.

    그렇기에 이 강갑또한 개인화기로부터 면역이다.

    가장 위협적인 요소중 하나로부터 숨돌릴수 있게된것.

    10레벨 넘어 <검기>를 발현하기 전에는 초인이고 나발이고 저격이나 제압사격은 충분히 위협적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안심이다.

    동시에 켜지는 상태창.

    <레벨 3 달성!>

    <추가스탯 3이 지불됩니다.>

    <스킬슬롯이 추가해금됩니다. 한개의 스킬을 추가등록할수 있습니다.>

    ...

    <스킬선택... Active <고폭장>을 추가습득하셨습니다.>

    <사용시 가진 병기에 강력한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사용후 과부하와 단기간의 기력저하가 찾아올수 있습니다.>

    <스탯투자... 마력 3 투자>

    ...

    <강태석>

    >레벨 : 3(21.09%)

    >직업 : 기계사냥꾼(등급-E)

    >스킬 : 정전기장(Passive)(등급-E)//고폭장(Active)(등급-E)

    >스탯 : 근력4/반사신경1/체력3/마력5/기술2.

    >무장 : 전투강갑(S)/태도-야마하/특수전투목적용 배낭(Used)...

    쉴새없이 눈으로 클릭을 마친 강태석이 숨을 골랐다.

    전투강갑을 통한 방어력 상승.

    부족한 마력의 보충과 고폭장의 습득을 통한 공격력 강화.

    거기다 레벨 3 달성.

    나쁘지 않은 속도다.

    스스로 의지로 올리게된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말이지."

    투욱.

    발치의 사내둘을 걷어차 굴린 강태석이 숨을 고르고 빌딩 위를 바라보았다.

    아마 잡혀간 녀석들은 이곳에 있을터.

    덕분에 개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와야했다.

    사실 방해전파기기만 있다면 굳이 이곳이 아니라 다른 쉘터를 갔어도 되는 일이지만...

    '이왕 잘해보기로 한거. 아깝지.'

    촤르르륵.

    강갑을 감싼 강태석이 거침없이 계단 위로 향했고 잠시후.

    퍼어어억!

    퍼억!

    우윽...

    계단을 따라 터져나오는 억눌린 비명성들이 차츰차츰 위를 향해 타고 올랐다.

    **

    다시 현재.

    51층.

    텅!

    텅!

    텅!

    퍼어어어억!

    "커억!"

    49층, 50층, 51층.

    단번에 한층계씩 껑충껑충 뛰어올라 기습적으로 멍때리던 병사의 복부를 걷어차버린 강태석이 순식간에 안쪽의 상황을 파악했다.

    벌떡 일어서는 한 청년.

    단번에 반응하는 열한명의 무장군인.

    그 한가운데 인질로 묶인 익숙한 얼굴들.

    갑옷으로 얼굴을 가리고있던 강태석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다 순식간에 결단을 내렸다.

    '모르는척한다.'

    텅텅텅!

    콰악!

    "우아아아악"!

    순식간에 달려나가 자신이 걷어차 날아가던 사내의 뒷덜미를 다시 잡아챈 강태석이 그를 통째로 다른 군인들에게 잡아던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인질극이라도 벌어진다며 자신도 위험하고 잡힌 이들도 위험하다.

    차라리 자신이 정체불명, 난입한 적의 컨셉으로.

    어차피 이런 짓을 벌이는 놈들이라면 원수도 많을터.

    "복수해주마!"

    터어어엉!

    큰 의미없는, 여러가지 뜻으로 해석가능한 소리를 외쳐 시선을 사로잡은 강태석이 거침없이 발을 굴러 누군가에게로 돌진했다.

    빌딩의 바로 한가운데.

    딱 봐도 뭔가 있어보이는 청년 옆, 가죽수납가방을 들고있던 녀석을!

    콰지직!

    "끄악..."

    일격.

    상대도 레벨이 3정도 되어보였지만 당황한 틈을 타 턱에 정확히 꽃힌 강갑의 파괴력을 견디지 못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을 던져 청년을 보호한게 기특할 정도.

    하지만 이제 노마크.

    후우우우우웅!

    왼손으로 턱주가리를 날렸던 강태석이 그대로 몸을 틀어 오른주먹으로 일어선 청년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이놈만 잡으면 끝.

    주변놈들이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사격을 못하는게 딱 봐도 중요인물이다.

    하지만 강태석의 일격이 턱에 꽃히기전.

    터엉!

    콰지지직!

    "너 뭐야. 이새끼 어디서 나왔어?"

    표횰한 몸놀림, 그 사이에 이루어진 정확한 일격.

    단번에 칼로 자신의 목덜미 부근을 벤것도 모자라 반경 5m 바깥으로 훌쩍 물러난 상대의 모습에 강태석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상당히 깊숙히 패인 흔적.

    상대는 뭔가를 배운 놈이다.

    투타타타타!

    "어디서 개수작이야."

    티티티팅!

    허리춤, 아까전 빼앗았던 화기를 왼손으로 뽑아들아 반동을 억제하며 한손으로 후려갈겨본 강태석은 이를 모조리 피해버리거나 튕겨내버리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총을 내던진후 다시 앞으로 뛰었다.

    총기는 소용없다.

    미세하게 키잉거리며 돌아가는 녀석의 왼눈동자, 유려하게 움직이는 칼날.

    총기의 방향을 보고 탄도를 읽는 안구강화시술에 자동방어 알고리즘을 이미 설치했다는 의미!

    '이런 외곽에 있을 놈이 아니다.'

    "다들 당할만했군. 반항못하고."

    "엉?"

    후우우우웅!

    어느새 달려온 자신에게 거침없이 칼날을 휘두르며 퉁명스레 대답하는 상대의 말에 강태석이 웃었다.

    "당할만했다고. 그리고 잘가라."

    동시에.

    콰직.

    뻐어어어어엉!

    "썅...!"

    한팔로 칼을, 발로 복부를.

    후우우우우웅!

    강갑의 중량차를 감당못하고 뻥 뚫린 플로어 밖, 바람이 휘몰아치는 고공으로 퉁겨나간 상대를 보며 강태석이 손을 흔들었다.

    **

    우아아아아아아! 이 망할 새끼이이이이...

    아래로 아스란히 떨어져내리는 녀석의 비명성이 플로어에 울려퍼지며 강태석, 그 뒤에 서있던 군인들을 당혹감으로 물들였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모든게 벌어진 상황.

    이익..

    철커덕.

    몇몇, 정신차린 군인들이 개인화기를 겨누고 창가, 그들을 등진채 선 강태석에게 후려갈기려 했지만...

    타타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그보다 먼저 울려퍼진 열두발의 총성.

    이에 고개를 돌린 강태석이 모조리 쓰러진 군인들과 경계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겨누고있는 아린을 바라보았다.

    아까전, 가죽세트에서 떨어진 날카로운 칼로 밧줄을 풀고 떨어진 총으로 순식간에 사격을 끝낸것.

    '기대 이상이야.'

    저격수 제거도 그렇고 찰나의 순간에 열명의 제압.

    치이이이익...

    "나다."

    "...!!!!"

    갑옷의 머리를 열어보이는 강태석의 말에 아린을 비롯한, 묶여있던 이들의 표정이 놀람으로 바뀌었다.

    **

    후우우우웅!

    "무기고에서 얻었다고?"

    "그래."

    "... 너 그런게 거기있다는걸 알고 있었구나."

    폐허사이를 걸어 돌아가던 아린의 답에 강태석이 어깨를 으쓱했다.

    노코멘트.

    이에 눈을 가늘게 뜨고 강태석을 빤히 바라보던 아린이 이내 호탕하게 웃으며 강태석의 등을 탕탕 쳤다.

    "하하 그래그래 뭐! 좀 수상~하면 어때! 네덕분에 얻은게 산더미고 목숨까지 구해줬는데."

    아린이 뒤, 아까보다 훨씬 밝은 표정으로 따라걷고 있는 무장병사내와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등뒤에는 뭔가가 한보따리씩 들려있었다.

    무기고에서 강태석이 구해온 전파방해기기.

    거기에 레드헬이 들고다니던 개인화기에 물자, 보급, 무장까지.

    한번의 외출에 얻은게 정말 많다.

    가장큰건 레드헬의 그 괴물같고 사악하던 놈을 제거한것.

    "그놈이 죽었으니 이제 좀더 안심하고 행동할수 있겠지."

    이에 걷던 강태석이 덤덤히 말했다.

    "안죽었을걸."

    "엉?"

    '그리고 그거 한놈도 아닐테고.'

    후우우웅...

    어느덧 쉘터 근방까지 다가온 강태석이 저 멀리, 흙먼지가 휘날리는 무덤같은 빌딩도시를 바라보았다.

    **

    폐허,

    콰직!

    "크흐윽... 우아아아아! 이 개자식! 잡히면 찢어죽인다 진짜!"

    박살난 돌무더기에서 튀어나온 청년이 피투성이가 된채 지평선 너머를 보며 괴성을 내질렀다.

    **

    쉘터, 무기관리공간.

    "..."

    제법 넓은 평수의 직육면체 지하공간속, 페리트란이 자신의 앞에 수북히 놓인 물건들을 보며 눈썹을 움찔거렸다.

    잠시 후.

    "... 믿을수밖에 없겠군."

    "어? 왠일이야? 의심많은 페리트란이?"

    강태석의 옆, 군인들과 함께 서있던 아린의 말에 못마땅한 눈으로 흘기던 페리트란이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정찰대도 돌아왔으니까."

    "그 말은..."

    "그래. 사실이더군. 그곳은 상대적으로 기계병기들의 분포가 적다는게 확인되었다. 뚫는다면 그쪽이겠지."

    이에 아린을 비롯한 군인들의 표정이 아까전보다 더 환해졌다.

    정말 탈출할수 있다고?

    하루하루 죽을때만을 기다려야했던 이 지옥같은 곳을 떠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방위도시로 향할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이들을 향해 페리트란이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상대적이야. 여전히 기계병기들은 그쪽을 돌아다니고 있어. 거기다 고위병기들에겐 전파방해기기도 제대로 안먹히겠지."

    "..."

    "거기에 뚫고서도 문제다. 도시 밖으로 가면 <웜즈씨>가 있으니까. 우리가 도시외경까지는 못가본게 아니지."

    "... ...."

    이에 군인들의 표정이 침음으로 물들었다.

    그래, 이제까지 도시밖까지 못가본게 아니다.

    자신들도 대장과 페리트란을 비롯해 상당한 강자들이 있었고 그렇기에 때때로는 목숨을 건 시도끝에 도시, 그 경계가 끝나는 외곽까지 도달해보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들의 눈 앞에 자리잡았던건 절망뿐.

    <웜즈씨>

    작은 기계나노머신들의 바다.

    쉴새없이 꿈틀거리는 그 유기체의 물결들이 그 위를 지나는 모든 물체들을 사정없이 갈아버리고 해체한다.

    스캐럽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흉험의 상징.

    그런 이들을 향해 페리트란의 목소리가 다시한번 울려퍼졌다.

    "그래서 한번더 묻지."

    "...?"

    "카트란. 혹시 그 바다조차 지날 방법이 있나? 그게 있다면 나는 정말 네놈에게 엉덩이라도 대줄수 있을거같아."

    이에.

    "엉덩이는 필요없고. 방법이야 당연히 있지."

    "!!!!!!!!!!"

    "<배>를 만들 생각이다."

    농을 하지않는 페리트란의 말에 놀란 이들이 강태석의 말에 다시한번 더 놀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