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화귀비, 황궁에 피어난 꽃

“그렇게 몇 달, 몇 년 지나고 나면.” “…….” “화월국을 잊을 거요. 그리고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 지극히 오만한 말이었으나,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이인의 말대로 그는 권력을 움켜쥔 천륜국의 황제였고, 심지어 외모까지 매우 빼어났으니까. 하지만……. “폐하, 만약 그 모든 것을 누리고도 폐하를 사랑하게 되지 않는다면…….” “…….” “저를 놓아 주실 건가요.” 분명 초야를 앞둔 여인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이인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류아와 눈을 맞췄다. 그의 서늘한 시선이 비수가 되어 류아의 심장에 날카롭게 꽂히는 듯했다. “사랑? 황제인 내 앞에서 그딴 걸 입에 올리다니, 어리석군.” “…….” “사랑을 하든 말든 그건 그대의 자유야. 하지만 내가 그댈 사 온 이유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지.” 이인은 류아의 손목을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류아는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이게 무슨!” “네가 책임져야 할 몫.” 다시금 끌어당기는 손길에 류아는 그의 품으로 속절없이 파묻히고 말았다. 이인이 고개를 살짝 돌려 류아의 귓가에 낮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할 일을 해야지.” 《화귀비, 황궁에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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