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흑막의 말년운이 좋다

대공 가의 가짜 딸로 빙의했다. "쥐 죽은 듯이 살아. 가문의 이름에 먹칠했다간 널 찢어 버릴 테니까." 진짜 딸의 저주를 막기 위해 들인 가짜는 사고뭉치였고, 가문 내 평판은 이미 손쓰기에도 엉망이었다.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8년 안에 도망칠 집구석. 도주 자금이나 잔뜩 벌어놔야지. 그런데…… "나쁜 건 너인데, 왜 자꾸 내가 이런 기분이 들어야 하지?" "가문에 먹칠하지 말랬지. 누가 이렇게 꼴사납게 다쳐서 오래?" "오필리아라는 이름의 주인은, 부정할 여지없이 네가 되어 버렸구나." 왜 떠날 때가 되니까 이러는 거야? 게다가 이 사람들 진짜 딸과 함께 백년해로할 팔자 아니었나? '왜, 말년운이 안 좋지?' * * * "내 눈, 불쾌하잖아. 검은색이고……." 나는 멍한 얼굴로 아직 어리기만 한, 흑막을 내려다보았다. '불쾌하다고?' 새까만 광채를 품고 있는 눈. 마치 흐르는 강물과도 같은 눈. 길고 시원하게 트여 가히 만백성을 먹여 살릴 눈. 아무리 누더기를 입고, 거지 같은 꼴을 하고 있어도 그 눈빛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황제의 상이다.' 게다가…… 말년운이 말도 안 되게 좋았다. 내 인생을 전부 걸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설이수 장편 로맨스판타지 소설, <흑막의 말년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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