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국 정해력 382년, 태평성대.
경혜왕의 총애를 받는다는 아란국의 막내 왕자 호명이
홍단에게 청혼을 한 것은 가히 모두가 놀랄 일이었다.
“홍단 소저. 내 부인이 되어 주시오.”
“그, 그렇지만 나으리께서는 남색, 아니 분명 길원 오라버니를…….”
타고난 가무잡잡한 얼굴에, 닿기만 해도 부정이 탄다는 검은 피부.
홍단과 혼사를 치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망나니 남색가로 유명하다는 호명 왕자만이
오라버니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제게 청혼을 해왔다.
“제가 나으리와 혼인을 하면… 오라버니를 평생 지금처럼 아껴줄 수 있으십니까?”
“약조하지. 혼담은 한 번 승낙하면 절대 물릴 수 없소. 그대도 약조한 것이오.”
남색가의 부인이라는 오명도 상관없었다.
오라버니와 나으리께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안합니다, 부인의 뒷모습이 너무 예뻐서.”
남색가라는 왕자님은 왜 저를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건지.
제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왜 기분 나쁘지 않은지.
“어떻,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
“괜찮습니다…. 그러니 무서워 말고. 절대 다치게는 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