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소변을 보기 위해 소변기 앞에 섰을 때에야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알 수 있었다. 소변기 앞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물론 처음에 당황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내가 썼던 소설에서처럼 소리를 지른다거나 뒤를 돌아본다거나 혹은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리는 짓 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그저 거울을 보면서 몇 번 희죽 웃었고 이를 드러내 보였으며 붕대가 감겨진 머리통을 본다는 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슬쩍 고개를 돌렸을 뿐이다. ’이거 회귀지, 회귀 맞네. 그런데 혹시 꿈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머리도 이렇게 깨질 듯이 아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