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밝고 쾌활한 성격의 햇살 여주에 빙의했다.
그것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날씨를 조절하는 먼치킨 여주로!
‘그런데 나…… 우울증인데?’
아니나 다를까. 빙의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먹구름이 몰려들어 해를 모두 가려 버렸다.
“너 때문에 해가 뜨지 않아 나라가 망하겠어.”
그러자 원작의 다정 남주가 냅다 나를 사막 나라에 넘겨 버렸다.
그것도 냉혹하고 잔인하다고 알려진 원작의 흑막에게.
“널 울리면, 이 사막에도 비가 오겠지. 그러니…….”
뒷말에 이어질 온갖 더러운 짓들을 떠올리며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한 마리 흑표범 같은 근육질의 매끈한 몸, 악마처럼 매혹적인 얼굴을 한 흑막이 말을 이었다.
“이 양파를 썰도록 해라.”
이 남자…… 뭔가 좀 어설프다?
울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작 양파를 썰라고 하질 않나.
“어머니!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아들아아아!”
양파 다음은 신파극이다.
‘아니, 내가 알던 냉혹한 사막의 지배자는 어디 간 거야?’
뭔가 많이 잘못된 거 같은데…….
나는 과연, 우울증을 이겨내고 이 사막에 다시 비를 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