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피폐 소설 속 흑막의 시한부 아내로 빙의했다.
하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다가 시한부인 걸 밝히고 흑막의 앞에서 독약을 먹고 스스로 숨을 거둬 트라우마를 안겨준 아내라는 게 문제점이다.
‘이혼 각이다.’
싫은 짓만 골라 하다가 이혼해달라고 하고,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는 거야!
“내일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매일 날씨가 맑으면 더 좋을 거 같고요.”
흑막 남편의 옆에 찹쌀떡같이 달라붙어 재잘거리고,
“죄송해요. 제가 손재주가 없어서. 만지는 것마다 다 망가져 버리네요.”
손대는 것마다 망치는 재주가 있다고 자랑하고,
“제가 싫으신 거 저도 잘 알아요. 콜록… 하지만 그래도… 콜록… 이렇게 같이 있어 주시면 안 되나요?”
끝으로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것을 기반 삼아 아픈 연기를 완벽히 해냈다.
***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들을 다 골라서 하니 이제 날 꼴 보기 싫어할 게 분명해서 먼저 휴양지로 튀었다. 그리고 시한부라는 걸 밝히는 편지와 함께 이혼 서류를 공작가로 보냈다.
편지를 보낸 지 며칠이나 됐다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공작이 보였다.
“부인만큼은 절 떠나지 않을 거라 한편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공작님?”
“부인께서 원하시는 건 다 들어드릴 테니 제발 다시 돌아와 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왜 갑자기 어울리지도 않게 후회 남주 루트 타세요, 흑막님? 안 그러셔도 돼요!
“제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어요. 공작님. 다만, 제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계속 옆에 있으면 그것대로 민폐가 될 것 같아서…….”
말끝을 흐리자 그가 흠칫하며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는 곧장 내 손등에 제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부인께서 돌아가시면 사용인들과 함께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네? 저, 순장 반대하는데요.
저승길 동무로 사용인들까지 불러드릴 느낌이라 벌써부터 오싹해졌다.
“그러니 제발. 절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부인.”
아니. 그것보다 저 안 죽어요! 시한부 벗어났다니까요!
어쩐지 일이 많이 꼬여버린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