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고 죽었더니 이상한 세계에 환생했다.
그런데 새로 얻은 수명이 시한부다. 심지어 구원자가 되어 사람들을 지키지 않으면 영혼마저 소멸한다니!
재난물인지 연애물인지 피폐물인지 모를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 구르고 있었는데.
“주인, 제발…… 저를 버리지 마십시오.”
내가 밀어내는 말만 해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성스러운 은발 미남.
“정말 별걸 다 시키는군요. 드시고 나서 꼭 이 닦고 주무세요.”
잔소리가 마를 날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부탁하면 다 들어주는 야성적인 적발 미남.
“권력자가 처첩을 거느리는 건 드문 일도 아니잖아. 주인에게는 처첩이 있으니 이제 권력만 쥐면 되겠네.”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데 어딘가 핀트가 나간 듯 수상한 흑발 미남.
“맹세는 처음 당신이 이곳에 발을 들인 날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순정파인 고지식한 금발 미남까지 내게 매달린다.
이번 생은 모두를 구하고 희생자로 죽는 운명이라는데…….
내가 죽으면, 이놈들이 가만히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