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후작가의 아들로 살 테니, 집착은 곤란합니다

예언으로부터 숨겨진 후작가의 딸, 룬아델루즈 에스테는 ‘남자’로 키워졌다. 룬은 에스테 가문의 유일한 후계로서 아버지의 뒤를 잇는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 아카데미에 입학을 지원하지만, 후작은 번번이 이를 반대하며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킬 뿐이었다. 절대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성문이 열리고 나타난 낯선 손님. “오랜만이군. 룬아델루즈.” “…날 알고 있나?” 기억 속에 없는 그는, 기사라면 누구나 선망하고 동경하는 존재. 다크 나이츠의 수장이자 제국의 사령관, ‘카일리언 헤레이스’였다. “열리지 않는 문은 결국 벽일 뿐이지. 원한다면, 내가 네 열쇠가 되어줄게.” 홀연히 나타나 일상을 헤집어놓고 떠난 그는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아카데미의 추천장을 보내주는데. 그리고 아카데미에 입학해 수석을 차지한 룬에게 자신의 에스콰이어가 될 것을 명한다. “룬아델루즈 에스테. 널 내 에스콰이어로 지명한다.” 한쪽 무릎을 꿇고 검집에 짧게 입 맞춘 룬이 고개를 들었다. “온 마음과 신의를 바칠 것을, 저의 목숨과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오로지 그만을 위한 기사가 되겠다는, 명예로운 서약이었다. *** “넌 늘 나를 후회하게 해. 그리고 날 무섭게 만들어.” 3년 만에 다시 마주한 카일리언은 조금 수척해진 듯 날카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검집에 맹세의 키스를 했던 그녀의 입술에, 이제는 카일리언의 입술이 닿을 듯 가까워져 있다. “내가, 지금, 네게 도망칠 기회를 주는 거야.” “…남자인 저를 원하기라도 하신단 말씀입니까?” 룬은 흔들렸다. 오랫동안 애써 외면했던 감정을, 이제라도 마음껏 욕심내고 싶다. 비록 그가 원하는 것이 남자로 분한 거짓된 자신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확인 사살을 하듯 그가 간절하게 대답했다. “그래, 내가 널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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