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번 생엔 너를 선택하기로 했거든.” 최애가 여주인공인 로판 속 악녀로 빙의했다. 여주의 해피엔딩을 위해 악녀 역할을 수행하다 원작에서 빠지려고 했는데, “나와 결혼하지.” “난 그저, 네가 탐날 뿐이야.” 여주를 구하다 죽은 서브남이 저와 혼인을 하자고 협박한다. 더군다나 새로운 등장인물에게 악녀 역할을 빼앗기자, 쓸모없는 엑스트라를 지우기라도 하듯 존재감은 점점 옅어져 가는데……. ‘만약 이대로 계속해서 존재감이 옅어지면… 사라진다!’ *** “내가 너에게 있을 자리를 주지.” 젠이 리아의 손가락에 천천히 입 맞췄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진득하게 리아를 향해 있었다. 얼핏 퇴폐적이기도, 신성해 보이기도 하는 그 동작에 리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절대 빼앗기지 않는, 존재감이 옅어지지 않는 자리. 이 나라의 황후 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